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도플갱어
작가 : 글묵
작품등록일 : 2020.8.7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 도플갱어. 그로 인해 한 가정의 평화에 균열이 생긴다.
그는 돈을 물 쓰듯 쓰면서 가족들의 환심을 사려한다.
뿐만 아니라 진짜의 애인을 찾아 가 진짜 행세를 하며 애인을 가로채고 직장까지 찾아 가 장난을 친다.
가짜의 장난질에 진짜는 가정과 직장에서 위기를 맞고 애인까지 뺏길 처지에 놓인다.

 
14화 루왁커피
작성일 : 20-09-07 22:57     조회 : 292     추천 : 0     분량 : 5154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14화. 루왁 커피

 

 “이 고기 누가 샀어?”

 

 소라의 목소리에 찬바람이 쌩하니 불었다.

 

 “······.”

 

 고기를 사 온 사람이 두만이라고 정미는 차마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내가 샀어.”

 

 정미가 대답하지 않자 두만이 끼어들었다.

 

 “우리 가족들이 나 때문에 아니, 너 때문에 힘들어하니까, 너무 미안해서 먹고 힘내라고 사 왔어.”

 “병 주고 약 주니?”

 “그러는 넌, 병만 줬지. 언제 한 번이라도 약은 줘 봤어?”

 “인제 밥상머리에도 쌈질이냐?”

 

 동식이 숟가락을 힘껏 내려놓으며 말했다.

 

 “당신까지 왜 이러는데? 누군 간, 쓸개도 없는지 알아?”

 

 정미가 참다못해 소리를 빽 질렀다.

 

 동식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부엌을 나갔다.

 

 “설거지는 둘이 알아서들 해.”

 

 정미도 부엌을 나갔다.

 정미가 부엌을 나가자 소라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벌써 설거지하려고?”

 

 두만이 경멸하는 눈빛으로 말했다.

 

 “그렇게도 가족들을 위한다니까, 설거지도 너 혼자 하면 되겠네. 가족들을 위해서!”

 

 소라가 비아냥 조로 말하고는 부엌을 나갔다.

 

 “뭐 저런 게 다 있어.”

 

 두만이 분하다는 듯 소라를 쏘아보았다.

 

 “아씨, 고기 다 타잖아.”

 

 소식이 짜증을 내며 고기를 뒤집었다.

 

 “당신이 자꾸 이런 식으로 나오면 우리 딸내미를 어떻게 찾아낼 수가 있어?”

 “어째야 우리 여자애를 찾는데?”

 “관찰해야지. 소리 지르고 화를 낼 게 아니라.”

 “내는 암만 봐도 모르겠다. 야가 우리 딸인가 싶다가도 자가 또 우리 딸내민 거 같고······.”

 “나도 그래. 그렇지만 잘 들여다보면 틀림없이 우리 딸이랑 다른 뭔가가 있을 거야. 그러니까, 덮어놓고 화만 내지 말고 이성적으로 두 아이를 바라봐요. 그게 우리 딸을 찾는 길이니까.”

 

 ***

 

 소라가 역사소설을 소리 내어 읽었다.

 

 “민족을 팔아먹은 친일파 후손들의 재산은 환수되어야 하고······.”

 두만이 눈살을 찌푸렸다.

 염증이 나도록 듣기 싫은 친일파 이야기다.

 친일파의 친자만 들어도 몸에 두드리기가 날 판이었다.

 소라는 더 큰소리로 책을 읽었다.

 

 “눈으로 읽어. 듣기 싫어.”

 

 소라가 책을 탁 덮었다.

 

 “넌, 친일파를 어떻게 생각해?”

 “…….그건 왜 물어?”

 

 두만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냥 너 생각이 궁금해서······.”

 “생각 안 해 봤는데······.”

 “어떻게 한 번도 생각을 안 해 볼 수가 있어. 너, 우리나라 국민 맞아?”

 “그걸 생각해 봐야 해? 왜?”

 “친일을 옹호하니?”

 “······.”

 

 두만의 눈동자와 입가에 미세한 경련이 일었다.

 소라는 두만의 표정을 놓치지 않았다.

 

 “너, 이 책 한 번 읽어볼래?”

 “아니?”

 “······.너, 왜 우리 집에 왔어?”

 “또 시작이야?”

 “왜, 하필이면 우리 집이야! 왜 하필이면 내 짝퉁이지?”

 “말해, 줄까?”

 

 두만이 소곤거리듯 조용하지만 강한 어조로 말했다.

 

 “네가 만만해서”

 “······.”

 “아무리 용을 써 봐도 넌, 나한텐 안 돼!”

 “······.네가 아무리 용을 써 봐도, 네가 쓰고 있는 그 가면, 내가 반드시 벗겨내고야 말 거야. 반드시!”

 

 둘의 신경전은 팽팽하였다.

 

 ***

 

 “아버님 요즘 무슨 좋은 일 있어요?”

 “그래 보이냐?”

 “네. 얼굴 빚이 아주 좋아요.”

 “빈말이라도 듣기는 좋구나. 하하하”

 “아닙니다. 진심입니다.”

 

 외출에서 돌아오는 기호에게 경숙이 말했다.

 

 “어미야.”

 “네. 아버님.”

 “남편도 없는 집에서 홀씨 아비 거두느라 애썼다.”

 

 그동안 한 번도 입에 발린 말이라도 홀시아버지를 모시느라

 애쓴다는 말을 하지 않았던 기호가 뜬금없이 칭찬하니. 기분이 싸했다.

 칭찬이라면 듣는 처지에선 기분이 좋아야 하는데,

 기분이 좋은 건 고사하고 불길한 예감마저 들었다.

 

 “당치 않으세요. 아버님! 아버님을 모시는 건 당연한 제 소임입니다.”

 

 며느리의 얄팍한 속내를 기호가 모를 리 없었다.

 기호에게 재산이 없었다면 며느리가 자신을 떠받들고 살진 않았을 터.

 자신의 며느리로 살아야 콩고물이라도 떨어질 테니.

 효도는 돈에서 나오는 것이지.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기호였다.

 

 “너도 그만 네 인생을 살아야지. 언제까지 이러고 살순 없잖아. 내가 너무 오래 자네를 붙잡았어.”

 “아버님, 아니에요. 저, 꿈에라도 아버님을 떠난, 제 인생은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그래, 그동안 정말 고마웠어. 앞날이 창창한 며느리를······.염치없는 짓이지. 그러니 내 말대로 해.”

 “······.”

 “내, 자네 평생 먹고 살 만큼 돈은 넉넉히 챙겨 주겠네.”

 “아버님”

 “압구정에 사둔 아파트 거기 들어가도록 해.”

 

 기호는 평소 생각지도 못했던 말들을 쏟아냈다.

 며느리가 낯빛이 좋다는 말만 하지 않았어도 내보낼 생각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순간적으로 튀어나온 말들이었다.

 하지만 후회는 없다.

 이참에 각자의 인생을 살아가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이다.

 

 “아버님 혹시······.”

 “말해 봐.”

 “좋아하시는 분 생겼어요?”

 “그게 무슨 말이냐?”

 “갑자기 저를 나가라고 하시니······.”

 “그런 거 없다.”

 “아버님. 전 아버님 교재 반대 안 해요.”

 

 경숙은 이미 다 알고 있다는 듯 넘겨짚었다.

 

 “그런 거 아니래도!”

 

 파고드는 며느리의 질문에 슬금슬금 짜증이 올라왔다.

 

 “언제 나갈래?”

 

 며느리가 이렇게 파고들지만 않았어도 분가 시기를 묻지 않았을 것이다.

 

 “아버님 제가 미우세요?”

 

 경숙이 서러움에 울먹였다.

 

 “널 위해서다.”

 “저를 위한다면 그냥 여기서 지내도록 해 주세요.”

 

 며느리를 내보낼 명분이 없었기에 기호는 더 분가를 고집할 수 없었다.

 결국, 분가는 한바탕 소동으로 끝이 났다.

 하지만 이 일이 있고 난 뒤 기호와 경숙 사이엔 미묘한 신경전이 이어졌다.

 

 ***

 

 정후는 노트에 하나와 함께하고 싶은 일들을 메모하였다.

 첫 번째, 바다 구경하기. 두 번째, 찜질방 가기. 세 번째, 영화 보기.

 고민에 고민을 더하면서 적어갔다.

 

 “뭐 하냐?”

 

 춘봉이 물끄러미 노트를 쳐다보며 물었다.

 

 “하나랑 하고 싶은 일들을 적고 있어요.”

 “요즘 젊은 친구들 흉내 내나?”

 “네. 나도 좋아하는 사람이랑 한번 해 보고 싶어요.”

 

 정후가 수줍게 웃었다.

 

 “근데, 자네가 하고 싶은 걸 하나도 하고 싶을까?”

 “네?”

 “자네가 바다를 좋아한다고 해서 하나도 바다를 좋아할까?”

 “에이, 세상에 바다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예가 그렇다는 거야.”

 “요즘 하나가 소라 때문에 정신이 없을 텐데…….”

 “그러니까 더 이런 시간이 필요한 거죠.”

 “그래, 듣고 보니 맞는 말인 것 같다.”

 

 비록 정해진 이별이지만.

 남은 70여 일 동안 하나와 함께 많은 추억을 쌓고 싶었다.

 마음 온도를 나누는 시간만큼은 이별 따윈 생각하기 싫다.

 하나와 함께 하는 순간순간이 정후에겐 더없이 소중하다.

 

 “형님도 분이 누님 한 번 만나보세요.”

 

 정후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내가 무슨 염치로…….”

 

 춘봉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형님이 일부러 그런 건 아니잖아요. 다 조국 광복을 위해서 그런 거지.”

 “환생하여 잘살고 있었는데 또다시 나 때문에 안 할 생고생을 하고 있어.”

 “이번도 형님 잘못 아닙니다. 쥐새끼랑 상제님 탓이죠.”

 “…….”

 “상제님은 왜 하필 분이 누님한테…….정말 너무 하셔.”

 

 춘봉은 말없이 마른세수하였다.

 

 ***

 

 “내 친구 본가엔 뭐 하러 갔어?”

 

 소라가 궁금증을 참지 못하여 두만에게 물었다.

 “내 친구 본가니까, 어른들께 인사드리러 갔어. 그게 뭐?”

 “판을 키우면 너한테 이로울 것 같아?”

 “그건 모르는 일이지.”

 “네가 진짜 원하는 게 뭐야?”

 “네가 이렇게 말하면 네가 진짜가 되니?”

 “뭐?”

 “마치 네가 진짜인 양 나를 몰아세우고 있으니 하는 소리야.”

 “야!!”

 “가족들 쫓아오면 네 꼴 엄청나게 보기 좋겠다. 그치?”

 

 두만은 소라의 불편한 심기를 살살 긁었다.

 

 ***

 

 소라가 평창동 기호의 집을 방문하였다.

 소라의 손엔 과일 바구니가 들려져 있었다.

 

 “안녕하세요.”

 “어서 와.”

 

 경숙이 반갑게 소라를 맞이하였다.

 

 “할아버지는 어디 가셨어요?”

 “응. 외출 중이셔.”

 “네. 이거…….”

 

 소라가 과일 바구니를 경숙에게 내밀었다.

 

 “그냥 오지. 뭐 하러……. 이쪽으로 앉아”

 

 소라가 소파에 앉았다.

 

 “아줌마~”

 

 경숙이 도우미를 부르자 도우미가 조르르 달려왔다.

 

 “이거 가져가고 과일이랑 차 좀 내어 와요.”

 “네.”

 “아 참, 아줌마! 커피 말고 다른 차로 가져와요.”

 “보이 차 가져올까요?”

 “보이 차 어때?”

 “네. 좋아요.”

 

 조금 있으니 도우미가 보이 차와 과일을 가지고 나왔다.

 

 “마셔.”

 “네.”

 “김 선생이 올 줄 알았으면 커피를 새로 사 놓았을 텐데…….”

 “네?”

 “김 선생이 싫어하는 커피밖에 없어서…….”

 “…….제가 싫어하는 커피가 뭔데요?”

 “지난번에 왜, 이 자리서 김 선생이 비위 상한다며 안 마셨던 커피 왜 있잖아.”

 “…….아 네.”

 “그날 내가 얼마나 미안했던지.”

 “…….”

 “난 귀한 커피라 일부러 대접한 건데, 김 선생이 그렇게 싫어할 줄은…….”

 

 소라는 경숙의 말을 한마디도 놓치지 않고 경청하였다.

 지금 경숙이 하는 말이 가짜가 했던 행동에 관한 이야기일 터.

 여기서 가짜를 물리칠 단서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 하나가 김 선생 반 만 닮았어도 내가 걱정이 없겠어.”

 “제가 뭘요.”

 “김 선생, 나 부탁 하나만 할게.”

 “말씀하세요.”

 “우리 하나한테 평창동에 들어가서 살라고 설득 좀 해 주면 안 되겠어?”

 “…….”

 “좀 부탁해. 우리 하나가 김 선생 말이라면 잘 들을 것 같은데…….”

 “네.”

 “할아버지가 사시면 얼마나 산다고. 할아버지 마음만 잡으면 다 제께 될 텐데…….무슨 말인지 김 선생은 다 알지?”

 “네. 어머니”“그래, 부탁 좀 할게.”

 

 기호의 재산이 하나에게 상속되길 바라지만, 기호에게 미운털이 박혀버렸기에 기호가 하나에게 전 재산을 물려주지 않을 것만 같았다.

 아무리 핏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호지만 조상을 부끄럽게 생각하고,

 자기 뜻을 거역하는 손녀에겐 갈등이 있을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자신을 내 치려는 것도 마음에 걸렸다.

 

 ***

 

 “평창동에서 오는 길이야.”

 “그랬구나. 우리 엄마랑 할아버지는 만났어?”

 “할아버지는 못 뵙고 어머니만 뵙고 왔어.”

 “그랬구나.”

 

 소라는 그길로 하나가 운영하는 카페에 갔다.

 

 “평창동 집엔 무슨 커피 먹어?”

 “그건 왜?”

 “가짜가 평창동 집 커피를 아주 싫어한다고 해서…….”

 “우리 집 커피를 아주 싫어해?”

 “비위가 상했다고 하던데…….”

 “커피가 비위가 상해? 향이 싫어서 그랬나?”

 “아무리 향이 싫어도 비위가 상할 수가 있나?”

 “비위가 특별히 약한 사람들은 그럴 수도 있겠지.”

 “비위가 약한 인간이 어떻게 남의 집에 침입하여 주인 행세를 하려고 해?”

 

 갑자기 소라는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것하고는 다른 문제잖아.”

 “다른 문제이긴 해도, 뭔가 이유가 있어.”

 “…….”

 “우선 가짜가 싫어하는 커피가 뭔지를 알아야 해.”

 “지금 엄마한테 전화해서 물어볼게.”

 

 하나가 경숙에게 전화하였다.

 

 “우리 집에는 무슨 커피 먹어?”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5 25화. 집착 2022 / 1 / 21 179 0 4908   
24 24화. 무단방문 2022 / 1 / 15 351 0 4937   
23 23화. 도사 2022 / 1 / 14 189 0 4781   
22 22화. 도사 2022 / 1 / 11 175 0 4885   
21 21화. 도사를 만나러 가다 2021 / 12 / 30 219 0 4859   
20 20화 데이트 2020 / 9 / 7 306 0 5153   
19 19화 새로운 호칭 2020 / 9 / 7 302 0 5108   
18 18화 미행 2020 / 9 / 7 323 0 5227   
17 17화 내편 만들기 2020 / 9 / 7 300 0 5077   
16 16화 두 형제 2020 / 9 / 7 322 0 5081   
15 15화 커플링 2020 / 9 / 7 291 0 4965   
14 14화 루왁커피 2020 / 9 / 7 293 0 5154   
13 13화 욕망의 덫 2020 / 9 / 7 303 0 5343   
12 12화 냉동정자 2020 / 9 / 7 307 0 5039   
11 11화 백수의 변호 2020 / 8 / 27 301 0 5122   
10 10화 피자소동 2020 / 8 / 27 305 0 5217   
9 9화. 침대를 양보하는 이유 2020 / 8 / 21 301 0 5155   
8 8화. 초대 2020 / 8 / 21 285 0 5037   
7 7화 하늘나라 법인카드 2020 / 8 / 18 294 0 5106   
6 6화 적과의 동거 2020 / 8 / 16 285 0 5017   
5 5화. 프러포즈 2020 / 8 / 14 307 0 5257   
4 4화 후손 집 방문 2020 / 8 / 14 310 0 5111   
3 3화. 도플갱어 2020 / 8 / 12 298 0 5015   
2 2화. 이승으로의 귀환 2020 / 8 / 11 303 0 5039   
1 1화. 변신 2020 / 8 / 7 496 0 5503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쇼윈도 가족
글묵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