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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판타지/SF
세이안
작가 : 사이딘
작품등록일 : 2016.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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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의 영혼을 인도하는 사신, 카이.
만 번째 그 임무를 끝낸 후 한 가지 소원을 들어주겠다는 죽음의 신,
샤이노스의 말에 소멸을 선택한다.
하지만 소멸 대신 사고로 죽은 한 인간의 몸에 들어가게 된 카이!
한심함과 모자람을 골고루 갖춘 채 배배 꼬인 과거를 가진
세이안의 삶을 대신 살아가만 하는 카이의 운명이 펼쳐진다.

 
제 5 화
작성일 : 16-07-13 11:19     조회 : 558     추천 : 0     분량 : 5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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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가.”

 “그, 그게… 다친 뼈는 여전히 아물지 않았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을 듯합니다.”

 그런 그를 향해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중년의 남자가 다가와 나직한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그러자 치료사 노인은 더욱 당혹스런 감정을 감추지 못한 채 자신이 진찰한 내용을 그에게 들려줬다.

 “…….”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는 치료사의 말에 남자는 잠시 속으로 짧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다, 조금 전보다 더욱 굳어진 표정으로 카이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 후 싸늘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더니 빠르게 손을 들어 올렸다.

 짜악!

 “……!”

 “못난 녀석!”

 “…….”

 차가운 음성과 함께 있는 힘껏 자신의 뺨을 내리치는 중년 남자의 행동에 카이 역시 어이없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봐야만 했다.

 “아버지, 환잡니다.”

 황당한 상황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고 있는 카이의 모습에 더욱 화가 치밀어 오르는 듯 다시 손을 들어 올리는 중년 남자를 다른 이가 급히 막아섰다.

 그를 아버지라 부르는 이는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젊은 남자였다.

 “…….”

 아들의 행동에 손을 천천히 내린 뒤 마지막으로 카이를 다시 한 번 한심한 눈빛으로 바라본 중년 남자는, 더 이상 이곳에 미련이 없다는 듯 뒤돌아 입구를 향해 빠르게 걸음을 옮겨 갔다.

 “한 가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그런데 그때 그런 그의 걸음을 붙잡는 음성이 있었으니, 바로 카이였다.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차가운 음성에, 걸음을 옮기던 중년 남자뿐만 아니라 방 안에 있던 다른 이들 역시 조금은 놀란 눈빛으로 카이를 바라봤다.

 “당신들, 대체 누굽니까.”

 “…뭐?”

 “누군데 절 보자마자 때리는 건지 묻고 있는 겁니다.”

 “…….”

 “…….”

 그리고 이어지는 카이의 말에 방 안에 있던 이들 모두 다시 한 번 놀란 눈빛이 되어 한참 동안 아무런 말도 내뱉지 못했다.

 

 ***

 

 “머리를 다쳐 기억을 잃었다는 건가.”

 “네. 오래 전에 머리에 강한 충격을 받고 기억을 잃은 이를 본 적이 있습니다.”

 “…….”

 카이는 방 안 한쪽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중년 남자와 치료사 노인의 대화 소리를 들으면서 현 상황을 빠르게 파악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깐 내가 지금 세이안이라는 인간의 몸속에 들어와 있다는 건가.’

 사신으로서의 임무를 버린 자신이, 소멸된 것이 아니라 어딘가에서 사고를 당한 인간의 몸속에 들어와 있다는 사실을 그제야 깨달은 것이다.

 ‘샤이노스 님!’

 그러곤 자신에게 이런 상황을 던져 준 장본인인 죽음의 신 샤이노스를 떠올리며 으드득 이를 가는 카이였다.

 “…….”

 한편 그런 카이의 모습을 한쪽에서 조용히 지켜보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세이안의 친형인 루시언이었다.

 루시언은 연방 미간을 찌푸린 채 깊은 생각에 빠져 있는 세이안을 바라보며 살며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기억을 잃었기 때문인가.’

 뭔가 분위기가 바뀐 느낌이었다. 언제나 뭔가에 주눅이 든 이처럼 아버지 앞에서 고개조차 들지 못하던 세이안의 모습을 떠올리며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

 그러다 그 자기에게 던지는 시선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자신을 싸늘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세이안의 모습에, 루시언은 그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기억을 잃어도 자신을 싸늘하게 바라보는 건 여전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몸은 괜찮은 거냐.”

 “이게 괜찮아 보입니까.”

 카이는 짜증이 가득 담긴 음성으로 루시언의 질문에 대답했다.

 그렇지 않아도 일을 이상하게 만든 샤이노스 때문에 열이 뻗쳐 있는 상태인데, 생각도 하지 못하게 귀찮게 옆에서 시끄럽게 구는 인간들이 많아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는 카이였던 것이다.

 “그리고 거기 두 분.”

 “……?”

 그에 카이는 루시언에게 향해 있던 시선을 돌려 여전히 대화를 나누고 있는, 현재 자신이 들어와 있는 인간의 아버지로 보이는 이와 치료사 노인을 향해 나직한 음성으로 말을 건네기 시작했다.

 “환자 앞에 두고 시끄럽게 떠드는 건 어디 예의입니까. 그만 다들 좀 나가 주시는 게 어떠신지.”

 “…….”

 그런 카이의 말에 세이안과 루시언의 아버지인 슈레이튼 백작 역시 의아한 눈빛으로 카이를 바라봤다.

 그 또한 자신의 아들이 평소와 다르다는 걸 느낀 것이다.

 “백작님, 일단 쉬시게 하는 게 좋을 듯합니다.”

 “…그러지.”

 옆에서 들려오는 치료사 노인의 말에 슈레이튼 백작은 고개를 끄덕이며 밖으로 향했다.

 “그만 쉬어라.”

 루시언도 그런 아버지의 뒤를 따라 밖으로 향했다. 마지막으로 세이안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 준 뒤 말이다.

 탁!

 “…나오시죠.”

 그렇게 사람들이 모두 나가고 방 안에 홀로 남게 된 카이는 그 어느 때부터 싸늘한 음성으로 말을 내뱉기 시작했다.

 “날 찾는 건가.”

 그리고 그런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모습을 드러내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죽음의 신, 샤이노스였다.

 여전히 편안해 보이는 옷차림과 부드러운 미소를 입가에 머금고 있는 그는, 카이의 노려보는 시선에도 그저 미소만 더욱 짙게 지어 보일 뿐이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왜? 자네의 소원을 들어줬지 않나.”

 “이게 무슨 제 소원을 들어준 겁니까.”

 “사신이었던 카이로서의 삶을 끝내고 싶다 해서 그렇게 해 주지 않았나.”

 “…….”

 진심으로 뭐가 잘못됐는지 모르겠다는 듯 어깨까지 으쓱해 보이는 샤이노스의 모습에 카이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저자를 어떻게 해야 잘 씹어 먹었다고 소문이 날까?

 카이는 그런 생각을 하며 냉기가 뚝뚝 흘러내리는 눈빛으로 그를 노려봤다.

 “어이어이, 그러다 한 대 치겠다.”

 “쳐도 됩니까.”

 “아니.”

 자신이 때릴 데가 어디 있다고 그런 생각을 하냐며 불쌍한 눈빛으로 자신을 응시하는 샤이노스의 모습에, 카이는 자신도 모르게 주먹이 쥐어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어쩜 저리도 얄미울 수 있을까.

 저리 얄밉게 행동하는 것도 재주라는 생각을 하며, 카이는 곧 긴 한숨을 내쉬어야만 했다.

 “그래서 이 몸의 원래 주인은 어찌 된 겁니까.”

 “죽었지.”

 “네?”

 “원래 사고사로 죽을 운명이었어. 영혼이 빠져나와 나에게 오는 순간 자네의 영혼이 이곳으로 들어간 거지. 이 녀석 곁을 지키던 인간들이 전혀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타이밍이 딱 맞았지 뭔가.”

 “…….”

 그게 기뻐? 기쁘냐고!

 그 사실이 스스로 만족스러운 듯 환한 미소를 짓는 샤이노스를 보며 다시 주먹이 올라가려 했지만, 애써 감정을 추스르며 그에게 다시 말을 건넸다.

 일단 일을 이렇게 만든 이유라도 알아야 했기 때문이다.

 “대체 제가 왜 이런 인간의 몸에 들어와 있어야 하는 겁니까.”

 “자네가 소멸되는 건 재미없으니깐.”

 “…….”

 하지만 자신의 질문이 끝나기 무섭게 대답을 내뱉는 샤이노스의 모습에 순간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뭘 그리 당연한 질문을 건네느냐는 눈빛을 자신에게 날리는 샤이노스를 보며 카이는 살며시 미간을 찌푸렸다.

 “고작 재미있자고 절 인간의 몸에 집어넣으셨다는 겁니까.”

 “어.”

 “…….”

 정말 그냥 확 한 대 때려 버릴까!

 또다시 저절로 주먹이 쥐어지는 걸 느끼며 카이는 다시 한 번 싸늘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러니 잘해 봐~”

 “뭘 잘해 보라는 겁니까!”

 “새로운 생활도 제법 재미있을 거야.”

 “…설마 지금 그냥 가시려는 건 아니시죠.”

 “그럼 난 이만. 나중에 또 보자고~”

 “샤이노스 님!”

 카이는 급히 샤이노스의 이름을 불러 보았지만, 그는 더 이상 할 얘기가 없다는 듯 장난스럽게 손까지 흔들며 빠르게 모습을 감췄다.

 “…….”

 그렇게 샤이노스가 사라진 후 홀로 방 안에 남은 카이는 잠시 아무런 행동도 할 수가 없었다.

 “하아.”

 저런 무책임한 신을 믿은 자신이 잘못이지 누굴 탓하겠는가.

 샤이노스와 오랜 세월을 함께해 온 카이였으나 그에 대한 체념 또한 빨랐다.

 “…….”

 잠시 후, 카이는 자리에 누워 있던 몸을 일으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윽!”

 아니, 옮기려 했다. 그 순간 온몸에서 느껴지는 통증만 아니었다면 말이다.

 특히 뼈에 금이라도 간 것인지 극심한 통증이 느껴지는 왼발로 인해 카이는 그대로 자리에 다시 주저앉고 말았다.

 “…….”

 하지만 이내 다시 몸을 일으킨 카이는 몸에서 느껴지는 통증을 최대한 무시한 채 벽을 짚어 기대 가며 방 안 한쪽에 놓여 있는 거울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일단 잠시라도 자신이 기거할 몸이니 어떻게 생겨 먹은 녀석인지 얼굴이라도 확인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나이는 몇 살인지 정도는 알아야 가족들 앞에서 그나마 실수라도 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물론 기억상실이라는 병세를 앓고 있다 마음대로 결론을 내린 것 같지만, 그래도 스스로의 상태를 알 필요가 있었다.

 “…쯧!”

 그렇게 거울 앞으로 다가간 카이는 자신의 얼굴을 확인하는 순간 살며시 미간을 찌푸리며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사내 녀석이…….”

 많이 봐줘야 17살쯤 되어 보이는 남자가 거울 앞에 서 있었다.

 사내라고 하기에는 아직 어린 나이였지만, 그래도 어떻게 이렇게 여자처럼 곱게 생길 수가 있는 걸까. 순간 정말 여자가 아닌지 가슴을 더듬어 봐야 할 정도로 유약해 보이는 외모에 카이는 얼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어깨 밑으로 내려오는 연한 보랏빛이 섞인 은색 머리와 짙은 보랏빛 눈동자는 그런 면을 더욱 부각시켜 주고 있었다.

 달칵!

 “……? 거기서 뭐하는 거냐.”

 “……!”

 그때 방문이 다시 열리며 한 사람이 안으로 들어섰다. 바로 세이안의 친형인 루시언이었다.

 그는 쉬고 있을 거라 생각한 세이안이 자리에서 일어나 거울 앞에 서 있는 모습을 보며 놀란 눈빛이 되었다.

 여기저기 뼈에 금이 가 그 고통이 매우 클 테니 한동안 잘 지켜보라는 치료사 노인의 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말에 걱정되어 다시 세이안을 찾은 루시언이었으니, 자리에서 일어나 있는 동생의 모습에 놀란 눈빛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거울 보고 있잖습니까.”

 “…….”

 보면 모르겠냐는 눈빛으로 자신을 차갑게 응시하는 세이안의 모습에 루시언은 다시 의외라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평소에 거울 보는 걸 싫어하던 녀석이…….”

 유약해 보이는 자신의 외모가 싫다며 거울 보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던 세이안이었던 것이다.

 “…앞으로도 그럴 것 같습니다.”

 그런 루시언의 말에 카이 역시 똑같은 마음으로 거울이 싫어질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걸음을 옮겨 침대로 향했다.

 “윽……!”

 아니, 옮기려 했다. 잠시 억지로 잊고 있던 통증이 몸을 움직이는 순간 다시 밀려들지만 않았다면 말이다.

 그에 발에 힘이 풀려 중심을 잃고 만 카이는 그대로 바닥으로 쓰러질 뻔했다.

 “쉬어야 한다고 했을 텐데.”

 “…….”

 그 순간 빠르게 카이에게 다가온 루시언이 그를 부축하지 않았다면 바닥의 감촉이 어떤지까지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저와 어떤 관계인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그렇게 자신을 부축하는 루시언을 바라보며 카이는 조용히 그에 대해 물었다.

 일단 이렇게 자주 이 녀석을 찾아오는 걸 보니 가족인 듯하긴 한데, 확실하게 누군지 알 필요가 있었으니깐 말이다.

 “…형이다.”

 그런 카이의 질문에 루시언은 조금은 굳어진 표정으로 세이안을 바라보며 간단히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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