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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아이돌스토리
숨은 달 Hidden Moon
작가 : 덧니
작품등록일 : 2020.8.14

"어둠 속에서 별을 찾으려면 달은 구름 뒤에 숨어서 적당히 비춰주면 돼.
그래야 별이 어디 있는지 찾을 수 있잖아.
구름 뒤에 숨은 달이 되어서 길도 찾아주고, 별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어."

 
Episode 13 : 감정
작성일 : 20-09-14 17:39     조회 : 247     추천 : 0     분량 : 5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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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진우 story >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비가 세차게 내리던 날, 우연히 편의점에서 누나와 마주쳤다.

 

 그날 연습실에서 연습하다가 은우 형이 간식 사러 편의점에 간다고 하길래 형을 따라나섰다. 편하게 나가려고 했는데, 은우 형이 퇴근 시간이라 사람들이 알아볼지도 모른다고 마스크를 쓰고 나가자고 했다. 형 말대로 마스크를 쓰고 편의점에 가서 간식을 고르는데 비가 쏟아졌다. 형과 간식을 나눠 들고, 편의점 문 앞에서 각자 우산을 펼쳤다.

 

 그때 한 여자가 서류 봉투를 끌어안고 편의점 문 앞으로 달려왔다.

 

 설이 누나였다.

 

 “오후에 비 안 온대서 우산 안 챙겨왔는데, 이게 뭐야? 서류 다 젖겠네.”

 

 은우 형에게 간식을 넘겨주며 곧 뒤따라갈 테니, 먼저 가라고 하고, 누나에게 말을 걸었다.

 

 “저, 어디까지 가세요? 근처면 모셔다드릴게요.”

 

 내가 말을 걸자, 흠칫하는 설이 누나. 의심쩍은 눈초리로 날 바라봤지만, 이내 근처 소속사 연습생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S 엔터테인먼트에 가야 하는데, 가는 길이면 우산 같이 써도 될까요?”

 “저도 그쪽으로 가요. 우산 같이 쓰고 가요.”

 

 다행이라는 표정으로 누나가 내 옆으로 다가왔다.

 

 “감사합니다. 서류를 급하게 가져가야 하는데, 덕분에 시간 맞춰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편의점에서 S 엔터테인먼트까지 걸어서 10분 거리. 걷는 내내 우리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누나 옷이 젖지 않도록 우산을 누나에게 씌워주느라 후드티 어깨 부분이 많이 젖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S 엔터테인먼트 정문에 도착하자, 누나는 다시 내게 인사를 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서류도 젖지 않고, 저도 잘 도착했어요!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급한 일이라고 하셨으니, 얼른 들어가세요! 저도 가는 길이라 같이 온 거니, 신경 쓰지 마세요.”

 “다시 만나게 되면 제가 꼭 이 은혜 갚을게요! 감사합니다! 조심히 가세요!”

 

 내게 꾸벅 인사를 하고, 누나는 사무실로 뛰어 들어갔다.

 

 사실, 우리 소속사랑 S 엔터테인먼트는 걸어서 20분 거리이다. 편의점이 각 소속사 사무실의 중간 지점이었다. 20분이나 걸어서 연습실에 도착했을 때는 후드티가 거의 다 젖어 있었지만, 누나와 대화를 할 수 있어 좋았다. 다음에 만나면 꼭 아는 척해야지.

 

 그날 이후 누나를 길에서 마주치는 일은 없었다. 지나가다 우연히 보면 인사라도 하려고 했지만, 그것도 쉽지 않았다. Say 형과 연락도 자주 하고, 지인들과 모인 적도 있지만, 누나는 볼 수 없었다. 그렇다고 형에게 누나를 만날 수 있는지를 물을 수도 없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해가 바뀌었다.

 

 

 .

 .

 .

 

 연초는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마스크를 쓰고 오후에 연습실로 향하는데, 멀리서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설이 누나였다.

 누나는 10대 후반의 남자들 5명과 함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나와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이쪽으로 가면 AB 선배님들 소속사인가요?”

 “네, 맞아요! 다들 AB는 알죠?”

 “AB 선배님들 춤 진짜 잘 추시던데!”

 “AB가 노래도 잘하고, 랩도 잘하고, 그룹에서 자체 프로듀싱하는 그룹으로도 유명하지만! 춤 잘 추는 그룹으로도 유명하죠!”

 “맞아요! 저희도 그런 그룹이 되고 싶어요!”

 

 점점 가까워지는 누나와 남자들. 이러다 마주칠 것 같아서 고개를 푹 숙이고 걸어갔다.

 

 “근데 저희 AB 선배님들 소속사 문 앞까지만 가요?”

 “요즘 고등학교에서는 명문대학교 캠퍼스 탐방을 해요. 고등학생 때 대학교 캠퍼스 탐방을 하면서 ‘나도 이 학교에 다니고 싶다’라는 마음을 심어주고, 공부하는데 자극이 될 수 있도록 학교에서 일부러 캠퍼스 투어를 추진한대요. 그런 의미에서 우리 레어(RARE)들한테는 근처 아이돌 소속사 투어를 다니는 거예요! 제가 각 소속사 내부까지는 구경시켜줄 수는 없고, 대신 밖에서 같이 소속사 구경하면서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그들을 스쳐 지나가면서 들은 대화는 생각보다 훈훈한 대화였다. 나 역시 연습생 시절, 자신감도 없었고, 하루하루가 너무 힘들었는데, 누나가 일하는 소속사 연습생들이 부러웠다. 연습생의 무기력함을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정말… 그것만큼 위로가 되는 건 없다.

 

 이대로 연습실로 들어가면 누가 봐도 ‘내가 바로 AB다’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 소속사 옆 카페로 갔다. 어차피 당장 들어갈 수는 없으니, 멤버들 몫까지 해서 음료 주문해야지.

 

 주문한 음료를 기다리면서 소속사 앞에 있는 그들을 지켜봤다.

 

 “누나는 AB 선배님들 본 적 있어요?”

 “아니요, 저도 본 적 없어요. 제가 듣기로는 3층이 AB 연습실이래요!”

 “우와! 창문에 막 그림자 보이는데, 선배님들이겠죠?

 

 우리 연습실이 어디에 있는지도 다들 아는 건가…? 앞으로 창문 잘 닫고 연습해야겠다…

 

 “자, 그럼 다음 장소로 이동할까요?”

 “네!”

 “나중에 꼭 AB 선배님들이랑 같은 무대에 서게 해주세요! 제발요!”

 

 어느새 그들은 우리 소속사 앞을 떠나고 있었다. 이때다 싶어서 음료를 들고 후다닥 연습실로 들어갔다.

 

 “엥? 진우 언제 왔어? 커피도 사 왔네?”

 

 재현이 형이 내 손에 들린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가져가며 물었다.

 

 “그러게. 진우 언제 왔어? 나도 아이스 아메리카노 가져갈게.”

 “어? 나도 아이스 아메리카노!”

 은우 형과 휘도 남은 아이스 아메리카노 2잔을 가져갔다.

 

 이렇게 마주칠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왜 하필 오늘이야? 연습할 때는 편하게 다니는데, 왜 하필 오늘이야!?

 

 다음에는 멀쩡한 모습으로 마주치고 싶다. 아니, 다음이 있기는 한 걸까?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다시 누나를 마주치는 일은 없었다. 우리도 해외 공연 때문에 6개월 정도는 한국에 없었지만, 가끔 연습실에 가는 날이 있어도 누나는 보이지 않았다.

 

 그저 타이밍이 맞지 않았던 것뿐일까? 그랬으면 좋겠다.

 

 해외 공연이 완전히 끝나고 귀국한 다음 날이었다. 연습실에서 멤버들과 둘러앉아 다음 앨범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누군가 연습실 문을 노크하고 들어왔다. 매니저 형이었다.

 

 “너희 그거 알아?”

 “무슨 일 있어요?”

 

 매니저 형의 심각한 표정을 본 재현이 형이 물었다.

 

 “S 엔터테인먼트에서 신인 아이돌 그룹이 나온대.”

 “언제요? 언제 나온대요?”

 “내년 초에 데뷔할 것 같대.”

 “대박! 그럼 우리 말고 힙합 아이돌이 하나 더 늘어나는 거네요?”

 

 그때 내가 봤던 사람들일까? 누나도 함께 일하는 걸까?

 

 “너희 이 근처에서 S 엔터테인먼트 연습생들 본 적 없어? 10대 남자애들 5명이 종종 몰려다닌다고 하던데?”

 “아니요, 본 적 없어요.”

 “재현이 형뿐 아니라, 우리 모두 봤을 리 없죠! 어제 귀국한걸요!”

 “맞아요! 우린 연습실에서 잘 나가지도 않기도 하고요.”

 

 멤버들이 하나같이 본 적 없다고 하자,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 쏠렸다.

 

 “뭐야? 나?”

 “진우는 본 적 없어?”

 “아… 내가 본 사람들이 그 연습생들인가 그럼?”

 “뭐야? 형은 어디서 봤어? 맨날 우리랑 다녔잖아!”

 

 휘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으응… 올해 초에 연습실 오다가 봤어.”

 “대박! 왜 말 안 했어?”

 “그땐 어느 소속사 연습생인지 몰랐으니까… 근데 매니저 형이 말하는 거 들으니까 왠지 그 사람들 같아서…”

 “걔네 Say가 프로듀싱해준대.”

 “헐! 부럽다!”

 

 Say 형이 프로듀싱 하는구나.

 

 “진우야, 너 작년에 나랑 카페 가다가 우연히 마주쳤던 S 엔터테인먼트 직원 기억해?”

 “기억하죠. 형, 왜요?’

 “그 사람이 그 신인 아이돌 전담팀이라고 하더라.”

 

 아, 그래서 그때 누나도 그 사람들이랑 같이 있었던 거구나.

 

 

 “걔네 국내 데뷔하고, 해외에서도 활동하려고 S에서 열심히 준비한다더라.”

 “와, 역시 요즘은 다들 해외 활동하나 봐요.”

 “그리고 다들 정말 잘해. 잘생기고 실력 좋은 애들이 너무 많아. 이러다 우리 자리 없는 건 아니겠지?”

 “우리가 벌써 5년 차니까, 그 친구들한테는 대선배님이겠네요.”

 “근데 나 오기 전에 뭐 하고 있었어?”

 “아, 저희 앨범 이야기하고 있었어요! 휘가 만들어둔 노래들 다 같이 들었어요!”

 

 은우 형이 휘 노트북을 가리키며 답했다.

 

 “내가 방해했구나. 난 가볼게. 다시 회의해!”

 “어, 형, 벌써 가요?”

 “너희 회의 해야지.”

 “형, 온 김에 저녁…”

 “회의하고 숙소로 와. 먹고 싶은 거 시켜놓을게. 먼저 간다.”

 

 매니저 형이 떠나고, 정적이 찾아왔다.

 

 “형들, 마저 듣고 이야기할까?”

 “그래, 일단마저 듣자.”

 

 휘가 틀어준 노래를 들으며, 멤버들과 앨범 관련 회의를 했다. 오랜만에 컴백하는 만큼 이를 갈고 나왔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한참 노래를 듣다가 조금만 쉬었다가 다시 하자는 재현이 형 말에 다들 연습실에 누웠다. 저녁 메뉴에 관해 이야기하는 멤버들과는 달리 내 머릿속에는 설이 누나 생각만 났다. 신인 아이돌 그룹이랑 일하면 나랑 마주칠 확률도 높아지는 걸까?

 

 “…우야! 진우야!”

 “아, 깜짝이야! 재현이 형 왜?”

 “무슨 생각을 하길래 우리가 부르는 소리도 못 들어?”

 “형아, 형은 뭐 먹고 싶어?”

 “나랑 휘는 치킨 먹고 싶다고 했고, 재현이는 떡볶이 먹고 싶대. 너는?”

 “아, 나도 치킨.”

 “그럼 매니저 형한테 치킨 먹는다고 이야기할게?”

 “휘야, 네가 연락할 거야?”

 “응. 내가 매니저 형한테 전화할게.”

 

 매니저 형에게 전화하러 가는 휘와 휘를 따라서 연습실을 나가는 은우 형을 바라보며 재현이 형이 물었다.

 

 “무슨 일이야? 무슨 고민이야?”

 “고민은 무슨, 그런 거 없어.”

 “아닌데? 우리 진우 생각이 많은 표정인데? 들어줄게. 무슨 일이야?”

 “아니야. 그런 거 없어.”

 “형이 들어줄게! 지금이야! 은우 형도 없고, 휘도 없다고!”

 

 재현이 형이 내 쪽으로 귀를 갖다 대는 순간 연습실 문이 열리고, 은우 형과 휘가 들어왔다.

 

 “둘이 뭐해?”

 “무슨 비밀 이야기해요? 나도 들을래!”

 “나도, 나도! 나도 듣고 싶다!”

 “무슨 비밀 이야기야? 그런 거 없어!”

 “그럼 재현이는 왜 진우한테 귀를 갖다 댄 거야?”

 “사실은 치킨이 아니라, 떡볶이가 먹고 싶었던 거 아니냐고 물어봤거든 내가.”

 “아니야! 진우 형은 그런 거로 거짓말 안 해요! 형도 치킨이 먹고 싶었던 거야!”

 

 재현이 형 덕에 은우 형과 휘는 저녁 메뉴 이야기로 넘어갔다. 재현이 형은 진짜 내 표정만 보고 다 아는 건가? 표정을 숨길 방법은 없을까…?

 

 .

 .

 .

 

 2025년 2월, S 엔터테인먼트 신인 아이돌 그룹 RARE가 데뷔했다. Say 형이 프로듀싱한 RARE는 혜성처럼 가요계에 등장해서 음원 사이트 1위까지는 아니었지만, 상위권에 장기간 머물렀다. 음악방송 1위는 물론, 각종 예능에 출연했다.

 

 한 달간의 활동이 끝난 후, 그들은 해외 공연하러 간다고 들었다. RARE 전담팀인 설이 누나도 일하느라 바쁘겠지. 정말 올해는 한 번도 누나를 멀리서 본 적도, 우연히 마주친 적도 없네.

 

 혼자서 감정을 조금씩 키워가고 있을 때쯤, 대표님께 솔로 앨범 제안을 받았다. 원한다면 다른 가수에게 피처링을 부탁해도 되고, 프로듀싱을 부탁해도 좋다는 대표님 말씀을 듣자마자 Say 형에게 작업을 부탁드렸다. 그리고 형은 흔쾌히 내 부탁을 받아들였다.

 

 Say 형과 작업을 하게 되었다는 설렘은 잠시, 누나를 보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는 진짜 형과 작업하는 거니까, 누나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작가의 말
 

 너와 나 사이에 미묘한 감정이 흘러 이젠 나는 그걸 사랑이라고 불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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