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자유연재 > 일반/역사
구령세기
작가 : 김선을
작품등록일 : 2020.9.7

치우가 칠대성을 물리치고 신국의 세운지 수백년.
사신과 사흉수를 봉인했던 구령의 봉인이 해제되면서 천하에 다시 전쟁의 기운이 흐른다.
수많은 나라의 영웅들 중 과연 천하를 지배하는 자는 누가 될 것인가?

 
신국의 황태자
작성일 : 20-09-08 10:53     조회 : 511     추천 : 0     분량 : 4745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근심 어린 표정으로 노파를 바라보는 여인의 눈동자가 떨렸다.

 “끊어야 해. 반드시 방문 밖으로 나가기 전이야. 명심해.”

 노파의 주름진 눈두덩 아래 눈빛은 확신에 찬 것이 아니라 반드시 다짐을 받겠다는 고집과도 같은 결의에 차 있었다.

 단정하게 묶은 삼발 같은 머릿결과 가지런한 백색의 치아, 단홍빛을 띄는 도톰한 입술과 맑은 호수와도 같은 깊은 눈빛은 누가 봐도 그녀가 범상치 않은 미모의 소유자임을 나타내고 있었다.

 적지도 풍성하지도 않은 눈썹아래 길게 위치한 속눈썹을 잡고 있는 눈꺼풀이 가볍게 떨렸다.

 “그... 그러면.”

 “그래 천상의 신이라는 그 자는 앞으로 자네 곁에 머무르게 될 것이야. 그렇게 저주가 풀리는 것이라고.”

 젊은 여인은 오방색의 저고리와 주홍빛 치마로 보아 이제 막 내림굿을 받은 신딸이 분명했고, 그런 그녀의 어깨를 토닥거리며 말을 이어가고 있는 노파는 그녀를 가르치는 신어머니이자 그 동네의 유명한 무당이었다.

 “바리야. 내가 널 어찌 키웠느냐? 신병을 앓아 부모에게서 쫓겨나고 홀로 헤매고 있을 때 내가 널 거둬 자식처럼 키워왔다. 나는 오로지 네가 잘 되길 바랄뿐이야. 모쪼록 그와 함께 천상으로 올라가 뱃속의 아기와 행복하게 지내거라.”

 노파의 말에 그녀가 섬섬옥수로 눈물을 닦으며, 노파에게 안겼다.

 “고마워요. 어머님. 서방님의 당부가 있었지만, 내 어머님을 믿고 서방님의 허리끈을 자르겠어요.”

 “그래. 그래 자 여기.”

 노파는 영롱한 초록색을 발산하는 청동가위를 내밀었다.”

 “명심하거라. 반드시 방문 밖으로 나가기 전에 잘라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오늘 안으로 화가 미칠까 두렵구나.”

 노파는 의미심장한 마지막 말을 마치고, 그녀의 방에서 나왔다.

 

 

 

 덜컹

 문을 닫고 자신의 법당 안으로 들어온 노파는 휘황찬란한 빛 앞에 무릎을 꿇었다.

 “어찌되었느냐?”

 가슴속 심장까지 울리는 쩌렁쩌렁한 소리였지만 법당 안의 노파만이 들을 수 있었다.

 “영.. 영특한 아이지만, 한 입으로 두 말 하지 않는 아이입니다.”

 노파는 엎드린 채로 벌벌 떨며, 감히 고개를 들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크크크크 그래. 그래. 좋아. 너의 노력으로 너의 마을은 멸족을 당하지는 않을 것 같구나. 그 년 하나만 데려가겠다.”

 “그... 그럼 칠대성 중에서도 위대하신 혼천대성님. 이... 일전에 약... 약조하신 영생불사와 천상의 벼슬은.”

 “크크크크크 걱정하지 마라. 이번 일만 잘 되면 그뿐이랴? 내 너를 신으로 만들어 줄 수도 있다.”

 노파가 눈물을 흘리며 감격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바람이 불지 않는 법당 안임에도 불구하고 금과 은으로 치장된 휘황찬란한 갑옷에 달린 천이 둥실둥실 허공에 떠올라 있었고, 등에 맨 검은 깃발은 끊임없이 펄럭이고 있었다.

 공중에 뜬 그 신장의 어깨와 얼굴은 영락없는 독수리 날개와 머리였으나, 그 끝은 푸른 빛이었고, 머리에는 붉은 뿔이 두 개 달려 있었다.

 노파가 신장을 우러러 봄과 동시에 혼천대성이라 불린 그 자는 거짓말처럼 사라져버리고, 휘황찬란한 빛과 소리도 같이 사라져 버렸다.

 

 

 

 밖이 시끄러웠다.

 바리 옆에서 조용히 일어난 은자는 어둠속에서도 재빨리 자신의 옷을 입고 문을 열기 위해 손잡이를 잡았다.

 “서방님.”

 어느새 일어난 바리가 그를 뒤에서 끌어안았다.

 “이제 그만 갈 시간이 되었소.”

 “흑흑흑 죄송합니다. 서방님과의 약조를.”

 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강한 살기를 느낀 은자는 그대로 밖으로 나왔다.

 “흐흐흐흐.”

 비단옷을 걸친 6명의 미소년과 한 명의 소녀가 무녀의 방 앞에 서 있었다.

 은자는 그들은 한 번 훑어본 뒤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천천히 마루로 나와 그의 가죽신을 신었다.

 “아니 이거 칠대성이 예까지 웬일이신가?”

 ‘큰일이구나. 나의 힘이 가장 약한 중천의 시간을 노리다니.’

 밖은 해뜨기 직전이라 마지막 새벽빛이 사라지고 있었다.

 자줏빛 두건을 쓴 소년이 앞으로 나왔다.

 “천추께서 직접 인간세상에 내려오셨다기에 친히 맞이하러 나왔습니다.”

 그 소년의 눈에 두려움과 공포가 어려 있었지만 그보다 더 강하게 어려 있던 건 호기심과 살기였다.

 가죽신을 신은 은자가 그들 앞에 당당하게 섰다.

 “감히 버러지만도 못한 것들이 나의 앞에서 무릎을 꿇지도 않는 것이 예의더냐?”

 은자의 말에 여섯 소년과 한 명의 소녀는 일제히 그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자줏빛 두건을 쓴 소년이 손을 떨며 고개를 들어 은자를 훔쳐보았다.

 은자의 관자놀이를 타고 한 줄기 식은땀이 흘러내리는 것이 보였다.

 퍼펑

 자줏빛 연기와 함께 현신한 혼천대성 붕마왕이 독수리 눈으로 은자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깔깔깔깔 그러는 천추께서는 어이하여 허리끈도 없이 다니십니까? 버러지만도 못한 저희들이 빌려 드릴깝쇼.”

 펑 퍼펑 펑 펑

 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나머지 소년들도 모두 현신하였다.

 오른쪽부터 평천대성 우마왕은 소의 모습으로 칠지도를 들고 있었고,

 복해대성 교마왕은 상어머리를 하고 있었으며 교피갑을 입고 있었다.

 혼천대성 붕마왕은 독수리 머리를 흔들며 혼천검을 어깨에 매고 있었고,

 이산대성 사타왕은 사자의 형상으로 불이 부글부글 끓는 열화창을 들고 있었다.

 통풍대성 기린왕은 기린의 모습으로 마풍활을 천추에게 겨누었고,

 구신대성 견융왕은 개로 현신하였으며, 연화경을 한 손에 들고 잔인하게 웃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제천대성 미후왕은 여의봉을 든 원숭이로 뭔가 탐탁치 않은 표정으로 하품을 하였다.

 '아뿔싸.'

 은자가 뒤를 돌아보자 바리의 손에 허리끈이 들려 있었다.

 “푸하하하. 꼬리가 잘려 현신하지 못하는 천추라. 우리의 상대가 될 수 있겠습니까?”

 평천대성 우마왕이 일곱갈래로 갈라진 커다란 칠지도를 머리 위로 치켜들었다.

 

 

 “서.. 서방님 소녀는 소녀는.”

 “알고 있소. 내 걱정은 마시오. 내 그대를 안전한 곳으로 보내주겠소. 당신이 내게 준 이 방울이 당신과 아이를 지켜줄 것이오.”

 은자가 자신의 품에서 방울소리가 나는 작은 주머니를 꺼내 그녀에게 던졌다.

 달각달각

 천추가 양 손을 모아 둥그렇게 만든 뒤, 기를 모으자 둥근 비눗방울 같은 것이 나타나더니 마루에 나온 바리의 몸을 감쌌다.

 그녀가 들어간 동그란 구가 연기처럼 흩어지며, 사라지고 있었다.

 “놓치면 안 돼. 어서 죽여라.”

 사태를 파악한 구신대성 견융왕이 외쳤다.

 

 

 다급해진 그녀가 눈물을 흘리며 물었다.

 “허면 아이 이름은?”

 휘릭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날아든 통풍대성 기린왕의 푸른 활이 허공의 연기만 갈랐다.

 콰쾅

 그녀가 서 있던 마루가 박살나며 한 줌의 먼지가 되어버렸다.

 “크르르르 안 돼.”

 그녀의 눈동자 안에서 은자의 웃는 모습이 서서히 사라지며, 푸른 숲 속이 그녀의 앞에 나타났다.

 하지만 그녀의 귓가엔 여전히 은자, 아니 천추의 마지막 말이 맴돌고 있었다.

 ‘치우.’

 

 

 그로부터 수백년 후

 신국 37대 황제 공양제 17년, 신국 건국 556년.

 다가닥 다가닥

 휘휙

 "우악."

 달리던 말 위에서 병사 하나가 또 떨어졌다.

 "반드시 잡아라."

 "와아. 와아아."

 머리에 붉은색 띠를 두른 한 떼의 병사들이 황실 군사를 뒤쫓고 있었다.

 쫓기고 있는 병사는 십 수명에 불과했고, 심지어 멀쩡한 병사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 뒤를 따르는 붉은 띠의 화적패는 오백이 넘었다.

 "황태자 전하 앞에 공방 마을이 보입니다. 저기서 시간을 버는 동안 달아나십시오."

 "헉 헉 그래. 그러자꾸나. 방법이 없구나."

 

 

 "뭐.. 뭐여?"

 순식간이었다.

 한 떼의 관군과 화적패떼가 들이닥친 것은 거의 동시였다.

 "우아악. 피해라. 어서 도망쳐."

 관청에 속하여 무기, 생활용품, 농기구 등을 만드는 작은 마을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신국의 폭정으로 인해 몰락한 귀족과 땅을 잃고 유랑하던 사람들이 주축이 되어 이루어진 화적패들은 처음엔 도적떼에 불과하였으나, 이제는 우융이라는 사람밑에서 점점 세력이 커져 10만이 넘어가고 있었으며 사라성 근처에서 거의 일국에 해당하는 세력을 형성하고 있었다.

 그들은 관군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서 닥치는대로 사람을 죽이고 노략질을 일삼았다.

 그들을 진압하기 위해 관군이 출동하였으나 모두 제대로 싸우지도 못하고 달아났으며 황제는 간신배들에 둘러싸여 상황을 알지 못하는 실정이었다.

 "뭐하는 거야? 어서 황태자를 쫓지 않고?"

 화적패의 소두목인 백정 출신의 억쇠가 박박 민 머리를 매만지며 소리를 질렀지만, 이미 재물에 마음이 팔린 화적패 병사들은 공방 마을을 노략질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마을 곳곳에서 불길이 피어오르기 시작했고, 여기저기서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됐다. 우리끼리 추적한다. 그 황태잔지 뭔지 하는 녀석을 잡아 반드시 목을 잘라야 해. 알겠느냐? 그 목을 가져오는 자에게는 황금 10냥을 줄 것이다."

 억쇠를 따르는 무리 백 여명 만이 그를 따라 황태자를 잡기 위해 움직였다.

 "휘익. 저 쪽입니다. 가마 쪽으로 달아납니다."

 산기슭에 위치한 커다란 주물 공장과 가마가 보였다.

 "어서 가자."

 억쇠가 말을 몰아 가마 쪽으로 향했다.

 

 

 푹

 "으윽."

 화적패 병사 하나가 칼을 맞고 쓰러졌다.

 "뒷편도 모두 막혔습니다. 사방이 화적패 천지입니다."

 "전하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가마 안으로 숨으셔야 하옵니다. 일단 저희들이 살 길을 뚫을 때까지 만이라도 숨어 계셔야 합니다."

 오래 전부터 사용하지 않던 가마는 각종 철제 무기류와 농기구를 버리는 쓰레기장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각종 오물까지 버렸던 터라 악취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우욱 우웩."

 한 걸음씩 내딛던 황태자가 헛구역질을 했다.

 "전하."

 병사 하나가 황태자의 팔을 잡았다.

 "괜찮다. 걱하지 말거라. 어쩌다 우리 신국이 이렇게 되었단 말인가? 흐흐흑"

 황태자는 가마 속 쓰레기 더미로 스스로 걸어들어가 몸을 숨겼다.

 그의 눈에서 쉴새없이 눈물이 흘렀다.

 "자 나를 이제부터 황태자 전하라 부르고 호위하기 바란다. 우리는 이제 산쪽으로 뚫고 나간다."

 호위대장이 황태자의 투구와 전포를 입고 말을 타고 달리자 남은 호위병사 모두 그 뒤를 따랐다.

 곧이어 산에서는 병사들의 병장기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공지 일부 회차 내용 수정 2020 / 9 / 17 506 0 -
23 구품의 무게 2020 / 10 / 17 326 0 5069   
22 돌배와 온조 2020 / 10 / 6 296 0 5083   
21 황태자의 행방 2020 / 9 / 26 296 0 4959   
20 부여의 추서왕 2020 / 9 / 26 302 0 5798   
19 운명의 소용돌이 2020 / 9 / 25 296 0 5094   
18 백발의 도망자 2020 / 9 / 24 297 0 6363   
17 필사의 탈출 2020 / 9 / 23 307 0 5117   
16 황후와 다소미 2020 / 9 / 23 296 0 5056   
15 불타는 사라성 2020 / 9 / 21 296 0 5281   
14 황제의 죽음 2020 / 9 / 18 310 0 5766   
13 노비 돌판이 2 2020 / 9 / 17 305 0 5276   
12 노비 돌판이 1 2020 / 9 / 17 305 0 5798   
11 임존성 공방전 2020 / 9 / 15 311 0 4863   
10 옥저에 부는 바람 2020 / 9 / 15 299 0 5802   
9 봉인 해제 2020 / 9 / 14 288 0 5119   
8 야불답의 음모 2020 / 9 / 11 310 0 5872   
7 무당의 예언 2020 / 9 / 11 308 0 4685   
6 걸사령의 비방 2020 / 9 / 10 309 0 4919   
5 공주 다소미 2020 / 9 / 10 295 0 5559   
4 4국 반란-2 2020 / 9 / 9 301 0 5641   
3 4국 반란-1 2020 / 9 / 9 302 0 4889   
2 국상 야불답 2020 / 9 / 8 304 0 4830   
1 신국의 황태자 2020 / 9 / 8 512 0 4745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수학자
김선을
구독자 사연
김선을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