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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구령세기
작가 : 김선을
작품등록일 : 2020.9.7

치우가 칠대성을 물리치고 신국의 세운지 수백년.
사신과 사흉수를 봉인했던 구령의 봉인이 해제되면서 천하에 다시 전쟁의 기운이 흐른다.
수많은 나라의 영웅들 중 과연 천하를 지배하는 자는 누가 될 것인가?

 
걸사령의 비방
작성일 : 20-09-10 22:28     조회 : 309     추천 : 0     분량 : 4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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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아악.”

 

 옥저로 돌아가는 마차 안에서 다물간이 비명을 질렀다.

 

 “조금만 참으십시오.”

 

 얼굴과 몸에 피가 묻은 붕대를 칭칭 감고 있던 다물간이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아니야 이대로 돌아갈 순 없어. 어서 마차를 세워라. 반드시 치건우 이.. 이 자를.”

 

 “왕자님.”

 

 모두가 난감해하고 있을 때 홀연히 그의 앞에 나선 이는 키가 껑충하게 크고 얼굴이 시꺼먼 풍수사 걸사령이었다.

 

 낡은 삿갓을 쓰고 검고 치렁치렁한 도복을 걸친 그는 마치 귀신 같은 모습이었다.

 

 걸사령이 수레에서 내리려는 다물간의 앞을 막으며, 그 앞에 엎드렸다.

 

 “뭐냐? 네 놈은.”

 

 “풍수사 걸사령이옵니다.”

 

 걸걸한 목소리가 그의 목구멍 안에서 삐져 나왔다.

 

 “어서 비켜라.”

 

 “제 말을 들으실 준비가 되셨습니까?”

 

 “뭐라?”

 

 붕대로 왼쪽 눈을 가린 다물간 왕자가 오른쪽 눈을 꿈뻑 거렸다.

 

 그러고보니 이제 생각이 났다.

 

 “아아 자네로구만. 그래 출정하기 전 자네가 그랬었지. 이번 원정에서 나는 황자를 이기지 못할 거라고 말이야. 그래. 오냐. 어떠냐? 이렇게 패배한 나를 보니 이제 속이 시원하냐?”

 

 다물간의 오른쪽 눈이 살기로 번득였다.

 

 하지만 거친 피부와 거무튀튀한 시커먼 얼굴을 한 걸사령은 아주 평온한 얼굴이었다.

 

 “왕자님은 제가 한 말을 끝까지 다 기억하시지 못하시는군요. 저는 출정 전 분명히 말했습니다. 황자를 이기고 싶다면 천지 자연의 이치를 비틀고 역행하는 무도한 짓을 할 준비가 되셨는지 말입니다.”

 

 다물간의 눈이 반짝이며, 그의 목소리가 떨렸다.

 

 “내가 그를 이길 수 있다는 말이냐?”

 

 왕자를 보좌하는 대신이 나섰다.

 

 “왕자님 그를 믿지 마십시오. 저 자는 풍수사의 수치로 불리는 자입니다.”

 

 하지만 아미 왕자의 귀에는 아무 것도 들리지 않았다.

 

 “그래 어서 말해보거라. 비방이 있다는 말이냐?”

 

 “그렇습니다. 주위를 물리치십시오.”

 

 

 

 

 “천세 천세.”

 

 개선 장군인 치건우 황자가 황궁으로 들어가는 길목은 이를 지켜보려는 백성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그를 찬양하는 소리는 바람을 타고 황궁 안까지 울려퍼지고 있었다.

 

 “폐하.”

 

 노구 대신이었다.

 

 후궁의 다리를 베고 누워 있던 황제가 게슴츠레한 눈길로 그를 바라보았다.

 

 “무슨 일이오?”

 

 “치건우 황자가 개선하고 있습니다. 이를 맞이할.”

 

 “됐소. 나가시오. 전쟁에서 승패는 병가지상사요. 어쩌다 한 번 이긴 것으로 그리 호들갑 떨 것 없소.”

 

 “하오나.”

 

 “내 나가라하지 않았나? 짐은 나랏일로 머리에 통증이 있어 잠시 쉬어야겠으니 어서 물렀거라.”

 

 “알겠사옵니다.”

 

 하얀 수염이 성성한 노구 대신이 허리를 숙이며 물러났다.

 

 황제가 후궁의 다리를 쓰다듬었다.

 

 “천세. 천세. 저 놈의 아우성 때문에 머리가 더 아프구나. 네가 나를 위로해 다오. 에잇 그리고 야불답 이 녀석이 가져다 주는 약은 왜 이리 늦는 거야?”

 

 황제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옥으로 만든 연적을 들어 던졌다.

 

 그의 손이 벌벌 떨리고 있었다.

 

 "폐하. 그 약은 이제 그만 드시는 게."

 

 어린 후궁이 근심 어린 표정으로 말을 하였으나, 황제는 그런 그녀의 말을 잘랐다.

 

 “에잇 됐다. 기분 잡쳤다. 후원으로 나가 술이나 마시자꾸나.”

 

 벌건 그의 눈은 시기와 질투로 이글거리고 있었다.

 

 황제는 다시 한 번 자신의 머리에 얹은 관을 만져보았다.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어.’

 

 조그맣고 시꺼먼 얼굴에 들창코를 한 야불배가 눈알을 돌렸다.

 

 “이 멍청이 같은 녀석아.”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온 야불답이 다짜고짜 그의 뺨을 때렸다.

 

 움푹 패인 눈과 얼굴의 주름은 야불배가 야불답보다 더 나이들어 보이게 하였으나, 그보다 나이가 적은 건 사실이었다.

 

 짝

 

 콰당탕

 

 작은 키에 왜소한 몸매의 야불배는 다기들이 놓여 있던 탁자와 함께 넘어졌다.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은 야불답이 씩씩거리며, 야불배의 멱살을 잡아 일으켰다.

 

 “어떻게 할거냐? 이제 어떻게 해? 네가 책임지고 한다고 하지않았냐? 연합군이 이기면 모두 쓸어버린 뒤 치하랑을 황제로 내세우고, 연합군이 져도 우리 군에 막심한 피해를 입힌 황자와 황태자를 제거하면 되는데 도대체 이게 뭐란 말인가.”

 

 자신이 낸 작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야불배에게 회풀이를 하는 야불답이었다.

 

 아니 오히려 그래서 더 화를 내는 것인지도 몰랐다.

 

 “...”

 

 “근데 봐라. 피해는 하나도 없고, 오히려 황자의 권위와 위세만 더 높여놨어.”

 

 퍽

 

 성질급한 야불답의 주먹이 야불배의 코를 강타했다.

 

 야불배의 코에서 코피가 줄줄 흘러내렸다.

 

 “하하하하 하하하하.”

 

 그대로 뒤로 넘어진 야불배가 누운 채로 크게 웃기 시작했다.

 

 야불답이 눈을 부라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미친 놈이 실성한 게로구나. 오냐 잘 됐다. 같은 아비를 둔 게 의심스러울 정도였는데 이 정도면 네가 맞아 죽어도 날 원망하지 않으렸다. 네 어미가 천한 태생이라 너도 천하게 구는 건 어쩔 수 없는 모양이구나.”

 

 야불답이 다시 그의 멱살을 잡았다.

 

 “형님. 드디어 우리에게도 기회가 왔습니다.”

 

 “엥? 그게 무슨 말이냐? 곧 죽을 녀석이.”

 

 야불배가 일어나 책으로 가득 찬 자신의 방가운데 섰다.

 

 “우리가 이번 연합군을 일으킨 목적이 무엇입니까?”

 

 야불답은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대답했다.

 

 “그... 그야 당연히 치하랑을 황태자나 황제의 자리에.”

 

 “바로 그것입니다.”

 

 야불배가 피가 흐르는 코를 쓱 닦으며 박수를 쳤다.

 

 “연합군이 왔는데 아군의 손실이 하나도 없었다? 그리고 적병의 손실도 크지 읺았습니다. 이게 뭘 뜻하는 것이겠습니까?”

 

 잔머리와 간사한 말 뿐인 야불답은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

 

 “...”

 

 “이 놈 어서 빨리 대답하지 못하겠느냐? 그게 무슨 뜻이냐?”

 

 “국상. 이건 큰 사건입니다. 역모입니다. 역모. 혼자서 적들을 물리친 치건우 황자와 출전 전 날 그를 찾아가 속삭인 치건무 황태자 모두 연합군과 모의 작당을 한 역적이란 말입니다. 그들의 입지를 높이기 위해 연기를 한 것입니다. 그것도 모르고 가엾은 황제 폐하께서는 깜빡 속으셨던 게지요.”

 

 야불배의 능청스런 연기에 야불답이 손뼉을 치며 자리에서일어났다.

 

 “와하하하 맞네. 맞아. 아우님 말이 백 번 옳소. 내 당장 황제 폐하께 아뢰고 오겠네. 잘만 되면 우리 치하랑 전하가 황태자 자리에 오를 수 있겠구먼. 푸흐흐흐. 역시 내 계략이 틀리지 않았어.”

 

 야불답이 음흉스런 미소를 지으며 관을 고쳐 썼다.

 

 그는 노비들을 부르며 밖으로 나갔다.

 

 “서둘러라. 황궁의 황후를 만난 뒤, 황제 폐하를 만나러 갈 것이다.”

 

 어두운 밤이었지만 야불답의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 활짝 피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자리에 앉아서 이 모습을 보고 있던 야불배의 얼굴엔 수심이 가득했다.

 

 ‘상상 이상이다. 어쩌면 나는 건드리지 말았어야 할 것을 건드린게 아닐까?’

 

 그는 닦아낸 코피가 묻은 소매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칠흑같은 밤에 이슬을 밟는 한 떼의 무리가 있었다.

 

 “어서 서두르거라.”

 

 걸사령이 자신을 따르는 병사들을 재촉했다.

 

 능을 지키는 병사들을 따돌리기 위해 험한 지형을 돌아온 그들의 눈 앞에 커다란 벽돌로 주위를 감싼 거대한 능이 모습을 드러냈다.

 

 능은 너무 거대하여 머치 작은 야산과 같은 모습이었다.

 

 “찾았습니다.”

 

 능을 찾은 걸사령은 어찌된 일인지 그 능을 그대로 지나쳐 내려갔다.

 

 “어디로 가십니까? 능은 여기 있습니다.”

 

 “흐흐흐흐 물의 사주를 타고 태어난 선황제는 벽돌로 묘를 쓰지 않는다. 이건 가짜야. 진짜는 바로 저 아래 무심천으로 향하는 숲속에 있다. 아무 표시도 하지 않아 도굴조차 불가능하지.”

 

 병사들을 인솔하는 장교가 나섰다.

 

 “아니 그럼 이 땅을 모두 파야 한다는 말이오? 이걸 언제 다?”

 

 “흐흐흐흐 우린 도굴을 하러 온 게 아닙니다. 명당의 기운으로 발복하는 것을 막으러 온 게지요. 무심천으로 향하는 땅을 파서 미리 준비한 무명그물을 칠 것 입니다. 제가 말한것은 준비하셨겠지요?”

 

 “어부들에게서 상어도 능히 잡을 수 있는 그물을 얻었소.”

 

 걸사령이 희미한 달빛 아래서 차갑게 웃었다.

 

 “흐흐흐 그럼 됐습니다.”

 

 걸사령이 팔괘가 그려진 나침반과 여러가지 반원처럼 생긴 기구를 꺼내 하늘의 별과 땅의 기운을 측량하였다.

 

 “대략적인 위치는 나왔습니다. 그럼 어서 가시죠.”

 

 초승달이라 밝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걸사령 일행은 무심천으로 향하는 땅을 파고 그물을 길게 묻었다.

 

 비록 옳지 못한 일을 많이 하여 악명을 떨치긴 했지만 도술과 풍수에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던지라 병사들은 뭔지 몰라도 그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자 가십시다.”

 

 “어서 서둘러라.”

 

 장교의 말에 병사들이 일사분란하게 주위를 정리하고 연장들을 챙겼다.

 

 “자 고생하셨습니다. 여기.”

 

 걸사령이 호리병을 따더니 탁주를 한 잔 건넸다.

 

 밤새 고생한 터라 배도 고프고, 목이 말랐던 병사 한 명이 잔을 받았다.

 

 탁

 

 장교가 나서 그 병사의 손목을 잡았다.

 

 그 바람에 탁주가 울컥 잔 밖으로 흘러넘쳤다.

 

 병사가 입맛을 다시며 아깝다는 표정으로 장교를 바라보았다.

 

 “이게 뭐지? 너부터 마셔봐라.”

 

 장교가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며, 걸사령에게 다시 잔을 내밀었다.

 

 걸사령이 주춤거리며 물러나더니 싱긋 웃었다.

 

 벌컥벌컥

 

 잔을 받아 든 걸사령이 시원하게 잔을 비웠다.

 

 “크흐흐흐 설마 제가 입막음을 하려 독을 탄 줄 아신겝니까?”

 

 “이런 일에 보통 그런 결과가 오지 않더냐? 아님 말고.”

 

 심한 전쟁을 하더라도 야인들이 아니고서야 무덤을 파헤친다던지 부관참시를 하는 증 망자를 욕되게 하는 행위는 하지 않는 것이 정설로 통하고 있었다.

 

 남의 무덤에 나쁜 짓을 했다는 죄책감이 들고 있던 병사들이었다.

 

 걸사령이 따르는 탁주를 받은 장교가 그를 노려보며 한 잔 마신 것을 시작으로 병사들이 앞다투어 탁주를 한 잔씩 마셨다.

 

 다들 밤새 이어진 고된 노동에 배도 꺼지고, 목이 마른 것도 사실이었다.

 

 “자 어서 가십시다.”

 

 걸사령이 일어났다.

 

 그 뒤를 따라 일어난 장교와 병사들의 걸음걸이가 이상했다.

 

 머리가 어지럽고, 기운이 빠져 다들 비틀거렸다.

 

 “네 이놈.”

 

 그 장교가 걸사령의 멱살을 잡았으나, 이내 힘없이 축 늘어졌다.

 

 “아 참 그러고보니 이 해독제는 저만 먹었군요.”

 

 걸사령이 입에서 씹다만 잎사귀를 뱉었다.

 

 “퉤.”

 

 “크흑. 너.. 너를 믿다니. 걸사령 네 놈의 이름에 새겨진 피의 대가를.”

 

 그 장교를 시작으로 병사들이 입에서 피를 쏟으며 쓰러졌다.

 

 첨벙첨벙

 

 무심천 근방에서 신원을 알 수 없는 병사 시체 5구가 발견된 건 며칠이 지나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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