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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안녕, 우리
작가 : 기린초
작품등록일 : 2020.9.9

희대의 살인마가 귀환한 것인가. 범인이 살인을 저지르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리고 이 범인을 알고 있는 이들은…

 
02. 노을
작성일 : 20-09-10 08:30     조회 : 292     추천 : 0     분량 : 4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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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진이 프로파일링 해 준 것과 아주 작은 단서만 가지고 생각해봤자 나오는 건 없었다.

 

 애초에 러디가 DNA를 남기고 간 것도 아니었고 설령 남기고 갔다고 해도 대조할 만한 것이 없으니 무용지물이 되었을 거다.

 

 지은의 옆에 있던 남자 선배가 머리를 헝클어뜨린 뒤 책상에 쾅 하고 머리를 박았다.

 

 지은은 고개를 돌려 그 모습을 보고는 한숨을 쉬며 보고 있던 파일을 덮고 등받이에 등을 기댔다. 의자를 까딱거리다가 넘어갈 뻔했는데, 마침 그 뒤를 지나가던 그녀의 동기가 잡아줘서 우스운 꼴은 피할 수 있었다.

 

 “뭐 알아낸 거 있으십니까?”

 “있으면 나랑 김 후배가 이러고 있겠냐. 벌써 4차야, 4차. 근데 프로파일러님 말투가 좀 이상하지 않냐? 진짜 무슨 범인을 알고 있는 것 같은…….”

 “알았으면 말해줬겠죠. 뭐 좋다고 이런 사건을 이렇게 질질 끌고 있겠어요.”

 “역시 그렇겠지? 아효.”

 

 선배는 한숨을 푹 내쉬었고 지은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 해진이 그녀에게 나오라는 손짓을 했다.

 

 “송지훈, 나 잠깐 나갔다가 올게.”

 “아, 그래.”

 

 지은은 그녀의 손짓을 따라 서 밖으로 나갔고 두 사람은 나란히 섰다.

 

 “괜찮아?”

 “안 괜찮은 건 사건뿐이죠, 뭐.”

 “난 네가 정보계로 갔으면 했는데, 늘 내가 바라는 일은 이뤄지지 않더라.”

 “강력계 갈 거라고 계속 말했었잖아요. 새삼스레, 뭘. 여기 선배님들 잘해주세요.”

 “그래, 나쁜 애들은 아니야.”

 

 경찰한테 나쁜 애들은 아니라니. 우스운 말이었다.

 

 지은이 픽 웃었고 해진도 그녀를 따라 웃었다.

 

 “근데 이런 사건은 보통 청에서 수사하지 않아요? 우리가 관할서라고 해도…….”

 “도담서 강력 1팀이니까 맡긴 거야. 경감에 경위 네 명이 한 팀인 경우는 너도 처음 보지 않니? 내가 확신하는데, 이렇게 붙여놓은 건 인사과의 음모야!”

 

 그렇게 소리치니 지은이 그녀의 등을 짝 소리 나게 때리며 이상한 말 좀 하지 말라고 했다. 프로파일러씩이나 되는 사람이 말이다.

 

 “근데 이 사건 계속 프로파일링했었던 거예요? 언제부터 전담이었는데요?”

 “전담한 건 얼마 안 돼. 그때도 지금처럼 나오는 단서는 똑같았어. …다행이지.”

 “어? 다행이라고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다행이라니?”

 

 해진은 자신도 모르게 뱉어버린 말에 당황했다가 ‘네가 강력계에 잘 적응하고 있어서 다행이라고.’라는 말로 얼버무렸다.

 

 “내 새낀데, 당연히 너한테 잘해줘야지. 안 그래?”

 “그거 아는 사람 송지훈뿐이거든요. 저 이만 들어가 봐야겠어요.”

 “그래. 오늘도 조심하고.”

 

 서로의 안위를 걱정하는 말을 끝으로 지은은 서 안으로 들어갔다. 해진은 그녀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그 자리에 서 있다가 자신의 차로 가 시동을 걸었다.

 

 룸미러에 매달려 있는 졸업식 때의 사진이 햇빛에 반사되어 얼굴만 가려졌다. 두 사람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도 모르게 말이다.

 

 해진이 차를 몰고 간 곳은 가온 성당이었다. 한국에서 가장 큰 성당이었다.

 

 미사가 없는 시간이라 그런지 안이 텅 비어있었다.

 

 또각. 또각. 해진의 구둣발소리가 대리석으로 된 바닥과 부딪히며 성당 안에 울렸다. 습관적으로 십자가와 가장 가까운 자리에 앉아 두 손을 모으고 멍하니 ㅅㅂ자가에 매달린 예수님을 보았다.

 

 해진은 눈을 감았다. 그러면 늘 그렇듯, 누구나 그렇듯 눈꺼풀이 덮여 새까매진 시야는 밤하늘보다 더 짙은 어둠을 그려냈다.

 

 그게 끝이라면 참 좋을 테지만, 해진은 얼마 지나지 않아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있는, 짧지만 잔인한 장면 하나를 다시 꺼내보고야 말았다.

 

 “흐읍!”

 

 자신도 모르게 멈췄던 숨을 급히 들이쉬며 호흡을 가다듬었고 눈꺼풀을 올려 십자가를 비추고 있는 영롱한 불빛을 눈에 담았다.

 

 “오늘도 오셨군요.”

 

 해진의 바로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포근한 엄마를 떠올리게 하는 수녀였다.

 

 해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살짝 숙였고 수녀도 그녀를 향해 고개를 살짝 숙였다.

 

 수녀는 해진이 앉았던 자리와 좁은 통로를 사이에 끼고 반대쪽 자리에 앉았다.

 

 표면적인 거리상으론 그리 먼 거리가 아니었으나 실제 둘 사이도 그렇게 멀지 않을지는 알 수 없었다.

 

 “자매님이 이 성당에 처음 오셨을 때가 벌써 10년 전이군요. 그날부터 본 것은 아니지만, 제가 처음 본 그 날부터 늘 그늘진 얼굴이라는 건 알고 계십니까?”

 

 수녀의 물음에 해진은 입을 굳게 다물고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수녀는 그녀를 한참이고 가만히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십자가를 보았다. 그리고 곧이어 해진도 고개를 들어 십자가를 보았다.

 

 “자신의 죄를 사하고자 오셨습니까? 아니면 자신의 죄를 고하고자 오셨습니까?”

 

 웅성거림이 없는 휑한 성당에 수녀의 목소리는 작은 울림으로 다가왔다.

 

 사하다. 고하다. 한 글자 차이였지만 그 의미는 너무나도 다른 말이었다.

 

 이번에도 입을 열지 않을 것 같던 그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인간의 죄는 사하여질 수 없습니다.”

 

 그녀의 낮고도 아픈 목소리가 작게 울렸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고 하지 않습니까. 하느님께서 당신의 죄를 사하여 주실 것입니다.”

 “…인간의 죄를 용서할 수 있는 건.”

 “…….”

 

 해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을 보고 있는 수녀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한 마디하고는 성당을 빠져나갔다.

 

 “인간뿐입니다.”

 

 수녀는 그녀가 성당을 나가는 것을 보면서도 붙잡을 수 없었다. 한 마디 내뱉는 것조차 힘겨워 보였던 그녀의 뒷모습은 톡 건드리면 금방이라도 무너져 버릴 것 같았으니까.

 

 마치 피를 토해내듯 아파 보였지만, 필사적으로 버티고 있는 그녀를 위해 자신이 해줄 수 있는 건 무엇도 없다는 것을 알았다.

 

 해진은 운전석에 올랐지만 시동을 걸지 않았다. 그저 핸들을 붙잡고 머리를 핸들에 몇 차례나 박아버릴 뿐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어깨는 작게 들썩였고 앙다물었던 입에서는 채 막지 못한 울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 * *

 

 지은과 지훈 그리고 남자 선배, 상현이 현장에 도착했다.

 

 쭈그려 앉아서 시신이 있던 곳을 보고 있던 지은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모습을 지훈과 상현이 올려다보다가 상현이 ‘왜?’하고 물었다.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어떻게 유부남인 것 말고는 공통점이 없을 수가 있느냐고요. 하고 많은 유부남 중에 왜 이 사람들인 거지? 사이코패스 아니야? 사람을 막 찢어 놓은 걸 보면 정상인 같진 않은데.”

 “어휴, 현장에 와도 더 나오는 건 없네. 폴리스라인 안에 들어왔는데, 뭐 하나 잡히는 게 없어! 분명히 여기가 범행 현장은 맞는데 말이야.”

 

 지은은 상현의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그것을 상현도 지훈도 눈치채지 못했지만.

 

 지은은 무엇을 의심하고 있는 것일까? 자신이 무언가를 의심하고 있다는 걸 인지하고 있긴 한 걸까?

 

 그들은 사건 현장을 벗어나 서로 향했다. 서로 가는 차 안은 고요하기 그지없었다.

 

 운전석에 앉은 지훈은 어째서인지 심기가 불편해 보이는 지은의 눈치를 계속 살피고 있었고 선배는 뒷좌석에서 피해자들의 신원과 사진을 보며 혹여 자신들이 간과한 무언가는 없는지 검토하고 있었다.

 

 “선배님, 이전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지 않았습니까?”

 “연쇄살인이야 많았지. 뉴스에 보도된 것만 해도 몇 개냐? 그런데 그 사람들이 다 PCL-R 검사에서 사이코패스라고 확정된 건 아니야. 뭐, 러디가 사이코패스라고 확언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세 사람은 서에 도착하고 아무것도 없다는 보고를 올린 후 퇴근했다.

 

 멍한 상태로 집에 도착한 지은은 초인종을 눌렀다. 인터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없었다. 지은은 안으로 들어갔고 집안은 텅 비어있었다.

 

 해진이 들어와 있을 줄 알았는데, 그녀는 집에 없었다.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봤지만, 그녀에게서 온 전화나 문자 같은 건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녀에게 문자를 보내 그 이유를 물을 사람은 아니었던 지은이라 그냥 소파에 앉았다.

 

 “개인에 대한 원한이 아니야. 지인이 아니야. 피해자는 유부남.”

 

 무차별 살인이라고 보기엔 타깃이 정확했다.

 

 “정말 피해자일까.”

 

 문득 그런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그 순간 지은은 헛구역질이 올라왔고 머리가 지끈거렸다. 소파에서 일어나 급히 화장실로 향했다. 그 짧은 순간에 드문드문 보이는 알 수 없는 장면에 괴로움과 혼란이 극에 달했다.

 

 그리고 지은이 화장실에 들어섰을 때 쓰러지고 말았다.

 

 정신을 잃은 듯 보였던 지은은 이내 눈을 떴다. 세면대를 잡고 고개를 들어 본 거울에 비친 지은의 얼굴은 꽤 초췌했다. 지은은 한숨을 쉬며 마른세수를 했다.

 

 얼굴과 손에 묻은 물기만 수건으로 닦아내고 화장실에서 나왔다. 거실에서 한쪽 벽을 대신하고 있는 커다란 창문으로 걸어갔다. 그녀의 걸음걸이도, 분위기도 러디에 대해 생각하고 있던 지은과는 많이 달랐다.

 

 지은이 창문을 열었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 들어왔다. 노을이 지고 있었다. 노을을 바라보는 지은의 표정엔 뭔가에 대한 상당한 증오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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