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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나의 119.
작가 : 삼각형
작품등록일 : 2016.8.31

갑작스러운 어머니의 사고, 어머니의 유산을 독차지 하려는 아내, 아무런 의욕 없이 삶을 살아오던 주인공은 뇌사 상태에 빠진 어머니의 곁에서 어머니의 임종을 기다린다. 자신의 삶에 대해서 회의적으로만 생각하던 주인공은 어느 날, 병원 안을 산책하던 도중에 어린이 병동에서 꼬마 환자 박하를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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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6-10-23 11:51     조회 : 351     추천 : 0     분량 : 5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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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우~ 이거 완전 심하게 삐셨네요, 그래도 이 정도만 해둬도 내일이면 꽤 괜찮아지실 거예요.”

  부어오른 내 발목에 붕대를 살며시 감으며 간호사가 웃는다.

  나는 이 간호사를 알고 있다. 꽤나 귀여운 얼굴을 하고 있는 젊은 간호사. 내게 처음으로 산책을 권해서 저 꼬맹이와 만나게 될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한 간호사.

  “그때 제가 산책을 권한 뒤부터 계속 밖에 산책을 나가시는 줄은 몰랐어요, 역시 몸을 좀 움직이니까 기분이 좋고 그렇죠?”

  “아, 예…….”

  솔직히 말하자면, 그렇게 산책을 꾸준히 나간 것도 아니고 결국 그로 인한 운동부족으로 중심도 제대로 못 잡고 다리를 삐고만 건데.

  간호사의 눈치를 살피며 대답을 얼버무린 나는 그 옆에서 생글생글 웃고 있는 꼬맹이를 째려봤다.

  설마, 알고 있다는 간호사가 이 간호사일 줄은.

  “아, 그리고 설마 하랑 알고 있는 사이일 줄은 몰랐네요. 의외에요.”

  붕대를 리본으로 묶는 일을 끝낸 간호사가 내 앞에서 몸을 일으키며 꼬맹이 못지않게 똘망똘망한 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저는 언니가 이런 칙칙한 아저씨랑 아는 사이라는 게 더 놀랐어요.”

  참 솔직하게도 말한다, 나는 다친 발목이 제대로 붕대에 감겼는지 확인을 한 후 자리에서 슬쩍 일어났다.

  “그런데, 너는 어린이병동 소속 아니야? 나는 네가 여기 있는 간호사를 안다는 게 더 신기한다.”

  내 말을 들은 꼬맹이는 잠시 코웃음을 치며 으스대는 포즈를 취한다.

  “그거야 저는 아저씨랑은 다르게 활발한 인간이라서 말이죠! 여기 계신 모든 간호사 언니. 오빠들은 저하고 안면 정도는 텄죠.”

  “꽤 오래전부터 여기 입원하고 있었거든요, 하는.”

  꼬맹이의 말에 간호사가 부연설명을 더한다.

  “사실 어르신 분들 못지않게 장기적으로 입원을 하는 어린이 환자도 많답니다, 오히려 어린 애들은 바늘이나 검사 같은 것도 무서워하고 하는 일이 많아서 손이 많이 가는 편이거든요. 그래서 어린이병동 쪽으로 자주 도움을 주러 가는 경우가 많아서 거기 있는 아이들 중 사교성이 좋은 아이들과는 얼굴 정도는 트고 지내고 있어요. 또 꼭 아이들 뿐만이 아니라, 어린이병동에는 어린이 때부터 병원을 계속 다니시던 어른분들도 입원을 하고 지내는 경우도 있거든요, 그런 분들과도 얼굴은 잘 트고 지낸답니다. ”

  귀여운 미소로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다.

  “아, 확실히 힘드시겠네요. 이런 막무가내 꼬맹이를 상대해야 한다니 저는 별로 내키지가 않습니다.”

  오른 발로 땅을 톡톡 쳐봐도 붕대가 풀리지 않고 제대로 묶였다. 이 정도면 튼튼하다, 나는 안심하고 벗어둔 오른쪽 신발을 신었다.

  “막무가내 꼬맹이라뇨!”

  눈치가 빠르구나.

  나는 매서운 눈초리를 하며 나를 째려보는 꼬맹이의 시선을 피하며, 눈앞에 귀여운 간호사에게 고개를 살짝 숙이며 감사인사를 표했다,

  “죄송하게 됐습니다. 괜히 귀찮게 한 것 같네요.”

  “아니요, 간호사가 환자 관리를 해야죠. 저는 직업의식이 투철하니까 문제없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가슴을 탕탕 소리가 날 정도로 치며 웃어 보인다.

  “아, 그럼 저는 이만 할 일이 있으니까 가볼게요. 약은 제대로 발랐으니까 오늘은 그쪽 발은 되도록 심하게 쓰지는 마시고 휴식을 취해주세요.”

  내게 추가적인 주의를 준 간호사는 해맑은 미소를 얼굴에서 지우지 않은 채로 다른 간호사들이 모여 있을 중앙복도 쪽으로 걸어가 사라진다.

  “감사합니다아!”

  꼬맹이가 간호사의 모습이 사라지기까지 큰소리로 소리친다.

  “시끄러.”

  허리를 살짝 숙여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꼬맹이의 이마에 딱밤을 한 대 먹여준다.

  “아!”

  두 손으로 자신의 이마를 잡으며 입술을 삐죽하고 나를 쳐다본다.

  “아저씨, 그리고 아까 그 얘기는 어떻게 할 거예요?”

  음, 별로 이야기 하고 싶지 않은 주제가 나오고 말았다.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당당한 표정으로 고개를 쳐들고 내 눈을 바라보는 꼬맹이의 모습을 천천히 응시했다.

  새까만 검은 머리, 어깨에 닿지 않는 단발머리, 마치 미용실에서 멋스럽게 파마를 한 것처럼 웨이브가 잘 들어간 곱슬머리. 호기심이 가득할 것 같은, 순수해 보이는 똘망똘망한 눈. 전체적으로 나이보다 더 어려 보인다는 인상을 주는 새하얀 피부. 내 허리의 절반에 살짝 안 되는 키.

  이 꼬맹이의 이름은 박하다. 하는 연꽃 하(荷)를 쓰며, 이 병원에서 내가 처음으로 길게 말상대를 하게 환자라고 할 수 있다. 성격은 당돌하고 머릿속에서 생각을 여러 번 거치는 경우가 없어서 남을 곤란하게 만드는 스타일이다. 병원에 꽤나 오랫동안 머물고 있는 환자라고 생각되며, 언제나 금방 해맑은 미소를 얼굴에 지어 보이는 게 특기라고 할 수 있겠다.

  내가 아는 한에서 가족관계는 어머니, 그리고 아버지가 있다. 가끔 싸우는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아무래도 본인은 굉장히 만족스러운 가족관계라고 생각하고 나름대로 행복한 가족인 것 같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나는 이제야 제대로 인정을 할 수 있지만, 이 꼬맹이의 이런 점이 부럽다. 부러워서 샘이 났다. 왜 나는 이 꼬맹이의 반이라도 닮을 수 없었던 걸까 하고 자책마저 들었다. 나는 그것들을 전부 부인하고, 자기최면을 걸었지만. 꽤나 가까운 시기에 나는 그 거지 같던 자기최면을 풀었다. 정확히는 내 거지 같은 상황을 인정하고 인지했다고 생각하면 편하다.

  하여튼 내게 있어서는 나보다 몇 보는 앞서서 내게 부러움을 마음껏 선사해 주고 있는 이 꼬맹이가. 도움을 청했다.

  ‘도와주세요.’라고.

  살면서 이런 말을 들어본 사람을 얼마나 될지 모르겠지만, 나는 오늘을 제외하면 단 한 번도 그런 기억은 없었다.

  당황스러웠고, 실제로 당황한 티를 엄청 냈다.

  나는 단지 가벼운 마음으로 이 꼬맹이에게 아이스크림을 사줄 생각으로 있던 인간인데, 아마도 이 꼬맹이는 오늘 내게 아직 내용도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도움을 청할 생각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런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었던 일은 대충 얼버무리고, 대충 넘기면서 일단 생각할 시간을 버는 것이었다.

  일단, 시간 벌기는 충분히 성공했다. 발목이 갑자기 더 아파진 것 같다면서 엄살을 피우고 아까 그 간호사를 만나서 치료를 하는 데 까지 꽤나 많은 시간을 벌었다.

  그런데, 그 아직 머릿속에서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지 계산이 서지 않았다. 그 전에 생각이라는 걸 아직 제대로 한지 못한 상태다.

  어쩔까…….

  나는 살살 꼬맹이의 눈치를 보며 헛기침을 했다.

  “먼저, 자초지종을 설명을 해 봐.”

  겨우 말을 이었다.

  “그건, 제대로 말씀 드릴 수가 없어요. 나중에 꼭 말씀 드릴게요!”

  그런 식으로 나오면 어쩌자는 걸까, 나는 거절하고 싶은 마음은 컸지만, 이 꼬맹이의 눈은 너무나도 절실해 보였다.

  “미안하지만, 보호자의 동의도 없이 이런 식으로 나오는 건 내가 곤란하지. 내가 납치범으로 몰릴 수도 있고, 여러모로 곤란한 일일 많으니까.”

  “그럼, 허락만 맡으면 되는 거죠?”

  하, 끈질기다. 한숨을 크게 쉬고 싶다.

  “그래, 아까 말했던 것처럼 단순히 어디 데려가기만 하는 거면 귀찮긴 하지만, 대충 해줄 수는 있는 일이니까. 그러니까, 일단 뭐가 그렇게 대단한 일인지는 몰라도 너희 어머니 이 병원에서 너 보호자로 계신다고 그랬지? 내가 만나서 몇 마디만 할 수 있을까?”

  순간적으로 나름대로 괜찮은 계획이 떠올랐다. 이 꼬맹이가 아무리 막나가는 녀석이라고는 해도 부모의 뜻, 그것도 자신이 그렇게 믿고 따르는 어머니의 말을 무릅쓰고 무모한 짓거리를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니까, 나는 꼬맹이의 어머니를 만나서 ‘아, 사실 저는 그렇게 대단한 사람도 아니고 꼬맹이 하나 관리하는 것도 잘 못할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역시 안전이 최우선이니까 애가 위험한 짓은 못하게 말려주시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하고 능청스럽게 연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건 안돼요.”

  거 참 단호하다.

  “그럼, 나도 안 돼.”

  여기서는 나도 단호하게 나가는 게 좋을 것 같다는 판단이 선다.

  “뭘 정확히 도와줘야하는지도 모르고, 무슨 일로 그런 부탁을 하는지도 모르겠고, 거기다가 제일 중요한 허락도 못 받으면, 내 능력 안이건 밖이건 간에 도와줄 수가 없다고?”

  나는 그렇게 말하며 꼬맹이의 표정을 다시 한 번 살폈다.

  울먹이고 있을 것 같다거나, 분해서 어쩔 줄 모르고 있을 것 같다거나, 실망한 표정을 짓고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전혀 그렇지 않다.

  “그런가요, 제가 너무 밑도 끝도 없었죠?”

  늘 보던 그 표정으로, 늘 보던 그 해맑은 표정으로 싱긋 작은 미소를 짓는다.

  이상할 건 하나도 없을 터다, 해맑은 웃음은 이 꼬맹이의 전매특허다. 그리고 잘 생각해보면 이 꼬맹이가 이런 일에 기죽을 녀석은 전혀 아닐 것이다. 그러므로 여기서 이 꼬맹이가 이렇게 웃어넘기는 일은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다만, 나는 뭔지 모를 위화감에 휩싸일 뿐이었다.

  “죄송해요, 요즘 아저씨하고만 말상대를 해서 그런가요, 왠지 아저씨한테 이런 걸 부탁하면 잘 해결될 거라고 생각했네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머리를 긁적인다.

  당당하게 내 앞에서 도와달라고 도움을 청했을 때와는 전혀 반대적으로, 해맑은 미소로 뭔지 모를 그 표정을 싹 감춰버린다.

  “죄송해요.”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입을 헤 벌리고 순진한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다시는 그때 그 표정을 내게 보이지 않겠다고 다짐이라도 하듯이.

  “아, 그럼 이제 슬슬 갈까요? 아저씨도 계속 밖에만 있으면 환자 분이 쓸쓸해 할 거예요.”

  몸을 휙 돌리며, 발을 떼기 시작한다.

  해결, 아닌가.

  이 상태로 저 꼬맹이를 돌려보내기만 한다면 이 사건은 단지 갑작스럽게 일어났던 해프닝으로 끝난다. 내게 어떠한 피해도 없고, 특별한 행동을 취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내가 원하던 대로 끝나게 될 것이다.

  찝찝한데.

  그런데도,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호기심하고는 거리가 좀 멀다, 저 꼬맹이에게 특별히 신경을 써야 할 이유도 없다. 허나, 전보다 조금은 더 솔직해진 나는 적어도 내가 지금 어떤 더러운 기분을 가지고 있는지는 정확히 짚어낼 수 있었다.

  나답지 않지만, 여기서 이렇게 일을 마무리 지어 버리는 것은 내키지가 않았다, 그냥 내키지가 않았다. 아내의 연락을 무시할 때처럼, 그냥 그런 감정이 몸을 조종한다.

  “잠깐.”

  나도 모르게, 나는 오른손으로 꼬맹이의 팔을 붙잡았다.

  “네?”

  당황한 건지, 꼬맹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쳐다본다.

  “알았어.”

  밑도 끝도 없이 나는 멋대로 말했다.

  “네?”

  더욱 당황한 표정을 내비치며 꼬맹이의 눈동자가 떨린다.

  “알아먹겠는 게 하나도 없기는 한데…….”

  머리를 긁적이며 입맛을 다신다.

  쩝, 별 수 없다, 별 생각도 없다.

  “도와줄게.”

  말을 내뱉는 데는 얼마 시간이 걸리지도 않았다.

  나는 시선을 똑바로 꼬맹이의 얼굴에 고정했다.

  멍한 눈, 벌어진 입술, 눈동자가 살짝 떨린다. 그리고 이내 그 표정을 급히 정리라도 하듯 원상태로 싹 바뀐다.

  “정말, 감사합니다.”

  고개를 꾸벅 숙이며 진심을 다해 감사를 표한다.

  나는 그런 꼬맹이를 바라보며 작게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나란 인간은 고생을 사서 하는 타입이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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