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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악마가 나를 부르고
작가 : 혜윤
작품등록일 : 2020.9.14

남자친구인 김재연과 오랜 기간 애틋한 연애 중 인 주연주. 둘은 서로에게 각별한 사이로 주변에서 소문난 연인이다. 둘이서 여행을 가는 길에 사고가 발생하여 재연이 죽었다. 연주는 재연을 잊지 못하고 결국 생을 끝내려는 순간, 시간이 반복되어 재연이 살아돌아온다. 그런데 그 이후 재연의 주변에게 이상한 일들이 계속 생기는데...

 
1화
작성일 : 20-09-14 22:54     조회 : 781     추천 : 0     분량 : 7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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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1

 

 

 

 급박하게 응급실에 실려오는 동안에는 아무 생각도 하지 못했다. 주변을 둘러볼 기력도 없었다. 팔인지 옆구린지, 어깨인지 다리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통증만 느껴졌다. 또 꿈인지 현실인지 헷갈릴 정도로 머리가 핑핑 돌았다. 나는 응급실에서 일반병실로 옮긴 후에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저 재연이와 함께 여행을 가려고 했을 뿐이었다. 오랜 만남의 기념을 핑계로 내가 계획한 여행이었다. 한참 업무에 바쁜 재연이에게 부담이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지만, 그는 밝은 표정으로 너무 좋다고 이야기를 했었다. 그렇게 들 뜬 마음으로 재연이의 차를 타고 떠났었다. 그러나 정신 차리고 보니 병원이었다.

 

 때마침 병실에 틀어진 티비에선 뉴스가 방송되고 있었다.

 

 

 - 고속도로에서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화물차의 적재물을 제대로 결박하지 않아 도로 바깥으로 추락하였습니다. 그로 인해 뒷 차량과 충돌이 생기면서 1명이 사망하고….

 

 

 기자의 목소리 뒤로 사고 현장이 영상에 담겼다. 꽤 큰 사고였다. 현장에 납작 찌그러진 재연의 차가 보였다. 저 차 안에 내가 앉아 있었다.

 

 

 “이정도만 다친 게 다행이다 싶다.”

 

 

 엄마가 그렇게 말했다. 차 조수석엔 내가 있었고, 그리고 운전석엔 재연이도 있었다.

 

 

 “엄마.”

 “왜, 뭐 필요한 거 있어?”

 “아니, 엄마. 재연이는?”

 “……”

 “내 폰 어디 있어?”

 

 

 내가 다쳤으면 재연이도 다쳤을 게 분명했다. 어디 병원의 어느 병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지, 얼마나 다쳤는지 알아야했다. 나보다 더 다쳤을지도 모른다. 재연이가 운전을 하고 있었으니까 그럴 가능성이 컸다.

 

 

 “폰은 왜.”

 “빨리 줘.”

 “…사고 날 때 망가졌는지, 안 켜지더라.”

 

 

 엄마는 내 눈을 보지 않고 이야기했다.

 

 

 “그럼 엄마 휴대폰 빌려줘.”

 “왜?”

 “재연이한테 전화해보게. 엄청 다쳤을거야.”

 “…….”

 

 

 내 이야기에 엄마는 입을 다물었다.

 

 

 “엄마?”

 

 

 내가 애타게 불러도 엄마는 얼굴을 돌리지 않았다. 이상한 침묵이다.

 

 머리에선 아까 보았던 장면이 떠올랐다. 반파된 재연의 차를 카메라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화면을 길게 잡았다. 꼼꼼히도 보여줬다. 유달리 재연이가 앉았을 운전석 쪽이 더 심하게 부서져 있었다.

 

 

 “엄마….”

 

 

 마른 침을 삼켰지만 목이 탔다. 엄마는 나를 더는 외면하지 못하고 한 손으로 이마를 한 번 짚었다. 그리고 긴 한숨을 뱉었다.

 

 등줄기가 서늘했다. 엄마의 모든 행동과 표정, 목소리에 온 감각이 집중되었다. 이상한 불안에 맘이 자꾸 뒤숭숭했다. 심장이 이상하게 조여왔다.

 

 

 “연주야.”

 

 

 엄마가 나직하게 불렀다. 엄마가 망설임을 끝내고 나를 쳐다보는 순간 이상하게도 나는 엄마 입을 막고 말하지 말라고 빌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아무 행동도 하지 못했다.

 

 

 “재연이가…, 떠났어.”

 “그게, 무슨 말이야.”

 “…….”

 “엄마.”

 

 

 엄마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몸이 추운 건지, 열이 오른 건지 모를 정도로 가슴 안쪽이 저려왔다. 손 끝이 시렸다. 이불을 치우려는데 손이 덜덜 떨렸다. 병실 침대 내려 가며 슬리퍼를 신으려는데 자꾸 헛발질을 했다.

 심장이 요동쳤다. 자꾸 얼굴에 붙는 머리가 거슬려 잔머리를 귀 뒤로 넘기는데 식은 땀이 손에 흥건히 묻어왔다.

 

 

 “재연이 어디 있어?”

 

 

 나는 숨을 껄떡껄떡 삼키며 겨우 물었다.

 

 

 

 

 병원의 이름이 크게 쓰여진 입원복 차림으로 장례식장을 누비고 다녔다. 같은 병원으로 이송 된 재연이는 병실에 있지 않았다. 장례식장 안에는 특유의 무거움이 존재했다. 검은 옷차림 속에서 유달리 흰색의 입원복은 눈에 띄겠지만, 그런 걸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가장 안 쪽 작은 방에 도달했을 때, 걸음을 멈출 수 있었다. 손님 상도 몇 펼치지 않은 소박한 공간에서 재연의 사진만이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재연아….”

 

 

 내 목소리가 한층 갈라져 있었다. 다리에 자꾸 힘이 풀려 비틀거리는 것을 누군가 내 팔을 잡아 부축했다. 언젠가 만나서 인사했던 재연의 친척이었다. 그의 팔에는 상주를 표시하는 완장을 차고 상복을 입고 있었다. 나는 무엇이든 매달려야 할 것 같아 상주를 붙잡았다.

 

 

 “재연이가 왜 저기 있어요?”

 

 

 검은 액자 속에 재연이의 반듯한 얼굴이 담겨 있었다. 언젠가 취업 준비를 하면서 이력서용 사진을 찍어야 한다며 정장차림에 입가에 미소를 담고 찍은 적이 있었다. 나도 그 모습이 좋아 증명사진 한 장만 달라고 조르기도 했다. 그 증명사진은 내 지갑 안에도 있었다. 저렇게 반듯한 모습을 왜 장례식장에서 봐야 하는지 나는 모든 것을 부정하고 싶었다.

 

 

 “저기에 왜 재연이 사진이….”

 

 

 눈물도 나지 않았다. 거의 절규에 가까운 목소리로 외쳤다.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4년 전인가, 5년 전인가. 예전에 재연이가 상주로 앉아 있던 게 생각이 났다.

 

 대학생활을 마무리하기도 전에 재연이는 일찍 부모님을 여의었다. 그 때도 교통사고였다. 부모님은 여행을 가던 길이었다고 들었다. 재연이는 어설픈 옷차림새로 상주 완장을 차고 장례식장으로 오는 손님들과 인사를 나눴다. 그 땐 나도 3일동안 그의 옆에 붙어 앉아 재연이만 쳐다봤다.

 

 손님이 제법 찾아오는 낮에 재연이는 무던한 얼굴로 맞이했다. 꼬박 밤을 세우고, 지쳐 새우 잠을 자는 와중에도 그는 울지 않았다. 그 때 재연이는 이 모든 상황을 믿지 못하겠다고 했다. 집으로 돌아가면 부모님이 저를 반겨줄 것 같다는 말만 내게 조곤조곤 속삭였다.

 

 한참 울지도 웃지도 않던 그가 무너져 내렸던 건 발인 날이었다. 부모님의 마지막 모습을 보고 온 후에 거의 무너지는 표정을 지었다. 우는 건지 인상을 쓰는 건지 모를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날 밤 모든 일정을 정리하고 나는 재연이의 집으로 함께 돌아왔다. 그는 그제야 굵은 눈물방울을 뚝뚝 흘리면서 주저 앉았다. 나는 그의 품을 끌어안으면서 이제 그에게 더는 이런 불행이 없기를 빌고 또 빌었다.

 

 그러나 내 바람은 애당초 이룰 수 없었던 것 같다. 그 때 그의 눈물자국이 내 옷자락에 스며들어 사라져버린 것처럼, 그에게 애틋한 미래만 있길 바랐던 나의 소원도 허무하게 사라져버린 것 같았다. 그 날의 불행과 슬픔이 떠나지 않고 다시 그의 곁에 머무른 모양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 비극의 단상에 재연이의 사진이 걸려 있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나는 사진을 보면서 그 자리에 주저앉아 속 안에 응어리를 터트리듯 울었다. 내 목소리가 이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사나운 소리가 났다. 가슴을 옥죄는 괴로운 불행이었다.

 

 

 

 

 그 날 이후 퇴원하자 마자 나는 집으로 돌아와 이불 속에 살았다. 엄마는 며칠 동안 혼자 살고 있는 집에 수시로 찾아왔다. 엄마가 오는 시간이 몇 시였는지 가늠되지 않았다. 밤과 낮을 구별하고 시간을 계산할 힘이 없었다. 내가 자면 밤이었다. 눈을 뜨고 있는 시간 동안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넋을 놓고 있었다. 엄마 집으로 가자는 말을 들었지만, 외면했다.

 

 엄마가 그런 날 보는 것을 괴로워한다는 것은 알았다. 그러나 엄마의 마음을 위로하기엔 내 괴로움이 더 컸다. 어느 날 엄마가 집에 커튼을 모두 치워버렸다. 볕 하나 들지 못하게 만들었던 방안에 빛이 들어오자 눈이 부셔 다시금 눈을 감길 반복했다. 엄마는 한 번씩 나를 책망했고, 수시로 나를 안타까워했고, 매일 같이 불안해했다.

 

 

 “연주야, 밥은 먹어야지.”

 

 

 엄마는 늘 그렇게 나를 다독였다. 숟가락 하나 들어볼 생각조차 못하고 멍하니 식탁을 바라보면 엄마는 나를 대신해 수저를 들고 밥을 먹였다. 그러면 나는 입 안에 있는 것을 한 번 씹고, 멍하니 창 밖을 보는 것을 반복했다.

 

 

 “초밥 먹고 싶다.”

 “초밥? 어, 그래. 금방 사 올게.”

 “저기 버스 정류장 근처에 초밥집 있잖아. 거기가 맛있어.”

 “응, 그래. 거기 갔다 올게.”

 “그래서 재연이가 종종 사왔는데….”

 “…연주야.”

 

 

 예전에 재연이가 집에 돌아가면 떠난 이들이 거짓말처럼 있을 것 같다고 속삭이던 말에 이제야 공감했다. 그 땐 재연이가 그저 슬퍼 보이기만 했는데, 이렇게 마음이 허 한 줄은 몰랐다. 그 때 너의 옆에 더 있었어야 했는데, 너의 손을 더 잡아주고, 더 많이 끌어안고, 더 많이 사랑한다 했어야 했는데, 나는 그런 후회만 가슴에 담았다.

 

 

 

 

 재연이는 다정한 사람이었다. 대학생때부터 지금까지 오랜 시간을 만나는 동안에도 그는 늘 한결 같은 모습으로 나를 바라봤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어떤 습관을 가지고 있는지 기억하고 나를 챙겨주던 사람이었다. 그렇게 나를 나로서 좋아해주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제 없는 사람이 되었다.

 

 나는 이 모든 상황이 꿈처럼 느껴졌다. 당장이라도 죽은 재연이 저 문을 열고 들어와 나를 끌어안을 것 같았다. 그럼 나는 원망 아닌 원망과 슬픔을 섞은 목소리로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재연이의 어깨에 기대고 싶었다.

 

 여행지를 그 곳으로 정하지 말 걸, 다른 길로 가자고 할 걸, 아니, 처음부터 그 여행을 가자고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지나간 기념일이 무슨 상관이라고 나는 그렇게 가자고 했을까. 그리고 왜 너는 그렇게 피곤한 눈을 하고서 여행 생각에 즐겁다고 웃으며 말했을까. 너라도 싫다고 하지. 왜 매번, 내 말에는 그렇게 좋다고만 했을까.

 

 머리 속에 수많은 후회와 미련이 가득해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낮에는 울고, 밤에는 넋을 놓았다. 이따금 엄마가 찾아오면 그제야 밥을 먹었다.

 

 부서진 휴대폰을 대신해 엄마가 새 휴대폰을 건네 준 후로 종종 주변 지인들의 전화가 왔다. 대부분 전화는 무시했지만, 문득 재연이가 전화했을지도 모른다는 이상한 생각을 하며 전화를 받을 때도 있었다.

 

 무슨 말이 오갔는지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았다. 그냥 똑 같은 어조로 ‘응’, ‘아니’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저 받은 목소리를 듣고 재연이가 아니네 실망을 하는게 전부였다.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몰랐다. 오늘이 며칠인지, 해가 뜨는지 달이 뜨는지도 관심이 없었다.

 

 

 

 예전에 재연이에게 그런 질문을 한 적 있었다.

 

 

 “너는 내가 없어지면 어떻게 할 거야?”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아니, 아주 만약에.”

 “…만약도 없는 일이야.”

 

 

 재연이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나는 그 때 괜히 웃음이 나서 계속 물었던 것 같다.

 

 

 “내가 헤어지자고 할 수 있잖아.”

 “…어?”

 “아니, 그니까. 진짜 아주 만약에, 아주 먼 미래에.”

 

 내가 그렇게 전제를 반복해 붙이자, 재연이 내 손을 꽉 쥐었다.

 

 “생각도 하기 싫어. 그런 말 하지마….”

 

 

 그는 그렇게 내게 말했다. 내가 당장 헤어지자고 말 한 것도 아닌데 이미 이별통보를 받은 사람처럼 슬퍼했다.

 

 

 “아주, 정말 아주 만약에, 너가 없어진다면….”

 

 

 재연이는 어렵게 입을 열었다. 나는 재연이 슬퍼하고 있는 걸 알면서도 나를 보는 그 모습이 좋아서 재연이를 말리지 않고 오히려 그의 말을 기다렸다. 재연이는 질문 내용에 이입해서 그런 상황을 겪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만약 그런 일이 있다면…, 나도 이 곳에 있을 의미가 없어.”

 

 

 재연이는 나를 쳐다보지 않고 그렇게 이야기했다. 그 말에 나는 그저 웃으면서 그런 게 어디 있냐고 타박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 내 모습에 재연이 되물었었다.

 

 

 “그럼 너는? 내가 만약 없어지면, 연주는 어떻게 할 거야?”

 “난… 계속 너 찾으러 다닐거야.”

 

 

 그 때 나는 가볍게 웃으면서 그렇게 대답했다. 정말 이렇게 너가 없어질 줄은 모르고.

 

 

 

 정신 차리면 늘 밤이었다. 달이 뜨고 지는지가 얼만큼 되었는지도 가늠이 되지 않았다. 나도 모르는 새 시간은 그저 흐르고 있었다. 세상은 예전과 다르지 않았는데, 정작 나는 재연이가 없으니 모든 게 다르게 느껴졌다. 내가 왜 세상에 남아있는지 이유를 찾지 못했다. 무의미의 연속이었다.

 재연이가 이 곳에 없으니, 내가 너를 따라가야지. 나는 그 날 밤하늘을 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 너의 곁으로 가야지, 오로지 그것만 생각했다.

 

 

 

 

 

 * * *

 

 

 “연주야, 연주야…. 제발 눈 좀 떠봐.”

 

 

 내 옆에 눈물 섞인 목소리가 들렸다. 어쩐지 재연이랑 닮은 목소리였다. 재연이가 있는 곳으로 왔을까 나는 정신을 차리려고 했다.

 

 눈꺼풀이 무거워 눈을 뜨기가 힘들었다. 실눈 사이로 빛이 들어왔다. 동시에 주변 소리가 윙윙거리다가 갑자기 나를 집어 삼키듯 귓가에 때려 박았다. 소리가 쏟아졌다. 기계 소리, 사람들이 오가는 소리, 웅성거리는 소리, 누군가 소리치는 소리, 물건이 떨어지는 소리. 나는 그런 것들을 들으며 점점 맑아지는 정신에 여기가 어디인지 알아 차렸다. 응급실이었다. 나는 물 밀 듯 좌절감이 몰아쳤다. 살아버렸다.

 

 그 순간 내 옆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연주야…?”

 

 

 나는 눈가가 파르르 떨려 제대로 뜨지 못하고 몇 번이고 눈을 깜빡였다. 그 흐린 시야로 남자의 얼굴이 보였다. 재연이랑 닮았네….

 

 

 “연주야, 보여? 나 보여? 정신이 들어?”

 

 

 …재연이다.

 

 

 “선생님! 여기, 여기 좀 봐주세요!!”

 

 

 진짜 재연이다.

 

 

 “재연아….”

 

 

 나는 치솟는 의구심을 품고 떨리는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응. 어디 아픈 것 같아?”

 

 

 그러자 그가 대답했다. 아무리 불러도 들리지 않을 것 같던 목소리와 그리워도 볼 수 없었던 표정으로 재연이가 대답했다. 꿈을 꾸고 있는 걸까. 아니면 죽기 전에 환상 같은 걸까.

 

 

 “…재연아.”

 

 

 나는 불러 놓고 아무 말없이 보고만 있었다. 그런 내가 의아했는지 재연이는 계속 나를 살펴봤다.

 

 

 “미안해.”

 

 

 재연이가 대뜸 사과를 했다. 그의 말 끝이 떨렸다.

 

 

 “내가 운전을 잘 했어야 했는데.”

 “어?”

 “우리 여행은 다음에 가자. 내가 더 좋은 곳으로 예약할게. 일단 너 치료부터하고….”

 “여행?”

 

 

 나는 한참 재연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여행이라고?”

 “응. 그래도 다행이야, 네가 많이 안 다쳐서.”

 “나 지금 이해가 안 가.”

 

 

 재연이는 가만 내 손을 꽉 잡았다.

 

 

 “우리 여행 가고 있었잖아.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 났었어. 내가 적재물 피하려다가….”

 

 

 재연이는 이전에 사건을 읊고 있었다. 분명, 그 사고로 너를 잃었었는데.

 

 

 “내가 사고 때문에 여기 있는 거라고?”

 

 

 나는 뛰어내렸다고 생각했는데, 재연이는 교통사고라고 했다. 나는 그제야 주변을 둘러봤다. 그 때 내가 입원했던 병원 응급실이었다.

 

 

 “내 휴대폰 어디 있어?”

 “잠시만.”

 

 

 재연이가 한 쪽에 두었던 내 가방을 들어 휴대폰을 건넸다. 그 때 고장나 전원이 들어오지 않았던 휴대폰이었다. 전원버튼을 누르자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휴대폰은 반짝거리며 불을 밝혔다. 그리고 액정에 뜬 날짜는 사고 났던 그 날이었다.

 

 나는 정신없이 뉴스 기사를 검색했다. 재연이 옆에서 자꾸 나를 불렀지만 개의치 않았다. 기사는 짧게 적혀 있었다.

 

 

 [고속도로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화물차의 적재물을 제대로 고정시키지 않아 도로 위로 쏟아지면서 사고가 난 것으로 확인된다. 이 사고로 사망자는 없으나, 3명이 경상을 입었다. ….]

 

 

 나는 고개를 들어 재연이를 바라봤다. 재연이는 걱정스러운 눈으로 나를 살폈다. 그는 죽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그 날의 사고로 돌아왔다.

 

 그러면 그 때 그 모든 게 꿈이 아닐까…. 그래 모두 꿈이었다. 내가 사고로 이 곳으로 오는 동안, 나는 우리가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재연이가 세상을 떠나는 꿈을 꾼 것이다. 너무 생생해서 순간 현실을 분간하지 못했을 뿐이었다. 분명,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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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화 2020 / 9 / 14 782 0 7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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