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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아이돌스토리
비꽃이 핀다
작가 : 지현시
작품등록일 : 2020.9.1

아이돌 연하남과의 간질간질 로맨스.

 
누가 봐도 짝사랑
작성일 : 20-09-08 20:19     조회 : 292     추천 : 0     분량 : 4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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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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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걷다가도, 춤추다가도, 이수와 실루엣이 닮은 사람만 지나가면 건의 고개가 홱홱 돌아갔다.

  무슨 일이 있는 건지, 며칠째 코빼기도 안 비치는 그녀가 야속하다.

  작곡가 클로이가 들이닥쳐 안무가 마음에 안 든다, 노래가 왜 저 모양이냐, 온갖 혹평이란 혹평은 다 쏟아내고 가, 리더 인생 1개월 만에 이런 비참한 기분은 또 처음인데.

  담당 피디란 사람이 이렇게 내팽개치고 안 나타나는 법도 있나, 툴툴대면서도 아픈 얼굴을 마지막으로 봐서 그런가 마음이 쓰여 죽겠다.

 

 

  * * *

 

 

  투둑투둑—.

  예고 없이 내린 비에 우산 하날 장정 둘이 나눠 쓰고 걸어갔다.

  “형….”

  “응?”

  같은 소속사 식구이자 그에겐 엄마와도 같은 재선이기에, 건은 혼자 속으로 끙끙대고 있는 문제를 털어놓을 참이었다.

  “누가 엄청나게 걱정돼서 밤에 잠 못 잔 적 있어?”

  “음… 아니?”

  “죽어라 연습해서 베개에 머리만 대도 기절할 정도로 힘든데… 잠이 안 와.”

  “왜?” 재선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누가, 엄청나게 걱정돼서?”

  건은 말없이 재선과 눈을 맞췄다. 그가 눈을 가늘게 뜨고 물은 질문에 답도 않고.

  “나 참… 누가 들으면 짝사랑이라도 하는 줄 알겠다.”

  멈칫.

  “아니지, 아니지. 누가 들어도 짝사랑인데, 이건?”

  “가기나 해.”

  우람한 어깨로 재선을 감싸며 걸음을 멈춘 그를 억지로 걷게 했다.

  “XY 염색체만 우글득실한 곳에서 무슨 되도 않는 짝사랑이야? 너 설마….”

  “뭔 소릴 하는 거야.”

  재선의 야릇한 표정이 어이없어 헛웃음이 다 났다.

  “그럼 뭔데, 누가 걱정이 돼 잠도 못 자는 건데.”

  그 순간, 저 멀리 보이는 하늘색 우산. 얼핏 보이는 모습이….

  이수다.

  “야! 어디 가…!”

  찻찻찻, 비 튀기는 소리가 달리는 건의 운동화에 그대로 와 박혔다.

  빗물에 머리가 촉촉히 젖었을 때, 그는 비로소 이수를 따라잡을 수 있었다.

  난데없이 나타난 건에게 한쪽 팔을 붙들린 이수는 놀란 토끼 눈으로 뒤를 쳐다보았다.

  “너…!”

  그녀는 얼른 건의 머리 위로 우산을 씌워 주었다.

  “뭐야, 놀랐잖아.”

  그의 가슴이 크게 오르락내리락거렸다.

  여기까지 뛰어왔어? 왜?

  “하, 하… 왜 이제 와요?”

  “어…?”

  “사람 걱정되게 왜 갑자기 안 보였냐구요.”

  이수를 붙들고 선 건과, 그런 그를 놀란 눈으로 쳐다보는 이수.

  우산 하나에 다 가려지지 않는 두 사람의 모습을 멀리서 재선이 지켜봤다.

  “건이 너, 서 피디님을….”

  어머어머, 소릴 하며 한 마리의 미어캣처럼 그는 당사자들보다 더 주위를 살폈다.

  “내 걱정을… 했어? 왜?”

  “아팠었잖아요, 그때.”

  “아… 아파서….”

  그렇게, 이 어린 사내가 만들어 낸 설렘을 그녀는 애써 달랬다.

  “대상포진이래서, 그거 옮는 거래서. 그래서….”

  많이 아팠나 보구나. 역시 그럴 줄 알았어.

  말을 안 해도 얼굴에 다 쓰여 있다. 이수를 세심히 살피는 그의 두 눈동자에.

  “이제… 괜찮은 거예요?”

  “응… 괜찮아.”

  건과 눈 마주치고 얘기하는 게 점점 어색해진다. 이상하다.

  잡힌 손을 빼려 힘을 줬는데, 꼼짝을 않는다.

  티 안 나게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애쓰던 이수의 눈길이 검은 티셔츠 위, 등수 적힌 이름표에 머물렀다.

  “우리 건이, 여섯 등수나 떨어졌네?”

  우리 건이. 그 소리가 왜 이렇게 거슬릴까. 마음에 안 들어.

  “연습 열심히 해야겠다, 너?”

  절 보며 씩 웃는데 처음으로 예뻐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미웠다.

  그는 스르르 손에 힘을 풀어 그녀를 놓아주었다.

  “어디로 가는 길이었어? 우산도 없이.”

  “재선이 형이랑 같이 쓰고 있었어요.”

  어쩐지 풀이 죽은 목소리에 이수는 괜히 미안해졌다.

  “아… 그럼 이따 보자.”

  손톱을 잘근잘근 물며 멀찍이 서 있는 재선을 발견한 이수는 천천히 걸음을 돌렸다.

  그녀의 하늘색 우산이 비켜가자, 기다렸다는 듯이 검은 빗물이 내려와 건의 볼을 적셨다.

  차갑다.

  시리다.

  마음이, 너무 아프다.

 

 

  * * *

 

 

  3차 평가 무대를 사흘 앞두고, 이수는 건이 속한 팀의 안무 연습 영상을 찍었다.

  댄스 트레이너 현상은 수정된 안무를 보며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작곡가 따위가 제 앞에서 춤을 논하다니, 자존심이 상했지만 거기서 목소릴 높일 순 없었다.

  그 스스로 클로이의 상대가 못 된단 걸 알고 있었던 까닭에.

  “엣지 좋아하시네, 진짜….”

  시종일관 엣지 타령을 하던 클로이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아직도 귓전을 맴돌았다.

  선생이 처지자, 아이들도 맥이 빠졌다.

  그때 가람이 웅얼웅얼 볼멘소릴 했다.

  “서 피디님, 저번에 보컬 팀에 가선 노래 불러주고 왔다던데….”

  그 소리에 모두들 귀가 솔깃해졌다.

  “우리한테도 뭐 보여주시면 안 돼요?”

  눈을 깜박이며 애교를 피우는 가람을 보고 있자니 허, 하고 짧은 숨이 토해졌다. 미치겠네.

  “보여줘, 보여줘!”

  작게 시작한 구호가 점차 커지고, 황당한 소리로 치부해버리려던 이수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대성이가 이수 씨 춤 잘 춘다고, PD 오디션….”

  “그놈의 PD 오디션!”

  “어?”

  “아, 아니… 이건 선생님한테 한 말이 아니라….”

  아무리 제가 합격에 눈이 멀어 별짓을 다 했기로서니, 지금까지 그 일로 고통을 받아야 한다니.

  아, 정말이지 눈물이 앞을 가린다. 빌어먹을 김대성.

 

  모두의 성원에 힘입어 결국, 안무실에 의 전주가 잔잔히 흐르기 시작했다.

  MT 장기자랑 시간이라도 된 듯, 모두들 삥 둘러 앉아 무대 중앙에 선 이수를 구경했다.

  건 역시 전망 좋은 곳에 자리를 잡고 민망해하는 이수를 지켜보았다.

  살짝 웃는 얼굴에서 기대감이 물씬 묻어났다.

  두 번의 전자음이 지나고, 고개를 스윽 들어올린 이수가 앞으로 걸어 나오자 여기저기서 “와—“ 탄성을 올렸다.

  소싯적 스텝 좀 밟아본 데다, 애들 연습하는 걸 눈이 짓무르도록 봤던 터라 대강의 안무는 머릿속에 들어 있었다.

  건은 자신이 센터일 때의 안무를 곧잘 소화하는 이수를 보며 묘한 기분이 들었다.

  마치 그녀가 제 옷을 입고 있는 기분이랄까.

  긴장하던 티를 지우고, 춤을 추면서부턴 관객의 호응을 끌어내며 음악을 즐기는 이수가 건은 좋았다.

  요사이 멀게만 느껴지던 그녀가 가까이 다가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후렴구, 셔츠를 뒤로 젖히고 리듬을 타는 춤이 원래도 저렇게 야했었나.

  핏 웃으며 그는 이수의 어여쁜 몸짓을 감상했다.

  “헐, 대박… 장난 아니야!”

  매력적인 눈빛을 하곤 한쪽 다릴 손으로 훑자, 순간 열이 훅 올랐다.

  뒤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던 현상은 저거다 싶었다.

  클로이가 그리도 목놓아 울던, 엣지.

 

 

  * * *

 

 

  “그래서, 거기선 또 춤을 췄어?”

  “이게 다 언니 때문이에요.”

  점심 시간, 식사를 마치고 이수와 유라가 건물 밖으로 나왔다.

  “따지자면 김PD가 사단(事端)이다, 너?”

  “김대성, 그 인간 입에서 오디션의 ‘오’만 나와도 가서 어퍼컷을 날려버려야지 안 되겠어.”

  “하, 웃기다.”

  여유롭게 산책을 즐기던 두 사람 앞에 한 무리의 아이들이 보였다.

  “쟤네 뭐 해?”

  누가 드론 장난감을 가져왔는지, 한데 모여 신나게 구경하고 있었다.

  “애들은 애들이야.”

  “나이 차도 몇 안 나면서 무슨.”

  “옛날 같았음, 내가 가람이만한 아들이 있어요. 이거 왜 이래?”

  “말이 되는 소릴 해, 아무리 옛날이래도 그건 오바다. 애가 애를 낳는 것도 아니고.”

  드론의 주인이 가람인 모양인지, 그의 손에 리모컨이 들려 있었다.

  제법 날카로운 장식이 달려 있어 위험해 보이자, 이수는 무리를 지나치며 잔소리를 잊지 않았다.

  “조심히 갖고 놀아, 다쳐.”

  그 말을 하는데, 건이 슥 하고 고개를 돌려 쳐다봤다.

  방금 전 그 열정적이었던 무대 탓일까, 흠흠, 헛기침을 두어 번 하며 이수는 고개를 반대로 돌렸다.

  “어…, 어…?”

  그때였다. 가람이 리모컨을 만지작대며 당혹감을 표했다.

  “이게 왜….”

  멀리 날아갔다, 전속력으로 되돌아오고 있는 드론에 브레이크가 안 걸렸다.

  그 이동경로 끝엔, 어두운 표정의 건이 이수를 바라보며 서 있었다.

  “피해요, 건이 형…!”

  찰나의 순간. 이수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건을 향해 몸을 날렸다.

  갑자기 품으로 날아든 이수 때문에 무게 중심이 무너지면서도, 건은 오른손으로 그녀의 머리를 감쌌다.

  “으윽….”

  등에서 아릿한 고통이 느껴졌다.

  바닥에 엎어진 이수는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괜찮아요?”

  건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인 이수는 이내 경악을 금치 못했다.

  “너…!”

  그의 손이 검붉은 피로 얼룩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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