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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서로가 서로뿐인
작가 : 오르막알파카
작품등록일 : 2020.9.12

"다... 당신이 천년 제왕. 샤를리에 엘리어스 대공님이신가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과거 반역의 죄로 마계에서의 천년형을 선고 받은 자. 그 형벌을 이기고 돌아온 자. 그녀의 스산한 붉은 눈빛에 압도당한 그는 습관적으로 고개를 떨궜다. "그대는 제마이어 오펜이 맞는가?" "네, 네 맞아요. 제가 바로.... " 대공비가 될 자. 그렇지만 애정없는 형식적인 결혼이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구실이 되는 관계. 그러나 그들 서로에게는 서로뿐이었다

 
3화. 지옥에서 돌아온 자 (3)
작성일 : 20-09-12 20:36     조회 : 200     추천 : 0     분량 : 3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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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화. 지옥에서 돌아온 자 (3)

 

 “내가 그대의 뭘 믿고?”

 

 황제는 말문이 턱 막혔다. 너 같으면 그런 위험한 사람에게 대공 자리를 놓고 거짓말을 하겠느냐며 따지고 싶었으나 그녀의 의심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도 아니었다. 과거 골드레이어 황실에 의해 가문을 잃었던 자다. 덥석 자리를 받아드는 것도 이상할지도 몰랐다.

 

 “그래요, 주군. 수상해요. 대공이라면 아주 높은 자리가 아닌가요?”

 

 “때로는 감을 믿는 의심도 필요한 법이죠.”

 

 샤를리에의 뒤에 조용히 서 있던 샹포드 남매가 한 마디씩 보탰다. 지성이 있고 욕심이 있는 것들은 다들 그러하듯이 마계도 인계 못지않게 배신이 판을 치는 곳이었다. 특히나 지배자의 위치에 있었던 그들은 배신을 잘 보고 잘 골라낼 줄 알았다.

 

 “내가 무얼 얻자고 자네를 기만하겠는가. 진심일세.”

 

 “나도 그 말을 믿고 싶지만 이곳은 저를 더 신중하게 만드는군.”

 

 샤를리에가 답을 미루자 초조해진 황제는 한 수 더 굽히기로 결정했다. 마지막 남은 자존심과 최소한으로 이득을 보려 하였으나 쉽게 결정하지 못하니 부추기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 내 사실대로 말하지. 그대가 내게 진 빚을 들먹이기는 했지만 사실은 간절히 부탁하고 싶은 마음이네. 저곳의 변경백이 최근 재물을 횡령한 죄로 수감 되었지. 특히나 저 서부 지역은 이웃 강대국과 경계를 접하는 지역이라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거늘 지금 주인을 잃고 땅이 혼란하니 나로서는 매우 힘든 상황이야.”

 

 “그래서 나는 믿을 수 있다 이 말인가?”

 

 “믿네 마네 하는 문제가 아닐세. 일단 우리는 서로를 배신할 이유가 없지않는가. 그대가 황제의 자리가 탐났다면 나는 이미 이 자리에 없었을 걸세. 나는 그것을 믿고 그대에게 대공 자리를 주는 것이고 자네는 그런 나를 믿으면 되는 걸세. 영원한 번영과 권위를 황실의 이름으로 보장하지.”

 

 샤를리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골드레이어의 목과 가문을 원했지 황제의 자리에 오르고 싶은 마음은 손톱만큼도 없었다. 마계의 천년 제왕이라는 이름도 자의와는 관계 없이 얻은 이름. 그녀는 그저 엘리어스라는 이름의 가문을 원했을 뿐이다.

 

 게다가 황제는 그녀의 힘이 매우 필요한 상황. 안그래도 초조한 상황에 그가 나서서 샤를리에를 배신할 일은 없어 보였다.

 

 “그럼 계약서를 써 주시게.”

 

 “계약서?”

 

 “나의 가문과 상호 믿음에 대한 계약.”

 

 “좋소.”

 

 그녀가 제안에 응하자 옳다구나 싶었던 황제가 시종에게 서둘러 종이와 펜을 가져오라고 일렀지만 샤를리에는 그럴 필요가 없다며 문을 나서려던 시종을 멈춰 세웠다. 대신 아무도 손대지 않은 디저트 트레이에 놓인 깨끗한 나이프로 손가락을 베더니 몽글몽글 솟아오르는 피로 허공에 글씨를 써 내려갔다.

 

 “이게 뭔가?”

 

 “피의 계약이네. 배반의 대가를 목숨으로 받아가는 좋은 것이지.”

 

 네가지 항목을 적어낸 샤를리에가 황제를 비롯한 방안의 증인들이 그 내용을 들을 수 있도록 큰 소리로 읽었다.

 

 “첫째. 엘리어스 가문은 제국 서부의 국경을 지키고 영지를 성실히 다스릴 것. 둘째. 보스아 제국은 엘리어스 가문의 영애를 보장할 것. 셋째. 엘리어스와 보스아는 서로를 배신하지 않을 것. 넷째. 엘리어스 가문은 황실의 명을 따르나 충직한 수하가 아닌 황제에 준하는 힘을 가지며 황제는 이를 보장할 것. 이를 어길 시 대가는 어긴 쪽의 목숨으로 한다.”

 

 낭독을 마친 샤를리에가 은 나이프를 황제 쪽으로 돌려 건넸다. 황제 또한 망설임 없이 손을 베었다. 신하들이 보았다면 곧장 말렸을 테지만 방해꾼은 없었다. 필시 엘리어스가에 너무 큰 힘을 실어준다며 뜯어 말렸겠지. 하지만 서로의 피를 걸고 맹세했다. 배신하지 않겠노라고. 명을 따르겠노라고.

 

 황제가 샤를리에가 가리키는 곳에 피 맺힌 손가락으로 인장을 찍자 허공에 떠 있던 글씨가 빛나더니 반으로 나뉘어 황제와 샤를리에에게 날아갔다. 그리고는 그들의 몸속으로 들어가 버려 허공에 남은 것은 피가 한 방울씩 떨어지는 황제와 샤를리에의 손가락뿐이었다.

 

 “된건가?”

 

 “계약은 완료되었다.”

 

 황제는 작위 수여를 하기 전에 회의에 공지를 해야 하고 대공령도 정리가 필요하니 며칠만 황궁에서 머물다 갈 것을 권유했다.

 

 그 며칠 동안 황제에게 예법 선생을 요구한 샤를리에는 몸에 베어있는 구식 예법을 신식으로 탈바꿈하였고 덤으로 샹포드 남매도 인계의 예법을 배우게 되었다.

 

 “내가 왜 이런걸 배워야 해!”

 

 늘 제멋대로 살아온 데샤가 걸음걸이를 배우며 황궁을 말아먹을 뻔했지만 그녀의 오빠 데카가 적절히 말려줬기 때문에 조용히 황궁에서의 며칠을 보낼 수 있었다.

 

 *

 

 옷을 갖춰 입은 샤를리에가 커다란 문 앞에서 대기했다. 문 옆에 서 있던 신하가 먼저 큰 소리로 입장을 알리면 그 후에 들어가야 함을 알려주었다. 안에서는 많은 귀족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났다.

 

 “대공이라니....”

 

 “보스아 제국에서 대공위를 받은 사람은 한명도 없었습니다.”

 

 “그것도 마계에서 온 자라고 하지 않나!”

 

 “그래도 과거 이 땅에서 살던 자가 아닙니까.”

 

 “무슨...”

 

 웅성대던 사람들이 순간 조용해졌다. 아마도 황제가 등장했으리라. 샤를리에가 들은 소문으로는 귀족들의 반발이 매우 심했다고 하나 차마 죽기 살기로 황제를 말리지는 못했다고 한다. 서부 국경에 강력한 기사가 있어야 함은 모두가 동의하는 바. 그것도 마계에서 천년을 버티고 온 자다.

 

 게다가 피의 계약 사실까지 들은 –물론 황제는 그들에게 황실에게 불리한 부분을 알리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천년 대왕, 샤를리에 엘리어스 드십니다!”

 

 안의 신호를 받은 시종의 외침에 맞춰 대칭으로 서 있던 두 사람이 힘껏 문을 밀었다. 샤를리에는 검은 제복과 붉은 망토를 휘날리며 당당하게 걸어 들어갔다.

 

 긴 붉은 카펫을 따라 걸어 들어가자 카펫 옆으로 배치된 긴 의자에 앉은 사람들이 다양한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성큼성큼 걸어간 샤를리에는 금세 황제의 앞에 도착했다. 그녀가 사전에 들은 대로 몇 발자국 앞에서 한쪽 무릎을 꿇고 자세를 취하자 황제가 화려한 검을 양어깨에 내리며 공을 치하했다.

 

 “....해서 엘리어스에게 대공의 작위를 주고 샤를리에 엘리어스를 대공가의 현 대공으로 인정하는바. 이를 받아들이겠는가.”

 

 “받아들이겠다.”

 

 그녀가 황제에게 존칭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일파만파 퍼져있었으나 그 사실을 샤를리에의 육성으로 확인한 몇몇 귀족들은 차마 황제의 주장을 꺾지도 못하고 뒷목을 잡고 통탄할 뿐이었다.

 

 “보스아 제국 서부 카텐 지역을 대공령으로 하고 국경을 지키는 임무를 소홀히 하지 않을 것을 맹세하는 가.”

 

 “맹세한다.”

 

 “온갖 시련과 고난을 이겨내고 골드레이어의 극악한 명령에도 마계에서 천년을 버텨낸 자. 천년 제왕이라 불려야 마땅한 자. 이제는 엘리어스 대공으로서 존재할 자. 모두 엘리어스 대공의 즉위를 축하하라!”

 

 검을 치켜올린 황제가 외치자 사람들이 일어나 환호성을 지르며 박수를 쳤다. 그녀를 무서워하는 사람도 못마땅해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한 가지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그녀가 국경을 지킨다는 것은 모두에게 좋은 소식이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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