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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이' 곳에 행복 한가득
작가 : 레마
작품등록일 : 2020.8.16

의문도 모른채 이세계로 온 주인공.
원치도 않던 이세계로 온 주제에 옷 한 벌 없이 갑자기 서바이벌이 시작되는데....

안녕하세요. 레마입니다.
이번에 첫작품으로 '이세계'에 관한 이야기를 쓰게 되었습니다.
딱히 투고가 처음은 아니지만, 제대로 플롯과 설정을 짜고서 쓰는 작품으로서는 첫작품이에요^^;
제 소설이 대체적으로 설정과 임팩트보다는 등장인물간의 갈등, 해결을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이번에 배경을 이세계로 잡았을 뿐,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이세계물과는 상당히 다를 거에요. 조금 스포하자면 주인공은 무능하니까요. ㅎㅎ
게다가 이 작품은 제가 동경하는 '동심'과 '평화'를 중점으로 분위기를 표현했습니다.
흔히 말하는 '치유물'이 그 의미 그대로 적용된 작품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낚시아님)
그냥 항상 웃으면서 볼 수있는 치유되는 작품이라 생각하시고, 편안하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02 - 치유의 마녀 -6
작성일 : 20-09-08 21:46     조회 : 269     추천 : 0     분량 : 8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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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사 페리아는 고집스러운 소녀다.

  그 어떤 결정을 하던, 그것을 이루기 전까지는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다.

  그런 딱딱한 성격 덕분에 기사라는 직함이 어울릴 수 있겠지만, 반대로 말하면 사교성이 떨어지는 단점이기도 한다.

  페리아가 설립한 솔란트 기사단은 현재 길가에 앉아 휴식하고 있었다.

  임무에서 복귀한 뒤, 연속으로 남성 수색이라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기에 그들의 체력관리는 아주 중요했다.

  단, 그 체력을 떨어트리는 일이 전날, 그들끼리만 마을에서 먹고 마신 것이 가장 큰 요소긴 했지만 말이다.

  “이러다가 우리가 객사하겠어.”

  페리아는 병사들이 휴식하는 곳에서 조금 떨어져, 작은 열매를 먹으며 식사하고 있었다.

  딱히, 병사들과 옹기종기 모여 있기 싫어서가 아닌, 먹으면서도 걸으며 주변을 살피기 위해서였다.

  “그럼 부대장님이 말씀드려보세요. 이미 어딘가에서 죽은 게 아니냐고.”

  마른 병사 우루가 중년 병사 드라고에게 건의한다.

  평소라면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라며, 주먹으로 대답해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상황이 상황이다.

  다르고를 포함한 병사들은 툭하면 휴식해야 할 정도로 체력이 떨어졌기에, 이 이상 수색을 위한 정신력도 많이 낮아진 상태다.

  나름 병사로서의 긍지를 가진 다르고도, 그런 우루의 말에 조금 고민했다.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역시 다르고는 주먹을 들었다.

  “쓸데없는 소리 말고 빨리 머리나 쥐어 짜내 봐. 집에 돌아가고 싶으면 말이야.”

  “... 저도 조금 자신이 없어졌어요.”

  우루가 맞은 것에 대해 항의하는 사이, 막내 병사 푸케도 조심히 끼어들었다.

  “뭐라고?”

  “아, 아니요...”

  하지만, 아직은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다르고가 부담스러운 푸케는 조용히 빠졌다.

  “근데, 푸케의 말도 어느 정도 일리는 있어. 이렇게 사람이 있다고 유인도 해보고 주변도 수색해봤는데 아무런 흔적 없이 사라졌으니까. 정말로 어딘가 풀숲에 쓰러져 있을 수 있지.”

  “너희들 진짜! 정신교육은 어따 두고 온 거야! 우리가 포기하면 시민은 누가 지켜!”

  불량해 보이는 병사 하니스를 마지막으로, 드라고는 드디어 터지고 말았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화를 내는 드라고.

  그 행동에 최대 피해자는 드라고에게 헤드락을 걸리고 있던 우루였다.

  “잠... 수, 숨!”

  “난 너희들에게 실망했다! 뻔히 눈앞에서 우리들의 실수로 위험에 놓인 시민을 버린다고? 이대로 찾아 보호한다고 해도, 죄를 못다 갚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대로 버린다면 우리는 범죄자가 아닌가!”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설교하는 다르고의 말에, 병사들의 시선은 제일 먼저 페리아를 향했다.

  페리아는 열매를 먹으며 병사들에게서 점점 멀어지고 있었기에, 다행히 목소리에 반응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너희들은 범죄자인가? 아니! 우리는 자랑스러운 ‘헤이폴’ 왕국의 병사들이 아닌가! 그렇다면...”

  “부대장. 대장님한테 안 들리고 있어.”

  “...그래?”

  자랑스럽게 얘기하던 드라고는 흘긋 페리아 쪽을 쳐다보더니, 거리가 상당히 되는 것을 확인하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이렇게까지 할 마음이 있다는 것을 어필할 찬스였는데...”

  “대장님에게 그런 건 씨알도 안 먹힌다니까. 찾는다고 명령을 내렸으면, 남성이 해골이 되었더라도 찾아야 한다고.”

  “그러게~. 누군가가 신나서 대장님을 놀리지만 않았어도~.”

  “너는 언젠가 날 잡고 두들겨 패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 날이 오늘인가보다. 이리와!”

  맞는 것에 진절머리가 난 우루가 갑자기 튀어 나가며, 쓸데없는 체력 낭비인 추격전이 시작되었다.

  병사들은 그렇게 이야기는 하지만, 수색작업에 대해서 대충한다거나 한 적은 없다.

  그들도 마음 깊이 남성을 빨리 찾고 싶어 한다. 대체로 빠른 복귀를 이유로 말이다.

  하지만 그들이 두 손, 두 발 모두 들 정도로 남성의 흔적이 증발해버렸다.

  지도상에 위치한, 사람이 갈 만한 곳은 모두 찾아봤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페리아의 나무 새들도 필요한 정보는 가져오지 못했다.

  이미 휴식시간 동안 3번이나 페리아의 손가락에 날아왔지만, 병사들에게 보고하지도 않고 다시 날려 보낸 것을 보면 알 수 있었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처럼 밝은 심정은 아니었다.

  병사들은 모두 땅을 바라봤다.

  다르고와 우루의 추격전도 금세 끝나, 그 둘도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때, 모두는 동시에 땅이 울리는 것을 느꼈다.

  순간 지진이 아닌가 의심했을 정도였다.

  그 지진은 점점 규모가 커지더니, 병사들이 심각하다고 느낄 정도가 되었을 때야 그 원인을 알 수 있었다.

  그것은 지진이 아니었다.

  필라 마을에 향하는 길 쪽에서 말을 탄 수많은 인원이 솔란트 기사단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동시였다.

  그 인원들이 병사들 앞에서 멈춘 것과, 페리아가 병사들에게 다가온 것은 말이다.

  병사들은 영문도 모른 채, 둘 사이에 끼게 되었다.

  그들은 수많은 인원과 번쩍거리는 갑옷, 누가 봐도 기사단임을 알 수 있는 깃발까지 갖추었다.

  솔란트 기사단의 병사들과 같은 오합지졸의 느낌은 전혀 없다.

  병사들 개개인이 큰 덩치와 근엄함을 유지하며 쓸데없는 움직임은 하지 않는다.

  가만히 대기하는 상황에서 단 한 명도 잔움직임이 없었다.

  그 상황에서 가장 정면에 있던, 주로 근육이 아닌 지방이 풍부한 동그란 체형의 남성이 입을 열었다.

  “오랜만이군, 페리아 솔란트. 안 보이나 했더니 이런 곳에서 소풍인가?”

  기분 나쁜 미소를 지으며 페리아를 깔보듯 내려다보는 남성.

  하지만 막상 페리아는 평소와 다름없는 눈으로 그 남성을 쳐다보았다.

  “벨포드님. 이런 곳에는 어쩐 일이십니까?”

  “흠.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는 눈빛이구만. 땅에 떨어진 졸병이 알 필요는 없다.”

  “그런가요. 그럼 지나가시지요.”

  페리아는 정말 아무런 속뜻 없이, 그냥 지나가라는 의미에서 한 말이다.

  하지만 그 말을 벨포드는 무시하는 발언으로 이해한 모양이었다.

  하도 얼굴에 지방 때문에 잡혔던 주름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기 시작한다.

  “말조심하거라 잡병! 예전에 이름 좀 날렸던 기사단에 속했었다고, 지금도 네 신분이 높은 것 같으냐!”

  벨포드가 말 위에서 날뛴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바로 앞에 앉아있던 솔란트 병사들에게로 향한다.

  무게를 버티기 힘들어하던 말이 계속 콧김으로 병사들을 괴롭히고 있었지만, 벨포드가 날뛰니 이제는 아예 침까지 흘려가며 토핑을 추가하고 있었다.

  하지만 병사들은 움직일 수 없었다.

  딱 봐도 무거워 보이는 분위기 때문에, 기껏해야 말의 입에 데롱데롱 매달려 흔들리는 침의 경로를 예측해서 고개를 까닥거리며 피하는 수밖에 없었다.

  “내 말 한마디면, 네가 겨우 가지고 있는 기사의 칭호까지 박탈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거라!”

  “왕께서 직접 하사하시는 기사의 칭호를 어떻게 백작가의 3남인 벨포드님이...”

  “시끄럽다!”

  벨포드는 말에서 내리려고 몸을 크게 움직인다.

  그 반동은 그대로 말에 전해진다.

  그렇다면 피해를 보는 것은 솔란트 병사들이었다.

  “...크! 발이 껴서... 1진 앞으로!”

  근엄함을 유지하던 병사들 중 5명이 순식간에 말에서 내려 벨포드의 옆에 나란히 선다.

  그들의 행동은 하나하나 절도 있는 모습이었다.

  벨포드를 말에서 내리기 위해 이리저리 움직이는 모습만 봐도 팀워크가 상당히 좋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게 병사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말에서 내리는 벨포드의 모습은, 마치 하늘에서 신이 강림하듯 근엄하면서도 아름다운 포즈로 땅에 내려왔다.

  그가 뚱뚱하지만 않았으면 말이다.

  그 모습에 우루가 뿜었지만, 다르고가 순식간에 입을 때리다시피 막았기에 그들에게 들키지는 않았다.

  “흠~. 교육을 덜 받은 잡병의 교육도 기사의 소양이지.”

  벨포드가 뚱뚱하기는 했지만, 그뿐만은 아니었다.

  최소한, 기사라는 칭호를 가질 정도의 소양은 가지고 있었기에, 나름 근육도 가지고 있었고, 무엇보다 검을 쥐는 모양새를 본 솔란트 병사들이 감탄할 정도로 나름 실력도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검을 들어라 페리아! 이 내가 직접...”

  벨포드의 말이 갑자기 멈췄다.

  애초에 처음부터 왼손에는 먹고 있던 작은 열매가 들어있는 주머니가 있어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설마 허리춤에 차고 있어야 할 검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네놈, 검은 어찌했는가?”

  페리아는 자신의 허리를 살펴보다가 없는 것을 깨닫고 눈알을 굴려본다.

  벨포드의 입장에서는 어이없을 수밖에 없다.

  백작가에서 자라면서 기사의 소양을 상식으로 여기며 자란 인물이다.

  그런 그에게, 검을 몸에서 놓는 행위는 병사는 물론이며, 기사라면 절대로 있을 수 없는 행동을 지금 페리아가 보여주고 있었다.

  “...우루. 제 검 어디 있나요?”

  “아! 아까 마차 안에서 봤어요.”

  우르가 자신 있게 대답한다.

  그리고, 다른 솔란트 병사의 고개가 창피함을 못 이겨 꺾인다.

  페리아는 아름다운 인물이다.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귀족들 사이에서 좋은 의미로 집중 받을 정도로, 행동 하나하나가 반짝이는 존재다.

  하지만 그것들은 첫 만남의 인상일 뿐, 같이 어느 정도 있다 보면 페리아의 실상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 실상이란, 어딘가 나사가 빠져있다는 점이다.

  벨포드의 시선이 페리아에게서 떨어지지 못한다.

  지금까지 그냥 페리아를 몰아세우기 위해서, 다른 말로는 놀리는 느낌으로 페리아를 대해 왔다.

  하지만 현재, 조금씩 벨포드의 얼굴이 빨개지기 시작한다.

  기사의 소양, 그것을 지키기 위해 벨포드는 인내를 하려 했지만,

  페리아는 막타를 날렸다.

  “마차에 있다네요. 가져올까요?”

  “아니! 내가 직접 네 무덤에 넣어주겠다!”

  벨포드는 그 육중한 몸을 가지고도 빠른 속도로 페리아에게 접근했다.

  기사의 소양은 가지고 있었기에, 무기를 가지지 않은 상대를 위해 검을 검집에서 빼지는 않았다.

  하지만, 벨포드의 중량을 그대로 실은 검의 일격은 절대로 가볍지 않았으며, 솔란트 병사들에게 휘두르는 소리가 거대하게 들릴 정도로 무거운 일격이 페리아에게 향한다.

  부서진다고 생각했다.

  솔란트 병사들은 모두가 머리에서 피가 빠져나갈 정도로, 급한 마음에 페리아에게 달려갈 정도로 그 일격은 강력했다.

  게다가 페리아는 움직이지도 않았기에, 닿지 않을 것을 알면서 솔란트 병사들은 벨포드를 막기 위해 일어섰다.

  하지만 그 검은 페리아에게 닿지 않았다.

  “...윽! 이 생쥐 같은 녀석이...”

  벨포드의 검이 닿기 전, 페리아는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몸을 비틀어 검을 피했다.

  솔란트 병사들의 입이 딱 벌어질 정도로 신기한 광경이었지만, 벨포드는 그런 페리아의 행동을 어느 정도 예상했다.

  땅에 닿은 벨포드의 검은 거대한 지진을 일으켰다.

  그 덕분에 페리아에게 달려가기 위해 일어서려던 솔란트 병사들이 다시 주저앉고 말았다.

  그런 뒷 상황에는 아랑곳하지 않는 벨포드는 아직은 가까이 있던 페리아에게 다시 검을 휘둘렀다.

  이번에는 거대한 바람이 휘날리며 페리아를 날려버린다.

  그럼에도 페리아는 공중에서 자세를 유지하며, 다시 땅에 사뿐히 안착했다.

  “어떤 점이 마음에 안 드시는지요. 말씀해 주신다면 사죄하겠습니다.”

  솔란트 병사들은 머리를 쥐어뜯으며 한탄한다.

  제발 입 좀 다물라고 말이다.

  “네 녀석의 존재 그 자체다! 기본도 안 되어 있는 주제에 기사라는 고귀한 칭호를 더럽히고 있지 않은가!”

  벨포드는 그대로 계속 페리아를 추격했다.

  속도 면에서 더 우월할 것 같은 페리아가 벨포드를 떨쳐내지 못했다.

  검격을 피하기 위해 페리아가 숲으로 도망쳐도, 벨포드는 개의치 않고 숲을 없애버린다.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페리아는 다시 길가로 나와 뒤를 돌아본다.

  그곳에는 벌써 페리아의 코앞에서 검을 내리치고 있는 벨포드의 모습이 있었다.

  “대장님!”

  아무리 페리아라도 움직임으로 피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최소한, 움직임이 제일 늦는 다리는 미처 못 피한다.

  ...그럼에도 페리아는 피했다.

  “...큭!”

  벨포드의 검이 아무것도 건들지 못하고 땅에 닿는다.

  페리아가 움직여서 피한 것은 아니다.

  피하지 못하니, 주먹으로 검을 쳐서 회피했다.

  아까 이상의 지진이 땅을 울린다.

  그와 동시에, 땅에 심하게 박힌 벨포드의 검은 쉽게 빠지지 않았다.

  분명 페리아가 공격을 감행했더라면 벨포드는 제대로 막지 못해 피해를 입었을 것이다.

  “....네놈 같은 촌뜨기가 기사를 자칭하는 게 마음에 안 든다.”

  페리아는 벨포드에게서 몇 걸음 물러선 곳에 섰다.

  그 모습은 평소의 페리아다.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방금 어떤 일이 있었는지도 잊게 만들 정도로 태연한 모습이었다.

  “그러니 ‘파괴의 마녀’ 같은 녀석이 생기는 게 아니겠느냐.”

  그 말에 페리아가 움찔거렸다.

  무표정을 고수하는 페리아의 표정에 조금이지만 변화가 일어났다.

  “주제도 모르고 힘을 휘두르면, 그로 인해 피해는 생길 수밖에 없다. 딱 너의 모습이야.”

  벨포드는 어느 정도 냉정해졌는지, 휘두르던 검을 다시 허리춤에 찼다.

  뒤돌아서 다시 말로 향하는 벨포드를 향해, 페리아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표정을 바꾸는 것도, 반박하는 것도 말이다.

  계속 바닥에 앉아있던 솔란트의 병사들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지나간 벨포드는 다시 말에 오르려 했다.

  하지만, 방금 전의 날쌘 모습은 어느샌가 사라지고, 낑낑거리는 모습에 주변에 있던 병사들이 서둘러 다가와 벨포드를 말 위에 올려주었다.

  그런 벨포드의 표정은 근엄함을 유지했다.

  벨포드도 페리아 못지않은 상당한 철면피를 가지고 있다고, 솔란트 병사들을 생각했다.

  “아까,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 물었는가?”

  웬만해서는 벨포드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던 페리아였지만, 지금은 땅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벨포드는 그런 페리아의 행동에 기분 상하는 일 없이, 곧바로 말을 이어 나갔다.

  “그 파괴의 마녀를 토벌하러 가는 길이다.”

  벨포드는 페리아에게서 어떠한 반응이 나오는지 궁금해, 한동안 그녀를 쳐다봤다.

  하지만 막상 페리아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저 정면에서 시선을 조금 떨어트려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는 것 같은 모습.

  조금은 기대했지만, 역시 평소처럼 별다른 반응이 없다는 것에 벨포드는 그녀에게서 흥미를 잃었다.

  “가자.”

  벨포드의 병사들의 말이 일제히 발을 맞춰 나아가기 시작한다.

  지나치면서도 벨포드와 페리아는 서로를 바라보지 않았다.

  그렇게 잠깐이지만 강력한 태풍이 그 자리를 휩쓸어갔다.

  “...저기...”

  가장, 상황에 대해 이해를 하지 못한 병사들은 천천히 페리아에게 다가왔다.

  어딘가 평소와는 달라보이던 페리아의 모습이 걱정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페리아는 병사들이 다가오는 모습에 시선을 가져다주며, 평소와 같은 무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봤다.

  “무슨 일이시죠?”

  “아, 아니. 어딘가 다치시지는 않았는지...여쭤보러...”

  “괜찮습니다. 방금 건 기사들의 대련 수준도 되지 않으니까요.”

  언제나와 같은 담담함으로 그들을 지나치는 페리아.

  그것을 그대로 믿을 수밖에 없는 것이, 아직도 왼손에는 열매가 들어있는 자루를 꼭 쥐고 있었다.

  지금까지 병사들은 페리아의 실력을 볼 기회가 없었다.

  그 누가 신설에, 규모도 작은 약소 기사단에게 전투가 필요한 임무를 주겠는가.

  병사들의 실력이 부족한 이유가 가장 크겠지만, 페리아가 가져오는 일거리는 모두 검을 휘두를 것과는 거리가 먼, 노동이었다.

  “여러분들은 당분간 마을에서 대기하세요.”

  상황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는 병사들의 얼굴이, 이제는 아예 혼이 나가버렸다.

  “...예?”

  그럼에도 페리아는 개의치 않고, 말에 담담히 올라탔다.

  “잠시, 가야 할 곳이 생겼습니다.”

  “그럼, 임무는 중단입니까?”

  “아니요. 지금까지 남성이 한 종류의 버섯만 따서, 식량은 어느 정도 가지고 있다고 판단 됩니다. 그렇다면 생존의 가능성이 훨씬 커 보여요. 이 근방에서 보이지 않는다면, 생존 가능성이 있는 장소를 하나 알고 있습니다.”

  페리아는 손에 들고 있던 주머니가 아닌, 허리춤에 있던 주머니에서 동전을 몇 개 꺼내 병사들에게 던져주었다.

  그녀가 병사들에게 가볍게 던져주었지만, 그 금액은 결코 그렇게 가볍게 대할 작은 금액은 아니다.

  “금...화...”

  “만일, 그 장소에도 남성이 없다고 한다면, 여러분은 세상의 끝자락을 넘어서까지 남성을 찾아야 할 겁니다. 그러니 기도하고 계세요.”

  “잠시만요! 거기는 낭떠러지잖아요!”

  “...농담입니다.”

  아까와는 다른 의미로 몸에 피가 싹 가시는 느낌에 소름 돋는 병사들이었다.

  페리아에게 농담이란 것을 가르쳐준 것까지는 좋았지만, 아직까지도 병사들은 그녀의 농담과 진담을 구별할 능력이 없었다.

  “오래 걸리진 않을 겁니다. 밤에는 돌아올 테니, 너무 풀어지진 마세요.”

  “예! 알겠습니다!”

  페리아에게 경례하는 병사들에게 그녀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하고는 금방 사라지고 말았다.

  정말, 갑자기 태풍이 지나간 듯이 휑한 감각이 그 자리를 감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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