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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천마, 이계로 강림하다
작가 : 휴고네뷸러
작품등록일 : 2020.9.10

선한 자는 되도록이면 건드리지 않되, 악한 자는 반드시 응징한다

 
깨어나다 [1], 알 수 없는 눈빛
작성일 : 20-09-15 10:08     조회 : 259     추천 : 0     분량 : 4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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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알 수 없는 눈빛

 

 

 

 뎅, 뎅, 뎅—

 

 자줏빛 침대들이 늘어진 방 안으로 청명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그 소리는 문에 설치된 종에서 나는 소리였다. 한 여인이 문앞에서 종을 치고 있었다.

 

 뎅, 뎅, 뎅—

 

 시끄럽게 울리는 종소리에 자고 있던 여인들이 하나둘 깨어났다. 그들은 눈을 비비며 어렵사리 몸을 일으켰다.

 

 저벅저벅.

 

 종을 치던 여인은 침대를 가로지으며 나아갔다. 암막커튼을 열어제끼자 싱그러운 햇살이 방 안 가득 비쳐왔다.

 

 “으으음….”

 

 여인들은 아직도 많이 졸린지 햇살을 피하며 눈을 비볐다. 다만 깨어나려 노력하며 약속이라도 한 듯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여인들은 시녀였다.

 

 대부분이 크로아 왕가에 배속되어 10년 이상 일한 수석 시녀였다. 그녀들은 모두 에트라체 공주에게 배속되어 있었다.

 

 탁, 타다닥—

 

 시녀복으로 갈아입은 시녀들이 빗자루와 걸레등을 챙겼다. 시녀로서의 하루일과는 이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시녀가 총총 걸음으로 내려다가 읊조렸다.

 

 “다시 못올 줄 알았는데.”

 

 “나도.”

 

 시녀들은 걸레질을 하며 연신 수근거렸다. 화제의 중심은 단연 에트라체 공주와 윈더러트 백작가의 장남인 루인과의 결혼식이었다.

 

 “근데 루인 그놈은 진짜 뭘 믿고 그런 짓을 벌인걸까?”

 

 “그러게 말야. 공주님이 결혼해주시는 걸 감사하게 여겨야 할 후레자식이.”

 

 “맞아. 정략결혼이 아니면 그 밥맛 떨어지는 놈이 어떻게 공주님과 결혼을 하겠어? ”

 

 “응, 근데 차라리 잘됐는지도 몰라.”

 

 “뭐가?”

 

 “난 우리 공주님이 너무 불쌍했거든. 공주의 안타까운 운명이란…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은 하지 못할지언정 그런 놈하곤 그냥 안하는 게 낫지.”

 

 “그건 그래. 근데 말야… 우리 공주님 괜찮으실까?”

 

 “….”

 

 결레질을 하는 시녀들의 걱정은 아침내내 그칠줄을 몰랐다. 오후가 되자 시녀들의 잡담어린 중얼거림은 산들바람을 타고 거대한 문틈으로까지 스며들었다.

 

 스으윽—

 

 이곳은 에트라체의 방이었다. 루인과 정상적으로 결혼을 했다면 더이상 궁에서 지낼 필요가 없었기에 포장된 짐들이 방 한쪽에 가지런히 쌓여 있었다.

 

 그래선지.

 

 방은 왠지 모르게 횡한 느낌을 풍겼다. 꽃으로 가득한 화장대와 레이스 달린 침대가 외로이 느껴졌다. 침대 위에 볼록 튀어나온 솜 이불도.

 

 퍽퍽—

 

 에트라체는 이불을 뒤집어쓴 채 침대를 마구 때려댔다. 한참동안 침대를 때려대던 에트라체가 발로 이불을 바바박 걷어찼다.

 

 “루인 이 미친 놈이… 으아아아!”

 

 이불이 바닥으로 떨어지자 잠옷을 입은 에트라체가 나타났다. 부시시하게 떡진 머리와 흐트러진 잠옷이 그녀의 심경을 여실히 대변해주었다.

 

 “으으으으....”

 

 에트라체는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았다. 베개를 뒷통수에 대었다. 침대에 머리를 콕 박고선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죽여 버릴거야. 죽어, 그냥 나가죽으라고!”

 

 루인과의 결혼은 크로아 왕가인이라면 모두가 알 정도로 정략적인 선택이었다. 본격적으로 촉발된 왕가의 후계 구도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결혼식이 있기 2달 전.

 

 에트라체는 윈더러트 백작가를 비공식적으로 다스리고 있는 밸로나 백작부인을 찾아갔다. 자신에게 힘을 실어준다면 백작가를 공작가로 승격시켜준다고 제안했다.

 

 [알겠어요, 공주님.]

 

 밸로나 백작부인은 에트라체의 제안을 대부분 수락했다. 단 한가지만 빼고 말이다.

 

 [공주님이 루인과 결혼해준다면, 공주님께 힘을 실어드리겠어요.]

 

 밸로나의 조건은 백작가의 장남이자 희대의 문제아인 루인과의 결혼이었다. 루인은 백작가 뿐만 아니라 왕가에서도 그 악명이 높았다.

 

 [루, 루인이요?]

 

 루인은 오크보다도 더욱 뒤룩뒤룩 찐 거구에다가, 심술은 가히 하늘을 찌르고, 매일 밤마다 여인을 범하러 다니는 문제아 중의 문제아였다.

 

 [네, 그래요. 하실 수 있겠어요?]

 

 밸로나의 제안을 받은 에트라체는 큰 고민에 빠졌다. 암암리에 조사해보니 그녀가 이런 제안을 한 이유를 알게되었다. 밸로나는 백작가를 차지하기 위해서 루인을 쫓아내려고 하는 것이었다.

 

 [확실해….]

 

 루인은 6년 전 원인 모를 병으로 죽은 백작가의 첫째 부인 로셀린의 아들이었다. 그래서 밸로나와는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남남이었다. 백작가의 후계자는 기본적으로 장자우선승계 원칙을 따랐기에 후계자 1순위는 루인이었다.

 

 [나라도 신경 쓰일거야.]

 

 7년 전 윈더러트 백작가의 주인인 카이르 백작이 실종된 이후, 밸로나는 비공식적으로 백작가를 다스리고 있었다. 그랬기에 그녀의 걱정은 어찌보면 당연해보였다. 에트라체는 오랜 고민 끝에 결정을 내렸다.

 

 [알겠어요, 부인의 제안을 받아드릴께요.]

 

 [호호호, 잘 생각하셨어요, 공주님.]

 

 차기 크로아 왕가의 여왕이 되기 위해서는 윈더러트 백작가의 힘이 필수적이었다. 백작가의 힘을 얻지 못한다면 여왕이 될 가능성은 전무했다. 그녀가 어떤 조건을 제시하든 간에 에트라체는 승낙할 수 밖에 없었다.

 

 [루인과 결혼해주신다면 뭐든 지원해드리겠어요.]

 

 루인이 백작가에서 사라진다면 결국엔 밸로나의 아들들 중 한 명이 백작가를 물려받게 될 것이다. 이는 앞으로도 밸로나가 백작가의 실세인 것은 변함이 없다는 뜻이었다. 백작가의 힘을 얻기 위해서는 역시나 루인과 결혼하는 수 밖에 없었다.

 

 [에, 에트라체… 헥헥.]

 

 그런 루인과의 첫 만남은 가히 최악이었다. 침을 질질 흘리며 탐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루인으로 인해 에트라체는 구토가 쏠렸다. 그래도 어렵사리 각방을 쓰고 절대로 몸을 건들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내는데 성공했지만….

 

 “이 미친 놈이….”

 

 에트라체는 베개를 퍽퍽 치며 여전히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벌써 5일째 루인을 향해 끝없는 분노를 쏟아내는 에트라체였다.

 

 “공주님….”

 

 시녀들은 그런 에트라체를 안쓰럽게 바라보았다. 까칠하고 서슴없이 말을 내뱉긴 하지만 그래도 시녀들 사이에서 에트라체는 평판이 좋았다. 에트라체에게 배속받길 원하는 시녀들이 무수하게 많았다.

 

 “안되겠어.”

 

 “응.”

 

 시녀들은 작게 속삭이며 에트라체에게로 다가섰다. 침대 앞에 서며 이불을 뒤집어 쓴 에트라체에게 말했다.

 

 “공주님, 이러다가 병 나셔요.”

 

 “뭐라도 좀 드셔야 해요.”

 

 “공주님….”

 

 “됐으니까 모두 나가!”

 

 에트라체가 소리쳐도 시녀들은 물러서지 않았다. 서로의 얼굴을 조심스레 바라보다 서서히 무릎을 꿇었다. 이불 앞에서 속삭이듯 말했다.

 

 “공주님, 결혼식 말인데요….”

 

 “나가! 나가래도!”

 

 “그거 밸로나 백작부인이 다 알아서 처리하셨어요. 소문도 루인 그 놈이 공주님을 함부로 대하셔서 공주님이 거절한 것으로 났답니다.”

 

 “맞아요!”

 

 “….”

 

 시녀들의 위로에 에트라체가 잠잠해졌다. 그러자 시녀들의 안색이 대번에 환해졌다.

 

 “루인 그놈이 실성해서 내뱉은 말은 아무도 몰라요.”

 

 “네! 왕국민들은 공주님의 결정을 칭송하고 있어요.”

 

 “… 그게 정말이야?”

 

 “네! 공주님!”

 

 “제가 지나가면서 말하는 걸 엿들었는데, 차라리 루인 그런 놈과 결혼하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말들이 대부분이었어요!”

 

 “맞아요, 저도 그렇게 들었어요!”

 

 “진짜…?”

 

 에트라체는 얼굴을 쏘옥 내밀었다. 그러자 시녀들이 황급히 그녀의 앞에 과일 접시를 갖다대었다. 과일을 포크로 콕 찌르며 말했다.

 

 “네! 공주님!”

 

 “그러니까 뭐라도 좀 드셔요.”

 

 “공주님이 쓰러지실까 너무 걱정되요….”

 

 시녀들의 걱정어린 시선에 에트라체가 이불을 내렸다. 포크를 들어 과일을 한입 베어먹었다.

 

 “확실한 거지?”

 

 “네에!”

 

 “네!”

 

 에트라체는 시녀들의 위로에 조금은 마음이 풀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또다시 결혼식장에서의 악몽이 에트라체의 머릿 속을 가득 휘감았다.

 

 “이거 저리 치워….”

 

 “공주님….”

 

 “됐으니까 저리 치우라고!”

 

 에트라체가 다시금 이불을 뒤집어썼다. 발로 이불을 차며 마구 소리를 내질렀다.

 

 “으아아아아!”

 

 시녀들은 이제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공손하게 쟁반을 챙겼다. 에트라체의 발길짓을 잠시 바라보다 밖으로 나가는 그녀들이었다.

 

 시녀들이 나간 이후.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이불을 뒤집어쓴 에트라체는 그대로였지만 창밖의 풍경은 급격하게 변화했다. 옅은 햇살이 점점 강해지고 바닥에 진 땅거미가 짧아졌다. 짧아진 땅거미가 점점 길어지고 붉은 노을이 하늘에 가득 드리웠다.

 

 영롱한 달빛이 세상에 드리울 무렵.

 

 에트라체에게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그녀는 이불을 살짝 열어제꼈다. 침대에 앉아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깨어… 났을까?”

 

 살짝 중얼거린 에트라체는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화들짝 놀랐다. 지금 자신의 생각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너, 너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그 미친 놈을….”

 

 에트라체가 머리를 주먹으로 쳤다. 자꾸만 떠오르는 루인의 모습을 없애려 애썼다. 하지만 루인의 모습은 머릿 속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이 눈, 이 코… 진짜 에트라체가 맞는거지? 그렇지?]

 

 불결하게도 얼굴을 더듬거렸던 루인이었지만, 그가 보여준 눈빛이 이상하게도 잊혀지지 않았다. 마치 누군가를 간절히 그리워하는 듯한… 뭔가 환희에 가득찬 듯 영롱하게 빛나던 눈빛.

 

 “에트라체 너 왜 이래? 잊자, 잊어….”

 

 하지만 잊으려 할수록 루인의 눈빛은 더욱 선명히 떠올랐다. 시간이 흘러 에트라체는 잊혀지지 않는 그 눈빛의 의미를 확인해볼 필요성을 느꼈다.

 

 “안되겠어, 백작가에 가봐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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