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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골든게이트 키퍼
작가 : 폴라로이드
작품등록일 : 2020.8.12

현계와 이계를 잇는 골든게이트를 지키려는 자와 뺏으려는 자들의 치열한 전쟁

 
제 21화 지금이 딱 좋다
작성일 : 20-09-15 17:59     조회 : 225     추천 : 0     분량 : 37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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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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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커피숍 -

 

 창가 자리에 오동잎이 앉아 있다. 옷도 깨끗 머리도 깨끗. 나름 외모에 엄청 신경 쓴 느낌. 오늘 지혜와의 첫 데이트다. 약속시간보다 30분이나 먼저 나왔다. 기다리는 동안 설레는 마음이 커져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과거의 일들이 한순간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길가에 버려져 오돌오돌 떨고 있던 오동잎을 할머니가 구해주었다. 수레에 실어 병원에 데려가 주었고 기력을 회복할 때까지 곁을 지켜주었다.

 그 뒤로 「우리 동네 머슴」 심부름 일을 시작했다. 나름 만족스러운 생활이었다. 그 전 일은 전혀 생각나지 않지만 불편함은 없었다. 굳이 알고 싶지도 않았다.

 

 그러다 지혜를 만났다. 지혜를 보는 순간 이 세상이 남자와 여자로 이루어진 곳이라는 걸 알게 됐다. 생각하면 안타깝고 설레고 보고 싶어 졌다. 쥐면 날아갈까 불면 터질까 조심스러운 존재였다. 이 세상에서 지키고 싶은 것이 생긴 것이다.

 

 커피숍 문이 부드럽게 열렸다. 지혜가 들어왔다. 오동잎은 벌떡 일어나 손을 흔들었다. 환하게 웃으며 다가오는 지혜는 눈부신 가을 하늘과 닮았다.

 

 “벌써 나와 계셨어요?”

 

 늦지 않으려 서두른 지혜가 시계를 보며 말했다.

 

 “저도 모르게 그만...”

 

 잘못을 저지른 아이처럼 오동잎의 목소리가 축 쳐졌다.

 순진한 오동잎의 표정에 지혜는 풋 웃었다.

 

 “여기 너무 좋다.”

 

 자리에 앉으며 지혜가 말했다. 고소한 커피 냄새가 향수를 뿌린 듯 은은히 베어났다. 유화 같은 가을 풍경이 넓은 창문 밖으로 펼쳐졌다.

 

 “지금 하시는 일 이야기 좀 해주세요.”

 “병원에 있을 때 계속 눈물이 나더라고요. 밥도 잘 안 넘어가고. 그때 할머니가 절 따뜻하게 대해주셨어요. 가족도 아닌 남인데... 저도 사람들을 돕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물론 돈도 벌고요.”

 

 오동잎의 말을 들으며 지혜도 지난 일이 주르륵 스쳤다.

 

 어릴 땐 잘난 맛으로 살았었다. 예쁘고 똑똑하고 심지어 돈까지 많았다. 어디서도 꿀릴 것 없었다. 그러다 아빠 사업이 힘들어지고 꿈같던 일상도 망가지기 시작했다. 남자 친구를 만들 여유는 조금도 없었다. 하루하루 외롭게 지쳐가던 중 오동잎이 마법처럼 나타났다. 힘이 되고 든든했다. 그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용기가 생겼다.

 

 “저희 오늘 L월드 가요. 저 거기 바이킹 꼭 타보고 싶어요.”

 

 지혜의 작은 소망 중 하나는 바이킹 타기였다. 학창 시절 친구들은 다 타는 데 지혜는 타지 못했다. 겁이 났기 때문이다. 오동잎과 함께라면 몇 번이라도 탈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저도 한번 타보고 싶네요.”

 

 오동잎은 병원 입원했을 때 텔레비전에서 본 적 있는 바이킹을 떠올렸다.

 

 “저 지켜 주실 거죠.”

 “당연하죠.”

 

 둘은 웃으며 일어섰다. 지혜가 오동잎의 손을 슬며시 잡았다. 오동잎은 그 손을 더 꽉 잡았다.

 

 - 바이킹 -

 

 오동잎과 지혜는 이왕에 타는 거 젤 끝자리에 앉았다. 안전바가 내려오자 지혜는 갑자기 후회가 됐다. 바이킹이 서서히 움직이자 그렇게 쏟아 오르던 용기가 쪼그라들기 시작했다. 포물선이 점점 커지자 죽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사실 이쯤 되자 옆에 있는 오동잎도 별 도움 안됐다.

 

 ‘미쳤지.. 미쳤어.. 내가 이걸 내 발로 탔어!!’

 

 지혜는 자책하고 후회했다. 입에선 고함소리만 터져 나왔다. 심장은 쿵쿵쿵 떨어져 나갔다. 눈을 꽉 감았다. 비명 소리는 점점 더 커졌다. 바이킹은 슥삭슥삭 난폭한 칼질을 계속 해댔다.

 

 오동잎은 지혜의 손을 꽉 잡았다. 그리고 어깨를 꽉 껴안았다. 바이킹은 절정을 향해 달렸다. 드디어 지혜의 눈에 뵈는 게 없어졌다. 그냥 마구마구 울부짖었다.

 

 그때 지혜의 입술에 따뜻한 감촉이 느껴졌다. 부드럽고 따뜻했다. 달콤하고 따뜻했다. 오동잎의 입술이 지혜의 입술 위에 놓였다. 지혜의 심장은 여전히 쿵쾅쿵쾅거렸다.

 하지만 지혜에게 바이킹은 더 이상 아무것도 아니었다.

 

 - 밤거리 -

 

 가로등 불빛 밑으로 늦은 낙엽 몇 개가 우수수 떨어졌다. 찬바람이 싸늘하게 한 번 스쳤다. 지혜는 부르르 떨었다. 오동잎은 잠바를 벗어 지혜에게 입혔다.

 

 “고마워요.”

 

 지혜가 오동잎을 바라보며 말했다.

 

 “지혜 씨는 발레 하는 거 좋아하세요?”

 

 오동잎이 물었다.

 

 “발레를 하면 꽃밭을 날아다니는 나비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그럼 전 바람이 될게요. 지혜 씨가 날아다니는 데 힘들지 않도록.”

 

 지혜는 가만히 오동잎을 쳐다봤다.

 

 “동잎 씨는 따뜻한 바람이에요.”

 

 오동잎은 지금 이 순간을 영원히 잡아 둘 수 없을까 생각했다.

 

 

 ⁎ ⁎ ⁎

 

 - 템포스 클럽 -

 

 깡패는 화가 머리끝까지 차올랐다. 시간이 갈수록 분노가 점점 커져 감당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오래간만에 호구를 잡아서 돈을 쭉쭉 뽑아 먹으려고 했는데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호구의 반반하게 생긴 딸도 훨훨 날아가 버렸다. 그리고 처참히 두들겨 맞았다.

 

 소문도 초고속으로 퍼져나갔다. 눈도 마주치지 못했던 녀석들이 점점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다시 보복할 수도 없었다. 큰 형님이 직접 전화를 걸어 경거망동하지 말라는 경고를 날렸다.

 

 “조금은 조용히 있는 게 좋겠다.”

 

 보스의 짧고 굵은 한 문장이었다.

 

 이 모든 게 오동잎 때문이었다.

 

 “으아 진짜. 돌아버리겠네.”

 

 깡패는 손에 잡히는 대로 술을 입에 털어 넣었다. 부하들은 옆에 있다가 어떤 봉변을 당할지 몰라 멀찌감치 떨어져 있었다.

 

 “아, 머리 아.”

 

 술은 달아올라있는 심장에 불을 댕겼다. 옆에 앉은 여자를 때렸고 테이블 위 음식을 다 쓸어 버렸다.

 그때 문이 열리고 똘마니가 들어왔다. 똘마니는 한 남자의 멱살을 잡고 있었다.

 

 “뭐야?”

 

 깡패는 시뻘건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남자는 겁에 질려 벌벌 떨고 있었다.

 

 “이 새끼가 룸에서 이상한 약을 팔고 있어서 잡아왔습니다.”

 “이 새끼가 돌았나.”

 

 깡패는 남자의 뺨을 때렸다. 남자의 고개가 한 바퀴 돌았다.

 

 “아닙니다. 아닙니다.”

 

 남자는 무릎을 꿇고 싹싹 빌었다. 깡패는 벌떡 일어나 본격적으로 소매를 걷었다. 공식적으로 패도 되는 놈을 만나자 희열을 느꼈다.

 

 “뼈마디마디를 전부 부셔주지. 어디 우리 구역에서 허락도 없이 약을 들이대.”

 “아닙니다. 이건 마약이 아니고 구름 사탕이에요. 그냥 두통이 심하거나 우울할 때 먹는 약입니다. 기분도 쫙 풀리고 해서 요즘 많이들 찾습니다.”

 

 남자는 손사래를 치며 항변했다.

 

 “구름사탕?”

 

 처음 듣는 말에 깡패는 일단 멈췄다.

 

 구름 사탕은 최신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하는 하얀 알약이다. 삼키면 기분이 나른해지고 마음이 붕 뜬다고 해서 구름 사탕으로 불린다. 마약 테스트에 걸리지 않으므로 마약은 아니다. 폭발적 수요로 암암리에 거래되고 있는 중이다.

 

 깡패는 요즘 머리가 지끈 거리던 차에 구미가 당겼다. 마약 테스트도 안 걸린다니 일석이조이지 않나.

 

 “가져와 봐.”

 

 남자는 주섬주섬 주머니에서 알약을 꺼냈다.

 

 “너 이거 거짓말이면 죽어.”

 

 깡패는 알약을 입에 털어 넣고 양주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몸이 젤리처럼 축 늘어지더니 머리가 핑 돌면서 기분이 묘했다. 우울한 기분들이 싹 사라지고 마법의 갑옷을 입은 것처럼 힘이 솟아났다. 자신감도 폭발했다. 강철 벽도 뚫고 지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와~~~!!!”

 

 깡패 두목이 박수를 크게 치면서 웃었다.

 

 “이거 진짜 좋아. 이거 대박이다. 대박.”

 

 깡패가 입을 쩍 벌리고 좋아하자 다른 부하들도 덩달아 좋아했다.

 

 그때 깡패를 파고드는 검은 뱀을 아무도 보지 못했다. 그것은 깡패 눈동자에 잠시 꿈틀거렸다. 그다음 깡패의 뇌 속을 파고들었다.

 

 세상의 꼭대기에 선 것처럼 깡패의 자만심이 하늘을 찔렀다. 치욕들이 올올이 되살아났다. 오동잎의 얼굴이 다양하게 클로즈업되었다. 호구 딸 생각도 요동쳤다.

 

 “야! 그 새끼 잡아와. 그 발레도. 당장”

 

 깡패는 오동잎과 박지혜를 잡아 오라고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

 

 구름 사탕이 깡패의 머리와 가슴을 모두 점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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