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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아이돌스토리
너의 빛은 나의 어둠
작가 : Sissi
작품등록일 : 2020.9.1

무명 신인 작곡가와 무능력 얼굴천재 탑 아이돌의 상호 파괴적 성장 서사

 
#6.
작성일 : 20-09-11 03:15     조회 : 228     추천 : 0     분량 : 5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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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수영은 여느 때와 같이 카페 일을 마치고 귀가하는 중이었다. 그가 탄 버스의 창문 밖으로 초승달이 비쳤고, 수영은 자연히 재희가 쓴 곡을 떠올렸다. 유난히 달이 많이 등장하는 곡.

  띠링-

  그 때 수영의 핸드폰이 울렸다. 재희에게서 온 메시지였다.

 

  [니가 녹음한 가이드 음원이야. 너도 두고두고 듣고 싶어 할 것 같아서.]

 

  수영은 웃음 띤 얼굴로 귀에 이어폰을 꼽았다. 피아노와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묘하게 섞인 전주는 언제 들어도 좋았다. 이렇게 곡을 잘 만드는데, 왜 재희 곡을 쓰려는 회사는 별로 없을까. 요즘 트렌드에 잘 안 맞아서 그런가.

 

  [두 눈을 감으면 네가 피어나 Oh, I see you 뒤 돌아선 너

  But I believe in dreams 이건 현실이 아냐, Eh Eh 어서 날 돌아봐

  숨어 지는 해 파랗게 물든 달 It’s our blue night

  낮으로부터 도망 쳐온 우리 둘의 시간 오래 기다렸어]

 

  첫 번째 벌스의 시작점을 들으며 수영은 명치에서 약간 왼쪽에서 윗부분이 찌르르 아파 오는 통증을 느꼈다. 나에게 '뒤돌아 선 너'는-

  내가 부른 네 곡을 듣는다는 게, 정말 황홀하지만. 우리가 둘도 없는 친구 사이라는 게, 정말 감사하지만, 그렇지만 재희야. 가끔은, 아니 항상 그 이상을 바라고 있다면 내가 너무 욕심이 많은 걸까.

 

  6년 전 여름, 고등학생 수영은 한 대형기획사의 공개 오디션장에서 제 순서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그 회사는 세계적인 규모에, 이곳에서 데뷔만 하면 뜨는 것은 확정이라고 할 정도의 회사였기 때문에 연예인의 꿈을 가진 수많은 사람들이 그 곳에 몰려들었다.

  그것은 수영의 첫 오디션이었고, 그랬기 때문에 그는 적잖이 긴장하고 있었다. 그는 수많은 연습에 너덜너덜해진 악보를 보며 중요한 부분들을 다시 확인했다.

 

  “저기, 혹시 펜이랑 종이 있으세요?”

 

  그런 수영에게 누군가 말을 걸어 왔다. 수영이 고개를 들자, 그와 또래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보였다. 수영은 가방을 뒤적거려 언제 받았는 지 모를 가정통신문 한 장을 찾았다.

 

  “이... 이거 이면진데 괜찮으세요?”

  “아, 네. 감사합니다.”

 

  여자아이는 수영의 옆에 앉아 종이에 무엇인가 써내려가기 시작했고, 수영은 곧 그게 가사라는 걸 알았다. 오디션에 오면서 악보도 하나 안 들고 온 거야? 그보다, 아직 가사도 제대로 안 외웠다니. 내가 너 하난 제쳤다.

  수영은 곧 신경을 끄고 그의 오디션곡에 다시 집중했다.

 

  “1820번부터 1839번까지 들어오세요-!”

 

  수영과 여자아이는 함께 들어가게 되었다. 수영은 열심히 노래를 불렀지만, 긴장한 탓인지 목소리를 조금 떨어 버리고 말았다. 망연자실한 수영은 자신의 옆에서 열심히 가사를 외우던 여자아이가 노래를 시작하려는 것을 보고 궁금해졌다. 가사는 다 외웠을라나.

 

  “Oh, how about a lot of applause... Standing ovation...”

 

  어, 그 곡 아니었는데. 가요였던 것 같은데... 하고 수영이 의아해 할 사이도 없이 여자아이는 노래를 멈추었다.

 

  “죄송합니다. 못 하겠어요.”

 

  갈라진 목소리를 노래를 시작한 그 아이는 제 목소리에 당황해 노래를 끊었다. 예상하지 못한 실수인 듯 했다. 심사위원은 아무런 말없이 카메라를 다음 사람에게 넘겼다.

  수영은 오디션장을 터덜터덜 걸어 나왔다. 그는 수 개월간 준비한 오디션을 망쳤다는 생각에 괴로웠다. 그런 그의 앞에 그 여자아이가 보였다. 수영은 그 아이가 왜 막상 오디션에서는 다른 곡을 불렀는지 궁금했다.

 

  “저기요!”

 

  수영의 부름에 그 아이는 그를 뒤돌아보았고, 곧 그를 알아보았지만, 자신이 실수한 현장에 그 역시 있었다는 것 또한 기억해내고는 약간 민망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저기... 아까 왜 다른 곡 부르셨어요?”

  “네?”

  “아니, 종이에 써서 외우던 노래랑은 다른 노래를 부르신 것 같아서...”

  “아...가사를 확실히 다 못 외워서, 부르다가 까먹을 것 같아서요.”

  “그럼 처음부터 외우고 있던 팝송을 불렀으면 되잖아요.”

  “오디션 볼 땐 팝송 별로래요. 한국어 가사 발음이 좋은지 아닌지 알 수가 없어서.”

  “아...”

  “전에는 팝송으로 오디션 봤었는데, 그 후에 그런 이야길 들었어요.”

  “그 전에도 오디션 본 적 있었어요? 어느 회사에서요?”

  “여기, 같은 곳이요.”

 

  그럼 충동적으로 본 오디션도 아니고, 가수가 꾸준한 꿈이었다는 건데 가사 하나 제대로 못 준비했다는 건가.

 

  “노래 잘 하시던데요? 듣기 좋았어요.”

 

  갑작스러운 칭찬에 수영은 갑자기 아까 자신이 너 하나 제쳤다, 고 생각했던 것이 떠올랐다. 나는 가사 못 외웠다길래 좋아했는데, 이 사람은 내 노래가 좋다고 해 주네. 부끄럽다.

 

  “아뇨, 떨어서 잘 못했어요...”

  “그게 못한 거예요? 평소에는 무지 잘 하나 보다. 들어보고 싶어요.”

 

  노래를 한다고 했을 때부터 좋은 소리는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던 수영은 뜻밖의 상황에서 듣게 된 칭찬에 몸 둘 바를 몰랐다. 부모님은 수영이 가수의 꿈을 꾸는 것을 반대했다. 나 노래 좀 하는데, 한 번 들어보지도 않고 무조건 반대하는 부모님이 원망스러웠지만, 수영은 포기하지 않고 몰래 계속 노래를 불렀고,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몰래 오디션을 보러 나온 것이었다. 그에게 있어 노래는 너무 좋지만 어쩔 수 없이 숨겨야 하는 짓궂은 장난 같은 것이었다. 들키면 혼날 게 뻔하지만 멈출 수 없는 그런 것. 여태껏 노래한다고 했을 때 하지 말라고 혼나기만 해봤지 누가 자신의 노래를 듣고, 거기다가 칭찬까지 해 준 적은 없었기에 수영은 한마디 칭찬에 굉장히 신이 났다.

 

  “몇 살이에요?”

  “18살이요. 그쪽은요?”

  “어, 나돈데. 동갑이었네?”

 

  어색할 것 없이 바로 말을 놓는 수영에 상대는 살짝 당황했지만 곧 그게 더 편하겠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같은 고등학교 2학년인데, 뭐.

 

  “나는 이수영. 넌?”

  “김재희.”

 

  수영과 재희는 빠르게 친해졌다. 알고 보니 집도 제법 가까웠던 두 사람은 하루가 멀다 하고 만나 노래와 음악에 대해 이야기했다. 재희는 다양한 장르에 관심이 많아, 대중적인 곡들 외에도 수많은 곡들을 알고 있었다. 발라드와 알앤비 외에는 딱히 좋아하는 장르가 없었던 수영에게 재희와의 대화는 새로운 음악의 세계로 가는 문이었다.

  재희도 수영처럼 남몰래 가수의 꿈을 키우고 있다고 했다. 노래도 그닥이고, 얼굴도 특출나게 예쁘지 않은 자신이 가수를 하겠다고 하면 모두가 비웃을 게 뻔하다는 게 그녀의 말이었다. 그렇지만 아주 어릴 때 무대 위에서 환호를 받는 가수들을 본 이후로, 늘 자신도 그렇게 되고 싶다고 생각해왔다고 했다.

 

  “우리 엄마아빤 딸이 딴따라 하려는 꼴 못 볼 거야. 뭐랄까... 좀 고지식하시거든. 당신들은 책상 위에서 늘 일등이었고, 그걸 바탕으로 책상 위에서 모든 걸 이루었으니까, 나도 그럴 수 있다고,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셔. 약간 조선시대 양반 마인드랄까.”

  “음... 나도 반대당하기는 하는데 우리 부모님 이유랑은 다르네.”

  “넌 부모님한테 말이라도 해봤다며. 대단한 용기야.”

  “대단하긴. 너는 부모님이 너한테 기대하시는 모습이 박혀 있어서 그런 거고, 네가 말해보려고 하지 않는 이유는 그 기대를 잃는 것이 무서워서 그런 거 아냐?”

  “맞아. 우리 집이 좀 그래. 부모님도 그렇고, 언니도 좋은 대학을 갔거든. 그러니까 나한테도 그런 기대가 있으신가 봐. 그리고 솔직히 나도 그 이외의 삶이 어떤 형태인지 아직은 잘 모르겠기도 하고.”

  “그렇구나.”

  “너희 부모님은 왜 반대하시는데?”

  “그냥, 이런 일이 굶기에 딱 좋잖아. 나중에 밥벌이 할 능력 하나 없이 빌빌거리지 말고 안정적으로 살기를 바라시는 거지. 뻔한 이유야. 그 정도는 나도 이해해. 근데 꼭 말을 나쁘게 하시더라고. 내가 상처받지 않고는 못 배길 정도로.”

  “뭐라고 하시는데 그래?”

  “나 정도 노래하는 애들은 대한민국 바닥에 쌔고 쌨대. 물론 나보다 잘하는 애들도 차고 넘치고. 평범하게 생겨서는, 평범하게 노래하는 주제에 연예인 다 된 줄 알고 설치지 말고 나중에 빌어먹지 않을 궁리나 하래. 내 노래 한 번 들어보지도 않았으면서.”

 

  재희는 수영의 말에 오히려 자신이 더 상처받은 표정이었다. 부모님이 아들한테 그렇게까지 말을 하나? 그렇지만 남의 부모님에게 함부로 ‘너무하시네!’ 라고 할 수도 없어 그녀는 잠자코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더 분한 건 내가 노래하는 걸 들어보시지도 않은 부모님이 하는 말이, 또 그런대로 얼추 맞아서 반박을 못하겠다는 거야. 처음에야 내가 노래 잘하는 줄 알았지만, 오디션도 봐 보고 하니까 잘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더라고. 부모님 말대로 난 평범해. 나만큼 노래하는 애들은 정말 셀 수도 없이 많은 것도 맞고... 잘 하는 축엔 들지도 못하지.”

 

  풀이 죽은 수영에 재희는 발끈해서 소리쳤다.

 

  “네가 노래를 잘 하는 게 아니면, 도대체 누가 잘한다는 거야! 너 노래 잘해. 음역대도 넓은 편이어서 저음이랑 고음 모두 어렵지 않게 내고, 톤도 좋아. 듣기 편한 목소리라고나 할까... 고음 올라가면서는 약간 독특한 톤이 나오기도 하고. 내가 노래를 듣기는 엄청 들어서, 귀는 좀 트여 있거든. 그냥 하는 소리 아냐. 너 정도면 평범하지도 않고, 정말 잘 하는 거야. 타고난 것도 있고, 노력하는 면도 있고.”

 

  문제는 노래 못하는 나지. 재희는 뒷말을 삼키고 수영을 위로했다. 수영은 갑자기 화를 내는 재희에 잠깐 당황했지만, 곧 그 말이 진심이라는 것을 알아채고 그녀에게 깊은 고마움을 느꼈다. 나를 믿어주던 사람이 하나도 없던 세상에, 든든한 내 편이 하나 생긴 느낌.

 

  “...고마워, 그렇게 말해줘서.”

  “그러니까 너는 포기하지 마. 기죽지도 말고.”

  “응!!”

 

  그래서 5년째 이러고 있는 거겠지.

  잠깐, 이러고 있다니? 나는 내 삶에 만족하고 있는데. 오디션에는 수없이 낙방하고, 등록금을 벌기 위해 일하느라 졸업은 점점 늦어지고 있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로도 뿌듯하고 좋아. 재희가 그렇게 말해주지 않았으면, 나는 지금까지 버티지도 못했겠지. 다른 사람도 아닌, 재희가 해준 말이니까 더더욱 그랬을지도 모르고.

  그리고 나는 어쩌면 어린 재희의 꿈도 함께 꾸고 있는 거니까.

 

 

  오늘따라 집에 가는 길이 멀게 느껴지는 수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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