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
 1  2  >>
 
자유연재 > 아이돌스토리
우주 끝 그리고 시작
작가 : 퍼플오션
작품등록일 : 2020.9.12

아이돌. 누군가에게는 우상이자 누군가에게는 그 시대의 꽃을 보여준 상징적인 의미. 작은 일에도 관련 기사는 수도 없이 나오고 모르는 사람들에 의해 이미지가 결정되며 또 인기를 얻기도 한다. 어떤 사소한 일에도 노출되어 사는 그들에게는 사생활의 경계를 잃은 지는 오래. 빠짐없이 보도되는 현재의 세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돌 꿈을 이루기 위해 청춘이라고 말하는 10대, 20대를 모두 붓고 나면 그다음은 어떤 끝이 있을까? 사고로 그룹의 형을 모두 잃게 된 아이돌 그룹 막내의 이야기. 그런 막내가 할 수 있었던 선택지는 과연 어떤 선택지며 그 앞을 막은 한예화 사장님의 목적과 이유는? 우주의 또 다른 스토리가 시작된다.

 
001.
작성일 : 20-09-14 17:18     조회 : 306     추천 : 0     분량 : 8518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차가 달려 도착한 곳은 도심 한가운데 깔끔한 빌딩이었다. 주위에는 편의점과 식당이 몇 군데 보였고 비교적 한적한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생각한 학교라는 건물에서는 조금 거리가 있는 것 같고 학원 혹은 사무실의 느낌이 강했다. 창 너머 슬쩍 건물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이 건물 전체를 사용하는가? 취재진이 몰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다행스럽게도 유출은 되지 않았는지 조용히 들어갈 수 있었다. 사건 때문인지 보통 때의 극성팬들도 없는 조용한 입장이었다. 입구에는 경비원 몇 분이 계셨고 매니저 아저씨는 창을 내려 인사 후 절차를 이어갔다.

 

 "안녕하세요. 고생 많으십니다."

 

 "어유, 오셨네. 안녕하세요. 안내장 주시면 확인해드리겠습니다. 차량은 이걸로 등록해드리면 될까요?"

 

 "네, 현재 개인 차량은 없어서 이걸로 부탁드립니다."

 

 신분 확인 절차 후에 주차장 안쪽으로 안내받았고 주차 후 캐리어와 가방들을 챙겨 차에서 내렸다. 좋아하는 빨간색의 캐리어와 가방 두세 개 정도 챙겼다. 캐리어에는 스트랩이 귀엽게 매달려 흔들거렸다. 매니저 형은 트렁크 쪽에서 옷 몇 벌을 꺼내더니 주위를 체크했다.

 

 "이걸로 짐은 끝이지?"

 

 "네, 얼마나 필요할지 몰라서 적당히 챙겼어요."

 

 "필요한 것 있으면 숙소 들리거나 이 주위에서 해결하면 돼."

 

 "그나저나 완전 새 건물이네요. 생각한 학교는 아니겠지 싶었지만 이렇게나 다를 줄이야."

 

 "외관만 보면 모르지. 일단 4층으로 오라고 안내가 있었어. 거기로 가자."

 

 적막이 흐르는 주차장을 지나 캐리어의 바퀴 소리만 난다. 한쪽에 보니 경비원 아저씨가 계셨고 안쪽에는 또 다른 엘리베이터가 보였다. 살짝 묵례 후에 매니저 형은 아까 임시로 받은 종이를 다시 내밀었고 안쪽으로 안내를 받았다. 보안이 꽤 철저하네...

 

 엘리베이터 안에는 층별 안내가 있었고 10층 건물로 꽤 큰 빌딩이었다. 4층... 상담실이구나. 연습실이랑 녹음실, 특별실 등등 다양한 구성이었고 아직 배정이 덜 끝난 것처럼 보이는 층별 안내도 있었다. 그리고 연습실과 특별실은 한 층씩 더 배치된 것으로 보인다. 아무래도 학교니까 교무실부터 찾았는데 교무실은 없네...

 

 " 기숙사는 3층이고 개인실 구성이라고 하니까 편하게 사용하면 될 것 같다. 그리고 또 뭐가 있었지... "

 

 " 형, 그래도 여기 교무실 그런 건 없네요? "

 

 " 설마 교무실이 있겠어? "

 

 " 그래도 학교의 상징 같은 거잖아요. 선생님들 모인 장소이고."

 

 

 " 난 교무실에 갈 때면 긴장만 했던 기억뿐이야. "

 

 " 어! 형, 잘못 많이 했구나? "

 

 " 아니거든. 모범생에 반장도 했었다니까. "

 

 지긋... 형이 그런 이미지는 아닌데.

 

 "크흠. 우주야, 그런 눈초리는 그만! 내려야겠다. 얼른 가기나 해."

 

 "네~ "

 

 캐리어를 끌고 4층 입구로 들어가니 자동문이 있는 복도 공간이었다. 상담실이라고 적힌 자동문 가까이 다가가니 문이 열렸고 은행처럼 깔끔하고 밝은 공간이 반겼다. 칸막이 공간에는 단장을 준비 중인 듯한 모습으로 조금 덜 정리되어 바쁘게 움직이는 몇 분의 사람들이 보였고 그중에 단발머리의 여성분이 오셔서 우리에게 반갑게 인사를 하셨다.

 

 "안녕하세요. 우주 씨 맞으시죠? "

 

 "안녕하세요. 우주 매니저입니다. "

 

 "안녕하세요. 강우주입니다. "

 

 "반갑습니다! 최하늘 팀장입니다. 오늘은 간단하게 짐 정리하고 학교 사전 안내 정도만 있을 예정이라 금방 끝날 거예요. 여

 기는 일반적인 상담부터 VIP 상담까지 이뤄지는 공간인데 아직 다른 준비 중이라 조금 어수선해요. 그래서 안쪽으로 안내해드릴게요. "

 

 안쪽에는 개인 상담실로 몇 개의 방이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넓지는 않지만 네 사람이 앉을 수 있는 책상이 보였고 한쪽에 캐리어와 짐을 두고 자리에 앉았다. 팀장님은 책꽂이에서 무언가를 찾는 듯 하더니 서랍 쪽으로 손을 뻗어 서랍에서 서류 봉투를 꺼냈고 세 사람 모두 자리에 앉아 대면했다.

 

 " 이건 앞전에 발송해드렸던 서류들입니다. 원본을 가지고 계셔야 하기 때문에 이렇게 별도로 드립니다. 회사 쪽에도 별도 발송해드렸습니다. 이건 우주 씨가 가지고 계시면 될 것 같아요. "

 

 꽤 묵직한 서류 봉투였다. 언뜻 안에 살펴보니 앞전에 계약 부분과 조항들이 적힌 듯했다. 잘 보관해야지.

 

 " 네, 그럼 이제 간단히 수업 안내해드릴게요! 수업은 일대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특별한 수업이나 활동이 아닌 경우 일대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스케줄에 대한 부분은 자유롭게 활동 가능합니다. 모두 담당 선생님과 학생의 의지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큰 걱정은 안 하셔도 될 것 같아요. "

 

 " 연습실이 두 개의 층으로 나뉘어 있던데 연습 스케줄은 자율인가요? 몇 시간씩 수업하는지, 무엇을 공부하는지 궁금합니다. "

 

 "7층과 8층이 현재 데뷔한 사람들을 위한 장소입니다. 아래층은 고등부와 연습생이 주로 이용하는 층이라 위층 위주로 사용하시면 됩니다. 연습 스케줄은 자율입니다. 각 층에 안내 직원이 따로 계셔서 나중에 안내해드릴게요. 그리고 수업 내용은 기존 학교와는 많이 달라요. 아마 처음에는 많이 당황하실 수 있는데... 고등학생, 대학생이 배우는 필수 과정들과 특정 과목을 전공하기 위한 학교가 아니기 때문에 자율적인 과제가 더 중요할 거라 열심히 숙제할 시간이 많을 것 같다고 생각해요."

 

 

 팀장님의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친근하게 웃어주시는 팀장님은 학교 안내 책자를 한 장 주셨다. 대략적인 포스터로 학교에 관한 안내물이었다. 이 학교 고등부와 연습생을 따로 수업하고 있구나.

 

 "숙제요?... "

 

 "학생들마다 과정이 조금씩 다르지만 생각하고 적고 표현하는 일이 많을 것 같아요. "

 

 "제가 학교를 조금 알아봤을 때는 학점 제도도 없던데... 시험 또한 없는가요? "

 

 "필요에 따라 선생님들께서 자율적으로 쪽지 시험을 진행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고등부는 아니라서 중간고사, 기말고사는 공식적으로 없습니다. 그래서 수업 시간 외에 연습실을 예약하실 수 있고 예약은 7층 쪽으로 연락해주시면 모두 가능합니다."

 

 의외였다. 아니, 시험이 없다고? 사실 학교라는 이야기에 제일 의아했던 점이기도 했다. 실제로 학점을 이수할 필요도 없었고 시험을 친다고 해도 오디션 같은 것을 생각했던 터라 다른 답이라도 있겠지 싶었는데 아예 없을 거라는 상상은 정말 예상 밖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원래 오늘 선생님께서 인사드릴 예정이었는데 일이 있으셔서 못 오셨어요. 첫 시간에 조금 생각해서 오시면 좋을 자료가 있다고 하셔서 그건 메일로 발송되었을 거예요. 메일 확인하시고..."

 

 조금 깜빡하셨는지 슬쩍 공책 밑으로 포스트잇을 확인하시더니 말을 다시 연달아서 하신다.

 

 "음, 메모는 이렇게 되어있네요. 답안까지 작성하시면 좋지만 어려운 경우에 답안을 조금이라도 생각해서 오시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라고 담임 선생님의 전달입니다."

 

 그리고 기숙사를 안내받았다. 기숙사 302호였다. 문을 두 개를 지나 구석으로 가니 깔끔한 오피스텔 느낌으로 인테리어 된 곳이 있었다. 큰 공간에는 세탁실, 조리실이 보였고 방은 5개 정도로 얼마 없는 곳이었다. 302호 방문을 열었을 때 생각보다 큰 공간에 깜짝 놀랐다. 햇빛이 잘 들어와서 좋았다.

 

 "기숙사에는 특별 경우 외에는 기숙사 사용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거의 입주하시는 분이 없으시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지금은 편하게 단독으로 사용한다 생각하셔도 괜찮을 거예요. "

 

 두리번, 두리번.

 

 깔끔한 원룸에 사는 느낌이 이런 것일까. 샤워실과 화장실까지 있는 원룸 공간이었다. 정돈된 침대와 작은 책상이 있었고 작지만, 밖을 볼 수 있는 창도 있었다.

 

 "기숙사는 외부인은 출입 전에 미리 연락하셔야 하고 주기적으로 몰카 탐지와 점검을 하고 있어요. 건물 자체가 출입이 어렵기 때문에 범죄 걱정은 안 하셔도 될 거라 편하게 쉬세요~ 궁금하신 점은 아까 알려드린 전화번호로 연락해주시면 되고 외박은 외박 신청해 주셔야 합니다. 기숙사 벽 쪽에 안내 사항 있으니 꼭 봐주세요! 특별 스케줄이 있는 경우에도 연락 꼭 주세요!"

 

 

 간단하게 안내를 마친 팀장님은 나가셨고 매니저 형과 둘이 남게 되었다.

 

 " 나름대로 규칙이 있네? "

 

 " 조리실도 보이던데 거기에 전자레인지도 있는 것 같아요."

 

 " 배달 음식은 경비실 아저씨를 통해 수령 가능하다고 택배는 아래 택배 보관함이 있다고 하니까 알고 있어라. 알았지?"

 

 "네~ 그런데 형. 건물들이 새것이라서 그런지 반짝해서 좋은데 아직 정돈이 덜 된 느낌이 불안하기도 하네요..."

 

 "학생들 명단도 비밀이라고 하던데... 대신 사람들 마주칠 일이 없는 점은 좋은 거 아니야? 편하기도 하고."

 

 "그래도 형 내가 아는 학교랑은 너무 달라서 말이야. 이런 학교 어디 있겠어요?"

 

 "내가 찾은 정보에 의하면 사람에 따라 다르게 수업해서 그런 것 같은데? 일단 그건 그거고 짐이나 정리하고 쉬어. 아까 과제 아닌 과제도 받았잖아."

 

 "아, 맞다. 메일."

 

 "잊지 말고 챙기고 형은 다른 일정 있어서 가야 해.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하고, 형 간다."

 

 "알았어요, 형. 정리하고 연락할게요."

 

 "어, 그리고 밥 좀 잘 챙기고. 혹시 죽 먹고 싶으면 전화해. 알았지?"

 

 "네. 형 열심히 해요."

 

 "어, 조만간 또 올게."

 

 매니저 형마저 나가자 방은 조용해졌다. 혼자 있게 된 정적. 시계를 보니 아직 오후 네 시다. 한쪽에 세워진 캐리어와 가방들을 보니 얼른 정리해야 할 것도 같다는 생각도 잠시, 일단 침대에 벌러덩 누웠다. 아, 역시 침대가 제일이야. 푹신하고 매트리스 좋네...

 

 " 내가 이런 형태로 다시 학교에 다닐 줄이야. "

 

 낯선 천장을 바라본다. 잠이 들 것만 같던 것도 잠시. 일단 메일이 생각나서 주머니 속 핸드폰을 꺼내 메일함으로 들어갔다. 일부러 신청서를 적을 때 수업에 계속 필요하다고 해서 만든 메일이다. 일상에 사용하는 메일과 분리하고 싶어서 새로 만들었다.

 

 새 메일함 2.

 

 하나는 가입 축하 메일이고... 이건 휴지통으로 삭제. 하나는 새로 보는 이름으로 온 메일이었다.

 

 " 입학을 축하합니다... 이건가? "

 

 클릭을 누르자 세련된 포스터가 보인다. 입학 환영합니다. 이미지 파일과 함께 첨부 파일이 있었다. 압축 파일이었다.

 

 " 아... 하필 압축이네."

 

 간단하게 확인만 하려고 했더니 핸드폰으로 보기에는 불편한 형식이었다. 아, 귀찮아... 나중에 볼까 그런 생각도 들었지만 이내 다시 침대에서 일어났다.

 

 "불편해. 노트북으로 봐야겠다."

 

 챙겨왔던 가방 두 개를 뒤지다가 노트북을 발견했다. 회색 슬리퍼를 질질 끌어 다시 침대로 향하고는 익숙한 자세로 벽에 기대고 앉았다. 노트북으로 다시 로그인 해서 압축 파일을 다운받았고 바탕화면에 새 폴더를 만들어 압축 파일을 풀었다. 파일 안에는 PDF 파일이 있었다.

 

 

 [ 안녕하세요. 강우주 씨! 이번에 담임을 맡게 된 하유나 입니다. 원래 직접 인사 드리려고 했는데 제가 학교 일로 출장이 겹쳐 못 나갔어요. 그래서 메일로 미리 인사드립니다.

 

 이 파일은 저의 도움보다는 우주 씨의 생각이 필요하기 때문에 미리 양식을 보냈어요. 5층 학습 지원실에서 인쇄도 가능하니 컴퓨터나 노트북이 불편한 경우 인쇄를 해서 참고하셔도 좋아요.

 

 내용이 쉽다면 쉽고 어렵다고 하면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답은 없으니 편하게 생각하셔도 좋습니다! 그럼 내일 오후 1시에 뵐게요! ]

 

 첫 페이지에는 담임 선생님이라고 하는 분이 적은 간단한 글이 보였다. 첫날은 수업이 한 시인가... 사실 아침 일찍이면 기상에 대해 자신이 없을 뻔했는데 참 다행이라고 느낀 순간이었다. 불면증으로 패턴 쓰레기가 되어 아직까지 힘든 상태였기 때문이다.

 

 스크롤바를 조금 더 내리니 커다랗게 [ 자기소개서 ] 글씨가 보인다.

 

 "자기소개서?..."

 

 보통의 학생들이라면 취업과 아르바이트 부분으로 낯설지 않을 단어이지만 나에게는 매우 낯설게 다가온 단어이다. 조금 더 내리니 흔하게 볼 수 있는 기본 양식부터 시작하여 칸을 채워 서술하여 남기는 부분까지 있었다. 이름, 나이, 혈액형과 키, 학교 출신 등등... 스크롤을 더 내리기를 포기하고 노트북을 한쪽에 두고 그냥 벌러덩 누웠다.

 

 " 저게 다 무슨 소용이람... "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었다. 내가 이 생활을 끝내더라도 연예계에서 다른 활동을 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좋아하던 춤을 계기로 다른 일을 하지 않을까? 막연한 상상만 있었다. 또래 다른 아이들처럼 지냈다면 아르바이트를 이유로 해서라도 한 번이라도 적을 때가 있었겠지. 그런데 그걸 학교에서 왜? 낯선 천장을 보다가 팔로 눈을 감아 시야를 가렸다.

 

 학교의 첫인상은 깨끗했다. 하지만 불안해 보이는 곳이었다. 아직 초창기라는 점을 감안해도 기존에 없던 시스템에서 무엇을 탄생시킨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것은 몇 번을 겪은 나도 알고 있었다. 바닥에서 올라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좌절감.

 

 " 나는 선택을 잘한 것일까?"

 

 답답하다. 답답해진다. 이대로 그냥 잠들고만 싶다. 조용한 이곳에서 깨어나면 이게 꿈일까? 형들을 보내고 나서 자주 느낀다. 보고 싶은 형들. 꿈이었으면 좋겠다. 그런 현실 부정을 아니라고 외치면서도 자주 느끼고 자주 물들어 우울해진다.

 

 뒤척뒤척.

 

 약간의 빛이 들어오는 공간에 새근새근 숨소리가 채우기 시작했고 우주는 긴장감과 나른함 탓에 잠에 빠졌다.

 

 

 

 아른거리는 형상을 멀리서 보다가 길을 걸어갔다. 그리고 공간이 바뀌더니 어릴 적 내가 보인다. 언제였지? 공간을 좌우로 살피다가 전국 중고등학생 무용 대회 현수막이 보인다. 그리고 박수 소리가 들렸다. 상을 수여하는 나와 젊은 엄마의 모습이 보였다. 예전에 학원 대표로 나갔던 대회에서 상을 받았던 적인 것 같은데...

 

 꽃다발과 함께 엄청 환하게 웃는 나와 엄마의 모습이 보인다. 그때 열심히 해서 2등까지 차지했었다. 연습 기간 내내 엄마는 나를 신경 쓰셨고 나는 엄마를 기쁘게 하고 싶은 어린 마음에 더 열심히 했다. 뭣도 모를 때라 엄마 말이면 열심히 따랐던 그때 그 기억, 그리고 그해 겨울쯤 나는 장르를 바꿔 다른 춤을 배우기 시작했다.

 

 "엄마... "

 

 손을 내밀었는데 화면이 확 바뀐다. 낯선 연습 공간이었다. 예전에 한창 유행했던 팝송이었다. 노래가 끝나자 어린 나는 연습실에 벌러덩 누웠다.

 

  "아, 나도 축구하고 싶다..."

 

 혼잣말이 연습실에 울려 퍼진다. 예전에 나는 또래 남자아이들처럼 지내기는 어려웠다. 혹여나 다칠까 상처를 입을까 하는 엄마의 생각으로 학교 수업 시간 외에는 학교 축구 같은 격한 스포츠는 꿈꿀 수 없었고 나이를 먹을수록 어머니의 관념에 지쳐만 갔다. 유일하게 놀 방법은 연습이 끝나고 컴퓨터 게임을 하는 것. 무려 게임 현질에도 용돈을 주셨던 엄마의 대대적인 지지가 있었으나 그래도 게임에 소질이 지지리도 없었던 나는 즐겁지만은 않았다.

 

 "저 시절에는 진짜 착했는데."

 

 혼잣말을 중얼거렸는데 갑자기 청아한 벨 소리가 들리더니 어디서 날아온 공을 반사적으로 쥐었다. 축구공이었다.

 

 "이건 뭐지?"

 

 "어! 형은 누구세요? 여기 엄마 허락 없이는 다른 사람은 들어오기 힘들다고 그랬는데."

 

 갑자기 혼잣말을 인지한 어린 나는 나를 보았다. 당황스러워 어떻게 하지 고민도 잠시 대충 거짓말을 하였다.

 

 "아, 안녕... 형은 엄마의 소개로 춤을 같이 공부하기 위해 왔어. 우주가 축구를 좋아한다고 들어서 가지고 왔지."

 

 의아하다는 얼굴. 그럴 수밖에... 내가 생각해도 우리 엄마는 그럴 분이 아니셨거든. 어린 나는 나를 빤히 본다. 나 어릴 때 꽤 똑똑했네. 눈치가 빨랐어. 추궁하면 뭐라고 답을 하지?

 

 "음... 조금 수상하지만! 저는 축구 좋아하니까 같이 해요, 형."

 

 휴... 몰래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현실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긴장할 것은 또 뭐람. 그 후로 짧게 우주와 함께 축구를 했다. 꿈이지만 색다른 경험이었고 마치 어릴 적 나에게 선물을 주는 것 같아서 즐거웠다.

 

 

 "하아... 하아. 여기까지 할까? 춤 연습도 해야지."

 

 "에이! 하아... 형, 벌써 힘들어요?"

 

 "어우... 나도 나이 먹었네."

 

 땀은 조금 흘려도 쌩쌩한 나를 보니 역시 젊은 것은 좋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형, 형도 아이돌 때문에 왔어요?"

 

 "어? 뭐... 그렇지."

 

 "저는 지금 하는 무용도 좋은데... 엄마는 돈을 벌려면 아이돌이 되어야 한다고 그래요."

 

 "아..."

 

 아이돌의 계기는 조금 남달랐다. 유망주 무용수였던 어머니는 시대를 잘못 택했다며 한숨을 쉬었고 조금 다른 방향으로 예술을 계속하기를 원했다. 그래서 배우던 현대무용을 그만두게 하고 새로운 춤을 교육 시켰다. 아이돌에게 관심이 없었던 나는 엄마의 권유로 준비하게 되었고 그 이후로는 고생길이었다. 옆을 보다가 넌지시 말을 걸었다.

 

 "우주는 춤추는 게 좋아?"

 

 "네! 엄마가 행복해하는 모습이 너무 좋아요. 친구들도 예쁘다고 그랬어요."

 

 "그럼 우주는 하고 싶은 일이나 꿈 아니면 장래 희망 있어?"

 

 너무 바쁘게 살아온 나는 잊고 있던 그 꿈. 아이의 입 모양 주위로 시야가 뿌옇게 되더니 사라진다. 그리고 눈을 뜨니 하얀 천장이 보인다. 규칙적인 가습기 소리. 여긴 기숙사였고 난 꿈에서 깼다. 흐릿해지는 무언가를 사이로 그 아이는 그렇게 말했다. 그 말은 똑똑하게 기억에 남았고 늦은 저녁 그 꿈을 계속 곱씹게 했다.

 

 "예전에는 무용수가 꿈이었는데 새로운 춤도 배우니까 재미있어요. 장래 희망은 잘 모르겠어요."

 

 "음... 그래서 저는 꿈은 그냥 좋아하는 춤을 계속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즐거우니까."

 

 나도 나를 모르겠다. 어릴 때의 나도 나인데 다른 사람인 것 같다. 내가 그런 마음이 있었던가. 어린 나와 웃고 있던 어머니의 얼굴이 생생하다. 데뷔 이후에는 어머니의 웃는 얼굴을 보기 힘들었다. 그렇게 예쁜 얼굴이셨는지 꿈에서나마 볼 수 있었다니. 울컥하는 마음과 동시에 어린 나의 모습이 아른거린다. 나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오늘도 한 편 완성했습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6 015. 2020 / 9 / 30 284 0 6049   
15 014. 2020 / 9 / 29 282 0 6246   
14 013. 2020 / 9 / 28 303 0 4381   
13 012. 2020 / 9 / 27 291 0 5021   
12 011. 2020 / 9 / 26 278 0 6910   
11 010. 2020 / 9 / 24 286 0 4338   
10 009. 2020 / 9 / 22 314 0 5533   
9 008. 2020 / 9 / 21 279 0 6368   
8 007. 2020 / 9 / 20 309 0 5806   
7 006. 2020 / 9 / 19 290 0 5171   
6 005. 2020 / 9 / 18 306 0 6243   
5 004. 2020 / 9 / 17 289 0 5679   
4 003. 2020 / 9 / 16 298 0 7568   
3 002. 2020 / 9 / 15 331 0 8729   
2 001. 2020 / 9 / 14 307 0 8518   
1 프롤로그. 과거의 조각들 2020 / 9 / 13 492 0 8478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