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
 1  2  3  4  5  6  >>
 
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난초꽃향기
작가 : 판도라
작품등록일 : 2020.9.6

나에게는 세 가지 한(恨)이 있다. 여자로 태어난 것, 조선에서 태어난 것, 그리고 남편의 아내가 된 것...그런데, 그 남편이 나를 찾으러 왔다. 무려 400여년후의 세상으로. 난초꽃 한가지로 이어진 전생의 인연, 그리고 난설헌 허초희의 소원...그 소원의 뿌리를 찾으러 떠난 내 눈앞에 왜란을 앞둔 400여년전의 조선시대가 열린다.

 
제4회
작성일 : 20-09-13 04:59     조회 : 162     추천 : 0     분량 : 5118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등뒤에서 검은 정장 남자들이 우르르 쫓아오는 게 보였다. 하지만 주차장 출구가 바로 눈앞에 보였고 얼마 안가서 우리는 그들을 따돌리고 공항으로 가는 택시에 몸을 실을 수 있었다.

 

 "이제 보니 미행하는 사람들 따돌리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네요. 그동안 무슨 일을 하셨기에...혹시 형사에게 쫓기는 용의자 이런 건 아니겠죠?"

 

 적당히 느슨해진 분위기속에서 농담을 건넬 여유도 생겼다. 그가 아무말 안하고 있어서 나는 한술 더 떴다.

 

 "그러고보니 통성명도 안했네요, 우리. 같이 쫓기는 신세에 이것도 인연인데 서로 이름이라도 알고 지냅시다."

 "같이가 아니라 그대 혼자 쫓기는 것이요. 난 죄짓고 살진 않아서."

 

 이런 소심한 남자 같으니라구. 나는 잠깐 멍해졌다가 풋 실소를 했다.

 

 "방금 한 용의자 말은 거두어 들일께요. 기분이 나빴다면 사과드리죠."

 "통성명도 되었소. 난 그쪽 이름을 이미 아니까."

 "이름을 알다니요?"

 "아까 그 사람이 희...라고 부르는 걸 들었소."

 

 도움이 안되는 녀석이라구야. 나는 할말이 구구해졌다. 그는 그런 나를 힐끗 바라보다가 한마디 덧붙였다.

 

 "헌데 용의자 치고는 그대 재간도 별로 신통치는 않소만."

 

 꼼생원 같으니...더이상 말할 가치도 없다고 느껴진 나는 창문밖으로 홱 머리를 돌렸다. 그러는 내 시야에 차량 한대가 들어왔고 나는 긴장감으로 두주먹을 틀어쥐었다.

 

 "집요한 녀석..."

 

 내가 녀석을 알아서부터 처음으로 보이는 녀석의 집념은 꽤 무서웠다. 항공편을 이용하려는 내 동태는 어떻게 파악한 걸까. 문득 머리를 스치는 한가지 생각에 나는 핸드폰을 꺼냈다.

 

 "젠장..."

 

 위치추적 어플이 깔려있는 핸드폰을 꽉 틀어쥐고 나는 거칠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고개를 돌려 나를 보았다.

 

 "아까 만났던 그 사람인 것 같소."

 "알고있어요."

 

 나는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그리고는 그에게 잠시 시선을 고정시켰다.

 

 "잠시후 택시가 멈추면 난 내릴테니 그냥 이 차로 다음 행선지까지 가세요."

 "나 혼자 말이요?"

 "그쪽 말대로 나 혼자 쫓기는 거니까. 나랑 같이 쫓겨다닐 필요가 없잖아요."

 

 그의 시선이 나를 향하자 나는 고개를 창밖으로 돌렸다.

 

 "이런 일에 엮이게 해서 죄송해요."

 "..."

 "이렇게 잠깐 얽힌 것도 인연이라면, 우리 인연은 아마 여기까지인가 보죠."

 

 그는 묵묵히 앞쪽만 바라볼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골목 하나를 에돌자 택시가 속도를 늦추어 멈춰섰고, 나는 두둑한 요금을 지불하고 서둘러 차에서 내렸다. 등뒤에서 택시가 다시 시동을 거는 소리가 들렸다.

 

 주르륵...

 

 잠깐 시선을 내리자 눈확이 젖어들었다. 그리고 나는 내 얼굴에서 흐르는 그 무엇에 경악했다. 뭐지? 이 이유모를 액체의 정체는? 바람처럼 스쳐지나간 인연일뿐인데 난 왜 눈물이 나는 걸까.

 

 그가 누군지, 어디서 왔는지, 이름도 신분도 모르는 사이인데 어찌 이렇듯 허하고 슬플까. 애초에 공항으로 가는 일정에 그는 없었다. 지금 그를 보낸 것은, 어쩌면 내 내면의 깊은 곳에서 그를 보내기 싫어 미적거린 결과였다. 하지만 나는 눈앞에 닥친 일을 해결해야 했고, 그래서 더이상 그를 잡아두기엔 양심의 가책이 느껴졌다.

 

 나는 눈물을 훔치고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눈앞에 서있는 사람을 보자 나는 또 한번 경악해야만 했다.

 

 "왜 내렸어요!"

 

 그가 나를 바라보며 작게 미소지었다. 그리고 예의 그 선연한 눈빛으로 그가 부드럽게 말했다.

 

 "글쎄...아마 우리 인연은 여기까지가 아닌가 보오."

 

 나는 멍하니 그를 보았다. 그가 천천히 앞으로 한걸음 다가서는 것도, 그리고 천천히 손을 들어 내 얼굴의 물기를 닦아주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은채.

 

 ......

 

 "어릴때부터 함께 자란 친구였어요."

 

 공항 대기실 의자에 앉아 내가 혼잣말처럼 말했다. 위치추적 어플을 삭제하자 녀석은 더이상 우리를 따라오지 못했다. 내가 예약한 항공편을 기다리느라 우리에게는 짧은 작별인사 시간이 주어졌다.

 

 그는 아무 말 없이 귀 기울여 내 말을 듣기만 했다. 나는 고개를 젖히고 나직히 한숨을 내쉬었다. 녀석은 내게 있어서 친구 이상인 가족같은 존재였다. 그래서 오늘 녀석의 배신이 내게는 더 충격적으로 다가왔으리라. 나는 방금전 내가 흘린 눈물의 의미를 이렇게 해석하기로 했다.

 

 "우린 항상 함께였어요. 엄마한테 쫓겨 싱가포르에서 유학생활을 할때도, 우린 항상 같이 있었고 또 항상 믿었어요. 그만은."

 "왜 쫓기고 있는지 물어봐도 되겠소?"

 "그건 나도 알고싶네요."

 

 나는 잠시 고개를 떨구었다.

 

 "아마도 여기에 있으면 안되는 그 어떤 이유라도 있겠죠. 내 출생신고도 외국이었고, 태어나서부터 줄곧 해외에서 생활해왔어요. 집은 몇년에 한번쯤 와볼수 있었구요. 엄마는 내가 돌아오기만 하면 저렇게 사람을 시켜 나를 추방해버리죠. 이번은 몰래 들어왔으니 더할거에요."

 

 나는 어깨를 으쓱해보이고는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이젠 그쪽 얘기나 합시다. 정말로 배우나 스탭이 아니에요? 본인이 누군지 모른다는 건 정말이세요? 기억이 안나세요? 아니면 말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건가요?"

 "후자요."

 

 그가 하도 담담하게 말해서 나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럼...왜 병원 따라가서 검사까지 받는데 아무 말 안했어요..."

 "나더러 아무 말 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소."

 

 나는 참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저도 모르게 허한 웃음이 터져나왔다. 한참 그렇게 웃고나니 왠지 모르게 홀가분한 느낌이 들어 나는 다시 그를 돌아보았다.

 

 "그러면...원래는 어디서 뭘 하고 계셨나요? 기억을 잃은 게 아니라니 참 다행이네요. 난 다시 싱가포르로 갈 건데, 그쪽은 어쩔 생각이세요?"

 "난...사람을 찾으러 왔소."

 

 밑도 끝도 없는 그의 말에 나는 의아해져서 그를 보았다.

 

 "누굴...요?"

 "내게는 아주 소중한 사람."

 "아..."

 

 어쩐지 처음부터 남자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싶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 깊은 내면의 상처나 여한 같은 것은 그 어떤 사연을 겪지 않은 사람의것은 아니었다.

 

 "아직도 그분을 찾지 못한거군요."

 

 내 말에 살짝 착잡한 표정이 된 그는 시선을 돌려 묵묵히 창밖만 바라보았다. 그런 그가 다시 입을 연 것은 한참뒤였다.

 

 "꼭 찾아내리라 다짐하였소..."

 "그분은...어떤 분이세요?"

 "..."

 "죄송...그쪽 프라이버시는 묻지 않을께요. 그런데 왜 강릉으로 간 겁니까?"

 "그 사람의 본가가 강릉에 있소."

 "그런데도 찾지 못했단 말인가요?"

 "그건..."

 

 그가 나를 힐끔 보며 다음 말을 삼켰다. 하지만 나는 금세 그 뜻을 알아차렸다.

 

 "날 만나 쓰러지는 바람에 일이 지체되었군요. 그러면 다시 강릉으로 가야겠네요. 어떻게 가는지는 아시죠?"

 "대략 이틀 거리라 보여지오."

 

 이틀...나는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어 미간을 찌푸렸다.

 

 "이틀? 설마 도보는 아니겠죠?"

 "도보 맞소."

 

 나는 한손을 내밀어 그의 이마를 짚었다. 내 돌발행동에 그가 몸을 움찔했다. 나는 다른 한손으로 내 이마를 짚으며 중얼거렸다.

 

 "열은 정상인데, 무슨 그런 이상한 말을..."

 

 그러다 떠오르는 한가지 생각에 나는 헛헛한 웃음을 지었다.

 

 "그러니까 돈이 없다는 말씀을 이렇게 하는 겁니까."

 

 나는 가방을 뒤적여 지갑을 열고 수표 몇장을 꺼냈다.

 

 "이거면 적어도 한달 교통비와 숙박비는 될거 같아요. 받으세요."

 

 그가 물끄러미 나를 쳐다보고 있어서 나는 얼굴 한가득 미소를 지으며 그의 호주머니에 수표를 넣어주었다.

 

 "갚으라는 말 안할테니 시름 놓고 받아요."

 "..."

 "나때문에 그쪽 일이 지체되었으니 이걸로 보상해드린다 치고 이젠 서로 깔끔하게 각자 갈 길을 가는 겁니다."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듯 보였지만 나는 안내판을 보면서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는 그대로 그의 팔을 끌고 택시터미널로 향했다.

 

 "난 곧 출발해야 하니 여기까지만 바래다줄께요."

 

 맞은편 택시터미널이 보이는 길가에서 서서 나는 일부러 담담한 표정으로 그를 돌아보았다.

 

 "이젠 작별인사를 하죠, 우리."

 "여현."

 

 역시 밑도 끝도 없는 그의 말에 나는 고개를 기웃했다. 그는 그런 나를 응시하며 부드럽게 말했다.

 

 "나는 여현이라 하오."

 "준희에요. 최준희."

 

 얼떨결에 내 이름 석자를 내뱉고나서야 이게 무슨 때늦은 통성명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 또 한번 웃음이 나왔다. 그는 그런 내 얼굴을 뚫어지게 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나를 잊지 마시오.희...다시는..."

 "네?"

 "그리고 왜 날 데려왔는지 아직 내게..."

 

 쾅...

 

 차량과 차량이 충돌하는 굉음이 그의 말을 삼켰다. 그리고 뒤이어 나를 밀쳐내는 그 어떤 강력한 힘이 느껴졌다. 그 힘에 의해 옆으로 밀려난 순간 나는 고개를 돌려 옆사람의 모습을 보자 아연해지고 말았다.

 

 "여현..."

 

 우리를 향해 돌진한 차량이 바로 엄마의 썬텐한 고급차량이라는것을 나는 한눈에 알아볼수 있었다. 그 차가 무섭게 돌진해오는 순간 옆에 끼어든 차와 충돌했고, 그바람에 차체가 나를 향해 덮쳐오는 위기일발의 순간 온몸으로 나를 밀쳐낸 여현...

 

 "세상에..."

 

 나는 입을 벌렸지만 아무 소리도 낼수 없었다. 붕 허공에 떴던 그의 몸이 차위로 추락하고, 그의 입가에 흐르는 한줄기 붉은 피를 보자 나는 심장이 멎는 듯 했다.

 

 엄마가 나를 좋아하지 않은 것 정도는 나도 잘 안다. 그렇다고 이렇게 저돌적으로, 이렇듯 무고한 사람까지 해하며 나를 추방해야 하는 이유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나는 쓰러질 듯 비틀거리며 위태롭게 여현을 향해 다가갔다. 그는 나를 보며 입가에 작은 미소를 띄웠다. 웃어...이 상황에 어찌 웃음이 나온단 말인가. 나는 떨리는 손으로 그의 팔을 잡았다.

 

 "여현..."

 "...아마 하늘의 뜻이오."

 "미안해요...미안해요...나때문에...다 나때문에...어서 병원으로 가요...당장 구급차 부를께요."

 "괜찮소..."

 

 그는 깊고도 차분한 눈빛으로 나를 응시했다.

 

 "내가...내가 혹여 명이 길어서 죽지 않는다면 말이요..."

 "그런 말 하지 말아요...왜 죽어요. 당신이 왜..."

 

 뜨거운 것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는 천천히 손을 내밀어 이마에 드리운 내 앞머리를 넘겨주었다. 그 부드럽고 자상한 행동에 나는 숨을 쉬기조차 어려웠다.

 

 "다시 만날땐, 부디 본연의 모습을 회복하기 바라오."

 "어떻게 그걸..."

 

 나는 놀란 눈을 들었다. 눈물어린 내 시야에 들어온 건 그의 입가에 머금은 깊이를 알수 없는 서글픈 미소였다. 알고 있었다. 어쩌면 그는 처음부터 내 정체를 알고 있었다.

 

 탕...

 

 또 한번의 충돌이 내 몸을 충격했다. 어느 눈먼 차량이 아수라장의 현장을 보고서도 미처 속도를 줄이지 못한 것인가.

 

 언제 빠져나왔는지 책 한권이 공중에 휘날렸다. 바람에 책갈피가 펼쳐지며 마른 난초꽃잎이 공중에 산산히 흩어졌다. 뒤이어 환각처럼 코끝을 스치는 난향속에서 나는 의식을 잃고 깊은 심연속으로 빠져들어갔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6 제6회 2020 / 9 / 16 176 0 5144   
5 제5회 2020 / 9 / 16 185 0 4989   
4 제4회 2020 / 9 / 13 163 0 5118   
3 제3회 2020 / 9 / 13 168 0 5068   
2 제2회 2020 / 9 / 13 185 0 5076   
1 제1회 2020 / 9 / 6 324 0 5111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천사가 아니야
판도라
전생에서 만난
판도라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