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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원나잇 바디샷
작가 : 아스테리아
작품등록일 : 2020.9.1

그의 입술이 내려왔다. 쇄골을 깊게 핥은 그가 하랑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테킬라 잔을 들어 삼킨다. 목울대가 아래위로 움직인다. '하, 이런 섹시한 대나무숲을 봤나.' 에덴의 동산에는 대나무숲이 있다. 그가 자꾸 꼬리를 흔든다. 이리와 여기 이 탐스러운 선악과를 한번 먹어보라고... "당신이 먹는 열매가 당신을 천국으로 보내줄지도 몰라요. 그러니까 과감하게 한번 먹어봐요." 섹시한 대나무숲의 유혹이 시작된다.

 
15. 너 누나랑 연애할래?
작성일 : 20-09-10 22:20     조회 : 231     추천 : 0     분량 : 5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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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그 친구는 그냥 고등학교 동창이요. 외국에서 들어와서 친구가 아무도 없었는데 그때 우성이랑, 그러니까 민 이사랑 둘이서 절 많이 챙겨줬어요.”

 “아… 근데 부모님도 잘 알아요?”

 “부모님은 일 때문에 계속 외국에 계시고, 할아버지가 걱정 되서 저만 한국에 들어온 거라서요. 혼자 살면서 고등학교 다녔거든요. 그래서 우성이네 어머니께 밥을 엄청 얻어먹었어요.”

 “아…….”

 “우성이랑 김민지가 소꿉친구인데 집도 바로 앞이라 자주 마주쳤어요. 그러면서 그쪽 부모님이랑도… 혹시 질투했어요?”

 “아뇨!”

 

 이든은 펄쩍 뛰는 하랑의 손을 조금 더 꼭 잡았다.

 

 아까부터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는 두 사람을 지켜보던 김민지가 얼굴을 와그작 구기고 돌아갔다.

 

 「이든아, 여기 지하에 온천 있어. 알아?」

 「그래?」

 「응! 너 온천 좋아하잖아.」

 「잘됐다. 내일 오전에 갔다 와야겠네.」

 

 민지는 지난밤 이든에게 호텔 온천에 대해서 말했다. 이든 이라면 당연히 내려올 거라 생각했기 때문에. 그래서 알려줬는데… 일부러 마주치기 위해 일찍 일어나 화장까지 다 하고 내려왔는데……. 산책로에서 그의 옆에 있던 그 여자가 오늘도 거기 있었다.

 

 자신에게는 한 번도 보여준 적 없었던, 사랑에 빠진 남자의 얼굴을 한 이든이었다. 손을 꼭 잡는 순간 아랫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도대체 어디서 굴러들어온 년이야? 내가 지금껏 어떻게 여사친 자리를 지키고 있었는데!”

 

 발걸음에 신경질이 가득 묻어난다. 씩씩거리던 민지가 이든과 우성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오전에 체크아웃하고 바로 올라가는 거지? 이따 저녁에 우성이랑 같이 치맥 콜?]

 [민우성! 오늘 이든이랑 셋이 같이 치맥할까?]

 

 이제 답을 기다려봐야지.

 

 

 

 하랑은 방으로 돌아와 속 쓰려 하는 민정을 데리고 식당으로 내려와 밥을 먹였다.

 

 “민정씨 괜찮아요?”

 “으… 속은 안 괜찮은데… 기분은 좋아요. 헤헤.”

 “이게 그렇게 해보고 싶었어요?”

 “네, 처음이에요! 이런 거!”

 

 밥을 잘 먹지도 못하면서 헤헤거리며 웃는다.

 

 ― 타탁.

 

 “드세요.”

 “와- 팀장님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잘 마실게요.”

 

 박우진 팀장은 따뜻한 꿀물 두 병을 테이블에 올렸다. 언제 편의점에 다녀온 것인지… 어제저녁도 그렇고 팀원을 참 살뜰히도 챙기나 보다. 고맙다는 인사에는 여전히 무뚝뚝한 표정으로 고개만 까딱하고 그대로 자리를 떠났다.

 

 “박 팀장님은 표현을 안 하셔서 그렇지 좋으신 분 같아요.”

 “맞아요! 근데 일할 때는 엄청 무서우셔요. 저 처음 입사하고 한참 동안 엄청 깨졌는데 그때 생각하면… 으으… 아직도 팀장님 앞에서 쫄아서 얼어버려요. 근데 그만큼 능력이 되니까… 제가 잘하지 못한 게 맞기도 하고요. 막 무뚝뚝한데 알려주실 때는 꿀이 뚝뚝 떨어져요!”

 

 사람 참 괜찮네.

 

 “어? 무뚝뚝, 꿀뚝뚝. 꺄하하하하.”

 

 순간 혼자만의 웃음코드가 터져 나왔는지 민정이 해맑게 웃는다.

 

 

 

 식사를 마친 직원들은 짐을 정리해 로비로 모였다.

 

 “작가님이랑은 여기서 인사해야겠네요.”

 “네, 조심히 들어가시고 다음 주에 뵐게요.”

 “네- 운전 조심히 하세요.”

 “진하랑 작가님.”

 

 모두와 인사를 나누고 있는데 이든이 하랑을 불렀다.

 

 “제가 바로 강남 쪽에서 일이 있어서요. 같이 올라가도 될까요?”

 “아… 네 그러세요.”

 “그럼 운전은 제가 하죠.”

 

 이든이 하랑의 손에 들린 차 키를 가져갔다. 직원들을 태운 버스가 출발하는 것을 손 흔들어 배웅하고 하랑의 차에 올랐다.

 

 “강남에서 일은 몇 시예요?”

 “음… 이따 저녁에요.”

 “네? 그럼 왜 지금…….”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찍는다.

 

 “양평?”

 

 ― 위치 안내를 시작합니다.

 

 맑은 여자의 목소리가 울리고, 이든은 부드럽게 핸들을 돌리며 차를 출발시켰다.

 

 “우리 데이트해요. 강남은 이따 저녁에 하랑씨 데려다주러 갈 거예요.”

 “뭐야… 나 약속 있으면 어쩌려고?”

 “있어요?”

 

 이든이 고개를 돌려 하랑을 빤히 쳐다본다. 조금 열린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이든의 앞머리가 살랑거렸다. 그 바람이 우드향을 싣고 하랑에게 다가왔다.

 

 ‘심쿵’이라는 말이 이럴 때 쓰는 말이구나.

 

 “아뇨, 없어요. 그러니까 앞에 봐요.”

 “네- 안전하게 모실게요.”

 

 좁은 차 안에서 자신의 심장 소리가 들릴까 걱정이다. 마음을 진정시켜보려고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어제는 청춘드라마 찍더니 오늘은 멜로에 로맨스네…….

 

 조용한 차 안에 하랑의 플레이리스트가 흘러나온다. 최신곡은 하나도 없고, 조금은 오래된… 삼십 대라면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노래들이 부드러운 유선을 그리며 흐른다.

 

 ― 더 이상 거기 있지 말아요.

 이리 와요 난 그대의 사랑이 될래요.

 이제 혼자 밥 먹기 싫어요.

 재밌는 영화 같이 봐줘요.

 날 데리고 삼청동에 가줘요.

 신나는 데이트 해줘요.

 

 노골적이 가사에 이든이 풋,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흘러나오는 미디엄템포에 맞춰 핸들을 잡은 손가락을 까딱거린다.

 

 아… 왜 하필이면 이 타이밍에 이 노래가…….

 

 하랑은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숙이며,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그렇다고 갑자기 다음 곡으로 넘기자니 괜히 의식하는 것 같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겠다.

 

 ― 햇살 좋은 날 전화해줘요.

 이제는 내게 고백해줘요.

 날 데리고 놀이공원 가줘요.

 신나는 데이트 해줘요.

 

 “알았어요. 알았어. 다 해줄게요.”

 “저, 저기 박이든씨. 이거 그냥 노래거든요!”

 “알아요. 누가 뭐래요?”

 

 달콤한 가사의 노래가 끝나간다. 정면을 응시한 이든의 입꼬리가 내려올 줄 모르고 더 끝없이 올라갔다.

 

 “우리 이거 한 번 더 들어요. 아니, 양평 갈 때까지 이것만 들어요.”

 “됐거든요!”

 

 승용차가 하랑과 이든 그리고 달달한 공기를 가득 채우고 국도를 달린다.

 

 

 한 시간 정도를 달린 차가 양평에 도착했다. 날씨도 좋고, 연꽃축제 기간이라 그런지 많은 인파로 붐볐다.

 

 “히익! 이게 다 줄이에요?”

 “그런가 봐요.”

 “지금… 핫도그 하나 먹겠다고 이 줄을 기다린다고요?”

 “싫어요?”

 “흠…….”

 

 길게 늘어선 줄을 보고 하랑은 속으로 ‘아이고, 무의미하다…’하고 생각했다. 잠시 고민하는 사이 이든이 하랑의 손을 꼭 잡았다. 자세를 낮춰 하랑과 눈을 맞췄다. ‘우리 줄 서요.’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먹고 싶어요?”

 “네.”

 

 귀엽네.

 

 샐쭉 웃으며 핫도그 대열에 합류했다. 가족, 친구, 연인. 그중에도 연인들이 유독 많았다. 손을 꼭 잡고, 어깨동무를 하고, 백허그를 하고, 마주 보고 서서 쪽쪽 거리며 뽀뽀를 한다. 그리고 슬금슬금 이든의 손이 깍지를 껴왔다.

 

 “사실, 하랑씨랑 이거 해보고 싶어서요.”

 “…….”

 “줄 기다리면서… 다른 사람들처럼…….”

 “다, 다른 사람들처럼 뭐요?”

 “백허그 해도 돼요?”

 “아니요!”

 

 당황하는 바람에 하랑의 입에서 큰소리가 튀어나왔다. 한순간 주위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고개를 푹 숙였다. 창피함에 화끈거리는 얼굴을 손부채 질로 부지런히 식힌다. 그런 하랑의 앞에서 작게 웃던 이든이 깍지 낀 손을 올려 손등에 입을 맞췄다.

 

 “알았어요. 대신 오늘 이 손은 내꺼예요.”

 “뭐… 그건 그러시던지.”

 

 손쯤이야.

 

 순간 다은이 했던 말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손잡으면 마음까지랬어. 이미 진도 다 나가놓고 왜 마음을 안 주고 있는 거야? 지도 좋으면서.」

 

 진짜 손잡으면 마음까지인가? 이게 뭐라고… 꼭 잡은 손에 심장이 울렁거린다.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다 보니 기다림의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하얀 설탕으로 옷을 입히고, 케첩과 머스타드를 예쁘게 뿌린 핫도그가 손안에 들어왔다. 벤치에 나란히 앉아 잠시 손을 놓고 핫도그를 한입 크게 베어 물었다.

 

 ― 찰칵!

 

 “으음! 음음!”

 

 아- 하고 입을 벌린 순간을 이든이 놓치지 않았다. 하랑은 입안에 핫도그가 있어 뭐라 말은 못하고 음음거리며 손을 휘저었다. 자신의 휴대폰에 하랑을 담은 이든이 ‘예뻐요.’라며 소리내어 웃는다.

 

 하랑은 눈을 흘기다 입안에 가득 들어온 핫도그를 씹으며 혀끝으로 입술을 쓸었다. 그런 하랑을 빤히 보던 이든의 엄지손가락이 하랑의 입가를 쓸었다.

 

 “묻었어요.”

 

 설탕과 케첩이 묻은 손가락을 제 입으로 가져가 쪽 하고 빨아먹는다.

 

 “…그걸 왜 입으로 가져가요…….”

 “여기서 입으로 닦아줄 순 없잖아요.”

 “다른 데서도 입으로 닦게 놔두지는 않을 건데요!”

 “장담하지 말고,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해요.”

 

 한 번 더 하랑의 입가로 다가오는 이든의 손을 쳐내며 그의 어깨를 찰싹찰싹 때렸다.

 

 “하하, 여기 옆에도 묻었어요.”

 “내가 닦을 거야!”

 

 파란 하늘과 반짝이며 내리쬐는 햇살이 아름다운 6월의 주말. 두 사람은 다른 연인들처럼 도란도란, 티격태격, 알콩달콩 예쁜 데이트를 즐겼다.

 

 

 * * *

 

 

 “아… 쉬는 토요일인데 진하랑이 없다니……. 심심해.”

 “언제 온 데?”

 “좀 늦는데.”

 

 집에 있기 심심해서 밖으로 나온 다은은 하랑의 카페로 왔다. 마침 그곳에 하람이 있었다.

 

 “어제 오전에 나가서는 오늘도 늦게 들어와? 너무 나한테 맡겨두는 거 아니야?”

 “애 연애 좀 하게 냅둬라.”

 “연애?”

 “늦는다는 거 보면 진하랑의 대나무숲씨랑 데이트 하는 거겠지.”

 “대나무숲?”

 “지난번에 박이든씨.”

 

 하람의 미간이 좁아졌다. 이미 전적이 두 번이나 있다 보니 하랑의 남자는 일단 의심부터 하고 봐야 했다.

 

 “인상 펴. 난 괜찮아 보이던데.”

 “너도 뭐 얼마나 봤다고!”

 “그럼 넌? 박이든씨랑 얘기 나눠봤잖아. 어땠는데?”

 “…그거 잠깐으로 뭘 알아.”

 

 그 날을 떠올려보니 그래도 완전 빵점은 아니었나보다. 아까보다 누그러든 표정에 다은이 테이블을 탕, 치며 일어났다.

 

 “램쥐야. 이 누나가 라테아트를 배워왔는데 보여줄까?”

 “누나는 무슨.”

 “원래 예쁘면 누나, 잘생기면 오빠야.”

 “그럼 내가 오빠 할게.”

 “우이씨… 잔말 말고 누나 따라 빨리 들어와.”

 

 카운터 안쪽 커튼으로 가려진 공간. 창고 겸 싱크대가 있는 곳이다. 다은이 에스프레소 샷과 스팀밀크를 담은 밀크저그를 들고 안으로 들어왔다.

 

 “자 봐봐. 내가 이-뿐 하뚜를 만들어줄게. 하뚜하뚜.”

 

 하얀 머그잔에 에스프레소를 담고 거품이 몽실몽실 올라온 밀크저그를 들었다.

 

 “앗! 뜨……!”

 

 ― 덜컹.

 

 잘못해 데운 우유가 손으로 흘렀다. 놀라 뒷걸음질 치던 다은의 발이 꼬이면서 등 뒤에 있던 선반으로 넘어졌다. 충격에 덜컹거리는 선반. 꼭대기에 있던 작은 상자 하나가 아슬아슬하게 흔들렸다.

 

 “어, 야!”

 

 금방이라도 다은의 머리 위로 떨어질 것 같은 상자를 하람이 손으로 막았다.

 

 “조심 좀 하지.”

 

 자세가 좀… 흔히 드라마의 벽 키스 씬에서 나올법한 자세가 연출되었다. 175센티. 대한민국 남자 평균 키인 다은이 이렇게까지 올려다봤던 남자는 없었다.

 

 침이 꼴깍 넘어가고, 심장이 요동쳤다. 커튼 밖에서 에스프레소 머신이 돌아가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린다. 다행이다. 침 삼키는 소리와 심장 뛰는 소리가 하람에게 들리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소리는 들리지 않아도 얼굴은 숨길 수 없었다.

 

 “너, 얼굴 빨개”

 “헉!”

 “왜? 나한테 설레냐?”

 

 하람이 다은을 내려다보며 장난스럽게 웃는다. 좁은 공간. 바짝 가깝게 붙은 몸.

 

 “어. 설레.”

 “어?”

 

 웃음기 없는 다은의 눈동자에 하람이 적잖게 당황했다. 선반 위를 짚고 있던 손을 내리며 다은에게서 떨어져 뒤로 물러섰다.

 

 “…….”

 “야 임다은. 왜 그래? 그러지 마라.”

 “내가 뭘.”

 “아 장난 치지 마.”

 

 당혹감에 열이 확 오르는지 하람이 손으로 부채질을 한다. 다은은 그런 하람의 앞섶을 멱살 잡듯 움켜쥐고 당겼다. 하람의 상체가 힘없이 따라왔다.

 

 “야, 램쥐. 너 누나랑 연애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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