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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화공도담
작가 : 촌부
작품등록일 : 2016.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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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와 법을 익힘에 있어 느리디 느린 둔재.
법식에 얽매이기보다 마음을 다하며,
술을 익히는 데는 느리지만 누구보다 빨리 도에 이를 기재.
형식과 필법을 익히는 데는 둔하나 참다운 아름다움을
그릴 수 있게 된 화공 진자명의 강호유람기가 펼쳐진다.

 
7 화
작성일 : 16-07-13 13:08     조회 : 543     추천 : 0     분량 : 4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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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다음날, 자명은 이른 아침부터 우진당으로 향했다. 가슴 한가득 실망감을 안은 채였다.

 “자명이 왔느냐? 뒤에 가서 모작하여라.”

 평소와 조금도 다를 바 없는 조운고가 덤덤하게 말했다. 하지만 이내 뭔가를 발견하고는 이채를 띠었다.

 “눈이 벌겋구나. 잠을 설친 게냐?”

 “네.”

 자명이 울적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스스로의 재질 없음이 한탄스럽기도 하고, 할아버지께 그림을 보여 드리기 어렵게 됐다는 것이 아쉽기도 해서 간밤을 뜬눈으로 보내고 말았다.

 게다가 아침에는 할아버지의 병세가 악화된 듯하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괜한 죄책감에 훌쩍이기까지 했으니, 눈이 벌건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뒤로 걸어가 앉은 자명은 화선지를 문진으로 눌러놓고는 모작할 그림을 바라보았다.

 금벽산수화(金碧山水畵)의 대가인 이사훈(李思訓)이 그린 강범누각도(江帆樓閣圖)가 한눈에 들어왔다.

 확실히 무명도원도보다는 쉬워 보였다. 무명도원도에 담긴 기운은 그야말로 생동한데 강범누각도는 조금일지언정 화려하고 인위적이었다.

 무명도원도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연습을 해야 할 필요가 있겠다 싶었던 자명은 강범누각도의 일부만 모작(模作)해 보기로 했다.

 자명의 세심한 눈이 강범누각도를 세세히 훑어보았다. 구도가 낯설고 채색이 화려한 것이 특징인 것 같다.

 ‘개체로서 상황을 묘사한 것을 보니 저 나무가 가장 중요하겠다. 그렇다면 나무의 기운을 그려내야 해.’

 자명은 생각을 정리하고는 자신의 생각이 옳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리고 붓을 먹에 묻혀 짧은 획을 하나 그어나갔다.

 어제 무명도원도를 모작할 때 그었던 긴 획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짧았다.

 그런데 그 획은 어제보다 훨씬 더 느리게 그어졌다. 자명의 호흡도 마치 쉬지 않는 것처럼 느리게 변해갔다. 지독한 악취가 나는 땀도 흘러나왔다.

 그 이상을 가장 먼저 알아차린 건 이자언이었다. 조운고가 칭찬을 해주자 자기는 우월하다는 듯이 자명을 바라보던 이자언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칭찬을 해주던 조운고도 곧 뭔가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래, 네가 제법 그림을 그릴 줄 아는구나. 조금만 더 노력한다면 묘품(妙品)의 그림은 능히 그려내겠어. 음? 어딜 보느냐?”

 조운고가 이자언의 시선을 따라 자명을 보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자명아, 너 괜찮은 게냐?”

 꼼짝도 않고, 심지어 숨조차 쉬지 않고 붓만을 놀리는 자명은 누가 봐도 이상해 보였다.

 게다가 왠지 모를 거무죽죽한 땀도 흘리지 않는가!

 “자명아, 괜찮냐고 묻지 않느냐.”

 조운고는 조심스럽게 자명에게로 다가갔다.

 그때, 자명이 짧은 한 획을 긋고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범인의 호흡을 넘어선 호흡법을 한 대가는 여전히 참혹했다. 자명은 거의 탈진의 지경에 이르렀다.

 “허억! 허억!”

 “자명아, 무슨 일인 게냐?”

 조운고가 걱정스럽게 다가왔지만, 자명은 조운고의 움직임은 조금도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다.

 자명은 혼이 나간 사람처럼 넋을 잃고 고개를 두리번거리더니, 원통에서 화선지를 한 장 더 꺼내어 펼쳤다. 조운고가 이맛살을 찌푸리며 뭐라 말했지만 자명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후, 후우.”

 탈진한 자명은 오로지 정신력으로 버티며 붓을 먹에 적셨다. 이번에는 모작도 뭣도 아닌 스스로의 그림을 그리기 위함 이었다.

 또다시 자명의 호흡이 느려지고, 거무죽죽한 땀이 났으며, 종국에는 숨을 쉬지 않는 것처럼 호흡이 사라지고 말았다.

 “그만두지 못할까! 무엇을 하는지 모르겠으나 이 이상 호흡을 멈추면 네 몸이 상한다!”

 조운고가 버럭 소리를 지르며 자명의 어깨를 움켜잡았다. 느리게 붓을 놀리던 자명이 비명을 터뜨렸다.

 “으아아아!”

 끔찍한 비명을 마지막으로 자명은 눈을 스르르 감으며 정신을 잃어갔다.

 “의원! 누구든 의원을 불러오너라!”

 정신을 잃기 직전, 조운고 화백의 당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가 끝나는 짧은 시간 동안 자명의 머릿속에 수백 가지 상념이 스쳐 지나갔다.

 본래 기운생동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그리든 저마다의 기운을 담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호흡도 때마다 달라지게 마련인데, 짧은 획에서는 짧게 내쉬고 긴 획에서는 길게 내쉬는 것이 옳은 방법이다.

 하지만 지금은 짧은 획을 긋는 데도 호흡이 길어졌다. 마치 무명도원도를 그릴 때처럼 말이다. 대신 획을 그리는 속도는 한층 더 느려져서 호흡을 마칠 때에 맞추어 정확히 획도 끝났다.

 그래서 시험 삼아 긴 획을 그어보았다. 긴 획은 짧은 획과는 반대로 빠르게 그어졌다.

 틀림없이 호흡을 마칠 때에 긴 획도 끝나리라.

 “자명아, 정신 차려라! 너희들은 뭣들 하느냐! 의원을 불러오라고 하지 않았더냐!”

 조운고 화백이 계속해서 뭐라고 외쳤지만, 자명은 그 목소리를 알아들을 수 없었다.

 ‘모든 그림의 호흡이 하나로 합쳐져 버렸어.’

 그것도 지독한 악취가 나는 땀을 흘리며 몇 획 긋지도 못하고 탈진해야 하는 고약한 호흡으로 말이다.

 ‘난 망했다.’

 자명은 그 생각을 마지막으로 정신을 잃었다.

 

 

 

 3

 

 

 

 예인(藝人)이라면 합비(合肥)를 채화당의 이름으로 기억하겠으나, 무인(武人)에게는 또 다를 터였다.

 무인이라면 합비를 채화당이라는 그림쟁이들의 장원이 아니라 남궁세가라는 희대의 무가(武家)가 있는 곳으로 기억할 테니 말이다.

 한때 천하제일가라 불리었던 남궁세가의 후원. 기화요초가 만발한 그곳에 한 명의 노인이 서 있었다. 노인은 하늘을 바라보다 말고 눈을 지그시 감고 가을의 정취를 즐겼다.

 한동안 그렇게 가을의 정취를 즐기던 노인이 눈을 감은 채로 입을 열었다.

 “화란이 왔느냐?”

 “소녀 남궁화란(南宮花蘭)이 아버님을 뵙습니다.”

 후원에 나타난 한 여인이 고운 손을 모아 시립했다.

 보지도 않고 자신이 왔음을 알아차린 노인의 신기(神技)에 놀랄 법도 하건만, 그녀의 얼굴은 태연했다.

 “상의드릴 일이 있어 찾아왔습니다.”

 “말해보아라.”

 남궁화란이 고개를 숙여 보이고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조사전의 삼대 조부의 초상이 훼손되었습니다. 아버님께서 윤허하신다면 초상의 복구를 채화당에 의뢰할까 합니다만.”

 노인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저런 사소한 이유로 자신을 찾을 남궁화란이 아니란 것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필시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고작 그 정도의 일로 나를 찾지는 않았을 터. 속내를 말하여라.”

 남궁화란의 고운 아미가 찌푸려졌다.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숙여 보였다.

 “소녀의 무례를 용서하십시오. 실은…….”

 “무례랄 것까지야 있겠느냐. 어느 세가더냐?”

 남궁화란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굴욕을 감수하듯 부들부들 떨던 남궁화란이 힘겹게 입을 열었다.

 “산동의 악가(岳家)이옵니다. 달포 뒤에 찾아뵙겠노라고 서신을 보냈습니다.”

 악가의 서신은 서신이라기보다 비무첩(比武牒)에 가까웠다. 달포 뒤에 찾아뵙고 가르침을 받겠다며 정중하게 서신을 남겼지만, 그 이면에는 남궁세가를 꺾고자 하는 의지가 숨어 있었다.

 “그렇구나. 내 준비하마. 조사전을 보수하는 일은 네 뜻대로 하여도 좋다.”

 노인의 태도는 덤덤했으나, 남궁화란은 그렇지 못하였다.

 그녀는 결연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남궁세가가 아버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버님이 깨달음을 얻으시는 그날까지 세가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아버님을 기다릴 것이옵니다.”

 “그래, 고맙구나.”

 노인은 남궁화란을 보며 부드럽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리고는 다시 뒷짐을 지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남궁화란은 한 번 더 머리를 숙여 보이고는 천천히 뒷걸음쳐 후원을 빠져나갔다. 평화로운 노인과 달리 차갑기 짝이 없는 얼굴이었다.

 후원의 밖에 초조하게 서 있던 심유종(沈儒從) 총관이 남궁화란을 반겼다.

 “나오셨습니까, 아가씨.”

 “예, 심 총관. 아버님께서 윤허하셨으니 채화당에 가주세요. 한낱 화인(畵人)의 장원이라 하나 황상 폐하께서 귀히 여겼던 장인(匠人)이 일으킨 곳이니 총관께서 직접 가시는 편이 좋을 듯합니다.”

 “아가씨의 말씀대로 합지요. 내일 바로 채화당으로 향하도록 하겠습니다. 한데, 가주께서는…….”

 오랜 세월 동안 남궁세가를 지켜온 총관이다. 남궁화란은 차가운 얼굴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직은 때가 아닌가 봅니다. 하지만 머지않아 제왕의 형(形)이 남궁세가로 돌아올 것. 우리는 그때를 기다려야 할 거에요. 그럼 부탁드릴게요, 심 총관님.”

 “예, 아가씨. 이 심유종만 믿으십시오.”

 실망한 모양인지 심 총관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실망했더라도 남궁화란만 하랴. 심 총관은 애써 표정을 수습하고는 종종걸음으로 사라졌다.

 남궁세가가 제왕검형을 잃어버린 것이 벌써 삼십여 년 전이다.

 당시 소가주였던 남궁창천이 제왕검형을 채 익히기도 전에 전대 가주가 암천(暗天)의 혈사(血事)에 휘말려 목숨을 잃었던 것이다.

 그 후 삼십 년. 이제 가주가 된 남궁창천은 그간 쌓아온 영명을 조금씩 소진해 갔다. 제왕검형을 되찾지 않는 한 다른 가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없었다.

 급기야는 오대세가의 이름을 노리는 수많은 가문의 도전을 받는 위태로운 지경까지 오고 말았다.

 산동의 악가도 남궁의 이름을 꺾고 천하에 영명을 떨치고자 덤벼드는 가문 중 하나였다.

 그녀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니, 남궁은 그렇게 쉽게 무너지지 않아.”

 아버님께서 제왕의 형을 찾을 때까지 세가는 묵묵히 기다릴 것이다. 그리고 기다림의 끝에서 남궁은 다시 창룡이 되어 날아오르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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