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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화공도담
작가 : 촌부
작품등록일 : 2016.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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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와 법을 익힘에 있어 느리디 느린 둔재.
법식에 얽매이기보다 마음을 다하며,
술을 익히는 데는 느리지만 누구보다 빨리 도에 이를 기재.
형식과 필법을 익히는 데는 둔하나 참다운 아름다움을
그릴 수 있게 된 화공 진자명의 강호유람기가 펼쳐진다.

 
9 화
작성일 : 16-07-13 13:13     조회 : 555     추천 : 0     분량 : 76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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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시진 뒤.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걷다 보니 벌써 남궁세가 앞이었다. 합비의 상촌 가운데서도 가장 커다란 장원의 앞에 선 자명은 침을 꿀꺽 삼켰다.

 가을볕 아래에 고즈넉이 서 있는 고택이건만, 어째서 이처럼 날카로운 예기(銳氣)가 느껴질까? 단순히 예기뿐만이 아니라 묘하게 갑갑한 중압감도 같이 느껴진다.

 살갗이 따끔거리는 듯해서 자명은 몸을 한차례 부르르 떨었다.

 천하에 유명한 무가라더니 문지기조차도 흉흉하게 칼을 차고 서 있다. 손님을 맞이하기 위함이라기보다는 경계를 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남궁세가엔 무슨 일로 왔느냐?”

 “저는 채화당의 화공인데요, 심부름을 왔습니다.”

 문지기 노릇을 하는 무인이 자명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먹이 배어 있는지 소매가 잿빛이고 품에는 먹을 서너 개 들고 있다. 누가 보아도 화공임을 알 수 있는 행색이었다.

 “흐음, 채화당이라……. 조사전의 보수를 맡고 있는 그곳을 말하는 게냐?”

 “예, 그렇습니다.”

 남궁세가의 무인은 고개를 두어 번 끄덕이더니 고개를 돌려 누군가를 불렀다.

 “안에 누구 없느냐?”

 “예.”

 문가에서 한 명의 시비가 걸어나왔다. 그녀는 문지기 노릇을 하는 무인에게 머리를 숙여 보이고는 시립했다.

 “이 화공이 채화당에서 심부름을 왔다니 안내가 필요할 것이다. 소향이 네가 조사전까지 안내를 해주어라.”

 “예, 그리하겠습니다. 이쪽으로 오시지요, 화공님.”

 소향은 무인에게 곱게 머리를 숙여 보이고는 한쪽 길목을 가리켰다. 자명은 멀뚱멀뚱 서 있다가 소향을 따라 걸음을 놀렸다.

 남궁세가의 드넓은 외원이 한눈에 들어왔다.

 남궁세가의 방계나 하인, 시비들이 분주히 외원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모두들 절도있고 흐트러짐이 하나 없는데, 어딘지 모르게 갑갑하기 짝이 없는 기분이다.

 자명은 왠지 모르게 주눅이 들어 천천히 걸음을 놀렸다.

 “소향아!”

 한참을 걷고 있는데 누군가가 소향을 불렀다. 소향이 멈춰 서자 자명도 따라 멈춰 섰다.

 소향을 부른 사내는 뭔가를 말하려다 말고 멋쩍은 얼굴로 자명을 가리켰다.

 “저분은 뉘시냐?”

 “조사전의 복구를 맡은 채화당의 화공님이십니다. 준비한 먹이 떨어져 심부름을 나왔다 합니다.”

 사내가 알았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리고는 곧 태도를 바꾸어 조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구나. 한데 오늘 오전에 창천각(蒼天閣)을 네가 청소했느냐? 이는 중요한 일이니 너는 조금의 거짓도 말해서는 아니 되느니라.”

 “예? 예. 제가 청소하긴 했습니다만…….”

 “소향아, 소향아, 그렇다면 용천청자(龍泉靑瓷)도 네가 깬 것이 맞단 말이냐?”

 소향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용천청자라면 남송(南宋)시대에 용천요(龍泉窯)에서 구워낸 것으로, 아가씨가 제일 아끼는 것이라 시비들도 보옥처럼 다루는 귀물이었던 것이다.

 “어머나! 용천청자가 깨지다니 그게 무슨 소리예요?”

 “저기요, 저는…….”

 머뭇거리고 서 있던 자명이 조심스럽게 말하자, 소향이 자명을 바라보고는 머리를 숙여 보였다.

 “죄송합니다, 화공님. 괜찮으시다면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얼굴을 보니 사색이 된 것이 안되어 보인다. 자명은 얼른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자명의 허락을 득하자마자 소향은 몸을 홱 돌리고는 젊은 사내와 걱정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졸지에 소외되어 버린 자명은 조용히 서서 주변을 관찰했다.

 내원 쪽은 외원보다 더더욱 고요했다. 자명은 몰랐지만 내원은 남궁세가의 직계들이 머무는 곳이라 시비나 하인들이 함부로 드나들지 않는 곳이었다.

 그때, 어디선가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홀로 소외되어 있던 자명은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고개를 주욱 빼었다. 호기심도 일거니와 마음에 한줄기 끌림이 일었다.

 자명은 조심스럽게 시비를 불렀다.

 “저기…….”

 “전 재산을 다 털어도 용천자기의 값을 치르지는 못한다, 소향아. 그것은 사백년 전에도 귀물이라 불렸던 것인데 세월이 덧대어졌으니 그 가격이 어떻겠느냐! 만약 그것을 깬 사람이 너라면 너는 치도곤을 면치 못할 것이야.”

 사내가 자명의 말을 끊고 외치자 시비의 안색이 거무죽죽하게 변해갔다.

 도저히 말을 꺼낼 분위기가 아니라고 생각한 자명은 소리가 난 쪽을 다시 한 번 바라보고는 몇 걸음 그쪽으로 걸어갔다. 내원의 귀퉁이 너머로 문이 있어 안이 보이는데 그곳에 연무장이 있었다.

 가까이 갈 수는 없었지만, 멀찍이서라도 보이긴 하니 그것이나 구경하고 있어야겠다 싶다.

 자명이 뒤로 몇 걸음이나 걸어갔지만 시비와 젊은 사내는 자명이 사라졌음을 알아채지 못하고 책임 공방만 계속할 뿐이었다.

 “제일식!”

 우렁찬 목소리가 또다시 들려왔다. 곧이어 천지가 울릴 듯한 쿵 소리가 뒤를 따랐다. 커다란 연무장에 백의 무복을 입은 수십여 명의 사내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던 것이다.

 모두들 검을 들고 있는데, 제일식이라는 소리는 어떤 신호였던 모양이다.

 “제이식!”

 검을 든 수십 명의 사내들이 패도적으로 검을 흩뿌리며 진각을 세게 밟았다. 또다시 쿵 소리가 들려오자 자명은 침을 꿀꺽 삼켰다.

 “제삼식!”

 남궁세가의 창궁무애단은 그 이름처럼 끝없는 궤적을 그렸다. 검이 끝없이 이어질 것처럼 자유롭게 공중을 수놓았다.

 아름다운 검로였다.

 마치 춤과도 비슷한 형상이었지만 연무장에 선 사내들의 움직임에는 상대를 제압하고자 하는 의지가 담겨 있다. 그들이 들고 있는 검은 보이지 않는 가상의 적을 향해 내뻗어졌던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의 검로가 하나같이 무언가를 닮아 있다는 점이었다.

 장언원이 말하길, 기운을 품으면 형체는 자연히 생긴다 했던가?

 그들의 몸놀림이 바로 그러했다. 기운을 품자 검로가 생긴 듯한 모양새였다.

 자명의 머릿속에 한줄기 깨달음이 스쳤다.

 ‘기운생동!’

 무명도원도의 호흡 때문에 다른 기운은 그릴 수도 없게 된 자명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저들은 자유자재로 기운을 품고 있는 듯하다.

 비록 어떤 기운이 품으려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눈으로 보자면 한낱 칼일 뿐이지만, 보지 않고 느끼면 다른 기운을 느낄 수도 있으리라.

 자명은 저도 모르게 연무장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한층 더 연무장에 가까이 다가간 자명은 눈을 지그시 감았다.

 

 눈으로 보지 말고 마음[心]과 풍류(風流)로써 보아라!

 

 할아버지의 가르침을 떠올린 자명은 마음을 담담히 하여 느낄 준비를 마쳤다.

 호흡을 가다듬고 천천히 눈을 뜬 자명은 검로에 현혹되지 않으려 애쓰며 다시 한 번 남궁세가의 연무를 바라보았다.

 “와아!”

 속이 탁 트인 기분이 들었다. 맑고 깨끗한 기분이 덧입혀져 검로가 담백하게 느껴졌다.

 그 검로를 상대한 사람은 그 끝없음에 감탄하며 막막함을 느끼게 될 것이지만, 무인이 아니었던 자명은 그저 깨끗함과 끝없음을 느끼며 감탄할 뿐이었다.

 “하늘이구나.”

 때마침 가을 하늘이 높고도 푸르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을 올려다본 자명은 품 안에 안고 있던 송청연묵을 꼬옥 움켜쥐었다.

 “어쩌면 여기에 실마리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기운생동하여야 한다는 점에서는 춤이나 그림이나 다를 바가 없다고 했다. 어차피 끝으로 가면 만 가지 흐름이 하나가 되는 법이니까.

 “도대체 어떻게 한 걸까?”

 자명이 그렇게 혼잣말을 주워섬길 때였다. 스릉 하는 소리와 함께 난데없이 칼날이 나타나 자명의 목을 겨누었다.

 “으앗!”

 “그대는 누구이기에 감히 남궁세가의 연무를 훔쳐보는 거지요?”

 자명은 그만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검신에서 시퍼런 빛이 어른거리자 가슴까지도 철렁 내려앉는다.

 자명은 겁먹은 얼굴로 검을 겨눈 차가운 인상의 여인을 훔쳐보았다. 나이는 자신과 비슷한 것 같은데 위엄이 장난이 아니다.

 “세가의 사람이라면 창궁무애단의 연무장을 피해 돌아갈 뿐, 이처럼 멍청히 지켜보지 않아요. 이는 곧 그대가 외인이라는 뜻. 어떻게 들어왔나요?”

 남궁세가의 기강이 흐트러졌다고 생각했기 때문일까. 남궁화란의 어조는 마치 추궁을 하는 듯했다.

 “저, 저는 그냥 심부름을 왔을 뿐입니다.”

 “흥! 창궁무애단은 어떤 심부름도 외인에게 시키지 않아요.”

 표독스럽게 말하는 모습에 자명이 다급해졌다. 이러다가 괜한 오해로 치도곤을 맞게 생겼다.

 “하지만 정말 심부름을 온 건데요. 저는 채화당의 화공으로 송청연묵을 가지고 오라는 심부름 때문에 오게 된 겁니다.”

 “채화당?”

 그녀의 표정에서 독기가 조금은 사라졌다. 그녀는 수상쩍다는 듯 자명을 위아래로 훑어보다가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왜 조사전 쪽으로 가지 않고 연무장으로 왔지요? 안내하는 이는 어디로 갔나요?”

 “어, 그게… 안내해 주시던 분은 저쪽에 있습니다. 잠시 다른 분과 할 말이 있다며 기다려 달라고 했는데, 제가 호기심 때문에 기웃거리고 말았습니다. 죄송합니다.”

 자명이 손가락으로 가리킨 귀퉁이 너머로 시비 한 명이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 것이 보였다.

 남궁화란의 얼굴에서 독기가 완전히 빠져나가고 난감한 기색이 들어찼다.

 만약 이 사람이 정말 화공일 뿐이라면, 자신은 협의의 남궁세가에 걸맞지 않게 무림인도 아닌 양민을 핍박한 셈이다.

 그녀는 조금은 미안해진 표정으로 검을 수습했다.

 “본래 함부로 연무를 훔쳐보는 것은 금기에 속하는 일이에요. 이번의 일도 그대가 무가의 연무를 훔쳐본 탓에 벌어진 것이니 그대는 나를 너무 원망치 말아요.”

 강호에서 함부로 남의 연무를 훔쳐보는 일은 목숨을 대가로 요구해도 할 말이 없는 금기에 속한다. 만약 눈앞의 화공이 무림인이었다면 지금쯤 죄를 묻고 있었으리라.

 “하지만 그대가 화공이었음을 모르고 검을 겨눈 것은 내 불찰이로군요. 남궁세가의 직계이자 가주의 장녀인 남궁화란이 채화당의 화공께 정식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려요.”

 “아니요. 그저 몰라서 저지른 실수니 용서해 주신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저는 진자명이고요. 그런데…….”

 자명이 말을 길게 끌었다. 아쉬운 마음에 상대가 귀한 가문의 아가씨라는 것도 잊은 자명이었다.

 “아가씨 말씀대로라면 연무를 더 볼 수는 없겠군요.”

 자명이 고개를 푹 숙였다. 모처럼 실마리를 찾은 기분인데 한순간에 모든 것을 날리게 되었으니 실망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기운이 쪽 빠져 버린 모습이 남궁화란의 호기심을 끌었다.

 본래 그녀는 결코 타인의 일에 관심을 갖는 성격이 아니었지만, 이 소년 화공의 순진한 표정은 왠지 모르게 호기심을 자극했다.

 “무림인도 아닌데 무슨 이유로 연무를 보려는 거지요? 그대는 무림인이 되고 싶나요?”

 자명은 칠색 팔색을 하며 고개를 저었다. 무림인이 뭔지도 잘 모를뿐더러, 칼을 들고 사람을 찌른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아닙니다! 제가 되고 싶은 것은 화공입니다. 연무를 보고 싶었던 건 그림으로 그려보면 아름다울 것 같아서예요.”

 물론 호흡법에서 탈피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 같고 말이다.

 자명은 고개를 푹 숙였다. 연무를 보는 것은 금지된 것이라니, 더 말할 거리가 없어지고 말았다.

 “그림으로 그리면 아름다울 것 같다고요?”

 “예. 푸른 하늘과 잘 어울려서요. 느낌도 비슷한 것 같고.”

 남궁화란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본래 남궁의 무공은 제왕과 하늘을 닮았다. 하늘을 닮은 검이라면 칭찬에 가까운 셈이다.

 “눈이 꽤 좋군요.”

 자명은 실망하여 고개를 숙이고 있느라 대답하지 못했다.

 귀한 가문의 아가씨 앞이라는 것도 잊고 발로 바닥을 비비적거리는 것이 아쉽기는 엄청나게 아쉬운 모양이다.

 “하지만 보는 것은 금기라니 됐어요. 무례하게 더 부탁하지 않을게요.”

 키가 훤칠한 청년이 발로 바닥을 비비고 있어봐야 우습기만 할 뿐이다. 남궁화란은 아이처럼 천진난만한 자명의 모습에 실소를 짓고 말았다.

 “그대는 무림인이 아니고, 또 연무를 훔쳐보려는 목적이 아니라 화폭에 담고 싶은 것이니 허락해 줄 수도 있어요.”

 실소가 혹여 비웃음으로 보일까 싶었던 남궁화란이 고개를 돌려 얼굴을 감춘 채 말했다.

 “물론 창궁무애단의 연무는 이유를 막론하고 불가합니다. 일대제자의 연무 역시 마찬가지예요. 하지만 이대제자나 삼대제자의 연무라면 허락해 줄 수도 있어요. 물론 이대제자의 연무도 함부로 훔쳐봐서는 아니 되는 것이지만, 그대는 무림인이 아니라 화공일 뿐이니 무림인의 법도를 강요할 수만은 없을 거예요.”

 “엇, 정말요?”

 이번엔 자명의 얼굴이 반짝반짝 빛났다. 남궁화란은 한 번 더 웃음을 터뜨릴 뻔했지만 필사적으로 웃음을 참았다.

 “단, 그대의 의도가 그림에 있다는 것이 확실해야 해요. 그대는 그것을 확인시켜 주어야 할 겁니다.”

 남궁화란이 말은 곧 ‘그림을 완성하면 남궁세가로 보내야 한다’는 뜻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자명은 신분만 확인되면 된다는 것으로 알아듣고는 감사 인사를 하느라 바빴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신이 난 자명은 몇 번이나 고개를 숙이다가 하마터면 먹을 떨어뜨릴 뻔하고는 허둥지둥했다.

 “방금 말했듯, 그대가 볼 수 있는 것은 이대제자의 연무뿐, 창궁무애단의 연무는 아니에요. 나는 그대가 이만 나가주기를 원해요.”

 “예, 알겠습니다. 실수를 저질러서 죄송합니다. 고맙기도 하고요.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하하하!”

 자명은 맑은 웃음을 터뜨리며 깡충깡충 뛰어 시비 소향에게로 돌아갔다. 남궁화란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자그마한 미소를 지었다.

 자명이 사라지자 창궁무애단의 연무를 책임지던 단주 남궁곽이 남궁화란에게 다가왔다.

 “화란아.”

 남궁화란의 숙부뻘 되는 남궁곽은 직계는 아니었지만 빼어난 무공 실력으로 창궁무애단의 단주가 된 기린아였다.

 남궁화란이 고개를 숙여 예를 표했다.

 “곽 숙부, 창궁무애단의 연무는 어떻게 되어가나요?”

 그녀의 냉정한 표정을 본 남궁곽이 씁쓸하게 웃었다.

 지난 오대세가 회합 이후, 남궁화란의 얼굴에는 웃음이 사라져 버렸다. 우연히 열린 가주 간의 친선 비무에서 남궁세가의 가주가 패배를 기록했던 것이다.

 그 이후부터는 그저 병적으로 남궁세가의 위엄과 존엄을 지키는 일에 집착할 뿐, 남궁화란은 다른 어떤 취미도 가지지 않았다.

 물론 천하의 재녀인 조카는 남궁세가에 꼭 필요한 인물이었지만, 그래도 숙부 된 마음으로 웃음 한 번을 보고 싶다는 욕심을 버릴 수는 없었다.

 남궁곽은 고개를 끄덕였다.

 “잘돼가고 있단다.”

 “곧 산동의 악가에서 방문할 것이에요. 겉으로는 호의를 표방하지만 사실은 남궁세가를 쓰러뜨리기 위해 온 자들. 창궁무애단의 저력을 확인하려 들 거예요.”

 무가의 교류에 비무가 빠질 수는 없다. 무가가 만날 때에는 어린 제자들과 이대, 일대제자들이 대표를 뽑아 짧게나마 친선 비무를 치르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경우가 다르다. 보통의 교류였다면 여기서 끝이 날 것이나, 산동의 악가에서는 그 이상을 요청할 확률이 높았다.

 창궁무애단의 실력을 확인하려 드는 것은 물론, 가주 간의 친선 비무까지 요청할지도 모르는 것이다.

 “그때를 대비해 창궁무애단 중에서도 최고를 선별해 두겠다.”

 남궁곽이 진지한 얼굴로 다짐했다. 남궁화란은 그 얼굴을 보고는 조금은 안심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남궁곽은 조심스럽게 화제를 바꾸었다.

 “그런데 말이다, 화란아. 방금 그는 누구더냐?”

 무인의 청각으로 모든 것을 들었지만 시치미를 뚝 떼는 남궁곽이었다.

 “그냥 길을 잘못 든 화공일 뿐이에요.”

 그렇게 말한 남궁화란은 조금도 변하지 않은 얼굴로 고개를 숙여 예를 표하고는 몸을 돌려 걸어가 버렸다.

 시비와 함께 서 있던 사내에게로 걸어간 남궁화란이 안내를 잘못한 시비의 처벌을 논의하는 것이 보였다.

 용천청자를 깬 것은 오히려 작은 일이나 외인의 안내를 잘못한 것은 남궁세가의 명성을 떨어뜨릴 만한 중죄라며 가규에 맞추어 처벌하라 명령을 내리는 것을 보니 냉정하기만 하다.

 남궁곽은 묘한 아쉬움이 담긴 얼굴로 그런 남궁화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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