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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세계멸망 AS왔습니다
작가 : 깔루아
작품등록일 : 2020.9.5

멸망 직전의 세계에 나타나는 두 남자의 여행기.

 
오즈의 마법사 #03. 컹, 컹!
작성일 : 20-09-07 13:07     조회 : 236     추천 : 0     분량 : 4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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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쌔액, 쌔애액.

 

 보통 늑대보다 곱절은 더 거대한 늑대였다. 몸뚱이 한 쪽을 길게 가르는 큰 자상과 뒷다리 한쪽은 아무래도 부러졌는지 걸음걸이마다 절뚝거리는 거로도 모자라 몸 군데군데 자잘한 타박상이 가득한 늑대는 영 불편한 호흡을 한참을 씩씩거리며 주변의 냄새를 맡았다. 제 몸에 남은건지 이 주변이 포격을 받았던 건지, 코가 아플 만치 찌르는 피 냄새며 무엇이든 다 태워버리고 남은 재의 잔향에 늑대는 오만상을 찡그렸다. 그리고는 다시금 절뚝절뚝 무거운 걸음을 옮겨 앞으로 나아갔다. 슬쩍 돌아본 등 뒤에는 여전히 높다란 에메랄드 성채가 보여서 늑대는 저도 모르게 으르렁 이를 드러냈다. 그 잇새로 얕은 핏줄기가 뚝뚝 흘렀으나 아직도 전투 본능이 가시지 않은 상태의 금수는 아픔마저 잊어버리고, 한참을 씩씩대며 맨땅에 발톱 자국만 길게 내었다.

 그마저도 잠시, 갑자기 다친 부위가 치료를 호소하는 것 마냥 쓰라려오자 캥하고 앓는 소리를 내고서 울창한 나무 그늘 아래로 몸을 낮추어 털썩 주저앉았다. 마음 같아선 환수답게 하늘을 날아가고 싶었으나 몸 상태가 좋지 않은 걸로 보아, 괜스레 시도하지 않는 쪽이 현명했다. 통증도 통증인데다 주변에 남아있는 적군의 눈에 띄어 생포당하거나 공격을 받아 또 한 번 추락할 경우, 정말로 죽음 이외의 선택지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늑대는 어떻게든 살아남아야했다. 본연의 성질 같아선 왔던 길을 돌아가 에메랄드 성에 제 몸통만한 커다란 구멍을 만들어내고 싶었으나, 그랬다간 평생을 함께 지내왔던 제 짝이 겨우 이루어 낸 걸 죄다 포기해버릴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래서 늑대는 꼭 돌아가야만 했다.

 

 ‘토토.’

 

 “끼이잉….”

 

 그리움에 이는 환청마저 반가워 늑대는 홀로 어리광을 부렸다. 그러다 열이 오르면서 더욱 아파오는 환부를 반사적으로 핥으려던 늑대는 허공에 입맛을 다시며 그마저도 그만두었다. 그리고는 앞에 모은 앞발 위에 그대로 얼굴을 기대며 눈을 감아버렸다. 보다 온전한 생존을 위해 잠깐의 휴식을 택한 눈과는 달리 두 귀는 바람 스치는 풀잎 소리에도 반응하며 연신 다른 방향으로 쫑긋거렸다. 그렇게 한동안 불안한 평화를 느끼던 늑대는 오롯이 자신을 향해 엄청난 속도로 가까워지는 이방인의 기척을 감지한 그 즉시 몸을 일으켰다.

 제대로 쉰 것이 아닌지라 오히려 더 피로감으로 축축 늘어지려는 몸을 억지로 긴장시킨 늑대는 이제 곧 모습을 드러낼 기척의 방향을 노려보았다. 그러는 동시에 자신이 떨어졌던 위치와 지금의 위치를 가늠해보며, 늑대는 혹시라도 자신을 구조하러 나온 아군의 수색대이길 바라는 마음을 떨칠 수 없었다. 하지만 기척이 가까워질수록 코를 간질이는 향기는 전혀 다른 종류의 것이었다. 생전 처음 맡아보는 이질적인 향기, 감히 달려들거나 도망치지 못하게 옭아매는 위압감, 그럼에도 전혀 싫지 않은 생소한 본능이 한데 섞여 늑대는 잠시나마 혼란스러워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울창한 숲 안쪽에서부터 드러난 그림자는 도리어 하늘에 뜬 태양만큼이나 찬란한 빛 그 자체였다.

 나뭇잎 사이사이로 사뿐히 내려온 몇 가닥 빛줄기가 남자의 백금발 머리칼 위를 노닐었다. 어깨를 살짝 넘는 정도로 찰랑거리는 생머리라 유독 더 찬란해 보이는 그는 잘 익은 석류 알처럼 붉디붉은 눈동자를 지니고 있었는데, 늑대는 그 눈동자와 마주한 찰나조차 아름답다고 생각해버렸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긴장이 풀려버린 탓일까, 무던히도 어지러웠던 혼란은 더딘 착란으로 차근차근 바뀌어버렸다. 언뜻 그가 제 짝꿍과 닮아 보이는 착각까지 드는 것이다. 단순히 눈에 보이는 겉모습이 아니라 자아내는 분위기라던가, 가만히 늑대를 바라봐주는 시선이라던가, 단순한 두려움도 없이 그것도 평범한 늑대가 아닌 환수를 향해 친근하게 뻗어오는 손 때문일는지도 몰랐다.

 

 “……다쳤군.”

 

 혼잣말인양 흘러나온 나지막한 목소리에는 분명 염려가 담겨있었다. 늑대는 그것이 저를 향한 걱정임을 눈치 챈 즉시 꼬리부터 내렸다. 뒤로 뉘듯이 바짝 세웠던 귀도 축 늘어트렸고, 당장이라도 땅을 박차며 튀어나갈 것처럼 팽팽하던 뒷다리에도 힘이 풀리면서 다시금 풀썩 주저앉아버렸다. 남자는 그런 늑대의 행동 판단이 퍽 마음에 든 모양인 듯 한쪽 입가를 피식 휘었다.

 

 “좋은 생각이다.”

 

 그리고는 언제 미소를 머금었냐는 양 깔끔하게 무표정으로 돌아와선 늑대의 앞에 저 역시 편하게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이어서 그는 한쪽 어깨에 메고 있던 작은 가방을 열어 약초냄새가 나는 조각 천이며, 향긋한 꿀 술까지 꺼내 수풀 위에 늘어놓았다. 아무것도 바르지 않은 천에 수통의 물을 적신 그는 늑대를 향해 답지 않게 소소한 질문을 던졌다.

 

 “이름이 뭐지.”

 “컹, 컹!”

 

 전음을 쓸 수 없어 제 반쪽 말고는 못 알아듣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늑대는 제 이름을 순순히 알려주었다. 환수 치고는 얌전한 울음이었으나 그들이 자리를 편 숲 언저리를 울리기에는 충분했다. 남자는 그 울음을 가만히 들어주다가 다시금 피식 가벼운 미소로 웃어버리는가 싶더니 물에 적신 천으로 자잘한 타박상부터 천천히 닦아주기 시작했다.

 

 “토토라, 귀여운 이름이군.”

 

 상처를 닦아내느라 따끔거릴 법도 하건만 늑대, 토토는 앓는 소리 한 번 없이 정성스런 손길을 받다가 퍼뜩 놀라 그를 돌아보았다. 어떻게 자신의 울음소리를 알아들었냐는 듯 놀란 의문에 이어 순수한 호기심이 늑대의 샛노란 눈동자에 가득 번졌다. 반면 남자는 늑대, 그것도 다름 아닌 환수의 말을 알아들은 것이 무슨 대수라는 양 무덤덤한 무표정을 고수했다.

 윤기라곤 진작 사라져서 푸석푸석해진 털에 아직도 군데군데 묻은 핏자국과 흙먼지를 연신 꼼꼼하게 닦아주던 남자가 토토의 턱 아래를 살살 긁어주었다. 잠깐이나마 편안해진 기분에 절로 벌어지는 주둥이 안으로 꿀 술이 들어차는 일은 순식간이었다. 토토가 놀랄 틈도 없이 살살 긁어주던 턱 아래를 꾹 다물도록 잡아주는 손길은 비단 환수를 잘 다루는 이의 것이었다. 여전히 놀란 눈을 끔벅이는 토토를 내려다보며 남자가 그제야 뒤늦은 자기소개를 돌려주었다.

 

 “나는 엘란츠다.”

 

 꿀꺽, 반강제로 흘러들어간 달콤한 꿀 술은 단시간에 여러 상처와 부상으로 올라오던 오한을 금방 덥혀주었다. 주둥이가 꾹 잡혀 불편할 법도 하건만, 토토는 금방 기분 좋은 울음으로 그르릉 거리고선 가만히 그를 올려다보았다. 샛노란 환수의 눈을 피하지도 않고 마주 보아주는 시선에는 얼핏 동질감 같은 것이 느껴지리만큼 친숙하기까지 했다.

 

 “좀 따가울 거다. 잠깐만 참아.”

 “꾸우웅.”

 

 곧이어 약초냄새가 나는 천 조각을 적당한 크기로 두어 번 접은 엘란츠의 손등에 머리를 콩 박아 슬쩍 비비던 토토가 금방 앓는 소리를 내는가 싶더니 눈을 질끈 감았다. 준비가 되었다는 무언의 각오를 눈여겨 바라보던 엘란츠는 약초가 묻은 천으로 자잘한 상처부터 꾹꾹 눌러 약효를 흡수시켰다. 이어 맨 마지막으로 자상이 가장 깊은 상처에 다다랐을 때는, 낑낑거리는 투정 한 번 없었던 토토라도 거친 숨을 잇새로 헐떡일 수밖에 없었다.

 

 “잘 참는군. 이제 하나 남았다. 조금만 더 참아.”

 

 어깻죽지부터 시작해 대각선으로 길게 몸뚱이를 가르다시피 벌어진 자상 위에 약초 묻은 천을 덧대고 그 위로 붕대를 단단히 감아준 엘란츠는 여전히 바닥에 힘없이 늘어져 벌벌 떨고 있던 뒷다리를 힐긋 바라보았다. 부러진 부위가 퉁퉁 부어오르기 시작한 지 오래되어 털에 덮여 있어도 금방 알 수 있었기에, 그는 앉은 주변에서 뒷다리와 비슷한 두께의 나뭇가지를 뚝 꺾어다가 허리춤의 칼자루를 쥐었다.

 그러자 별안간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분명 엘란츠의 상체 정도 하는 길이로 보였던 장검이 검집에서 나와 그 모습을 드러냈을 땐, 겨우 손바닥 정도로 보이는 단검이 되어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단검의 길이와는 별개로 토토를 가볍게 짓누르는 위압감이 한층 더해져 그 단검 자체가 무시무시한 살기로 느껴졌다. 환수의 본능이 날뛰며 소리쳤다.

 저 검은 환수가 분명하다.

 토토는 물론이고, 이 세계 환수들의 왕인 블레이언조차 쉽사리 이겨내지 못할 그런 환수가 틀림없음을 어린 늑대 환수의 본능이 직감한 것이다. 인간보다 더욱 확실한 상하관계를 구축하는 이들이 바로 환수라는 종족이다 보니, 토토는 바로 바닥에 딱 달라붙기라도 할 것처럼 다친 몸뚱이를 더욱 수그렸다. 납작 엎드리며 다른 누구도 아닌 검의 눈치를 보는 자신이 한심스럽게 느껴질 법도 하건만, 환수란 무릇 그런 존재인지라 토토는 그저 본능대로 고개를 조아렸다. 그 모습이 귀엽다가도 퍽 안쓰러웠는지 엘란츠는 나뭇가지를 매끄럽게 다듬자마자 검을 검집에 밀어 넣고선, 토토의 머리를 툭툭 쓰다듬어 위로했다.

 

 “내가 깨우지 않는 한은 계속 잔다. 괜찮아.”

 “끼잉, 낑.”

 

 위로를 받는 와중에도 여전히 검집을 힐끔거리며 낑낑 칭얼거리던 토토는 머지막이 느껴지는 또 다른 기척에 귀를 바짝 세웠다. 토토와 거의 동시에 엘란츠 또한 그 기척을 감지한 모양인지 반사적으로 같은 방향을 지그시 노려보면서 손을 더욱 바지런히 움직였다. 부러진 토토의 뒷다리에 깔끔하게 다듬은 나뭇가지를 부목처럼 대고, 조금 힘을 주어 붕대를 꽉 묶은 그는 늘어놓았던 잡동사니들을 한꺼번에 가방 안으로 쑤셔 넣었다. 일어나면서 자신이 앉았던 자리를 발로 이리저리 흐트러트리던 엘란츠는 자신을 따라 비틀비틀 일어난 토토를 슬쩍 내려다보았다. 잠시 걱정과 고민이 섞여 흔들리는 붉은 눈동자를 향해 토토가 나지막이 으르렁댔다.

 

 “좋은 눈빛이군.”

 

 언제 투정을 부렸냐는 듯, 자신을 얕보지 말라는 으름장과도 같았다. 이제 막 송곳니며 발톱이 날카로워진 어린 환수의 치기, 혹은 멋모르는 배짱일 수도 있었으나 엘란츠는 그런 토토가 짐짓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콧잔등을 손등으로 길게 쓸어준 그는 점차, 하지만 빠르게 가까워지는 기척을 향해 자세를 바로잡았다. 그의 목적이 조용한 도주가 아닌 정면승부임을 진작 예견한 토토도 어느덧 발톱을 바짝 세우고 피딱지가 엉겨 붙은 잇새로 으르렁대며 금수의 눈을 부릅떴다.

 그들이 돌아가는 길에 귀찮은 불청객은 쓸데없었기 때문이다.

 

 

 
작가의 말
 

 꿀술에는 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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