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이' 곳에 행복 한가득
작가 : 레마
작품등록일 : 2020.8.16

의문도 모른채 이세계로 온 주인공.
원치도 않던 이세계로 온 주제에 옷 한 벌 없이 갑자기 서바이벌이 시작되는데....

안녕하세요. 레마입니다.
이번에 첫작품으로 '이세계'에 관한 이야기를 쓰게 되었습니다.
딱히 투고가 처음은 아니지만, 제대로 플롯과 설정을 짜고서 쓰는 작품으로서는 첫작품이에요^^;
제 소설이 대체적으로 설정과 임팩트보다는 등장인물간의 갈등, 해결을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이번에 배경을 이세계로 잡았을 뿐,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이세계물과는 상당히 다를 거에요. 조금 스포하자면 주인공은 무능하니까요. ㅎㅎ
게다가 이 작품은 제가 동경하는 '동심'과 '평화'를 중점으로 분위기를 표현했습니다.
흔히 말하는 '치유물'이 그 의미 그대로 적용된 작품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낚시아님)
그냥 항상 웃으면서 볼 수있는 치유되는 작품이라 생각하시고, 편안하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03 - 나란히 두고보면, 우정만큼이나 기다란 것도 없다. -1
작성일 : 20-09-11 15:46     조회 : 270     추천 : 0     분량 : 7043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나와 레아는 현재 숲속에 들어왔다.

  아직 숲속에서 받은 고통이 채 가시지도 않았는데, 혹시나 들어와서 발작은 일으키지 않을까 걱정을 했다.

  하지만, 그 걱정은 쓸데없었다.

  이 어둠의 느낌만 받았던 숲에, 이렇게나 밝은 태양이 내 곁에서 미소를 짓고 있는데 어찌 슬퍼할 수 있겠는가.

  “레아! 이건 뭐야?”

  “아. 그건 강아지의 혓바닥이라는 풀이에요. 주로 갈아서 상처에 바르는 약으로 많이 쓰여요.”

  “그럼 이건?”

  “그건 진흙의 은총이란 풀이네요. 보기엔 그래 보여도, 달여서 먹으면 소화에 아주 도움 된답니다.”

  주로, 이런 식으로 레아에게 질문하면서 지식을 쌓아가고 있었다.

  아직 마을이란 곳에 들려보지 않았지만, 적어도 레아의 생활 수준으로 이 세계의 문명 수준은 가늠이 간다.

  현대처럼 배달을 시키며, 집밖에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고서 생활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내가 직접 내 식량을 조달해야 하는 일이 종종 발생할 것이다.

  이곳에서 금방 떠나야만 한다.

  그것이 전에 말한 동행이 될지, 이별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곳에서는 금방 떠나가야만 할 테지.

  나뿐 아니라 라임이도 레아의 수업에 참가하는 학생 중 하나가 되었다.

  저번에는 독버섯 하나 먹었다고, 풀이 확 죽는 상황이 온 적이 있다.

  그 모습에 당연히 라임이의 몸에도 독에 이한 이상 증상이 있을 거라 추측했지만,

  “...너 괜찮은 거구나.”

  “뀨?”

  지금은 보이는 족족 주워 먹고 있다.

  아무 문제 없이 소화가 되면 나에게 알려주고, 독이 있으면 뱉어 버린다.

  라임이도 어느 정도 지능이란 건 존재했기에, 한번 못 먹는 것이라 확정된 것은 다시 먹지 않았다.

  그 기억력이 나보다도 훨씬 뛰어나다고 생각할 정도로, 잘 구별하는 모습이다.

  내가 레아에게 넘기는 풀들도, 모두 라임이의 실험 덕분에 먹을 수 있는 것만 물어보고 있었다.

  “라임아, 저거 한 번 먹어봐.”

  “뀨.”

  아직은 현대문명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해, 격렬하게 스마트폰의 존재가 마려웠다.

  이렇게 머리 터질 듯이 기억하는 것 보다, 사진 찍고 저장하면 기록 완료 아닌가.

  아니면, 오히려 반대로, 내가 너무나도 현대문명에 의존하고 있기에 기억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일까.

  나와 비슷한 또래인 레아도 어느 것이든 물어보면 막힘없이 모두 설명해 줄 정도다.

  나만 못하고 있다는 것에 자존심이 상했다.

  “하늘의 새싹...용의 비늘...곰의 발톱...숲의 아이...”

  외워야 할 것이 너무나도 많았다.

  차라리 현실에서 들어본 단어였다면 몇 개는 금세 외울 수 있었을 테지만, 분명히 어디선가 봤던 풀들도 모두 내 기준으로는 이상한 이름 투성이었다.

  학창시절의 시험 전날에도 이렇게까지 머리를 쥐어 짜내 본 기억은 없다.

  학생 때라면 미래를 위해 공부한다고 해도, 지금은 당장 내일을 위해 살아야만 했기 때문에 경각심을 가지고 공부에 임했다.

  “시하. 이리 와 보세요.”

  영단어 외우는 것처럼, 지금까지 설명 들은 풀들을 다시 한번 뇌에 새기던 와중에, 조금 먼 곳에서 레아가 나를 부르는 소리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때문에 기억했던 이름 중 반 이상이 날아가 버렸지만, 나는 절대 레아를 책망하지 않는다.

  그딴 것들보다, 레아가 내 이름을 불러준 것이 더 중요하다.

  “이거, 대지의 알이라는 열매 거든요. 가까이 와서 보세요.”

  레아는 바닥에 쪼그려 앉아, 땅속에서 손가락 만한 크기의 무언가를 꺼냈다.

  내가 ‘무언가’라고 말한 이유는, 도저히 레아의 뒤에서 어깨너머로는 그것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그렇게 아무도 모르는 사정 가지고 생쇼를 하면서 돌아, 레아와 마주 보는 자리에 가서 앉았다.

  이건, 이것 나름대로...

  “원래 땅에서 판 열매들은 흙이 묻어있어서 먹지 못하잖아요.”

  “그렇지.”

  “근데, 이건 이렇게...반으로 쪼개면...”

  레아는 기다란 ‘무언가’를 반으로 뚝 부러트리는 게 아닌, 기다란 방향으로 전체를 잡고 천천히 반으로 쪼갰다.

  그 느낌을 설명하자면, 바나나 껍질은 완벽하게 두 갈래로 쪼개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그래서 시간은 조금 걸렸지만, 레아는 무사히 내용물을 꺼낼 수 있었다.

  “짠! 안에서 또 열매가 나왔어요!”

  ...뭐야? 짠! 이라니, 너무 귀엽잖아!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질 것 같아, 손으로 입을 가렸다.

  그런 나의 행동이 어떤 의미로 전달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레아가 원하던 반응과 가까웠던 모양이다.

  레아의 얼굴이 많이 흡족해하고 있었다.

  “어때요? 신기하죠? 게다가 그뿐만 아니라 이 껍질을 문질러서 까면...”

  뭐, 여기까지 입 다물고 있었지만, 이 ‘무언가’에 점점 눈치를 챈 사람들이 있을 것 같아 그냥 밝히겠다.

  “이렇게, 먹을 수 있는 열매가 나와요. 드셔보시겠어요? 기름기도 있고 고소해서 요즘 자주 먹고 있는 열매에요.”

  반전을 기대하고 가만히 쳐다보기만 했지만, 그건 틀림없는 ‘땅콩’이었다.

  레아가 손수 깐 땅콩을 손바닥으로 받아 유심히 살펴본다.

  조금만 힘을 주면 반으로 갈라지는 것을 포함해서, 내가 알고 있는 땅콩과 매우 유사하다고 할 수 있었다.

  이 세계에도 땅콩이 있다는 것에 놀라기는 했지만, 소란 떨 정도로 신기한 것은 아니었다.

  이미 레아의 수업으로 인해, 내가 알고 있는 식물을 어느 정도 봐 왔기 때문이다.

  맛도 꽤 고소하고 향긋했기에, 레아가 좋아할 만도 했다.

  “음. 맛있네.”

  “시하도 까보세요. 재밌어요.”

  이렇게까지 권유하는데 안 해볼 수는 없지.

  땅콩이 두뇌에 좋아진다는 소리를 어디서 들어서, 고등학생 때 자주 먹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나는 아무 생각 없이 한 손으로 땅콩 껍질을 비틀어, 안에 들어있던 땅콩을 순식간에 손바닥 위에 올려두었다.

  뭐, 그 다음은 그냥 평범하게 얇은 껍질을 비비며 입안에 넣을 뿐이다.

  혹시나 몰라 다시 먹어봤지만, 역시 내가 알고 있는 땅콩 그 자체였다.

  “어? 시하는 대지의 알을 먹는 게 능숙하네요?”

  “옛날에 즐겨 먹던 거라서.”

  레아는 내 앞에서, 내가 했던 것처럼 한 손으로 비틀어 껍질을 까려 했다.

  하지만, 그녀의 가느다란 손은 성공시키지 못했고, 결국 나에게 보여줬던 것처럼 정성스럽게 반으로 쪼갰다.

  그 모습이 어딘가, 실망한 것처럼 기운 없어 보였다.

  “왜...왜?”

  “...시하에게 자랑하고 싶었는데.”

  나에게서 시선을 돌려, 덤덤하게 땅콩을 입에 넣는다.

  삐졌냐?...아니, 설마 삐진 거야?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 달려들어 껴안아 주며 달래고 싶었지만, 아직 우리의 거리감은 그렇게 가깝지는 않았기에 그러진 않았다.

  그 대신이라고 하기에는 뭐 하지만, 라임이가 자기한테도 달라고 레아 쪽에 붙는다.

  나름대로 눈치는 가지고 있는 친구니 말이다. 눈치 때문에 레아에게로 간 거지? 나도 땅콩 가지고 있는데.

  “자. 라임이도 먹어봐.”

  레아는 손수 깐 땅콩을 라임이의 입에 넣어주었다.

  이곳에 온 후로는 일상이 행복의 연속인지, 라임이는 어느 때나 조금씩 몸을 위아래로 통통거리는 느낌이 났지만, 그 순간만큼은 레아의 세공품이 된 것처럼 굳어버렸다.

  너무 맛있어서 충격 먹었니?

  “라임아?”

  라임이의 소화 시간은 평균 4초다.

  하지만 몇십 초를 기다려도 움직이지 않는 라임이의 상태가 조금씩 걱정이 되어 이름을 불러보았다.

  다행히 나에게 이름을 불린 라임이는 천천히 나를 향해 몸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런 비유를 하면 뭐 하지만, 마치 바지에 똥 싼 사람처럼 어기적거리는 느낌이랄까.

  그런 내 비유가 상당히 맞아떨어지는 게, 나를 향해 돌아본 라임이의 표정도 썩어있는 표정이었다.

  나는 그런 라임이의 표정을 확인하고는 조금 뒤로 물러섰다.

  음식을 먹어 소화 시키는 생물이니 배변활동은 하겠지만, 지금은 그런 사실보다는 앞으로 무언가 일어날 것만 같은 ‘감’ 때문이었다.

  라임이는 아까부터 계속 무언가를 참고 있었다.

  그것이 배변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대로 가다간 무언가는 확실히 터진다.

  그렇게 생각하며 뒤로 물러나기만 하던 내 얼굴 옆에서 그 무언가가 터졌다.

  “...에?”

  말 그대로 물리적으로 무언가가 터졌다.

  너무 물러나서 라임이와 거리는 8m 정도 될 것이다.

  그런데 그 무언가가 내 곁에서 터졌다는 사실에, 나도 금방 상황파악을 할 수 없었다.

  라임이를 쳐다보았다.

  그 무언가가 터진 후, 라임이의 얼굴은 마치 쾌변한 것처럼 상쾌해 보이긴 했다.

  그 무언가가 내 얼굴 옆에서 터졌기에, 내 얼굴에 조금은 박혀있던 것들을 손으로 쓸어 확인했다.

  ...땅콩이었다.

  “라임이는 대지의 알을 못 먹는구나. 미안해.”

  “뀨우!”

  레아가 라임이에게 사과하고, 라임이는 그런 레아를 용서해준다.

  ...그런 것보다 날 격려해주지 않을래? 나 지금 죽을 뻔했던 것 같은데 말이지.

  얼굴에 피가 싹 사라지는 감각을 느끼며, 어떤 의미로는 현자 타임을 가지고 있던 나에게 작은 늑대가 다가왔다.

  아까부터 혼자 땅 파면서 놀고 있다고 생각하니, 우리가 주제로 놓고 있던 땅콩을 내 손 맡에 내려놓았다.

  일단, 방금 일 덕분에 당분간 땅콩을 바라볼 일은 없을 것 같지만, 그런 나를 향해 칭찬해 달라며 헥헥거리고 있는데, 머리 정도는 쓰다듬어주었다.

  우리는 레아의 수업을 계속했다.

  라임이는 땅콩 사건 이후로는 계속 레아에게만 붙어 다니기 시작했다.

  그건 상관하지 않는다. 라임이 때문에 다칠 뻔했는데 나에게 오지도 않은 라임에게 삐진 것을 제외하면 말이다.

  하지만, 만난 이후로 나에게 애교 한번 부리지 않던 작은 늑대가 발밑에서 졸졸 따라오기 시작했다.

  작은 늑대도 분위기 파악을 할 줄 아는 것일까.

  우리가 숲속에 들어오기는 했지만, 그 주된 목적이 수업만 있는 것은 아니다.

  레아와 우리들이 다 같이 먹을 식량을 구하기 위해서다.

  그 때문에 레아는 아까부터 계속 바구니를 품 안에서 놓지 않고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대신 들어주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설마하니 들어달라는 어필 한번 해주지 않아, 내가 먼저 선뜻 들어주겠다고 말할 용기는 나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작은 늑대와 둘 뒤에서 놀고 있다가 우리는 집으로 귀가했다.

  “덕분에, 오늘은 평소보다 많은 식량을 구할 수 있었어요. 고마워요.”

  바구니에 한가득 쌓인 식량에 레아는 미소를 감출 수 없는 모양이었다. 그곳에 고기도 들어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다.

  “그럼, 이 식량들로 실력을 발휘할 테니 좀만 기다려주세요.”

  “내가 뭐 도울 건 없어?”

  “아니요! 지금은 제가 시하에게 대접하고 싶은 거라서, 도와주지 않으셔도 되요.”

  레아의 철벽에 나는 조금 눈물이 나올뻔했다. 그냥 곁에 같이 있고 싶은 건데.

  결국에 난 식탁에 앉아 레아를 바라보는 것밖에 할 일이 없었다.

  라임이와 작은 늑대는 아직도 지치지 않았는지 밖에서 놀고 있었고 말이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이 들었다.

  레아가 ‘파괴의 마녀’라고 불리며 쫓기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 어떤 잘못을 저지르고 쫓기고 있는지는 몰라도, 지금의 레아의 행동을 보면 주변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자랐다는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단, 그것들뿐이다.

  난 레아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게 거의 없다.

  물론, 그런 대화할 만한 자리를 마련하지 않았기에, 나도 레아에게 자신에 대해 알려준 적이 없다.

  그럼에도 레아는 나를 의심 한번 하지 않고 받아들여 주었으며, 단번에 친구가 되고 싶다고 말해주었다.

  그런 레아의 순수함에 나중에 사기는 당하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당연하다는 듯이 날 받아주었다.

  그런 우리 사이에 슬슬 진전이 필요하지 않을까.

  레아는 나에게 과거를 알려주고 싶지는 않아 해도, 적어도 나는 나에 대해 레아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지금은 마치 나를 속이고 레아의 곁에 있는 것만 같아 마음이 불편한 상태다.

  그래도, 레아는 나에 대해 듣고서도 내 곁에 남아줄 것만 같은 확신이 들었기에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나를 레아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레아....”

  똑똑.

  레아의 고개가 나를 향하다가, 닫혀있던 문에서 울리는 노크 소리에 방향이 그쪽으로 돌아갔다.

  ...아쉽게도 지금은 때가 아니라는 신의 계시인가 보다. 신, 나는 아직 당신의 고소를 취하할 생각이 없어.

  “네~. 지금 가요~.”

  계속 들려오는 노크 소리에 레아는 휙휙 젓고 있던 국자를 잠시 내려두고 문 앞으로 간다.

  나는 손님의 입장이니, 내가 대신 문을 열어준다면 손님도 놀라고 말겠지.

  애초에 레아가 말하지 않았는가. 이곳에 가끔 오는 상인 친구 말고는 오지 않는다고.

  그 친구분에게 나라는 동거인이 생겼다는 것을 레아를 위해서라도 당당하게 밝히고 싶지는 않았다.

  순수하게 레아를 걱정하는 마음에 나를 내쫓을 수도 있는 상식인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궁금했다.

  나와도 친구가 되었을 정도면, 레아는 사람에 대한 편견은 가지고 있지 않다.

  오히려, 내가 걱정을 해야 할 정도로 나쁜 사람일 수도 있을 거라는 가능성도 있었다.

  어느새, 나도 자리에서 일어나 레아의 뒤편에서 문 너머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문이 열린다.

  “꺄!”

  “으악!”

  나와 레아가 동시에 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을 향해 비명을 질렀다.

  “...역시나.”

  그 상대는 뭐라 중얼거리는 것 같았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나는 순식간에 레아를 감싸듯 뒤로 밀어내고, 그 상대와 대치하는 상황을 만들었다.

  이 무표정의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는 인물, 내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인상적인 사람.

  여기사가 이곳에 찾아온 것이다.

  “...무슨 일이야.”

  떨리는 목소리를 쥐어 짜내듯 겨우 뱉어낸다.

  내가 이곳에서 처음 만나서 나름 호감을 품고 있는 인물임에도, 나는 지금 레아를 지켜야만 하는 상황일 수밖에 없다.

  이곳에 ‘파괴의 마녀’가 있고, 내 눈앞에 기사가 있다.

  그럼 레아가 지금 아주 위험한 상황이지 않은가.

  눈앞의 여기사는 여전히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녀의 얼굴은 나와는 눈을 마주치려 하지 않고, 오히려 대각선 아래로 눈을 내리고 있어 비관적인 느낌의 표정으로 보이기도 했다.

  “페리아...”

  내 뒤에서 레아가 그렇게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반응한 것은 나뿐 아니라, 페리아라 불린 여기사도 고개를 들게 했다.

  뭐야, 아는 사이야?

  하지만, 아는 사이 치고는 둘의 사이는 서먹해 보였다.

  레아는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밝은 미소를 뿌리며 환영할 거라는 인상이 있는데, 페리아처럼 어딘가 상대에게 조심스러워 보이는 태도였다.

  이 상황에 최대 피해자는 나다.

  왜 이런 서먹한 분위기의 한 가운데에 서 있는 것일까.

  그 사이에 있는 1초가 너무나도 길게 느껴졌다.

  “...레아. 너에게 전해야 할 말이 있어서 왔어.”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4 03 - 나란히 두고보면, 우정만큼이나 기다란 … 2020 / 9 / 16 254 0 6985   
13 03 - 나란히 두고보면, 우정만큼이나 기다란 … 2020 / 9 / 13 265 0 6859   
12 03 - 나란히 두고보면, 우정만큼이나 기다란 … 2020 / 9 / 11 271 0 7043   
11 02 - 치유의 마녀 -6 2020 / 9 / 8 269 0 8079   
10 02 - 치유의 마녀 -5 2020 / 9 / 4 250 0 8379   
9 02 - 치유의 마녀 -4 2020 / 9 / 1 259 0 8025   
8 02 - 치유의 마녀 -3 2020 / 8 / 30 260 0 7260   
7 02 - 치유의 마녀 -2 2020 / 8 / 27 269 0 8891   
6 02 - 치유의 마녀 -1 2020 / 8 / 24 264 0 6414   
5 01 - 언젠가 나도 모르는 죄를 짓고 있었는지 … 2020 / 8 / 20 276 0 12287   
4 01 - 언젠가 나도 모르는 죄를 짓고 있었는지 … 2020 / 8 / 19 271 0 8928   
3 01 - 언젠가 나도 모르는 죄를 짓고 있었는지 … 2020 / 8 / 18 255 0 5717   
2 01 - 언젠가 나도 모르는 죄를 짓고 있었는지 … 2020 / 8 / 17 275 0 7001   
1 01 - 프롤로그 2020 / 8 / 16 453 0 3876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작은 화면 속의
레마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