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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죽은 너를 위하여
작가 : 예드니
작품등록일 : 2020.8.5

마교가 멸문당한 정사대전이 발발한지도 20년이 지났다.

"귀안을 갖은 자는 삿된 것에게 먹혀 귀문을 열고 만다."
귀신을 보는 청년 '우현'과 인형에 갇힌 여인 '천설화'. 그리고 외팔이 '장익삼'의 평생에 걸린 복수극.

 
24. 수줍은 미미
작성일 : 20-09-09 10:36     조회 : 250     추천 : 0     분량 : 48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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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멀리서부터 우현이 하는 꼴을 보고 있었다. 제가 오는 줄도 모르고서 가만히 앉아 있는 인형을 앞에 두고서 대화하는 우현의 모습을 보며 장익삼은 땅이 꺼지라고 한숨을 푹 쉬었다.

 

 “아, 아저씨! 이리 와 보세요! 여긴, 여기 계신 분은 미미 님 이십니다! 인사하세요!”

 “…….”

 

 인형을 소개하는 우현의 표정이 너무도 진지했다. 장익삼은 못 볼 것을 본 사람처럼 똥 씹은 표정을 했다.

 

 “미친놈.”

 

 그가 혀를 끌끌 찼다. 피곤하다는 듯이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아, 아저씨! 어서 미미 님께 인사해요! 어서요!”

 “거기까지.”

 “얼른요! 빨리!”

 “아니, 이 정신 나간 놈이?”

 

 장익삼은 우현을 무시하며 어젯밤 돌을 주워 만들어 놓은 모닥불로 다갔다. 품에서 꺼낸 바짝 마른 지푸라기와 부싯돌을 꺼내 요리 준비를 했다.

 

 탁탁!

 한쪽 팔과 양발로 불을 만들어 내는 모양새가 외팔이답지 않게 아주 노련했다.

 

 “아저씨-! 하라는 인사는 하지 않고 뭐 하시는 거예요?”

 “뭐하기는. 토토 굽는다.”

 “미미 님 기다리시잖아요! 어서요!”

 “이런 우라질!”

 

 장익삼은 인상을 팍 쓰며 꼬챙이를 들어 신경질적으로 고기를 푹푹 찔렀다. 옆에서 인형에게 인사하라 성화인 우현 때문에 머리가 또 지끈거렸다.

 

 “아, 인사만 하라니까요! 거 요즘 외팔이 말도 참 안 듣네!”

 “미치려면 혼자 미칠 것이지 뭐 하는 짓거리야!”

 “지금 밥이 넘어가겠어요? 인사 먼저 해요, 어서요!”

 “알았다! 알았다고, 이 미친놈! 당장 멈추지 못해?!”

 

 우현이 장익삼이 켜 놓은 불에 흙을 뿌렸다. 이놈의 장난에 상대해주지 않으면 더욱 지랄한다는 것을 잘 아는 장익삼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입을 뗐다.

 

 “니미 님.”

 “아니요, 미미! 미미 님이요.”

 “미미 님. 장익삼이요. 미안하지만 처음이자 마지막 인사가 되겠수다. 나는 저놈과 달리 제정신이 박힌 놈이라서. 인형에게 말을 거는 정신 나간 짓거리는 잘 않거든.”

 

 장익삼은 우현을 대충 상대해주며 요리에 집중했다. 고기를 불가로 가져가자 토끼고기에서 떨어진 기름이 불가에 떨어지며 지글지글 소리를 내며 타올랐다.

 

 “미미 님. 들으셨죠? 저 외팔이 아저씨는 장익삼이라고 합니다. 같은 거지면서 무공을 조금 할 줄 안다고 저를 아주 낯 잡아 보는, 그런 더러운 성질머리를 갖고 있지만요. 그럭저럭 쓸만해서 데리고 다닌답니다.”

 “…….”

 

 그럭저럭 쓸만한 장익삼은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저놈은 미쳤다. 사냥에 가기 전에 인형을 그의 어깨 위에 올려놓았던 저의 장난이 아무래도 과했던 모양이다.

 

 딱!

 “으악! 왜 때려요! 제가 틀린 말 했어요?!”

 “그럼 지금 인형이랑 대화하는 정신 나간 놈이 하는 말이 정상 일 듯싶으냐? 놀이 시간 끝났다. 손 씻고 올 테니, 이리 와서 토토가 잘 익나 좀 보거라.”

 

 장익삼은 자리를 털며 오다가 봐 둔 물가를 가기 위해 일어섰다. 그러자 우현은 그의 부름에도 불가로 가까이 올 생각은커녕, 인형의 곁에 간신배처럼 달라붙어 쫑알거리며 장익삼의 흉을 봤다.

 

 “미미 님! 저 오만한 외팔이 좀 보십시오! 아까 제게 보여주신 빛의 따귀를 한 대 맞아야 정신 차릴 놈 같지 않습니까?”

 

 딱!

 “으악!”

 

 이제 더는 못 참겠는지 장익삼이 번개처럼 다가와 우현에게 빛의 딱밤을 때렸다.

 

 어찌나 세게 때렸는지, 우현의 이마에는 혹이 벌써 크게 부풀었다.

 

 “미, 미미 님! 보고만 계실 겁니까?!”

 “하. 이러고도 인형을 찾아? 너, 스무 살이나 처먹고 고추 떨어지고 싶으냐?”

 

 우현은 억울한 눈을 하고서 인형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장익삼이 오기 전까지만 해도 두 발로 서 있던 미미는 바위 위에 힘없이 앉은 모양으로 고개가 풀썩 꺾여 있었다.

 

 ***

 

 이제 조금만 더 내려가면 마을이 보일 것이다. 야영이 아닌 침상에 몸을 뉠 생각에 장익삼의 기분이 잠시 들떴다.

 

 하지만 그 좋던 기분도 잠시였다. 우현 놈 때문이었다.

 

 “너 좀 병신같은 거 아느냐?”

 “외팔이보다 더요?”

 

 따악!

 “으악!”

 

 장익삼은 우현에게 딱밤을 날리며 혀를 끌끌 찼다.

 

 우현은 겉보기엔 멀쩡한 놈이었다. 저자에서 구걸할 때만 해도 그랬다. 이빨만 보이게끔 얼굴에 검댕 칠을 하게 시켰는데도 불구하고 자꾸만 아낙들이 그의 앞에서 기웃기웃하는 것을 보면, 조금 귀찮을 정도로 괜찮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뭘 자꾸 그리 보세요?”

 “병신이 신기해서 본다. 왜, 모지란 놈 구경에도 허락이 필요하더냐?”

 “아니 동경(거울) 보는데 무슨 제 허락이 필요하다고 그러세- 자, 잘 못 했으니까 딱밤만 때리지 마세요!”

 

 장익삼은 우현을 보며 눈을 흘겼다.

 

 허리까지 오던 놈이 이제는 저와 나란히 서면 비등비등할 정도로 잘 컸다. 처음 봤을 때는 병든 닭같은 모습이, 딱 단명할 팔자구나 했다. 잘 처먹고 다니질 못해 비실비실하여 딱한 마음에 데리고 다니며 이것저것 먹였더니, 예까지 아직 잘 버티며 건강하게 살아있었다.

 

 “크, 아깝다, 아까워.”

 “예? 뭐가요, 아저씨?

 

 보통의 사내들이 그러하듯 수염 자국이 거뭇거뭇한 장익삼과 다르게 우현의 얼굴은 핏기 하나 없이 허연 기생오라비처럼 생겼다.

 

 물론 장익삼이 보기에는 병색이 완연해 곧 뒈질 놈처럼 보였지만, 시대가 변했다. 저처럼 우락부락한 근육을 달고 있으면 궂은일 하는 천한 놈 같아서 싫단다.

 

 여인들이 선호하는 남성상으로 손에 물 한방을 안 묻혀 본 것 같은, 곱상한 서생 같은 외모가 뜨는 것이다.

 

 ‘그렇다면 저놈이 적격이겠지.’

 

 장익삼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게다가 몸은 또 어떻고? 은밀히 밤에 산을 타야 하는 엽구 활동으로 인해 장익삼의 허벅지에는 아이 머리통만 한 근육이 자리 잡고 있었다. 두 팔이 해야 할 일을 한쪽 팔로만 하니, 장익삼은 하나 있는 팔마저도 우람했다.

 

 반면에 장익삼과 함께 다닌 우현은 무슨 계집애 같은 조화인지, 몸에 근육도 잘 붙지 않았다. 우락부락 무식하게 큰 장익삼의 근육과 달리, 전체적으로 작고 성긴 근육이 자리 잡았다. 그러다 보니 옷 태가 좋은 귀공자 같기도 했다.

 

 이전번에는 살살 꼬신 기방의 여인도 등잔불 앞에서자 장익삼의 외모를 보고서 줄행랑을 쳐 버렸으니, 제 몸뚱이야 말 다 했다.

 

 저를 보고 달아난 여인들이 선호하는 남자가 딱 저러하려나? 장익삼은 괜스레 심통이나 우현을 세게 쥐어박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이리 멀쩡하게 생겨서는, 대체 왜 이러고 살까?”

 “예? 그러는 뭐 아저씨는 대충 생겨서 그렇게 대충 사시나 보군요?”

 “우현아! 그래, 내 인정하마! 너 차암 잘 생겼다!”

 “그걸 이제 아신 거예요? 전 아저씨가 감자같이 생긴 건 이미 처음 봤을 때 눈치챘는데요.”

 “……그래. 너라면 불을 켜도 그 어떤 여인도 도망가지는 않겠지.”

 “지금 수치 고백하는 시간이에요?”

 “아니, 그러니까!”

 

 어떻게 된 게 이놈은 말을 섞으면 섞을수록 제가 불리해졌다. 장익삼이 버럭 성을 내며 본론을 꺼냈다.

 

 “멀쩡한 상판대기를 달고서 그 인형은 좀! 아니라 이 말이다!”

 

 장익삼이 화를 못 참고 씩씩거렸다. 그러니까 저 인형, 그의 어깨 위에 있는 저 인형이 문제였다.

 

 여자들에게 인기 많게 생긴 기생오라비 같은 놈이 밀림을 지나올 때부터 고양이 얼굴을 한 인형을 어깨에 앉히고 돌아다녔다.

 

 장익삼은 허우대 멀쩡하게 생긴 녀석이 저러고 있자 골머리가 아팠다.

 

 “하! 니미.”

 “아니, 몇 번을 이야기해야 아시겠어요! 미미 님이라니까요?”

 “…….”

 “아무리 그러셔도 이건 양보 못 합니다.”

 

 밀림을 나와 반나절을 걷자 마침내 저 멀리 펼쳐진 논밭이 보였다.

 

 장익삼은 이제 곧 함께 다니는 놈이 인형을 걸치고 저와 함께 저잣거리를 나돌아다녀야 한다고 생각하니, 눈앞이 아찔했다.

 

 “우현아. 우리 그럼 이렇게 하자.”

 “무얼요?”

 

 우현을 향해 한숨을 푹 내쉰 장익삼이 가던 걸음을 멈추고서 길가에 우뚝 섰다.

 

 “오늘 하루 여기서 야영을 하면 어떻겠냐?”

 “네? 몇 시 진만 더 가면 마을이 나올 텐데 말입니까? 아저씨 피곤하지 않으세요?”

 “피곤해 죽겠다.”

 

 우현도 멈춰서서 장익삼을 마주했다. 장익삼은 우현의 잘난 면상보다 어깨 위에 있는 고양이 인형이 먼저 눈에 들어와 눈살을 찌푸렸다. 니미!

 

 “그러니까, 피곤한 내가 먼저 가 있을 테니 너는 야영을 하루 더하고 오란 말이다.”

 “예에? 그게 무슨 미친 소리세요? 저 혼자서 말입니까?”

 “그래! 너도 이제 약관이면 혼자 다녀도 봐야지.”

 “갑자기 뭐라는 거에요?”

 “생각해 보아라! 이 외지인 적은 마을에 단둘이 방문한다면! 분명 일행인 줄 알겠지!”

 

 장익삼이 비어 있는 오른 소매를 휙휙 휘저으며 말했다.

 

 “그런데 너같이 인형을 어깨에 단 미친놈이랑 같이 내려오면, 나까지 쌍으로 미친 줄 알 것 아니냐!”

 “뭐라고요?”

 “나는 외팔이 신세면 족하다. 정신 나간 놈 취급은 당하고 싶지 않단 말이다!”

 “아니, 그걸 말이라고 하세요? 지금까지 전 아저씨랑 말없이 다녀 드렸는데, 이러기에요?”

 “뭐, 뭐야?”

 “그리고 이건 그냥 인형이 아니라 미-.”

 “그래, 그래! 이 미친놈아! 미미! 미미! 그 미미-!”

 

 악-! 악! 장익삼이 분이 풀리지 않는지 제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며 소리를 질렀다.

 

 “하아. 장 아저씨…….”

 

 장익삼과 마찬가지로 답답해 죽을 지경인 것은 우현도 똑같았다. 아무리 설명해도 믿어주지 않는 장익삼과 아무리 애원해 봐도 더는 움직이지 않는 인형 미미. 그 사이에 있는 우현이야말로 미치고 환장할 기분이었다.

 

 “아저씨. 조금만 기다려 보세요.”

 “어휴, 저놈이 아직도 그 헛소리구나.”

 “조금만 시간을 주시면! 미미도 곧 아저씨를 볼 용기를 낼 거예요. 부끄러운 아이라서 그런 거니까-.”

 “그만하라고, 이-! 이 미친놈아-!”

 

 장익삼의 답답한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우현도 어쩔 수가 없었다. 3분명한 것은 미미는 그의 이름을 알려주면서까지 저와 소통을 했다는 사실이었고, 우현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미미가 다시 움직일 때까지 보이는 곳에 두고서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어느덧 둘의 앞에 농경용 수레바퀴가 오가며 낸 길이 나왔다. 마침내 인가의 흔적이 보이자 장익삼은 신경이 더욱더 날카로워졌다.

 

 “현아. 그러니까 그것 좀-.”

 “미미 님이요.”

 “그래, 미미 님.”

 

 장익삼은 백번 양보하여 우현에게 완곡하게 부탁했다.

 

 “……그, 미미 님 좀 그만 봇짐에 넣어 둘 수는 없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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