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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흑첨향
작가 : 박재영
작품등록일 : 20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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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화.오행술(五行術)2.
작성일 : 16-04-02 13:54     조회 : 709     추천 : 0     분량 : 8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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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화. 오행술(五行術)2.

 

 

 

 탁!

 반각도 되기 전에 능비령은 마지막 책장을 덮고 책자를 다시 여교에게 돌려주었다.

 "뭐 하는 거예요? 남의 성의를 무시하는 거예요?"

 능비령이 책을 돌려주자 여교가 발끈해져 소리쳤다.

 능비령이 환하게 미소했다.

 "넌 믿기 힘들겠지만 난 이미 그 책 안의 내용을 모조리 머릿속에 담아두었단다."

 "세상에! 나도 아직 끝까지 읽어보지 못했는데 그런 말도 안 되는…."

 여교는 무어라 반박하려다가 입을 다문 채 별채의 입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별채의 입구를 통해 흑화고가 들어서고 있었다.

 흑화고를 보자 능비령은 내심 반갑기 그지없었다. 천뢰도에 들어온 뒤에 처음으로 그녀를 대했기 때문이다.

 흑화고는 곧바로 능비령에게 다가왔는데 마치 어제 헤어졌다가 다시 만난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은 태도였다.

 반색하려다가 오히려 약간 쌀쌀하게 느껴지는 그녀의 표정을 대하자 능비령은 어쩐 일인지 힘이 빠지는 기분이었다.

 흑화고가 입을 열었다.

 "북당하에 사람을 보내 그림 그리는 장 노인을 찾아보라고 했지만 끝내 찾지 못했어."

 지나가는 말투였다. 하나 능비령으로서는 그녀의 말이 내심 반갑기 그지없었다.

 '아, 집에 돌아오고 난 뒤에는 나와 함께 북당하에 가야 되는 걸 완전히 잊어버린 줄 알았는데 천뢰도 사람들을 북당하에 보냈던 모양이구나.'

 "이제 어떻게 할 거지?"

 흑화고가 담담한 표정으로 능비령을 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능비령이 고개를 저었다. 그는 흑화고의 말을 의심하지는 않았지만 반드시 자신이 북당하로 가서 직접 장 노인을 찾아보고 싶었다.

 "난 그래도 북당하에 가볼 생각이야. 내가 직접 찾아본 뒤에 포기를 해도 포기해야 할 것 같아."

 "무림의 정세가 심상치 않아. 십승관의 대관주를 선출하는 후계자끼리의 쟁탈전이 시작된 것 같아. 무림의 일에 개입하고 싶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좀 더 지켜보다가 도와줄 일이 있으면 도와주고 싶어. 한두 달 정도 더 기다려 줄 수 있어?"

 "기왕에 늦어졌으니 어쩔 수 없지."

 능비령이 호쾌히 고개를 끄덕이자 흑화고가 여교에게 눈을 돌렸다.

 "한데 화원에서 뭘 하고 있었느냐?"

 여교는 흑화고의 질문을 무시한 채 능비령을 돌아보며 들뜬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아마 언니쯤 되면 오행계의 최고위급 정들을 부릴 수 있을 거예요. 한번 보여 달라고 그래요."

 "뭐야?"

 여교의 느닷없는 말에 흑화고의 아미가 살짝 찌푸려졌다.

 여교가 생글거리며 입을 열었다.

 "오빠가 밀법을 배우고 싶다고 해서 내가 밀법에 대해 가르쳐 주던 중이었어요. 하지만 언니의 성취가 더 깊으니 언니가 몇 가지 신기한 것을 보여주면 오빠가 더 흥미를 느낄 게 아니겠어요?"

 흑화고가 능비령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 깊은 곳에 언뜻 안타까워하는 빛이 솟아났다. 능비령이 공력을 쌓을 수 없는 몸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가볍게 한숨을 내쉰 후 여교에게 질문을 던졌다.

 "넌 그에게 어떤 것들을 가르쳐 줬느냐?"

 "우선 기초라고 할 수 있는 오행술에 대해 이야기해 주던 중이었어요."

 "오행의 힘을 제대로 사용하려면 오행계의 이매망량들을 불러낼 수 있어야 해."

 흑화고는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다가 화원 중앙에 위치해 있는 연못을 바라보았다.

 "오행계의 정들을 불러내지 못하는 단계는 겨우 기초에 불과해. 물론 그 정도만 되도 쓸 만하긴 하지만…."

 흑화고는 여교처럼 두 손을 가슴에 모으지도 않은 상태에서 무어라 낮게 중얼거렸다.

 꽈아아!

 다음 순간, 연못의 물이 거대한 기둥처럼 허공으로 솟구쳐 오르기 시작했다.

 연못까지의 거리는 오 장여에 달했는데 예의 물기둥은 곧바로 능비령을 향해 쏘아져 오며 수십여 갈래로 나뉘어졌다.

 능비령은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수십여 가닥으로 나누어진 물줄기들이 하나하나 모두 날카로운 칼의 형태로 변화된 채 무서운 기세로 그를 향해 덮쳐 오고 있었다.

 피할 수도 없었고 막을 수도 없었다. 수십여 개의 물의 칼날이 한꺼번에 방원 십여 장을 뒤덮으며 쏘아져 오는데 그 속도 또한 전광이나 다름없었다.

 촤아악!

 수십여 개의 물의 칼날들은 능비령의 한 자 앞에서 돌연 와르르 무너지며 하나의 장벽을 형성한 채 멈춰 섰다.

 능비령은 반대편의 풍경이 그대로 내비치는 투명한 물의 장벽 이 자신의 눈앞에 멈춰 서 있는 것을 보며 감탄의 표정을 떠올렸다.

 흑화고가 손짓하자 장벽을 이룬 채 허공에 떠 있던 물이 다시 한줄기 기둥이 되어 연못으로 빨려가기 시작했다.

 한데 물기둥이 모조리 연못의 물속으로 빨려 들어간 그 표면 위에 기이한 물체가 우뚝 서 있는 게 아닌가!

 놀랍게도 그것은 사람의 형체였다. 투명한 물로 만들어진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이었다. 내부에서는 계속 물이 일렁이고 있었지만 그 외부 형태는 변하지 않은 채 또렷한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발목 아래만이 연못의 물속에 잠겨 있는 상태로 물 위에 우뚝 서 있는 여인의 모습을 대한 능비령의 눈이 커졌다.

 "놀랄 거 없어요. 물의 정(精)이에요. 내가 말했지요? 언니 정도 되면 분명히 오행의 정을 부릴 수 있을 거라고."

 여교가 능비령의 옆구리를 찌르며 입을 열었다.

 새삼 연못의 물 가운데 우뚝 서 있는 물의 정을 자세히 바라보던 능비령의 얼굴이 붉어졌다. 물의 정은 아름다운 여인의 형체를 하고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나신이었다.

 흑화고가 손짓하자 사람 형태를 취하고 있던 물의 정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고 보이지 않았다.

 "지금 불러낸 것은 환환수계의 하위급 물의 정이야."

 능비령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질문을 던졌다.

 "그렇다면 전에 물 그릇 속에 나타났던 그 사람도 환환수계의 정이야?"

 "아니야. 수경망 고랍은 환환수계를 통해 물을 거울처럼 이용하는 수경(水鏡)의 밀법을 사용해 흑첨향의 인물들에게 정보를 팔고 사는 정보 장사꾼이야."

 '물의 거울을 이용해 정보를 팔고 사는 정보 장사꾼이라고?'

 능비령은 오행술 자체가 너무나 신비하게 느껴져 자신도 모르게 더듬거리며 열었다.

 "그렇다면… 오행계 중에서 수계 말고 다른 곳에도 모두 그곳을 관장하는 정들이 있는 거야?"

 "물론이지."

 흑화고가 문득 화원 구석의 거목 한 그루를 향해 손을 뻗었다. 손을 뻗으며 입 안으로 무어라 웅얼거리기 시작했는데 그 음성은 전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쩌저적―

 돌연 능비령의 앞쪽 지면이 지진을 만난 듯 갈라지기 시작했다.

 능비령이 크게 놀라 바라보니 어른의 팔뚝 굵기에 달하는 나무뿌리 한줄기가 땅을 헤치고 위로 솟구쳐 오르고 있었다.

 능비령이 입을 딱 벌리고 있는 사이에 땅속 깊숙이 박혀 있던 나무뿌리는 더욱 길게 지면을 가르며 솟구쳐 올라 땅속에서 다시 한 그루의 나무가 솟아난 형태로 우뚝 섰다.

 나무뿌리의 끝에는 기이하게 생긴 물체가 앉아 있었다. 사람의 얼굴에 개의 몸을 한 괴물이었다. 꼬리는 달리지 않았는데 전체가 검은색이었다.

 "백택도(白澤圖)에 의하면 나무의 정을 일러 팽후(彭候)라고 해."

 흑화고는 다시 손짓을 해서 팽후를 오행계로 돌려보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팽후가 돌아가자 나무뿌리 역시 땅속으로 사라져 버렸는데 갈라졌던 지면도 어느새 원래대로 회복되어 있었다.

 백택도라면 능비령도 이미 천뢰도의 지하 서고에서 읽은 적이 있어 그 내용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치우(蚩尤)를 멸망시킨 황제(黃帝)가 하루는 동해에 이르러 환산(桓山)에 머물고 있을 때 해안에서 한 마리의 기이한 동물을 보았는데 그 동물은 인간의 말을 하며 세상에 모르는 일이 없었다.

 그 기괴한 동물이 백택(白澤)이었는데 황제가 이 세상의 귀신과 요괴에 대해 묻자 백택은 총 일만여 종이 넘는 고대의 정기(精氣)가 요괴로 변한 사실과 떠도는 혼이 변한 요괴에 대해서도 알려주었다.

 황제는 백택이 말한 내용을 기초로 모든 요괴들의 형상을 그리고 그것을 천하에 알려 해를 미연에 막고자 했는바 그때 그려진 그림이 바로 백택도였다.

 능비령이 혀를 내두르며 여교를 바라보았다.

 "오행술만 제대로 펼쳐도 무공을 익힌 사람보다는 강할 것 같은데 어째서 넌 밀법과 무공을 비교할 수 없다고 했지?"

 여교 대신 흑화고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밀법을 가미해서 펼치기 때문에 어지간한 무림인들은 날 상대할 수가 없을 뿐이지 사실 내 무공화후는 무공에 입문해서 겨우 5, 6년 정도 되는 무림인들 정도의 실력이야. 그러니까 무림인들 중 일 갑자 이상의 공력을 지닌 진정한 고수를 만나면 나도 장담할 수 없어."

 흑화고는 말을 마치고 잠시 동안 능비령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안타까워하는 빛이 떠올라 있었다.

 '내 단전이 폐쇄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저렇게 안타까워하는 표정을 짓는 것일까?'

 능비령은 불현듯 단전이 아닌 심장에 공력을 쌓을 수 있는 특이한 심결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졌지만 다시 생각해 보고 입을 열지 않았다. 아직은 성공했다고 말할 수 없는 단계였던 것이다.

 흑화고 역시 무어라 말을 덧붙일 듯하다가 나직이 한숨을 내쉰 후 몸을 돌렸다.

 

  2.

 

 당분간 천뢰도에 더 머물러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 능비령은 다음날부터 연공에 전념하기 시작했다.

 새벽 일찍 일어나서 한차례 연공을 한 다음, 아침 식사를 한 후 다시 정오까지 쉬지 않고 기를 심장에 쌓았다. 그리고 오후에는 머릿속에 저장되어 읽는 책들을 하나씩 꺼내 읽는 규칙적인 생활이 그의 일과가 되었다.

 어차피 할 일도 없었지만 무엇보다도 과연 단전이 폐쇄된 상태에서도 연공을 할 수 있는 가 확인해 보고 싶었다.

 열흘이 지났을 무렵 능비령은 한 가지 성취를 얻을 수 있었다.

 그동안 계속 심장에 쌓아도 연공을 멈추는 즉시 흩어져 버리던 기가 놀랍게도 심장을 둥그렇게 감싼 형태로 흩어지지 않았다.

 '아! 과연 이제는 흩어지지 않는구나.'

 능비령은 내심 뛸 듯이 기뻤다. 자신이 일단공(一段功)의 성취를 이뤘음을 깨달은 때문이었다.

 일단 체내에 기가 쌓이자 그 기를 운용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일단공이 이뤄진 후 능비령은 가장 먼저 팔목에 차고 있는 천잔에 기를 운용해 보았다.

 찰칵.

 미세한 음향과 함께 팔찌 전체가 형태가 변하기 시작했다.

 손등 쪽으로는 검은빛의 얇은 철판으로 변해 손을 보호하는 역할을 했고, 손바닥 아래쪽은 한 손에 쥐기 편한 손잡이 형태가 되었다.

 손잡이를 쥐자 실처럼 가늘고 흐느적거리는 검은 사검(絲劍)이 반 자 길이로 뻗어 나왔다.

 "뭐야! 천잔을 운용할 줄 알게 되어 다행이긴 하지만 이래서야 아직은 검이라고 할 수도 없겠군. 역시 공력의 차이인가?"

 능비령은 내심 실망을 금할 수 없었다. 흑화고가 천잔을 운용했을 때는 검신의 길이가 세 자에 달했고 지금처럼 흐느적거리지도 않았던 것이다.

 그날 이후 능비령은 족자에 기록되어 있는 이름도 알 수 없는 신비한 신공에 대해 더욱 집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단공의 상태에서 안정된 기는 더 이상 쌓아도 다시 흩어지기 시작해 원래의 일단공 이상으로 쌓여지지 않았다.

 능비령은 일단공을 뛰어넘을 때처럼 꾸준히 기를 쌓아야 이단공인 두 번째로 기가 흩어지지 않고 안정되는 단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열흘이 지나도록 이단공을 이루지 못해 초조하기 그지없었다.

 다시 열흘이 흘러갔다.

 능비령은 자신의 방에 앉아 서고지기 노인이 준 족자를 벽에 걸어놓고 그 앞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들여다보고 있는 중이었다.

 '저 족자에 그려져 있는 것은 이계의 풍경이라고 했다. 저곳에서 연공을 하면 두 배 이상 빨리 기를 쌓을 수 있다고 했는데 과연 이 세상과 다른 세상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일까?'

 족자에 그려져 있는 풍경은 과연 이 세상과는 달라 보였다. 나무가 우거진 산의 형태는 비슷했지만 전체적인 색감이 현실 세계와는 어긋나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려져 있는 모든 색들이 다양했고 선명했는데 특히 평야를 덮고 있는 풀이 초록색이 아니라 노란색을 띠고 있는 게 특징적이었다.

 '한데 저 이계로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능비령은 불현듯 족자에 그려져 있는 이계로 가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 그 충동은 점점 강렬해져 계속 족자 속의 풍경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영혼이 빼앗기는 황홀한 상태로 이끌려 가고 있는 게 느껴졌다.

 능비령은 자신도 모르게 눈을 감고 몽환에 빠져들었다.

 이계에 대한 동경이 더욱 강렬해졌다.

 그리고 어느 한순간, 그는 갑자기 자신의 몸이 어디론가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마치 자신의 몸이 한줄기 연기로 화해 강렬한 흡인력을 따라 이끌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동시에 전신이 불길에 휩싸인 듯한 고통스러운 열기와 암흑이 덮쳐 왔다.

 

 ….

 능비령은 깜짝 놀라 눈을 떴다.

 그 순간 그는 자신이 이미 낯선 세계에 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족자에 그려져 있던 풍경과는 다른 곳이었다. 하지만 능비령은 자신이 바로 족자에 그려져 있는 풍경이 속해 있는 세계에 와 있음을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주위에는 온통 아름드리 거목들이 빽빽이 들어차 있었다. 그 아름드리 거목의 줄기를 타고 칡넝쿨 같은 것들이 타고 올라가 허공에 늘어져 장막을 드리운 것 같았다.

 '여긴 마치 운남의 밀림 같구나.'

 능비령은 어리둥절 주위를 둘러보다가 자신이 이계에 들어섰음을 실감하고는 내심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계로 넘어오는 방법이 그냥 강렬하게 생각하면 되는 것이었단 말인가?'

 능비령이 자신이 어떻게 해서 이계로 넘어올 수 있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다음 순간 몸을 일으키던 능비령의 몸이 쓰러질 듯 휘청였다.

 마치 깊은 물속에 있는 듯한 엄청난 압력이 그의 몸을 짓눌렀다. 숨을 쉬기조차도 힘든 압력이었다.

 능비령은 무언가 알 수 없는 힘이 자신의 몸을 지면으로 잡아끌고 있음을 느끼며 한 걸음을 내디뎠다.

 하지만 한 걸음을 떼는 것조차 너무도 힘이 들어 어린아이가 막 걸음마를 시작한 어기적거리는 움직임에 지나지 않았다.

 손을 움직이려 해도 보이지 않는 물체가 잡아당기는 것같이 움직이기가 쉽지 않았다. 그야말로 깊은 물속에 잠겨 손발을 허우적대며 움직이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공기의 무게가 다른 것일까? 아니면 중력(重力)이 다른 것일까? 발은 땅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 것 같고 공기가 사면팔방에서 몸을 조여 오는 것 같은 느낌이구나.'

 내심 고개를 젓던 능비령은 체내의 기를 전신에 골고루 퍼뜨렸다. 기를 운용하며 움직이자 그제야 몸을 움직이기가 수월해졌다. 하지만 전신의 기를 모두 끌어올렸건만 간신히 중원에서 기를 끌어올리지 않고 움직이는 정도에 불과했다.

 툭!

 이 순간 능비령의 소매 속에서 화고가 구르듯 튀어나와 지면에 떨어졌다.

 지면에 떨어진 화고는 몸을 일으켜 이리저리 움직여 보고 있었는데 능비령과 마찬가지로 움직이기가 불편한 듯 그 동작이 기이해 보였다.

 그토록 몸이 가볍고 빠르던 화고 역시 이계에서 적응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화고는 잠시 허우적대는 듯하다가 이내 적응한 듯 능비령의 주위를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민첩한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중원에서보다는 확실히 그 움직임이 둔해져 있었다.

 '어찌 되었든 일단 이계로 넘어왔으니 과연 중원에서 연공할 때보다 빨리 기를 쌓을 수 있는가 알아보아야겠구나.'

 능비령은 다시 가부좌를 틀고 정좌한 후 조용히 눈을 감았다.

 순식간에 그의 주변에 넘실거리는 듯한 기의 흐름이 느껴졌다.

 중원에서 기를 느낄 때와는 전혀 달랐다. 그야말로 기의 바다 속에 몸이 잠겨 있는 듯 엄청난 기가 천지간에 가득했다.

 연공을 시작한 지 불과 일각여 만에 능비령은 자신이 이미 이계신공(異界神功)의 이단공(二段功)을 넘어섰음을 알 수 있었다. 심장에 쌓여진 기가 두 번째로 안정된 상태로 연공을 멈춰도 흩어지지 않았다.

 능비령은 너무도 기뻐 연공을 멈추고 벌떡 일어서려다가 다시 고통으로 얼굴을 찡그렸다. 그는 서둘러 기를 전신에 퍼뜨려 압력에 대항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미 이단공을 넘어선 때문인지 처음에 움직일 때보다는 조금 더 빨라지고 편해진 느낌이었다. 게다가 심장에 쌓여진 기는 비워지는 순간 빠르게 다시 채워지고 있어 공력의 소모를 염려할 필요가 없었다.

 잠시 후 버둥거리던 몸을 간신히 안정시킨 뒤에 주위를 돌아보던 능비령의 입에서 경악성이 흘러나왔다. 그로서는 실로 난생처음 대하는 괴상한 괴물 세 마리가 그의 삼 장 뒤에 우뚝 서 있었던 것이다.

 놀랍게도 키가 무려 일 장여에 달해 인간의 두 배에 가까웠으며 몸에 검은색의 긴 털이 빈틈없이 뒤덮여 있다.

 얼굴은 늑대의 얼굴을 닮았는데 등 뒤에는 퇴화된 것 같은 작은 날개가 두 개 펼쳐져 있다. 네 개뿐인 손가락 끝에 길게 뻗어난 손톱은 한눈에 보기에도 갈고리처럼 강인해 무엇이든지 갈기갈기 찢어낼 것같이 느껴졌다.

 능비령은 본능적으로 위기를 느꼈다.

 세 마리의 괴물에게서는 엄청난 파괴의 힘과 강렬한 살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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