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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이사님~ 제발 그것만은...
작가 : 라미루이
작품등록일 : 2020.8.1

일년전 사별한 남편이 꿈속에 나타나기만 하면 분위기가 요상해져..이를 어쩌지..잠을 안 잘 수도 없고..남보다 생생한 꿈을 꾸는 시아 엄마
"정이수"의 꿈과 현실을 오가는 처절한 생존 육아 분투기. 얼마 전부터.. 귀가 간질간질.. 아이들 속마음까지 들리는데. 과거 계약연애를 했던 이사님은 늘찬 아빠가 되어 나타나고. 이사님과의 좌충우돌 티키타카는 현실이라네~
#꿈환상공포호러판타지 #여주히어로 #여주사이다 #이사님은엉뚱찌질집착파트너 #무궁무진스토리 #로코물 #재회물 #육아물 #이세계모험물
ramilui5058@gmail.com

 
36. 마지막 입맞춤을 그녀와 함께
작성일 : 20-09-10 23:09     조회 : 307     추천 : 0     분량 : 6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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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날은 지난밤처럼 비가 쏟아지는 날이었어. 차창 위로 흘러내린 빗물을 닦는 와이퍼가 초스피드로 왕복하던 게 떠올라."

 

 소파에 앉은 이수는 태오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난 아내가 묵는 K 오피스텔 앞 길가에서 차에 탄 채 그녀를 지켜보다가,

 

 집에 돌아가는 걸 포기하고 밤을 지새우기로 했지."

 

 

 ***

 

 운전석 시트를 한껏 눕히고, 조용한 음악을 들으며 눈을 감는 하태오.

 

 후두두둑!

 

 무성한 플라타너스 가지에서 떨어지는 우박 같은 빗방울들이 선루프를 때리는 소리가 요란하다.

 

 (내일 새벽에 그녀의 집을 불시에 찾아가 한바탕 뒤집어 놓을까?)

 

 아내의 뒤를 몰래 밟은 지 벌써 사흘 째.. 젊은 애인과 동거하는 그녀의 집 호수를 파악한 지 오래다.

 

 (설마 내가 스토킹 하는 걸 눈치 채진 않았겠지?)

 

 낡은 후드 티를 머리까지 뒤집어쓰고, 알 없는 뿔테 안경을 쓴 사내로 변장한 채 멀찍이 거리를 두었으니

 

 아무리 눈치 빠른 그녀라도 쉽게 알아차리진 못했으리라.

 

 임시 거처로 쓰이는 이 차도 얼마 전에 바꾼 SUV 인 데다 차창마다 선팅이 짙게 되어 있어,

 

 기다란 망원 렌즈가 달린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눌러대는 자신을 알아보긴 불가능할 것이다.

 

 느긋한 미소를 지으며 두 눈자위에 한쪽 팔을 가리듯 올리고는 입이 찢어져라 하품을 길게 한다.

 

 들쭉날쭉 야생마처럼 날뛰던 정신머리가 착 가라앉더니, 그는 얕은 잠에 빠져드는데..

 

 "꺄아옹~!"

 

 가까이에서 아기 울음소리를 닮은 고양이의 걸걸한 울음이 터지고..

 

 차의 보닛 위로 뭔가가 껑충 올라와 차창 쪽으로 다가오는 기척이 들린다.

 

 "끄냐옹!"

 

 "에이 C, 뭐야?"

 

 다시 한번, 바로 앞에서 들리는 냥이 울음소리에 잠이 확 달아난 태오는 신경질적으로 몸을 일으켜 앞을 바라본다.

 

 시동이 켜져 있어 덜덜 대는 엔진의 뜨거운 열기로 흠뻑 젖은 몸을 덥히려 올라온 걸까?

 

 보닛 위에 올라온 새까만 고양이 한 마리가 초록색 안광을 발하며 그를 노려보더니 한쪽 발을 들어 발인사를 한다.

 

 "훠이. 훠어이.. 저리 가! 가라고."

 

 그는 차 위에 주저앉으려는 기분 나쁜 고양이를 떨쳐 내려는 듯, 차 안에서 요란한 손짓을 저어 보지만

 

 그 놈은 가로수 아래 빗줄기가 뜸한 명당자리를 포기할 마음이 없어 보인다.

 

 "에라, 모르겠다. 다 귀찮아!"

 

 다시 시트에 몸을 누이는데, 이번엔 조수석 윈도를 '똑똑' 두 번 노크하는 소리.

 

 (누구지? 이 밤 중에..)

 

 고개를 살짝 숙여 오른쪽 창 밖을 바라보더니 눈이 휘동그레진다.

 

 잠시 망설이다 도어록을 해제하는 그의 터치.

 

 촘촘한 비를 뚫고 소리 없이 다가와 태오의 차에 오르는 하얀 원피스를 걸친 여인.

 

 차분한 시그널 음악이 흘러나오는 라디오가 꺼진다.

 

 "까, 깜짝이야. 소복 걸친 귀신인 줄 알았네."

 

 "내가 귀신이었으면.. 당신은 벌써 죽은 목숨이야."

 

 어깨 아래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를 쓸어 올리는 늘찬 엄마, 그러니까 하태오의 와이프 되겠다.

 

 "그나저나 오밤 중에 여긴 웬일이야?"

 

 "오, 오해하지 마. 우연히 여기 정차했다가 이제 떠나려는 참이야."

 

 "오해? 우연? 너무 티 나는 거 아닌가? 벌써 사흘 째, 같은 자리에서 맴도는데.. 모른 척할 수가 있어야지."

 

 "그, 그런가?" 그는 짧은 머리를 덮은 회색 후드를 벗어 내린다.

 

 "어디까지 알고 있어?" 무덤덤하면서도 차가운 표정으로 태오를 바라본다.

 

 "당신이 짐작하는 만큼.."

 

 "전부 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아예 파파라치로 전업하려나 봐?"

 

 뒷좌석에 놓인 큼지막한 카메라를 흘겨보는 그녀의 시선. 가벼운 실소가 스친다.

 

 "뭐.. 그런 건 아니고.. 늘찬 생일인데도 당신이 코빼기도 안 비치길래 대체 뭣 때문인지 궁금해서 말이야."

 

 서서히 본론으로 진입하는 그들의 대화.

 

 "옆에 붙어 다니는 '그 여자'가 애인인가? 너무 거리낌 없이 당당하게 다녀서.. 뒤를 캐는 내가 몸 둘 바를 모를 정도야."

 

 갑자기 차창 밖에 웅크린 고양이가 부스스 몸을 일으키더니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좌우로 서성인다.

 

 "미안해."

 

 "그 말 뿐이야? 저지른 잘못에 비해 말이 너무 짧은 거 아닌가?"

 

 "늘찬한테는 내가 다 설명할게. 당신한테는.. 내가 뭐라 말하기가 어렵네."

 

 "참나, 기가 막히는군."

 

 "다만, 이 자리에서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건..

 

 당신이 아빠로서, 남편으로서 큰 잘못을 저지른 건 아니라는 거야.

 

 오로지 내 잘못이고, 내 책임이니.. 괜히 지난 날을 되돌아보면서 자책하는 건,

 

 귀중한 시간 낭비에 당신의 탄탄한 근육만 손실될 거라는 충고를 해주고 싶어."

 

 그에게 자신의 머리칼 한 가닥이라도 붙잡고 매달릴 여지를 주지 않으려는 속셈이다.

 

 "남편인 나는 그렇게 넘어간다고 치자. 그럼 늘찬은 무슨 잘못으로 엄마 없이 지내야 하지?"

 

 "늘찬에겐 내가 잘 말해볼게.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은 늘찬을 만날 테니 걱정 말고.."

 

 "이번 생일 때도 선물만 달랑 보내 놓고는.. 너무 무책임한 거 아니야?"

 

 "..."

 

 그녀는 말없이 빗물이 구불구불 가로지르는 두꺼운 유리창 밖을 바라본다.

 

 "진짜 자신의 삶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 하지만 당신, 매끈하게 포장된 도로를 빙 돌아 너무 어렵게 가는 거 아니야?

 

 다른 보통 가족들처럼 우리도 평범하게, 쉽게 살면 안 될까?"

 

 간절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는데.. 한치 틈을 주지 않는 담담한 대답이 돌아온다.

 

 "난 팔자가 험해서 그런가. 다른 친구들이 뻥뻥 뚫린 직진 도로에서 신나게 달릴 동안..

 

 좁은 샛길로 빠져서 험로에서 뒹구는 게 내 운명인가 봐.

 

 아무리 애쓰고 노력해도 그 흐름을 거스를 수가 없네."

 

 그녀는 무심하게 피식 헛웃음을 날린다.

 

 "내가 여기서 당신 옷깃을 붙잡고 늘어지고, 온갖 추한 진상 짓을 벌여도 눈 깜짝 안 하겠군?"

 

 "이미 난.. 루비콘 강을 건넌 지 오래고, 왔던 곳으로 돌아갈 다리는 산산이 부서져 버렸어."

 

 어이가 없군. 멀쩡한 남편을 두고 바람피운 그녀가 대의를 위해 로마로 진군하는 카이사르라도 된단 말인가?

 

 내로라하는 달변가의 논리 정연한 설득도, 달콤한 회유도,

 

 소리 없이 다가온 킬러가 경동맥에 칼을 들이대는 무시무시한 위협도 통하지 않을..

 

 한 마디로 옆구리를 대바늘로 푹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지 않을 여자다.

 

 "그럼 내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

 

 "당신 마음 내키는 대로 해. 다른 여자를 만나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것도 좋고..

 

 대신 내가 질투심 아니 경쟁심을 느낄 만한, 그런 여자였으면 하는 바램이 있네?

 

 그럴 자신이 없다면.. 이번 기회를 교훈 삼아 늘찬을 돌보며 '홀아비'로 늙어가는 것도 최선일 수 있지."

 

 평생 홀아비로 늙어 죽으라는 저주를 내리는 건가? 창창한 그의 앞길에 매운 고춧가루를 제대로 뿌려댄다.

 

 핸들을 거머쥔 그의 두 손에 힘이 바짝 들어가는데..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누가 들으면 내가 외도하고, 아들내미 버려두고 집 나간 줄 알겠어?"

 

 "당신 입장에선 억울할 수 있겠지. 백 번 이해해.

 

 아무튼 말이 그렇다는 얘기고.. 서로의 사생활은 가급적 터치하지 않았으면 해."

 

 "만약 내가 동의하지 않는다면.. 막장으로 치달은 이 결혼.. 끝장내고 싶다면 어쩔 거야?"

 

 그녀는 한쪽 입가를 무너뜨리며 살짝 비웃는다.

 

 "당신이 원한다면 이 결혼.. 파투 내도 돼. 하지만 그렇게 쉽게, 당신 뜻대로 되진 않을 거야."

 

 실제로 그랬다. 바스라지는 껍질만 남은 결혼 생활을 어떻게든 유지하려는 그의 헛된 미련과

 

 세간의 이목에 신경 쓰는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몇 번이나 독한 마음을 품고 위자료 청구를 하려다가도

 

 흐지부지 마음을 접고 시간만 흘려보냈으니까.

 

 "너, 너무 뻔뻔한 거 아니야? 잘못은 당신이 저질렀어. 당신은 한마디로.. 파렴치하고, 무책임하고, 이기적인 여자야!"

 

 10년 가까이 한 집에서 부대끼면서 살아온 이 여자가 이런 인간 말종이었다니.

 

 가뜩이나 바닥나던 오만 정이 다 떨어지려 한다.

 

 장차 전 세계로 뻗어나갈 국내 최고 IT 회사의 정점에 올라선 내가 이리도 여자 보는 눈이 없었던가?

 

 아무리 한눈에 반한 연애결혼이 아닌, 자신의 어머니.. 한 여사가 맺어준 정략혼에 가까운 인연이라지만..

 

 천하에 두려울 것 없는 무적 인간 하태오가 이렇게 뒤통수를 세게 맞다니 믿을 수가 없다.

 

 (이번 결혼은 이대로 끝인 거 같아. 그때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난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연애 계약서를 들이밀며 자신을 코너로 몰아붙이던 정이수 팀장의 당찬 모습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

 

 

 "당신 마음대로 날 깎아내리고 실컷 욕해. 그렇게 해서 화가 풀린다면 말이야."

 

 그녀는 잠시 폰을 들여다보더니 시트에 기댄 몸을 일으킨다.

 

 "내일 새벽부터 홍콩 트랜스퍼해서 두바이 도착 예정이라.. 이만 눈 좀 붙여야겠어."

 

 신나게 퍼붓던 빗발이 어느새 잦아들었다. 부르르 몸을 떨며 차갑게 식은 보닛에서 내려와 어딘가로 향하는 묘묘한 흑고양이.

 

 "가기 전에 한 마디 충고할 게 있는데.. 해도 될까?"

 

 그녀는 의아해하는 태오에게 가까이 다가가 귓가에 대고 소곤거리는데..

 

 "혹시나 당신에게 또 한 번 기회가 찾아온다면..

 

 부디 주위 사람들.. 특히 구미호 '한 여사'한테 휘둘리지 말고 평생 인연을 찾길 바랄게."

 

 순간 눈빛이 흔들리며 당황해하는 태오의 뒷덜미를 한 손으로 휘어잡더니..

 

 "그리고 이건.. 옛정을 생각해 당신의 앞길을 축복하는 의미에서 해주는 (마지막 입맞춤이야.)"

 

 그녀는 살며시 고개를 기울여 굳게 다문 그의 입술에 자신의 촉촉한 입술을 포갠다.

 

 한 점 애정이 섞이지 않은 무미건조한 점막의 충돌이라니..

 

 다소 실망했는지 그녀는 단단히 다문 그의 턱을 손으로 잡아 내리더니

 

 그 틈에 벌린 입술 사이로 자신의 부드러운 혀 끝을 들이밀어 멋대로 휘젓는다.

 

 동그래진 눈으로 황당해 하는 태오의 아랫 입술을 날카로운 앞니로 지긋이 깨물고는 점차 멀어진다.

 

 "아얏!"

 

 그의 마른 입술에 선명히 남은 암고양이의 이빨 자국.

 

 눌린 상처 주위로 발간 핏물이 살짝 배어나오는가 싶더니..

 

 무색무취의 보드카에 치명적인 맹독 한 방울을 떨어뜨린 듯, 태오의 몸에 천천히 퍼지는 그녀의 진득한 타액 덩어리.

 

 (이 모든 것이 생생한 꿈일까? 아니면 어렴풋한 현실일까? 제발 꿈이었으면.. 영원히 깨지 않을 그런 꿈.)

 

 태오는 떠나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흘겨보지도 못한 채, 독주에 취한 듯 몽롱한 상태에 빠져들었다.

 

 그는 비몽사몽간에 어떻게 운전을 하고 돌아왔는지..

 

 다음 날 아침, 자신의 집 앞에 반듯하게 주차된 차 안에서 정신을 차렸다.

 

 이후로 그녀와 만난 그 날을 떠올리면 요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더라.

 

 비바람이 몰아치는 그 험한 날씨에 우산도 없이 비 한 방울 맞지 않고 차 안에 들어온 그녀의 옷차림하며..

 

 그녀와 마지막 입맞춤을 한 뒤로 자신의 뇌세포 일부가 흐물흐물 녹아 버린 것처럼 흐릿해진 기억까지.

 

 분명한 건 그녀가 태오의 곁을 완전히 떠난 뒤로..

 

 연인이자 팜므파탈인 데릴라에게 자신의 머리칼을 내준 히어로 '삼손'의 비극을 닮아가는 걸까.

 

 운이 다했는지 평생 몸 담을 듯했던 T사에서 그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졌다.

 

 하태오를 음해하고 견제하려는 몇몇 임원들의 물밑 작업으로 경쟁사에서 스카우트한 촉망받는 유학파 출신 엘리트가

 

 그의 자리를 차지할 거라는 소문이 사내에 파다하게 퍼졌고..

 

 결국 태오는 고심 끝에 사직서 대신 휴직원을 인사 부서에 올리고는

 

 엄마가 곁을 떠난 늘찬을 돌보기 위해 전업 아빠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

 

 "그럼 늘찬은 엄마와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난 건가요?"

 

 이후의 일이 궁금한 듯 눈빛을 반짝이며 묻는 정이수.

 

 태오는 기나긴 꿈에서 깬 듯한 멍한 표정으로 잠든 고양이를 안은 그녀를 바라본다.

 

 "그게.. 늘찬이 말로는 엄마를 자주 만난다는 거야."

 

 "그래요? 따로 시간을 정해서 만나나 봐요?"

 

 그는 자신도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말을 잇는다.

 

 "그게 아니라..

 

 아이가 깊이 잠들면.. 꿈속에서 지 엄마를 만난다는 거야."

 

 "꾸, 꿈에서요?"

 

 "응, 꿈에서 엄마랑 여행도 하고, 놀이 기구도 타고, 맛난 것도 먹고 그런다는 거야? 글쎄.."

 

 "실제로 엄마를 만난 걸 아이가 꿈으로 착각하는 건 아니고요?"

 

 "그럴 리는 없지. 내가 휴직을 한 이후로 늘찬인 내 곁을 떠난 적이 없는 걸.

 

 그녀는 괘씸하게도 '그 약속'을 한 번도 지키지 않았어."

 

 무릎을 두 손으로 힘껏 감싼 채 원망 가득한 표정으로 거실 천장을 노려보는 하태오.

 

 "하지만, 늘찬은 기특하게도.. 그렇게 냉정하고 무심한 엄마를 미워하고 그리워한 적이 없어.

 

 종종 물어보면.. 꿈자리에서 그녀와 뛰놀고 대화하는 게,

 

 현실에서 아빠랑 지내는 것보다 훨씬 더 생생하고 재미있다면서

 

 내 화를 돋우곤 해."

 

 하늘찬의 항상 밝고 활기찬 표정에서 엄마가 곁에 없을 거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기란 쉽지 않으리라.

 

 쉽게 이해가 안 되는 것처럼 멍 때리고 있지만, 한편으로 주의 깊게 그의 말을 듣는 이수는

 

 머릿속에서 점점 커져만 가는 물음표를 지울 수 없다.

 

 (이 여자.. 대체 정체가 뭐야? 한 번 만나보고 싶은데?)

 

 천하의 몹쓸 여자로 전락한 하태오의 아내이자 하늘찬의 엄마인 '그 여자'도

 

 정이수와의 만남을 고대하고 있을지 모른다.

 

 

 [지이이이잉~!]

 

 적절한 타이밍에 태오의 바지춤에서 요란하게 울리는 전화벨 소리.

 

 황급히 폰을 꺼내 발신인을 확인하는데..

 

 액정에 표시된 이름은 '한 여사'..

 

 꼬리 아홉 달린 하태오의 어머니였다.

 

 

 

 

 - 36회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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