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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흥분하지마
작가 : 마루터기
작품등록일 : 2020.9.15

페로몬이라는 특이체질이 유전으로 내려오는 집안에 태어난 지윤.
원래는 남자에게만 내려오는 체질이 집안에서 최초로 여자인 지윤이 그 체질을 받게 된다.
어릴 적 사건으로 인해 남자를 무서워 하고, 그 후 페로몬 조절할 시기를 놓친다.
페로몬 조절이안되, 늘 페로몬을 방출하는 지윤. 그로인해 더더욱 사람을 만날 수 없게 되고, 남성 공포증을 가진 채 혼자만의 세상에 갇혀 12년 동안 칩거한다. 그런 지윤에게 나타난 여성 혐오증 환자 우진.

"나는 너한테 반응이 없어. 흥분이 안돼."

 
2화- 진짜 안 섰어? 솔직히 말해봐.
작성일 : 20-09-15 06:02     조회 : 213     추천 : 0     분량 : 8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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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더힐 아파트

 

 

 

 우진은 쓰러지는 지윤을 안았다.

 

 

 “이봐요!”

 

 

 지윤은 우진을 바라보다 이내 눈을 감고 기절했다.

 

 

 ‘하...이 여자 진짜 뭐지?’

 

 

 우진은 고민됐는지 안고 있는 그 자세 그대로 멈춰 잠시 고민하더니, 지윤을 안아 들어 자신의 침대로 데려가 눕혔다.

 잠시 서서 지윤을 바라보다가 집에서 나왔다.

 

 

 지이잉~지이잉~

 

 

 아까부터 계속 울리는 핸드폰 진동 소리에 귀찮다는 듯이 전화를 받았다.

 

 

 “왜 이렇게 전화야.”

 

 

 강우 다급하게 말한다.

 

 

 “전화 안 하게 생겼냐? 너 어디야? 집에서 바로 나왔어?!”

 

 

 “나왔어. 근데 집에 있는 여자는 뭐야?”

 

 

 “하-다행이다. 지훈이 동생인데 잠시 사정이 있어서, 너 병원에 있는 동안 잠깐만 니 집에 있으라고 했어.”

 

 

 “아니, 그럼 미리 말을 해 주던지.”

 

 

 “니가 병원에서 나갈 줄 몰랐지. 지윤이는 어쩌고 있어? 바로 나온거야?”

 

 

 “몰라. 갑자기 소리 지르더니 혼자 쓰러졌어.”

 

 

 “뭐?!! 쓰러져?! 너...아무짓도 안했지?”

 

 

 우진은 강우의 말에 기가찼다.

 

 

 “뭔 짓?!”

 

 

 “아니, 그러니까...혹시 지윤이를 만진다거나?”

 

 

 “뭔 개소리야!!!”

 

 

 “아. 아니, 니가 이해 좀 해줘. 너도 아까 지윤이 만나고 솔직히 반응 왔을 거 아니야...”

 

 

 “뭔 반응?”

 

 

 “우진아. 그건 이상한 게 아니야 본능이지.”

 

 

 “뭔 소리냐고.”

 

 

 “너 지윤이 근처에 있었으면...발기 했을거 아니냐고.”

 

 

 “뭔기? 미쳤어?!!”

 

 

 자신의 집을 함부로 빌려줘 놓고 변태 취급까지 하다니 진짜 적반하장이었다.

 아니, 탑 연예인인 자신과 알지도 못하는 여자가 20분도 안되는 시간에 그럴일이 있을거라고 생각하다니, 어이가 없었다.

 

 

 “진짜 안 섰어? 솔직히 말해봐. 사정이 있어서 그래.”

 

 

 “아무리 사정이 있다고 해도 이게 뭔 개소리냐고. 아 됐고, 일단 지금 당장 병원으로 와!”

 

 

 우진은 전화를 끊고 택시를 잡아탔다.

 

 

 

 

 ***

 

 

 

 

 유앤미 엔터테인먼트

 

 

 

 180 중반으로 보이는 큰 키에 부드러운 이미지의 지훈.

 바쁜지 넥타이를 풀어헤치고 셔츠 단추를 두 개 푼 상태로 다리를 꼬고 일에 집중하는지 인상을 쓰며 서류를 보고 있다.

 

 

 따르르르~ 따르르르~

 

 

 벨소리가 울리자, 전화를 받는 지훈

 

 

 “어 강우야.”

 

 

 “야! 지훈아 큰일났어!”

 

 

 지훈은 강우의 호들갑에 개의치 않았다.

 

 

 “뭐, 누가 또 스캔들 냈어?”

 

 

 “아니! 우진이가 지갑 가지러 집에 갔었는데-”

 

 

 지훈은 강우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벌떡 일어나 차 키를 들고 바로 뛰어나간다.

 

 

 “병원에 있어야 될 애가 왜 집에 간 거야?! 너 똑바로 케어 못해?!!”

 

 

 “일단 바로 나오라고 했는데...너도 우진이 상태 알잖아. 아무 일 없을 거야.”

 

 

 “야! 너야말로 지윤이 상태 몰라? 그냥 여자 싫어하는 거랑 본능이랑 그게 같냐고! 계속 연락해봐 빨리!!”

 

 

 지훈은 주차장으로 뛰어가 시동을 걸고 빠르게 건물을 빠져나갔다.

 

 

 ‘하... 지윤아...’

 

 

 

 

 

 ***

 

 

 

 인더힐 아파트

 

 

 

 지훈 급하게 비밀번호를 누르고 급하게 집으로 들어간다.

 

 

 “지윤아! 지윤아!”

 

 

 지훈은 미친 듯이 집안을 뒤지며 지윤을 찾았고, 우진의 방 침대에 누워있는 지윤을 발견했다.

 지훈은 축 쳐져 누워있는 지윤을 바라보니, 가슴이 아려왔다.

 

 

 ‘오빠가 미안해... 너를 이렇게...만들어서...’

 

 

 지훈은 지윤의 곁에 다가가 침대에 걸터앉았다.

 인기척에 눈을 뜬 지윤은 주위를 살펴보다가, 자신의 상황을 인지했는지, 눈물을 쏟기 시작했다.

 

 

 “흡- 흐..흑...”

 

 

 지윤이 진정이 안되자, 페로몬이 평상시보다 더 많이 분출되었다.

 지훈은 이 때문에 온 몸이 따가웠다. 하지만 절대 티 내지 않고, 옆에서 지윤의 등을 쓰다듬어 줬다.

 

 

 “지윤아. 괜찮아...괜찮아...”

 

 

 지윤은 한 참을 울다가 지쳤는지 축 쳐졌다.

 지훈은 그런 지윤을 베개에 기대게 해주고 자리에서 일어나 거실로 나갔다.

 지윤의 캐리어를 찾고 그 안에 있는 작은 약통을 꺼내 알약 하나를 집어 물과 함께 가지고 지윤이 있는 방으로 들어간다.

 

 

 “지윤아. 오늘은 약 먹고 자자.”

 

 

 지윤 지훈을 한번 바라보더니 약을 받아서 먹는다.

 

 

 “...응.”

 

 

 지훈은 지윤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토닥였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지윤이 약에 취해 잠이 들자, 그런 지윤을 안쓰럽게 바라보던 지훈은 침대 옆 작은 조명을 켜주고 조용히 문을 닫고 나왔다.

 방에서 나오자, 바로 강우에게 전화하는 지훈.

 

 

 “어디야?”

 

 

 “나 지금 우진이 병원이야.”

 

 

 “나도 지금 거기로 갈게.”

 

 

 지훈은 전화를 끊고, 집에서 나간다.

 

 

 

 

 ***

 

 

 

 

 강남 대학병원 vip병실

 

 

 

 

 강우 병실에 앉아 지훈과 전화를 끊고 한숨을 쉰다.

 

 

 “하- 미치겠네.”

 

 

 강우가 고민하는 그때 우진이 들어왔다.

 우진은 강우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소리쳤다.

 

 

 “뭐야 이게!!”

 

 

 “그냥 받아들여.”

 

 

 “뭘 받아들여?! 왜 갑자기 내가 변태 취급을 받아야 되냐고? 내 집을 내 동의 없이 빌려주고, 쓰러지는 애 잡아서 내 침대에 눕혀주기까지 했는데 칭찬은 커녕 이게 뭐야? 아~이게 그건가? 물에 빠진 사람 구해줬더니 보따리 내놓으라고 하는 그거? ”

 

 

 

 “물론 그 점은 칭찬해. 뭐? 니 침대를 빌려줬다고? 니가 눕혔어?!”

 

 

 강우는 우진이 침대를 제3자에게 내어줬다는 것에 놀랐다.

 우진은 절대! 절대 그럴 일 없는 인간이였기 때문에.

 자기 앞에서 넘어지는 사람이 있으면 살포시 몸을 비틀어 자신의 몸에 다른 사람의 손 이 닿지도 못하게 피하는 인간인데.

 강우가 놀라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 그러니까 말해. 지금 이 상황 뭔지.”

 

 

 강우는 우진의 곁에 다가가 냄새를 맡으며 의심스럽다는 표정으로 우진을 보며 말했다.

 

 

 “근데 너 정말 지윤이 만났어? 근데 아무 반응 없었다고?”

 

 

 우진 짜증내며 말했다.

 

 

 “아니, 이해가 되게 말해. 아까부터 무슨 말도 안되는 반응 타령이냐고?”

 

 

 “하...지금 솔직히 내가 더 이해가 안가...너 진짜 고자야?”

 

 

 우진은 화도 안났다.

 지금 이 상황이 설마 꿈 인건가 싶기도 했다.

 꿈이 아니라면 지금 앞에 있는 이 형이 정말 미친 거라고 밖에 볼수 없었다.

 

 

 “개소리 말고. 빨리 말해 뭐냐고.”

 

 

 “기다려 지금 지훈이 오고 있으니까. 지훈이한테 직접 들어. 그 남매 얘기라서 나는 말 못해.”

 

 

 “하- 진짜.”

 

 

 우진은 침대에 앉아 강우를 째려봤다.

 10분 뒤 지훈이 병실로 들어왔고, 지훈을 보자마자 따지려고 했던 우진은 지훈의 어두워진 얼굴을 처음 봐서인지 전의를 상실했다.

 

 

 “하...형. 내가 형 오면 물어볼거, 따질 거 엄청 많았는데, 왜 형이 죽을상을 하고 들어와요.”

 

 

 “우진아, 미안하다. 근데 혹시 무슨 일 없었지?”

 

 

 “...네.”

 

 

 우진은 지훈의 물먹은 것 같은 목소리에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강우는 지훈을 보더니 어깨를 툭- 치고 말했다.

 

 

 “잠깐 나가서 얘기 좀 하자.”

 

 

 지훈은 대답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우진아, 오늘은 형들 갈게. 내일 얘기하자.”

 

 

 “내일은 형이라도 어느 정도 설명을 해야 될 거야.”

 

 

 우진의 짜증난다는 듯한 표정에 강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

 

 

 

 

 

 병원 비상구

 

 

 강우와 지훈은 비상구에 들어간다.

 지훈이 울적해하자, 강우는 한숨을 쉬고, 사과를 한다.

 

 

 “미안하다. 내가 우진이한테 미리 말했어야 했는데...”

 

 

 “니 잘못 아니야. 알잖아. 내가 원인인거.”

 

 

 강우는 지훈이 자신을 자책하기 시작하자, 일부로 화제를 돌렸다.

 

 

 “니들 할아버지는? 아직도 연락안돼?”

 

 

 “어. 하- 진짜.”

 

 

 “니 할아버지 능력 정도면, 지윤이를 고쳐주던지. 적어도 일반적으로 생활 할 수있게 데리고 다니면서 훈련이든 교육이든 시킬 수 있는거 아니야?”

 

 

 “그럴 것 같은데... 아버지 돌아가시고 사라지셨다가 지윤이가 성인 될 때 쯤 와서 운전면허증 하나 달랑 따게 해주고는 다시 사라지셨어. 그때 지윤이 데리고 다니신 거 보니까 분명히 조절시켜 주실 수 있을텐데...”

 

 

 “지윤이 운전면허 있어?”

 

 

 “응. 지윤이 성인될 때, 갑자기 나타나셔서 운전면허 따게 하고는 따자마자, 또 사라지셨어.”

 

 

 “근데 원래 지윤이라면 끔찍하신 분이 왜 자꾸 사라지는거야?”

 

 

 “아버지 돌아가시고 나서부터 좀 변하셨지...갑자기 사라졌다가 나타나고 또 사라졌다가 나타나고. 근데 지금 신기록 갱신이야 메일 확인도 안 하셔. 오죽하면 혹시 돌아가신거 아닌가 하고 신고까지 했어.”

 

 

 “그래서?”

 

 

 “멕시코에 있다고 뜨는데. 솔직히 정확하진 않긴 해도 살아계신 건 맞는 것 같아.”

 

 

 강우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지훈을 바라보며 물었다.

 

 

 “근데 지훈아, 궁금한 게 있는데 왜 우진이한테 지윤이 냄새가 안 나지?”

 

 

 “뭐?”

 

 

 “아니, 우진이한테서 지윤이 냄새 안 나길래 좀 이상하더라고 원래 지윤이가 있던 공간에 있으면 조금이라도 나야 하는 거 아니야? 근데 심지어 우진이가 쓰러진 지윤이를 안아서 침대에 눕혀주고 왔다고 하더라고.”

 

 

 “뭐?! 지윤이를 만졌다고?”

 

 

 생각해보니 이상했다.

 정말 우진에게 지윤이의 어떤 체취도 느낄 수 없었는데.

 지윤이와 단 30초 아니, 더 짧은 시간을 함께 해도 지윤의 체취가 남게 될 텐데.

 생각해보니 병실에 들어갔을 때 우진에게서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지윤이 체취 감추는 거 너네 집안 사람들만 가능한 거 아니야?”

 

 

 “그렇긴 한데...”

 

 

 지훈은 혼란스러웠다.

 집안 사람들 외엔 지윤의 체취를 숨길 수 없는데.

 우진은 어떻게 그게 가능했다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우진이가 지윤이한테 아무 반응이 없었다고 했어.”

 

 

 “그럴 수 있나...? 본능인데?”

 

 

 “그런 일이 일어났잖아.”

 

 

 지훈과 강우는 서로 다른 의미로 고민에 빠졌다.

 강우는 고민하다가 말했다.

 

 

 “지훈아 만약에 아무 문제가 없으면 둘이 만나봐도 되는거지?”

 

 

 지훈은 인상을 쓰며 말했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해.”

 

 

 지훈은 말할 가치도 없다는 듯이 고개를 아예 돌려버렸다.

 

 

 “아니, 둘이 사귀라는 것도 아니고 그냥 인간 대 인간으로 만나보게 하자고. 솔직히 지윤이 입장에서는 사람 만나보면 페로몬 조절하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할 수도 있는거 아니야?”

 

 

 “넌 그게 우진이를 통해서라고 생각 하는거야?”

 

 

 “아니 솔직히 시도는 해볼 수 있잖아. 너도 같이 있으면 되니까.”

 

 

 “근데 우진이 여자 싫어하잖아.”

 

 

 “그렇긴 한데. 지윤이한테는 좀 다른 것 같아서 아무리 니 동생이라고 해도 절대 만지거나 지 침대를 내줄리 없을텐데 내줬다는 건 지윤이한테 0.1%라도 호감이 있다는 거잖아?”

 

 

 지훈은 고민됐다.

 정말 이 방법이 지윤이한테 도움이 될지, 아니면 또 다시 상처를 주게 될지.

 

 

 “일단 우진이랑 얘기해 봐야겠다.”

 

 

 

 

 

 ***

 

 

 

 강남 대학병원 vip 병실

 

 

 

 

 우진 침대에 누워 웹툰을 보고 있다.

 

 

 “아, 이 웹툰 드라마 아니, 영화로 안 만드나? 진짜 노개런티라도 찍고 싶다.”

 

 

 우진이 웹툰에 빠져있는 그때 강우와 지훈이 병실로 들어왔다.

 

 

 “뭐야? 형들 아직 안 갔어?”

 

 

 “응.”

 

 

 지훈은 의자를 당겨 우진의 앞으로 다가갔다.

 당겨온 의자에 앉아 우진을 바라보는 지훈과 그 옆에 서 있는 강우를 보고 우진은 왜 인지 모른다는 표정을 지으며, 둘을 바라봤다.

 

 

 “뭐야. 왜? 뭘 이렇게 봐?”

 

 

 “형이 물어볼 게 있어.”

 

 

 “뭔데 이렇게 진지해.”

 

 

 우진은 지훈의 진지한 표정과 말투에 살짝 긴장됐다.

 

 

 “오늘 형 동생 만났을 때 정말 아무 반응이 없었어?”

 

 

 “무슨 반응? 형도 이상한 말 하려고 그래?”

 

 

 “이거 진지한 문제야. 솔직히 말해줘. 지윤이 보고 어땠어?”

 

 

 “어떻긴 뭘 어때? 놀랐지. 나 보자마자 기겁하고 쓰러지는데 안 놀랄 수 있겠냐고. 근데 난 지금이 더 놀라워 아니 형 동생 쓰러져서 내가 이 아픈 어깨로 받아서 힘들게 침대에 눕혀줬는데 왜 둘다 난리냐고. 아니, 생각해 보니까 진짜 이 사람들 뭐야? 도대체 걔가 뭐 어떻길래 이 난리야?”

 

 

 지훈은 침착하게 물었다.

 

 

 “정말 지윤이를 침대에 니가 눕힌거야?”

 

 

 “아 그렇다니까? 형 동생한테 물어봐.”

 

 

 “너...설마 무슨짓한거-”

 

 

 “아 진짜!!”

 

 

 지훈의 말에 우진은 정말 지금까지 참고 있던 짜증이 발끝부터 올라왔다.

 그런 모습을 보고 강우가 우진을 달랬다.

 

 

 “우진아, 지훈이한테 진짜 사정이 있어서 그래.”

 

 

 “그러니까 그 사정이 뭐냐고! 나도 어느정도는 알아야 이해를 해주지!”

 

 

 지훈은 결심한 듯 우진을 보며 말했다.

 

 

 “형 집안은 좀 특이한 체질이 유전으로 내려오거든? 그게 원래는 남자한테만 내려왔었는데 처음으로 여자인 지윤이한테 그 체질이 내려왔어.”

 

 

 “체질?”

 

 

 “페로몬.”

 

 

 “페로몬? 혹시 내가 최근에 찍은 이성을 유혹하는 향수 그 광고 컨셉? 그거 말하는 거야?”

 

 

 “뭐, 비슷해. 원래 2차 성징이 시작되잖아? 그때쯤 페로몬 조절을 배워서 모든 걸 통제하게 되는데. 형 때문에 지윤이는 그러질 못했어...그래서 지윤이는 10년 넘게 혼자만 있는 세상에 갇혀서 살고 있거든. 하...그러니까 무인도라고 생각하면 되려나...”

 

 

 우진은 이 형이 지금 무슨 말을 하는건가 싶었다.

 하지만 지훈이 자괴감에 빠진 모습으로 힘 없이 말하자, 그냥 없는 이야기라고 만들어낸 이야기라고 하기도 애매했다.

 

 

 “형. 지금 이 말을 내가 그냥 믿기가 좀...”

 

 

 지훈은 한숨을 한번 쉬더니 말했다.

 

 

 “근데 우진이 너 정말 지윤이한테 아무 냄새도 못 맡았어?”

 

 

 “형. 내 코를 보고도 그런말이 나와? 지금 수술하고 하루 지났어. 냄새는커녕 코로 숨도 못 쉬는데 무슨 냄새.”

 

 

 “그래서 반응이 없었나? 아닌데 그래도 분명히 느낌은 들껀데?”

 

 

 “무슨 느낌! 아무 느낌 없었다고. 지금 형들 나 놀리는 거지? 하긴, 그게 말이 돼? 내가 진짜 깜빡 속을 뻔했다. 참나- ”

 

 

 지훈은 잠시 고민하다가 강우를 바라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강우 웃으며 말했다.

 

 

 “지훈아, 그럼 너는 이제 지윤이한테 다시 가보고, 나머진 나한테 맡겨.”

 

 

 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우진아, 어쨌든 오늘 미안하고 고마웠다.”

 

 

 

 “뭐야? 이렇게 얘기하고 끝나는 거야?! 뭐야!”

 

 

 우진은 오늘처럼 어이없던 적은 처음이었다.

 갑자기 자신의 집에 나타난 여자는 자기를 보고 기절을 하고 형들은 피해자인 자신을 변태 취급이나 하더니 이젠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고 갑자기 그냥 가버린다니.

 

 

 이런 우진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지훈과 강우는 우진을 신경쓰지 않고 자기들끼리

 고개만 끄덕이고 병실을 나갔다.

 혼자 남은 우진은 멍하니 문을 바라봤다.

 잠시후 바로 강우가 들어와 우진을 므흣하게 웃으며 쳐다봤다.

 

 

 “뭐야, 왜 저렇게 쳐다봐!”

 

 

 “우진아, 너 지윤이랑 친구해라.”

 

 

 “뭐? 형 오늘 진짜 미친 사람 같애.”

 

 

 “알아. 근데 그냥 형 부탁 좀 들어줘.”

 

 

 “하...아니, 지금 나 꿈꾸는 거지? 오늘 하루가 지금 말이 안되는 일만 있는거 같다?”

 

 

 “알아. 니가 그렇게 느낄 수밖에 없어. 근데 다 사실이야.”

 

 

 “그럼 아까 지훈이 형이 말한 뭐 집안 어쩌구 그것도 진짜란 말이야?”

 

 

 “응. 하늘을 걸고 거짓은 하나도 없어.”

 

 

 “하... 뭐 이 정도면 무슨 뱀파이어는 살아있다. 이런 급인데?”

 

 

 “형이 너한테 거짓말 하는 거 봤냐?”

 

 

 “...”

 

 

 “알아. 니가 믿기 힘든 거 근데 진짜야.”

 

 

 “알겠어. 믿을게 믿는데 걔랑 친구는 왜 하라는 거야? 나보고 걔가 얼마나 기겁을 했는줄 알아?”

 

 

 “야. 그건 이해해줘라.”

 

 

 “뭘 다 이해하래?”

 

 

 “야. 생각해봐 10년 넘도록 거의 지훈이만 만나던 애가 모르는 남자를 만났는데. 안 놀래냐? 그리고 지금 니 얼굴보면 웬만한 사람은 다 놀랠걸?”

 

 

 “하...그러니까 그렇게 나 보고 놀라는 애랑 왜 친구하라고 하냐고.”

 

 

 “넌 지윤이한테 반응이 없으니까 지윤이가 혹시나 너랑 있을 때 조절을 한 게 아닌가 해서 니가 확인해 줄겸?”

 

 

 “내가 왜 확인해 줘야 되는데?”

 

 

 “지훈이 동생이니까?”

 

 

 “생각해 볼게.”

 

 

 우진은 지훈의 동생이라는 말에 할 말이 없었다.

 자신을 지옥에서 꺼내준 게 강우라면 자신을 세상에 살게 해준 건 지훈이였으니까.

 그리고 솔직히 여자라면 혐오하는 자신이 분명 지윤을 만났을 때는 그런 소름돋는 느낌이 들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었으니까.

 

 사실 강우는 지윤과 우진을 만나게 하는 건 정말 지훈과 지윤을 돕기 위한 생각도 있었지만 진짜 이유는 우진 때문이었다.

 여자라면 질색하는 우진이 지윤에게 침대를 내주고 안아주었다는 사실이 우진을 변하게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

 

 

 

 

 인더힐 아파트

 

 

 

 잠들어 있는 지윤.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살며시 침대에 비추고 지윤은 햇살에 눈이 부신지 꿈틀거리다가 눈을 떴다.

 

 

 “아- 앞이 안 보이는거 같애.”

 

 

 

 어젯밤 많이 울어서인지, 지윤의 눈은 퉁퉁 부어있었고, 머리가 멍했다.

 자신의 머리를 콩콩 두드리다가, 주방에서부터 나는 된장찌개 냄새에 방을 나간다.

 거실을 지나 주방에 가니, 지훈이 밥을 차리고 있었고, 식탁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반찬만 놓여 있었다.

 

 

 지훈은 지윤이 주방으로 들어오자, 웃으며 반긴다.

 

 

 “일어났어? 물 먼저 마시고, 오빠가 지윤이 좋아하는 된장찌개랑 계란말이 갈치구이 했어. 이리 앉아.”

 

 

 지훈은 지윤에게 물이 담긴 머그컵을 주었고, 지윤은 컵을 받아 물을 마시며 자리에 앉았다.

 지윤은 자신이 좋아하는 반찬을 위주로 밥을 먹기 시작했고, 지윤이 먹는걸 보던 지훈은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지윤아, 오늘 컨디션 어때? 괜찮아?”

 

 

 지윤은 대답 대신에 고개만 끄덕였다.

 

 

 “어제 무슨 일... 없었지?”

 

 

 지훈은 사실 어젯밤 우진의 말을 들었지만, 1%로의 의심을 버릴 순 없었다.

 지윤은 지훈을 보다가 물을 한번 마시고, 대답했다.

 

 

 “그냥 놀래서 기절했어. 근데 쓰러질 때 그 사람이 나 잡아 준건 기억나.”

 

 

 “괜찮았어? 니 몸에 손 댔는데?”

 

 

 “...응. 그 사람이지? 이 집주인.”

 

 

 “응. 오빠 소속사에 박우진이라는 배우가 있거든? 걔가 이 집 주인이야. 촬영중에 사고가 나서 수술했거든 그래서 얼굴이 좀 무서워 보였을거야.”

 

 

 “얼굴은 기억안나. 그냥 남자가 있다는 거에 놀란거지.”

 

 

 “...다행이 우진이가 여자를 싫어해서.”

 

 

 “왜?”

 

 

 “사정이 있는 것 같은데 아직 오빠도 자세히는 몰라. 그냥 안 좋은 일 같아서 물어보지 않았어.”

 

 

 “그렇구나. 그래서 반응이 없었나?”

 

 

 “그래서 오빠도 그 부분은 좀 특이하다고 생각하고 있어.”

 

 

 “근데 반응이 아예 안 왔데? 아무런?”

 

 

 “응. 그래서 말인데 지윤이 너 혹시 우진이 한 번 더 만나볼 생각 있어?”

 

 

 지윤은 밥을 다시 먹으려다가 숟가락을 든 상태로 인상쓰며 지훈을 쳐다봤다.

 

 

 “미쳤어?”

 

 

 “아니, 어제 우진이한테서 지윤이 니 체취가 느껴지지 않더라고 그건 우리 집안 사람 아니고선 그럴 수가 없잖아?”

 

 

 “정말이야? 오빠도 못 느꼈어?”

 

 

 “응. 혹시 우진이를 통해서 지윤이 니가 컨트롤 하는 걸 터득하게 될 수도 있고, 일단 오빠가 옆에 있을거니까...”

 

 

 지윤은 자신 앞에서 쩔쩔매며 말하는 지훈의 모습을 보며 한숨이 났다.

 아직 오빠를 용서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솔직히 오빠를 미워하지 않는 복합적인 감정이 있기 때문에.

 

 

 “맘대로 해.”

 

 

 지윤은 다시 밥을 먹기 시작했고, 그런 지윤을 바라보고 웃었다.

 

 

 “지윤아, 밥 먹고 있어 오빠 잠깐 전화 좀 하고 올게.”

 

 

 지훈은 우진의 드레스룸으로 들어가 강우에게 전화를 했다.

 

 

 “어 나야. 지윤이한테는 허락받았어. 우진이는 어때?”

 

 

 “우진이도 오케이 할 거 같은데? 일단 병원으로 올래? 나 지금 우진이 병원 다 와가.”

 

 

 “오케이. 지금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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