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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원나잇 바디샷
작가 : 아스테리아
작품등록일 : 2020.9.1

그의 입술이 내려왔다. 쇄골을 깊게 핥은 그가 하랑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테킬라 잔을 들어 삼킨다. 목울대가 아래위로 움직인다. '하, 이런 섹시한 대나무숲을 봤나.' 에덴의 동산에는 대나무숲이 있다. 그가 자꾸 꼬리를 흔든다. 이리와 여기 이 탐스러운 선악과를 한번 먹어보라고... "당신이 먹는 열매가 당신을 천국으로 보내줄지도 몰라요. 그러니까 과감하게 한번 먹어봐요." 섹시한 대나무숲의 유혹이 시작된다.

 
11. 나 당신 유혹하는 중이잖아
작성일 : 20-09-08 21:27     조회 : 215     추천 : 0     분량 : 5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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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하랑이 부루퉁한 표정으로 입술을 삐죽 였다.

 

 “잠가.”

 “싫어요.”

 “왜? 여기있는 여자들 막 다 홀릴려고?”

 “아니.”

 “아니긴.”

 “당신.”

 “나 뭐?”

 “당신 홀릴려고. 나 당신 유혹하는 중이잖아.”

 “…….”

 “섹시하다는거 보면 이게 당신한테 먹힌다는 거겠지?”

 

 취한 와중에도 지금의 속마음은 차마 입밖으로 꺼내지 못했다.

 

 넌 그냥 다 섹시해. 순진한 얼굴로 웃는데도 너무 유혹적이야.

 

 생각을 지우려는 듯 하랑이 고개를 도리질 쳤다.

 

 “손 놓으시죠.”

 

 그때 하람이 들어왔다. 다은이 잠시 편의점에 가는 바람에 아무런 설명을 듣지 못하고 이 상황을 본 하람이다. 하랑의 손을 잡고있는 이 남자는 누구인지.…… 두 손을 주머니에 찔러넣은 하람이 좌식 테이블에 앉아있는 이든의 뒷모습을 내려다봤다.

 

 “하람아-.”

 “어후, 완전 꽐라네.”

 “하람아 하람아. 아구아구 우리 귀여운 다람쥐새끼…….”

 “얘 술, 그쪽이 이렇게 먹였어요?”

 “아… 그게…….”

 

 바로 등 뒤에 서있는 195의 하람은 고개가 꺾일 정도로 올려다 봐야했다. 마치 거대한 산을 마주한 느낌이었다. 실물로 처음보는 하람의 위협적인 비주얼에 꽤 당황한 이든이었다. 다행히도 다은이 돌아왔다.

 

 “벌써 왔네? 앉아 멀대같은 놈이 그러고 있으면 사람들 놀라.”

 “…….”

 

 다은의 말에도 하람의 시선은 여전히 맞잡은 손과 이든에게 향해있다. 이든이 손을 빼려 하자 이제 하랑이 그 손을 더 꽉 움켜 잡았다.

 

 “왜에! 싫어.”

 “야 진하랑. 정신차려. 이 남자 누구야?”

 “박이든.”

 “박이든?”

 “아, 네. 안녕하세요 박이든입니다.”

 

 손이 꽉 잡혀 일어나지도 못한 채 하람에게 인사했다. 다은이 편의점 봉투에서 숙취해소제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두며, 하나는 까서 제 입에 털어넣었다.

 

 “얘 맨정신에 이든씨 못보겠다고 아까보다 더 마셨어요.”

 “그러네요. 아까 통화할 때보다 더 취해보여요.”

 “뭐가 그렇게 생각이 많고, 어려운지. 그냥 보면 될걸.”

 

 다은이 아는척을 하자 하람은 경계를 조금 푸는 듯 했다. 하랑은 이제 고개가 바닥으로 툭툭 떨어진다. 그런 하랑의 머리를 이든이 어깨로 받쳤다.

 

 “진하랑 일어나. 가자.”

 “……나… 박이든이랑 얘기중이야…….”

 

 이든의 어깨에 이마를 박고, 눈도 못뜨면서 얘기중이란다.

 

 “이제 그만 가요. 내일 얘기 해요.”

 “…….”

 “진하랑씨?”

 “…….”

 

 잠이 들었는지 아무 말 없는 하랑을 보며 이든이 작게 미소짓는다. 하람은 그런 이든을 보며 한쪽 눈썹을 꿈틀거렸다.

 

 다은의 집으로 가는 길. 하랑을 업는 것은 하람에게 양보했다. 무시무시한 눈빛으로 그를 쏘아보는 눈초리가 자신이 업겠다고 했다가는 빔이라도 쏠 기새였다.

 

 하랑을 침대 위에 눕히고 아파트를 나오자 1층에서 이든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까는 경황이 없어 제대로 인사도 못했습니다. 박이든입니다. 진하랑씨와 단기 계약으로 같이 일하고 있습니다.”

 “진하람입니다. 하랑이 오빠고요.”

 “잠시 얘기좀 할 수 있을까요?”

 

 두 사람이 근처 카페로 들어섰다. 늦은 시간이라 카페에 사람이 많지 않았지만, 그 몇 없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두 남자.

 

 “하실 말씀이 뭐죠?”

 “진하랑씨 전남편에 관한 겁니다.”

 “구영준? 그자식은 왜……?”

 “어제 찾아왔었어요. 그 남자를 보고 겁에 질려서 주저앉아 떨더라고요. 접근금지도 신청되어 있다고 하고… 그래서 어제 경찰이 다녀갔거든요.”

 “접근금지?”

 

 하람의 미간이 좁아졌다. 무슨 말인지 설명해달라는 눈빛에 이든이 의아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그 남자, 진하랑씨에게 접근금지명령 되어있다던데요.”

 “그게 무슨!”

 “모르고 계셨어요?”

 

 하람의 눈동자가 요동친다. 접근금지신청을 하는 경우는 보통 폭력 같은… 상대방이 신변에 위협을 끼쳤다는 것. 갈곳을 잃고 방황하던 눈이 휴대폰 화면으로 향했다.

 

 “아… 분명히 클라우드에 자동 업로드 된게 있을텐데.”

 

 한참 휴대폰을 뒤지던 하람이 사진 하나를 이든에게 보여줬다. 새하얀 웨딩 드레스를 입고있는 하랑. 눈부시게 아름다운 모습이지만 어딘가 어색해 보이는 미소 때문인지 결혼 사진에서 가장 중요한 행복이 빠진 느낌이다.

 

 “여기 이 남자 맞아요?”

 

 그리고 그 사진에는 어제 검은 모자를 푹 눌러쓰고 있던 그 남자가 있었다.

 

 “네 맞아요. 이 남자.”

 “하……. 뭐지?”

 “…모르셨다면… 왜 가족들에게 그런걸 숨겼을까요? 무슨 일이 있었다는 것이고, 신변이 위험한 상황이라는 건데…….”

 “제가 알아보겠습니다. 알려주셔서 고마워요.”

 “별말씀을요. 제가 걱정되서 여쭤본 것 뿐이에요.”

 

 속이 타는지 빨대를 빼버리고 컵채로 음료를 들이키던 하람이 눈만 내려 이든을 보았다.

 

 어려보이는데……. 아까 하랑이 보던 눈은 뭐고?

 

 “저기 박이든씨.”

 “네.”

 “우리 하랑이 좋아합니까?”

 “네.”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튀어나오는 대답에 하람이 픽 하고 웃는다.

 

 “사귑니까?”

 “아뇨, 가까워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 예. 일단 알겠습니다.”

 “네. 그럼 일어 날까요?”

 “저기 근데! 함부로 손잡고 그러지 마요.”

 “아…….”

 

 하람이 일어나 카페를 나서면서 중얼거린다. ‘남녀가 유별한데.’ 그 중얼거림을 들은 이든이 손등으로 입을 가리고 작게 웃었다.

 

 남매가 참 귀엽네.

 

 

 다음날 하람은 아침부터 다은의 집을 찾았다.

 

 구영준을 접근금지신청 한 것에 대해 말을 꺼냈다. 혹시 다은이 알고 있을까 하여. 하지만 역시나 돌아오는 대답은 ‘모른다’ 였다. 적잖게 당황한듯한 다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뭐야… 나 전혀 몰랐어. 무슨 일이 있었던거지?”

 “그건 지금부터 알아봐야지.”

 

 아직 꿈나라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하랑의 옆에 의자를 가지고 와 앉았다. 긴 다리를 꼬고 팔짱을 끼고 태워 죽일듯한 눈으로 쏘아본다.

 

 “야. 그런다고 애가 일어나겠어? 그냥 흔들어 깨울까?”

 “냅둬.”

 

 둘은 지금 하랑이 일어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식탁 위에는 하람이 사온 죽 봉투가 놓여 있다.

 

 “어제 그, 박이든씨.”

 “응?”

 “하랑이 좋아한다던데.”

 “너한테 그래? 쿡쿡, 아주 직진이네. 상남자구만. 좋다 좋아.”

 “…어떤사람이야?”

 “나도 잘 몰라. 근데 중요한건 쌍방이야.”

 

 하람의 시선이 작게 몸을 뒤척이는 하랑에게 향했다.

 

 “이 기집애도 좋으면서 나이랑 이혼한거랑 그런게 걸려서 못다가 가는거 같아.”

 “…….”

 “물론 그쪽에서는 그런거 다 상관없다 하는거 같고. 난 대 찬성인데.”

 “잘 알지도 못하면서 대 찬성은 무슨.”

 “일단 비주얼이 찬성이잖아! 아주 바람직하고, 착해.”

 

 하람이 다은을 무슨 속물 보듯이 눈을 흘겼다.

 

 “어구 우리 램쥐 질투해? 하랑이 뺏길까봐?”

 “질투는 무슨!”

 “구영준이랑 결혼할때도 그렇게 열폭을 하더니.”

 “그땐……!”

 

 하람은 둘의 결혼을 매우 못마땅해 했다. 어느날 갑자기 결혼할 남자라며 뺀질뺀질한 놈팽이 같은 놈을 하나 데려왔다. 병원에서 몇 번 마주친 적이 있는.

 당장 한달 뒤에 식을 올리겠다는 하랑의 얼굴에서는 결혼을 앞둔 신부의 행복함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저 뭐랄까… 굳은 의지 같은것이 느껴졌었다.

 

 

 “으음… 무, 무울…….”

 “일어나나보다!”

 

 조금씩 뒤척이던 하랑의 움직임이 커지면서 손을 더듬더듬 물을 찾았다. 다은이 가져다 준 물을 들이킨 하랑이 부스스 몸을 일으켰다.

 

 “응?”

 

 그리고 자신을 죽일 듯 쏘아보는 하람과 눈이 마주쳤다.

 

 “진하랑, 너……!”

 “잠깐! 일단 애 죽부터 먹이고.”

 

 다은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하람을 진정시키며 식탁 위에 있던 죽을 데웠다. 붉은 빛을 띠는 해장죽에서 모락모락 하얀 김이 오른다.

 

 “어흐… 너무 좋아. 역시 임다가 최고야!”

 “하람이가 사왔어.”

 “…….”

 

 하랑은 눈치를 살폈다. 맞은편에 앉아 아무 말 없이 자신을 노려보는 하람과 눈이 마주쳤다. 시선을 피하며 어색하게 씨익 웃었다.

 

 뭔가 이 녀석이 엄청 화가 났는데 그게 뭔지 모르겠다. 우선 분위기를 환기시킬 필요가 있어 보였다.

 

 “너희는 안먹어?”

 “우린 먹었어.”

 

 수저 가득 푼 죽을 후후 정성스럽게 불어 입안에 넣었다. 우물우물 씹으며 눈치를 살피던 하랑이 수저를 탁 내려놓았다.

 

 “아! 진짜 도대체 왜그러는데?”

 “진하랑.”

 “왜! 뭐!”

 “너 내 눈 똑바로 보고 대답해.”

 “…….”

 

 장난기 없는 하람의 눈은 똑바로 쳐다보기 무섭다. 흘끗흘끗 눈을 굴리자 손바닥으로 식탁을 탕, 내려 쳤다.

 다은을 바라보아도 고개를 저을 뿐 이었다. 자세를 고쳐앉고 그의 말대로 눈을 똑바로 보았다.

 

 “아, 알았어. 뭔데?”

 “너 구영준 접근금지신청 했어?”

 “……!”

 

 출처가 어디겠는가? 박이든 이거나, 박이든 이거나, 박이든 이겠지.

 걱정 되는 마음에 말을 꺼냈을게 분명하다. 하람이 모를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겠지. 그러니 그를 탓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정말… 모르길 바랬다.

 

 “응.”

 

 거짓말을 해봤자 소용없을 것이다. 그냥 차라리 믿음을 주는 편에 나았다.

 

 “왜? 뭐때문에?”

 “…….”

 “내가 그새끼 찾아가서 물어봐?!”

 “나중에… 내가 나중에 다 말해줄게.”

 “그러다 위험해지면! 엇그제 그새끼가 찾아왔다며!”

 “하람아.”

 

 하람의 눈을 피하지 않는 단단함에 잠시 끓어 올랐던 열을 가라앉히려 노력했다.

 

 “나도 생각이 있어. 그러니까 나중에 다 말해줄게. 위험할 것 같으면 그땐 도와달라고 할게. 그러니까… 지금은 말고… 나중에.”

 

 눈에 이채가 서렸다. 저런 하랑은 그냥 놔둬야 한다.

 

 “당분간 우리집에 가있어. 내가 카페 볼테니까.”

 “아니. 곰곰히 생각해보니까 밖에서 뭐 어쩔 사람은 아니야. 그날은 내가 좀 놀라서 그랬어.나 믿어봐.”

 

 하람의 입에서 긴 한숨이 흘러 나온다. 머리를 거칠게 쓸어 넘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 말 없이 집을 나서는 하람을 다은이 쫓아 나갔다.

 

 ― Drrrrrr.

 

 [일어났어요?]

 

 굳은 얼굴로 축 가라앉아있던 하랑이 픽 하고 웃는다. 이런 순간에 문자 하나로 자신을 웃게 만드는 그가… 신기했다.

 

 무거운 기분은 떨쳐내고, 답장을 하려고 휴대폰을 손에 들었다가…….

 

 ― 툭.

 

 “헐… 나 또 미쳤었네.”

 

 어제의 추태가 생각났다.

 

 「넌 손이 왜이렇게 예쁘니?」

 

 하랑이 자신의 머리를 쥐어 뜯었다.

 

 「넌 눈도 왜이렇게 예쁘니?」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더 산발로 만들며 얼굴을 문지른다.

 

 「콧대도 예쁘고, 입술도 예쁘고.」

 

 이제 식탁 위에 머리를 쿵쿵 박는다.

 

 「넌, 너무 섹시해.」

 

 “흐아아아! 미친년!”

 “얘가 왜이래?”

 

 하람을 보내고 들어온 다은이 산발이 된 상태로 울상을 짓고있는 모습을 보고 한발짝 떨어진다. 못볼걸 본듯한 표정을 지으며 멀찌감치 떨어져 식탁을 빙 돌았다.

 

 “나… 미친거같애.”

 “어, 좀 그래보여.”

 “하, 어떡하지? 그냥 뛰어내려 죽을까?”

 “죽을거면 딴데가서 죽어. 집값 떨어져.”

 “아아아아아!”

 

 이제 의자에 등을 기대고 마구 발버둥을 치는걸 보며 다은이 입꼬리를 아래로 내리며 눈을 찡그렸다. ‘으으… 저리가 미친것아…….’

 

 “임다…….”

 “왜.”

 

 하랑이 식탁 위에 철푸덕 엎어졌다. 한쪽 뺨이 눌려 찌부되었다.

 

 “나… 이제 술 안마실래…….”

 “얼씨구.”

 “내가 다시 술을 마시면… 난 인간이 아닌거야.”

 “개가 똥을 끊지.”

 “흐엉…….”

 

 다은의 말에 하랑이 얼굴을 감싸고 우는 소리를 냈다.

 

 ― Drrrrrr.

 

 [우리 데이트 해요. 나 단추 세개 풀고 갈게.]

 

 이런 상황을 전혀 모르는 이든에게서 한 번 더 메시지가 왔다. 자신을 봐달라는 듯 부르르 떨며 반짝, 빛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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