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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골든게이트 키퍼
작가 : 폴라로이드
작품등록일 : 2020.8.12

현계와 이계를 잇는 골든게이트를 지키려는 자와 뺏으려는 자들의 치열한 전쟁

 
제 17화 괴물이 보여요
작성일 : 20-09-09 15:48     조회 : 222     추천 : 0     분량 : 50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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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인혁 신경정신과 -

 

 “요즘은 자꾸 괴물이 보인단 말이야?”

 

 정신과 의사 고인혁이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림자 속에 숨어 있다 갑자기 불쑥 나타나요.”

 “지금 나를 보는 것만큼이나 생생하게?”

 

 환자는 불안한 눈동자를 사방으로 움직였다.

 

 “점점 뚜렷해져요. 한 번은 진짜 눈이 마주친 적도 있어요. 제가 선생님께 전화 한 그 날에.”

 “지난주 목요일 밤 아홉 시 반쯤이었지.”

 

 의사는 그 날을 기억했다.

 

 “그때 녀석을 분명히 봤어요. 점점 가까이 다가왔어요.”

 “무서웠겠구나.”

 “... ”

 “그 괴물을 그려볼래?”

 

 의사가 종이와 연필을 내밀자 환자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의사는 환자의 손을 꽉 붙잡았다.

 

 “괜찮아. 안 그려도 돼.”

 

 의사의 부드러운 말에 환자는 조금씩 안정을 되찾았다. 의사는 다시 상담을 진행했다.

 

 “혹시 그 괴물이 너에게 어떤 해를 가하기도 하니?”

 

 환자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보고만 있어요. 가만히.”

 “그 괴물이 말도 하니?”

 

 환자는 아까보다 더 크게 고개를 저었다.

 

 “꼭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아요. 괴물 이빨이 너무 날카로워요. 눈이 빨갛고… 온몸은… 불타고 있어요. 전부 다 태워 버릴 것 같아요.”

 “괜찮아. 괜찮아. 녀석은 그렇게 할 힘이 없을 거다.”

 

 의사는 환자의 등을 토닥토닥 두드렸다.

 

 “혹시 여기도 있어? 이 방안에.”

 “아마 문 밖에 있을 거예요.”

 “그래?… 그럼 문을 한 번 열어 볼까?”

 “네.”

 

 환자는 두려운 마음이 들었지만 의사가 옆에 있어서 용기가 났다.

 

 의사는 천천히 문고리를 잡고 살짝 밀었다. 문 밖엔 아무것도 없었다.

 

 “녀석이 여기 있어?”

 

 의사는 텅 빈 공간을 가리키며 물었다.

 

 “지금 선생님 바로 앞에 서있어요.”

 

 환자는 눈동자를 한 곳에 모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의사의 시선도 환자의 시선을 따라갔다.

 

 “난 안 보이는데.”

 “… 그럼 이건 환각인가요?”

 “꼭 그렇게 말할 순 없지. 네 눈에 보인다면 너에겐 실제로 존재하는 거야.”

 

 의사는 자기 자리로 돌아와 앉으며 환자를 위로했다.

 

 “그렇지만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 다른 사람이 괴물을 보지 못하고 괴물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기석이 너도 괴물을 보지 않을 수 있어.”

 “안 보고 싶어요. 잠을 언제 잤는지도 기억도 안 나요. 눈을 뜨면 괴물이 내 코앞에…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눈을 못 감겠어요.”

 

 최기석은 진심을 담아 말했다.

 

 “기석아. 이건 네 잘못이 아니야. 너만 이런 일을 겪는 것도 아니고. 너를 불안하게 만드는 뭔가가 너도 모르는 사이 괴물로 나타나는 것 같아.”

 

 최기석은 굵은 눈물방울을 바닥에 뚝뚝 흘렀다.

 

 “일단 약을 처방해 줄 테니 숨이 안 쉬어 지거나 고통스러우면 이 약을 먹어. 그래도 고통이 사라지지 않으면 전화해. 꼭. 알았지?”

 “네.”

 “햇빛 보며 걸어 다녀. 잘 먹고. 따뜻한 물에 목욕하는 것도 좋아.”

 “알겠습니다.”

 

 따뜻한 고인혁의 목소리가 최기석의 귀를 감쌌다. 최기석은 고인혁을 정말 믿을 만한 사람이라 생각했다.

 

 

 ⁎ ⁎ ⁎

 

 

 - 번화가 버스정류장 -

 

 붐비는 버스 정류장에는 음흉한 족제비들이 산다. 그들은 나이가 어리고 어리숙한 사람을 주로 사냥감으로 삼는다. 근심 걱정으로 쓰러질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음 백 프로 그들의 먹잇감이 된다. 그들은 바로 도쟁이들이다.

 

 눈동자에 초점을 잃은 최기석이 인파 속을 걷고 있었다. 족제비들은 딱 자기 먹이를 알아봤다. 그들은 오늘의 희생양에게 슬며시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저는 사람의 마음을 공부하는 사람이에요.”

 

 낯선 사람이 말을 걸자 최기석은 당황했다.

 

 “선해 보이는 얼굴이신데 어둠이 함께 있네요.”

 

 얼굴에 어둠이 있다는 말에 최기석은 깜짝 놀랐다.

 

 “그걸 어떻게 아세요?”

 “저희들은 마음을 공부하는 사람이거든요.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 22살.”

 “저보다 나이가 어리시구나. 전 28살이에요.”

 “차 한 잔만 베풀어 주시면 마음의 어둠을 저희가 물러가게 할 수 있어요.”

 

 머리가 지끈거리는 기석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다.

 

 

 - 버스 정류장 앞 맥도날드-

 

 도쟁이들은 최기석이 산 햄버거를 게걸스럽게 먹어치웠다. 어느 정도 허기를 채우고 난 후 본론으로 들어갔다. 오늘은 너무 쉬운 먹잇감이 걸린 것 같아 무척 기분이 좋았다.

 

 “기석님은 원래 천복이 넘쳐서 재물을 빨아들이고 명성을 떨쳐야 하는데 마음의 어둠이 그 길을 막고 있어요. 가끔씩 마음이 답답하지 않나요?”

 

 최기석을 올가미에 덮어씌울 1단계 작전이 가볍게 시작됐다.

 

 “조상님의 공덕이 미치기도 전에 악운이 지금 기석님을 감싸고 있어서 하는 일도 안 되고 머리를 어지럽게 만들고 있어요.”

 

 “맞아요. 심장도 두근거리고 어떨 때는 막 죽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최기석은 도쟁이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머리를 끄덕였다.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었다.

 

 “그 어둠이 처음에는 주위를 맴돌지만 나중에는 머리랑 심장을 갉아먹을 수도 있어요. 심하면 악귀도 달라붙는 답니다.”

 

 도쟁이는 다 잡아 놓은 먹이 앞에서 힘들이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진짜 저 죽을 것 같아요.”

 

 최기석의 흥분된 말소리에는 다급함이 묻어났다. 자기의 마음을 알아주는 도쟁이가 고마웠다. 그러다 갑자기 또 숨이 막히고 어지러웠다. 의사가 비상시 먹으라고 준 약을 꿀꺽 삼키며 간절한 눈빛으로 도쟁이를 바라봤다.

 도쟁이들은 최기석이 너무 쉽게 넘어오자 함정 유튜버가 아닌지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행히 이상한 낌새는 없었다. 이런 날도 있는 법이다.

 

 “그 어둠을 물리 칠 수 있는 건 딱 한 가지 방법밖에 없어요.”

 “좀 도와주세요. 뭐든지 할게요.”

 

 도쟁이들은 말문이 막힐 지경이었다.

 

 “공덕이 적힌 종이를 태우시면 돼요. 간단한 정성을 보이시고 종이를 태우면 공덕이 쌓이고 그러면 조상님이 도와주실 거예요.”

 “지금 바로 쌓을 수 있나요?”

 “당연하죠.”

 

 도쟁이들에게 오늘은 계 타는 날이 확실했다. 더 할 말도 없었다.

 도쟁이들은 남은 햄버거를 전부 입에 털어 넣고 콜라를 밑바닥까지 쭉쭉 빨아먹고 일어섰다. 최기석은 얼빠진 사람처럼 주섬주섬 그들을 따라나섰다.

 

 거리를 가득 채운 사람들 속에 도쟁이들과 최기석이 어디론가 걸어가고 있었다. 그때 한 도쟁이가 누군가와 탁 부딪혔다.

 

 “죄송합니다. 괜찮으세요?”

 

 박지혜가 말했다. 그 옆엔 서원도 함께였다.

 

 “죄송합니다. 기운이 참 맑으시네요.”

 

 병아리 같은 아가씨가 공손하게 인사하자 도쟁이는 자동으로 멘트가 발사되었다. 아쉽게도 오늘은 이미 호구를 제대로 잡은 터라 더 이상 사냥을 할 수는 없었다.

 

 “다음에 다시 한번 꼭 뵙고 싶습니다.”

 

 도쟁이들은 아쉬움이 묻어나는 짧은 말을 남기고 최기석과 함께 사라졌다.

 

 최기석과 잠시 눈이 마주친 서원은 온몸이 오싹거렸다.

 

 “언니, 들어가요.”

 “난 하루에 한 끼 밖에 안 먹는데.”

 “에잉. 오늘은 저랑 저녁 먹기로 했잖아요. 어서 가요.”

 

 지혜는 서원의 팔짱을 꽉 끼고 식당으로 들어갔다.

 

 

 ⁎ ⁎ ⁎

 

 - 도쟁이 소굴 -

 

 기석은 도쟁이들과 함께 어느 연립주택으로 들어갔다. 붉은색이 감도는 방에 이상한 부적이 사방에 붙어 있었다.

 

 “조금만 더 들어가시면 돼요.”

 

 집 안은 구불구불 미로처럼 엇갈려 있어서 쉽게 빠져나갈 수 없는 구조였다.

 

 “다 왔어요. 여기가 조상님께 공덕을 드리는 곳입니다.”

 

 최기석은 희미한 붉은 색 전구 하나만 있는 작은 방으로 안내되었다.

 “우선 저희가 조상을 불러 낼 겁니다. 그러면 현금을 제사상에 올려놓으시고 저희랑 같이 절을 하면 됩니다.”

 

 도쟁이들은 먼저 시범을 보였다. 절을 하고 알아들을 수 없는 이상한 말들을 지껄였다. 하늘을 향해 손을 뻗어 전기에 감전된 것처럼 온몸을 들썩이기도 했다.

 

 최기석의 심장이 조금씩 빨리 뛰기 시작했다. 방의 붉은빛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심장이 떡메로 내쳐지는 기분이었다.

 

 “아, 악귀야 물러가라. 물러가라. 조상님께서 우리를 살피시니 너희 악귀들은 물러가라.”

 

 도쟁이의 주문이 최기석의 귀를 때렸다. 정신이 깊고 깊은 우물에 빠지는 기분이 들었다.

 

 방구석 모서리가 울렁거렸다. 검은 조각이 점점 커졌다. 그 속에서 얼굴이 반으로 찢어진 괴물이 스멀스멀 기어 나왔다. 온몸을 소름 돋게 만드는 기분 나쁜 웃음소리를 냈다.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고 다가왔다. 최기석은 깜짝 놀라 뒤로 벌러덩 넘어졌다.

 

 “저리 가! 저리 가!”

 

 최기석은 고함을 치며 뒷걸음질 쳤다.

 

 최기석의 돌발행동에 도쟁이들은 깜짝 놀라 움찔거렸다. 공포에 질린 그 얼굴을 보고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음을 깨달았다.

 

 괴물이 최기석의 등에 올라탔다. 날카로운 이빨로 머리를 씹어 삼켰다. 쇠톱으로 머리를 쪼개는 것 같았다. 최기석은 머리를 미친 듯이 흔들며 울부짖었다. 괴물의 불타는 손이 최기석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질식할 것 같은 뜨거움에 정신은 점점 희미해졌다.

 

 “으으으! 아아아아!!!”

 

 최기석은 고통에 몸부림쳤다.

 

 “기석님! 왜 그러세요? 괜찮으세요?”

 

 연약한 토끼 새끼인 줄 알고 데려온 최기석이 괴물이 되어가자 도쟁이들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

 

 최기석의 눈에서 실핏줄이 터지고 온 몸은 움츠러들었다. 잠시 부르르 떨더니 갑자기 조용해졌다.

 

 ‘크~’

 

 짐승의 소리가 들렸다. 살쾡이가 적을 위협하는 그 소리.

 

 도쟁이들은 천천히 다가가 웅크리고 있는 그에게 손을 뻗었다. 그때 갑자기 최기석이 도쟁이에게 달려들어 목을 물었다. 반쯤 뜯겨 나온 목을 최기석은 우적우적 씹었다. 괴성을 지르며 짐승처럼 돌진해 다른 도쟁이의 머리통을 깨부수었다. 최기석은 방을 나와 소굴에 있는 다른 도쟁이들도 물어뜯고 찢어버렸다.

 처절한 비명 소리와 피 비린내가 소굴을 가득 삼켰다.

 

 괴물은 최기석을 완전히 삼켰다.

 

 

 사이렌 소리.

 경찰들이 쏙쏙 도착했다. 방탄조끼를 입은 무장 경찰들이 도쟁이 소굴로 들어갔다. 그들은 참혹한 광경과 마주했다. 구역질이 나서 제대로 서있기도 힘들었다. 온전한 시체를 찾는 건 불가능했다.

 

 “호랑이 백 마리가 단체로 지랄이라도 했나.”

 

 경찰은 떨리는 다리를 조금씩 전진해 나갔다. 통로 안쪽에서 흐느끼며 중얼대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는 뭉개져서 잘 들리지 않았다. 경찰은 침을 꿀꺽 삼키며 천천히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나아갔다.

 

 “선생님. 무서워요. 괴물이… 괴물이…제가 그런 게 아니에요.. 괴물이 먼저..”

 

 시체 가운데 쪼그리고 앉아 있는 최기석은 울먹이며 통화를 하고 있었다.

 

 “손들어.”

 

 권총을 든 경찰이 말했다.

 

 “날 잡아먹었어요.”

 

 경찰 말은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계속 전화기에 대고 흐느끼고 있었다.

 

 “손들라고.”

 

 경찰은 더 큰소리로 단호히 명령했다.

 

 최기석은 천천히 뒤돌았다.

 

 “배고파.”

 

 살점을 우적우적 씹으며 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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