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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아이돌스토리
우주 끝 그리고 시작
작가 : 퍼플오션
작품등록일 : 2020.9.12

아이돌. 누군가에게는 우상이자 누군가에게는 그 시대의 꽃을 보여준 상징적인 의미. 작은 일에도 관련 기사는 수도 없이 나오고 모르는 사람들에 의해 이미지가 결정되며 또 인기를 얻기도 한다. 어떤 사소한 일에도 노출되어 사는 그들에게는 사생활의 경계를 잃은 지는 오래. 빠짐없이 보도되는 현재의 세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돌 꿈을 이루기 위해 청춘이라고 말하는 10대, 20대를 모두 붓고 나면 그다음은 어떤 끝이 있을까? 사고로 그룹의 형을 모두 잃게 된 아이돌 그룹 막내의 이야기. 그런 막내가 할 수 있었던 선택지는 과연 어떤 선택지며 그 앞을 막은 한예화 사장님의 목적과 이유는? 우주의 또 다른 스토리가 시작된다.

 
002.
작성일 : 20-09-15 21:04     조회 : 331     추천 : 0     분량 : 8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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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새 학기를 시작하는 학생의 마음처럼 첫날은 생각보다 수월하게 침대에서 눈을 떴다. 어제 잠에서 깼다가 새벽에 잔 거치고는 개운해서 기분이 좋았다. 오랜만에 오전에 일어나서 그런지 느낌으로는 시간이 더 생긴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침대에서 일어나 뻐근한 몸을 스트레칭도 하고 간단하게 먹을 시리얼을 챙겼다.

 

 "아침에 먹을 수 있는 간단한 종류를 좀 다양하게 사서 올 걸 그랬나... 이따가 인터넷으로 시리얼 종류 더 사야지."

 

 그래놀라와 초코볼 시리얼을 두고 고민했다. 결국 당도 높은 초코볼 시리얼 박스를 손에 쥐고 머리를 긁적였다. 애기 입맛이라고 이렇게 섞어 먹기는 하지만 배고플 것 같기도 하고... 지금 격하게 딸기잼에 모닝빵 먹고 싶다. 오늘이나 내일 수업이 끝나면 여러모로 장을 봐야겠다고 생각하고는 대충 노트북 앞에 자리하고는 시리얼을 먹으며 어제 보다가 말았던 자기소개서 빈칸을 봤다.

 

 "오래 연습 안 했더니 몸이 다 굳네. 스트레칭으로는 부족해. 내일부터는 연습실 예약도 해야지."

 

 새롭게 메일로 안내받은 사항 중에 하나는 연습실 예약이 온라인으로 가능하다는 안내를 받았고 방문하거나 전화보다는 편하기 때문에 연습실 예약 페이지를 열었다. 역시 아직은 학생이 그렇게 많지 않아서 그런지 시간은 많이 비어 있었고 필요한 사항이나 요청 사항은 직접 문의하도록 적혀 있었다.

 

 "잠깐만. 내일 수업이 몇 시인지 모르잖아."

 

 의욕 넘치게 사이트를 보다가 결국 즐겨찾기 설정만 하고 창을 다시 자기소개서로 가지고 왔다. 심심하다고 느꼈는지 가사 없는 음악을 재생 눌렀다. 요즘은 가요라고 하더라도 가사 없는 피아노 반주가 취향이었다. 마음이 편안해지고 집중이 잘 되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매니저 형은 졸린다고 손사래를 쳤지만.

 

 

 "일단 뻔하게 있는 신상부터 적을까?"

 

 문서 파일 작성에는 익숙하지 않아서 단축키 대신 버벅거리며 익숙하지 않은 솜씨로 파일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타자만 치면 되니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ㅡ이름 : 강우주

 ㅡ키는 178

 ㅡ생년월일은 98년 9월 25일

 ㅡ별자리는 천칭자리

 ㅡ혈액형은 O형

 ㅡ좋아하는 색은 빨간색

 ㅡ좋아하는 계절 가을

 

 "흐음... 아무리 봐도 자기소개서가 아니라 신상 정보 같은데..."

 

 무심하게 창을 내리며 칸을 채우다가 가족 관계라는 글자에 멈칫했다. 무용수 어머니 외에는 가족 관계가 언론에 나온 적이 거의 없었다. 어머니마저도 지금은 연락하지 않고 있어서 가족 이야기만 나오면 조금 마음에 찔리고 아프다.

 

 "가족 관계는 어머니만 적고... 캐스팅은 16살로 표기하고 데뷔 4년 차. 그리고 이건 뭐야? 열애설?"

 

 열애설은 있었다. 한 번... 친하게 지내던 걸그룹인 하랑은 학교 친구였다. 하랑은 배우 활동도 하고 있어 당시 엄청난 이슈가 되었고 둘이 만난 것이 아니라 다른 친구들도 있었다는 뒷받침 기사로 오해는 없어졌으나 그날 이후로 어색해져서 사석에서 만나기는 어려워졌다.

 

 만나더라도 큰 모임에서 인사를 주고받거나 문자로 안부를 묻고 축하하는 정도였다. 당시 막 20살 성인이 되었던 때라 더 조심스러웠고 이슈가 몰리자 너무 부담스러웠기에 관계 대신 조용함을 택했다.

 

 

 다음 페이지를 넘겼다. 유독 이 질문과 함께 칸이 컸다.

 

 Q. 아이돌을 결심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어제 꿈에 이어 과거를 되돌아보게 하는 질문에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기억을 차근차근 되돌아서 적으려다가 말았다. 그만두었다. 혹여나 기사가 되어 시끄러워질 것이 무서웠고 그런 이야기를 최초로 여기에 해도 되는지 의문이었다. 나머지 질문은 큰 어려움은 없었으나 결국 이 질문은 답을 못 적었다. 시계는 11시를 향하고 있었고 조금 남은 시간에 노트북을 만지다 기지개를 쭉 켰다.

 

 "아으... 진짜 뻐근하네. 밥 먹고 수업 듣는 편이 좋을 것 같은데 어쩌지?"

 

 책상 위 어제 대충 올려둔 학원 소개 포스터가 보인다. 서류 봉투라도 정리해야지 싶어서 안에 내용물을 꺼내 보니 얇은 안내 책자가 있어 열어보았다. 층별 안내랑 생활 TIP도 있었고 긴급 연락망도 있었다.

 

 "어디 보자... 편의점은 바로 1층에 있구나. 2층 교내 식당은 학생들도 이용이 가능한 구조네."

 

 눈으로 쓱쓱 훑으니 세상 좋아졌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식당은 등록된 카드로 바로 결제 가능했고 식단표는 온라인으로 확인 가능했다.

 

 "오늘의 메뉴는... 어! 한식이네. 목살 김치찌개 좋아하는데 먹으러 갈까?"

 

 요새 매번 죽만 먹다가 갑자기 자극적이지 않을까 고민이었지만 조금은 괜찮겠지, 싶어서 나갈 준비를 했다. 깔끔하게 세수도 하고 머리도 단정하게 빗고 거울을 보니 요즘 상태가 말이 아니기는 했다. 잠은 푹 자는데 얼굴이 어두운 모습이 이러다가 이미지 바뀌겠는데 생각도 들었다.

 

 "이제는 조금씩 자주 웃어야겠다."

 

 그래도 울지 않은 밤은 오랜만이라 생각했다. 나갈 준비를 마저 끝내고 방을 나서며 핸드폰으로 매니저 형에게 메신저를 보냈다.

 

 우주 [ 형, 저 밥 먹으러 가는 중~ ]

 우주 [걱정할 것 같아서 미리 보내요 오늘은 식당에서 먹어요 ]

 매니저 형 [ 오 드디어 밥 먹을 생각을 한 거야? ]

 우주 [ 메뉴 보니까 배가 고파져서요... ]

 매니저 형[ 메뉴 뭔데? ]

 우주 [ 김치찌개! ]

 매니저 형 [ 정말 김치 좋아하는 너한테는 딱이네ㅋㅋㅋㅋㅋ ]

 우주 [ 그래도 형이 준 김치가 제일 맛있어요 ]

 우주 [ 형도 식사 챙기세요! ]

 매니저 형 [ 맛있게 먹고 수업 잘 듣고~ ]

 우주 [네~]

 

 

 계단을 통해 2층 식당으로 이동했다. 아직 이른 시간인지 사람들은 많이 없었고 줄을 서서 배식을 받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맡는 한식 냄새에 기분이 좋아졌다. 배식을 받기 전에 카드를 찍어 결제했고 수저를 챙겨 손에 들고 식판을 챙겼다.

 

 "안녕하세요. 아, 밥은 조금만 주세요. 조금만!"

 

 "많이 먹어야지. 말랐잖아~"

 

 많이 먹으라고 권유하시는 식당 아주머니께 웃음을 보이고는 괜찮다고 말씀드리며 배식을 적당히 조절했다. 혹여나 많이 남기는 것보다는 조금 받고 더 먹는 편이 좋잖아 그런 생각에.

 

 -호로록.

 

 "음! 맛있다. 와, 진짜 역시 김치찌개에는 돼지고기."

 

 다행히 아주 맵지는 않아서 반찬으로 나온 계란후라이와 소시지볶음과 함께 밥을 먹기 시작했다. 숙주나물 볶음까지 알차게 먹으니 적게 담았지만 배부르게 먹었다.

 

 식당이 솜씨가 좋네... 숙소에서는 만들어 먹거나 배달로 먹어서 회사 스케줄이 아니면 식당에서 배식받을 일도 없었는데 만족이었다. 별로 치면 네 개 반.

 

 식사를 마치고는 밖으로 나와 다시 3층 기숙사로 향했다. 편의점을 갈까 하다가 귀찮아져서 그냥 다시 계단으로 기숙사행. 양치를 마친 후에 시계를 보니 시간은 12시 30분을 향하고 있었다.

 

 "가방은 뭐 챙길지 생각 안 했네."

 

 챙겨서 나온 가방 중 여러 개를 보다가 적당한 크기에 백팩에 노트북과 필기구, 새 공책을 챙겼다. 사실 짐도 정리하기 전이라 필수 생활용품만 빼면 정리하다가 만 상태... 캐리어와 짐들을 보다가 매니저 형이 생각났다.

 

 "형 오면 잔소리하시겠는데... 이따가 꼭 치워야지."

 

 아마 이따가의 나는 과연 할지는 의문이지만 말이다. 어지럽혀진 침대 이불을 정리하고 일단 가방과 캐리어를 한쪽에 치웠다. 이따가의 내가 하기를 바라며 기숙사 불을 끄고 나설 준비를 했다.

 

 딩동. 8층입니다.

 

 엘리베이터의 경쾌한 음이 울린다. 내리니 여러 교실이 보이는데 801호로 갔다. 1시부터 수업이라는 팻말이 있었다.

 

 똑똑.

 

 "안녕하세요."

 

 문을 열어 빼꼼 들어가니 선생님이 보인다. 연령대는 삼십 대 정도로 보였다. 어깨까지 오는 머리에 살짝 통통한 체형. 눈빛이 날카로운 느낌이지만 동글동글한 얼굴에 전체적으로 귀여운 느낌이었다.

 

 "우주 씨죠? 안녕하세요!"

 

 "네, 맞습니다. 안녕하세요."

 

 안은 그리 넓지는 않았다. 깔끔한 상담실 분위기로 책상 하나와 의자 그리고 책상에는 서류 봉투와 미니 보드가 있었고 생각한 칠판 있는 교실과는 조금 다르게 앙증맞은 분위기였다.

 

 "여기 앉아서 준비해주시면 됩니다"

 

 안내받은 자리로 가서 가방에서 노트북과 필기구를 꺼냈다. 선생님은 서류 가방에서 A4 용지 몇 장을 꺼내더니 같이 자리에 함께했다.

 

 "우선 저의 수업은 사실 이야기 위주라서 무엇을 필기하고 그러기보다는 이야기를 주고받고 공유하는 시간을 많이 가질 예정이에요. 저는 하유나입니다. 작사와 작가로 활동 중이고 다른 일도 겸하고 있어요. 엔터로 특별하게 하고 있지는 않고 관련으로 관심이 많은 사람인데 대표님 소개로 이렇게 선생님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아하... 선생님. 여기 수업 방식은 그렇게 다들 비슷한가요?"

 

 "각자 방식이 있다고 들었는데 대부분 다정하신 선생님이 많으신 걸로 알고 있어요. 아! 학교가 미스테리하죠? 혹시 궁금한 거 있으세요? 학교 관련해서는 제가 아는 부분 내에서는 답변 드릴 수 있어요."

 

 "어... 혹시... 고등부는 뭘 배워요?"

 

 "음, 저는 고등부는 담당하지 않아서 자세히는 모르지만 아무래도 학교 수업이 끝나면 데뷔를 위한 준비와 함께 내적 소통을 많이 한다고 들었어요. 고등부는 왜요~? 또 궁금한 거 있어요?"

 

 "그게... 오기는 왔지만, 학교의 의도를 모르겠어요."

 

 "그럴 수 있죠. 저도 처음에 이게 학교야? 그랬거든요. 제일 정확한 취지는 대표님이 제일 잘 알고 있겠지만 저는 일단 이렇게 들었어요. 연예계 지망생들은 정말 많고 어렵게 뜬 스타들 또한 내적인 부분 때문에 힘들어한다. 심리 치료의 전문가도 준비하고 있지만, 그 부분으로 힘들어하기 전에 도움을 주고 싶다고... 저는 그래서 선생님으로 왔어요."

 

 귀엽게 웃으시면서 답해주시던 선생님의 표정이 조금 씁쓸하게 보였다. 의외였다. 단순한 학생을 졸업시키기 위한 시설이 아니구나 싶어서.

 

 "이제 질문이 더 없다면 준비한 자료를 볼까요?"

 

 "네. 여기 노트북으로 작성했어요."

 

 "질문에 대한 답은 솔직하게 작성했죠?"

 

 "네, 꼼꼼하게 작성했습니다."

 

 아까 작성한 것을 화면을 띄워 보여드렸다. 준비하신 A4 용지를 넘기며 보시기 시작했다. 내가 받았던 내용과 비슷한 자료들인 것 같았다. 자료를 훑으며 노트북 화면도 같이 훑었다. 그리고 몇 군데 체크하시더니 만족하신 듯 말씀하셨다.

 

 "그래도 언론에 보도된 내용과 사실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아서 다행이에요. 이건 우주 씨에 대해 대중적으로 보도된 내용을 정리한 자료랍니다."

 

 "언론에 공개된 자료라고 생각해도 괜찮을까요?"

 

 "네, 맞아요. 인터뷰나 검색 엔진에 노출된 우주 씨에 대한 여러 기사도 준비했으니 한 번 가져가서 훑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선생님은 가방에서 다른 서류 봉투를 꺼내시더니 앞에 내밀었다. 생각보다 양이 꽤 많은 것 같았다.

 

 "제가 이런 식으로 준비해서 주는 자료들은 스트레스를 위한 자료가 아니라 지금까지 어떤 행동에 대해 어떤 기사가 나갔고 본인이 알고 있는 본인과 대중들의 시선이 얼마나 다른지, 거기에서 오는 부분들을 보기 위한 거라 스트레스 너무 많이 받지는 마세요. 혹시나 너무 스트레스면 말해 주세요. 알았죠?"

 

 "네, 그럼 훑어보고 끝인가요?"

 

 "훑어보면 그에 따른 과제와 연관성이 있을 거예요. 본인이 출연했던 방송이나 인터뷰를 모두 기억하기 어렵기 때문에 기억나게 하는 매체처럼 보셔도 괜찮아요."

 

 "아하…."

 

 

 "그런데 우주 씨, 다른 답은 모두 적었던데 한 가지 답은 빠졌네요? 아이돌을 결심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이 질문."

 

 "아... 그게 말이죠."

 

 사실 이 질문이 처음은 아니었다. 인터뷰로 두 번 정도 진행했던 적이 있었고 그때마다 항상 방송용 대답이 있었다. 언뜻 들으면 그럴듯한 대답으로 그게 방송용 보이기식의 대답이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인터뷰에서는 춤을 어머니가 좋아해 주셔서 그리고 아이돌을 권유해주셔서 열심히 했다고 하던데 맞아요?"

 

 "네, 맞아요."

 

 "음, 우주 씨. 오늘 제일 중요한 질문이 바로 이거예요. 아이돌을 결심한 계기."

 

 마지못해 대답하는 내 모습을 알아채셨는지 보시던 내 노트북과 서류들을 살짝 옆으로 이동시켰다. 그리고 선생님은 당황스러워하는 내 눈을 잠시 보더니 선생님은 일어나셔서 미니 냉장고에서 음료수를 두 캔 꺼내 건네며 이야기를 마저 이으셨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꿈은 보통 장래 희망부터 시작해요. 맞죠?"

 

 "네, 맞아요..."

 

 "예전에 우주 씨는 어릴 때 장래 희망 있었어요?"

 

 "다른 친구들과 다르게 선생님은 아니지만, 엄마를 따라 무용수를 꿈꿨던 적이 있어요."

 

 "그때는 엄마를 따라 어린 우주 씨가 꿈꿨다면 엄마가 계기가 된 부분도 있었을 건데 아이돌까지 변화한 이유는 잠시 두고 그전에 제가 하나 예시를 들게요."

 

 선생님의 예시는 일반적인 논리에서 시작했다.

 

 "우리는 누구나 장래 희망을 꿈꾸고 자라면서도 꿈이라는 것에 강요 아닌 강요를 받아요. 하고 싶은 거 없니? 되고 싶은 거 없니? 너의 꿈은 뭐야? 이런 질문들 들어본 적 있죠?"

 

 "네, 있어요."

 

 "하지만 막상 어른이 되어 직업에 대해 생각하면 본인이 정말 되고 싶었던 것이 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살아가기 위해서,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아요. 이것은 제 논리니까 편하게 들어 주세요."

 

 캔을 따서 음료수를 마신 뒤 선생님은 담담하게 말씀을 이어 나갔다.

 

 "저를 예시로 들게요. 저는 원래 사업을 하고 싶었어요. 이십 대에는 팀장급으로 일하며 회사의 크고 작은 일도 추진해보고 아이템도 제시했었는데 결국은 망해서 빚만 생겼었던 시절이 있어요. 얼마 뒤에 취업을 생각하고 사이트를 봤는데 스펙이 절대적으로 존재해서 손도 댈 수 없었어요. 엔터테인먼트 취업을 하고 싶었지만, 벽이 너무 높아서 접근할 수 없었던 저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생각했어요."

 

 "선생님은 취업을 위한 스펙은 어려웠던 건가요?"

 

 "저는 흔한 토익 점수도 없었어요. 학창 시절 공부를 좋아하지 않았거든요. 유별난 학생으로 통해서 질풍노도의 사춘기를 보냈는데 지금 모습과는 정반대죠?"

 

 선생님은 장난기 가득한 얼굴에 웃음을 보였다. 말씀도 너무 잘하시고 주관이 확실하셨던 분이라 대단한 대학교를 나와 여러 경험이 있으신 분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저는 엔터 일을 할 수 없었어요. 스펙이 부족했기 때문에. 늦은 나이에 저를 증명하려면 저는 토익부터 시작해서 저를 증명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저는 포기했답니다."

 

 "네?"

 

 "그리고 대신 작사를 도전했어요. 직접적이지는 않아도 방법이 있겠구나 싶어서. 자, 여기서 문제. 저의 꿈은 뭐였을까요?"

 

 "음..."

 

 처음 힌트는 사업. 사업을 포기하지 않으셨을 것 같은데. 엔터와 사업. 그런데 작사? 지금 선생님의 소개로 작사와 작가와 선생님. 진지하게 아무리 생각해도 연관성이 없는 것 같았다. 엔터와 작사는 조금의 연관성이 있다면 있는데 다음은?

 

 "오! 생각하는 자세 아주 좋아요."

 

 "선생님, 그런데 진짜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어요."

 

 "이거 알면 천재라고 부르려고 했는데."

 

 "그럼 아쉽지만 그건 다음 기회로 알고 정답을 알려 주세요..."

 

 "저의 사업 실패 이후 새로운 꿈은 아이돌을 만들고 앨범을 발매하고 성장시키는 거였어요."

 

 "네?"

 

 "지금도 나름 비슷한 일을 한다고 생각해요. 작사를 통해 앨범 참여에 힘을 보탤 수 있고 이렇게 선생님을 통해 아이돌의 고민을 해결하는 방향이라던가? 그리고 사업도 차차 다시 준비하고 있고요. 작가는 작사를 하다가 같이 겸하게 되었는데 비중을 나눠서 일하고 있어요."

 

 "선생님 능력자네요..."

 

 "물론 저도 처음부터 전부를 가지고 가려던 것은 아니었어요. 그리고 제가 아이돌을 왜 키우고 싶었을까요?"

 

 "어... 아이돌을 좋아해요?"

 

 "네, 세세하게 알 정도는 아니지만 엄청나게 좋아해요. 저는 그들의 무대를 사랑하거든요."

 

 "음, 그리고 세기에 남을만한 아이돌을 만들고 싶었다?"

 

 "그건 땡. 저는 그런 거창한 시작은 생각도 안 했어요. 나중에 그런 계기가 있으면 좋겠지만 그냥 좋아서 시작했어요. 자, 여기에서 정리하자면 거창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계기가 없으면 어때요. 우연히 시작했는데 우연히 이 자리까지 우주 씨가 왔을 수도 있고 누가 시켰는데 정신없이 하다가 보니 여기까지 왔을 수 있잖아요?"

 

 "네..."

 

 "제일 중요한 것은 어떤 일이든 해나가면서 하고 싶은 것을 찾고 더 하고 싶은 것을 찾는 방향이에요. 아이돌이라고 정치인이라고 CEO라고 대단한 직업이 아니라 그냥 직업이에요. 우리가 살아가면서 살기 위해 도구로 존재하는 직업. 대단하게 포장하려고 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그냥 아이돌도 직업을 열심히 하는 사람 중 한 명이에요."

 

 

 [ 딩동, 3층입니다.]

 

 머리를 한 대 맞은듯한 수업이 끝나고 피곤함을 느껴 바로 기숙사로 왔다. 문을 열고 들어와서는 침대에 뻗었다.

 

 저 선생님 대체 정체가 뭐지... 꼰대라고 하기에는 어리숙한 면이 있어 그냥 동네 아는 누나 같은데 본인의 주관을 확실하게 펼치고 있었다. 결국 마지막에는 선생님 앞에서 말하고 말았다. 저의 아이돌 첫 시작은... 엄마가 돈 많이 번다고 해서 시작한 일이에요. 인기도 많고 멋지게 살 수 있는 일이라고 솔직하게 말하고 말았다.

 

 실제로 그랬다. 우리 엄마는 무용수 때 배고픔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었고 나를 통해 그걸 해소하고자 하다가 찾은 방법이 아이돌이었다. 몸에 남은 특유의 춤 선은 내 장점이자 단점이 되었고 부족한 노래 실력을 보완시키기 위해 없는 살림에 좋은 보컬 선생님들을 보내주셨다. 그리고 소속사의 도움과 연습으로 지금의 내가 완성되었고 아이돌 사이에서도 지나친 경쟁을 유발하는 엄마 때문에 더는 가까이 지낼 수 없어 연락하지 않고 있었다.

 

 "아, 역시 괜한 것을 뱉었나..."

 

 후련하면서도 찝찝한 기분이다. 악의는 없어 보이는 모습에 그냥 술술 뱉은 것 같은데... 사실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될 만한 말은 아니지만, 거짓말을 했던 것 같아서 찝찝하다. 물론 그 뒤에 당황해서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어 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 말은 좋다. 연예인이 특별한 것이 아니라 그냥 직업 중에 하나라는 그 말."

 

 시선을 받고 사랑을 받고 어쩌면 사람들의 열정을 받고 있기에 평범하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직업의 특성이고 똑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말한 것 같아서 그게 마음에 와닿았다. 그리고 뻗어 있던 나는 다짐했던 생활용품 정리를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해는 지고 오늘 하루도 끝을 향해 가는 듯 했다.

 

 
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오늘도 한 편 완성했습니다. 앞으로도 쭉 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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