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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매일 크리스마스
작가 : 예서
작품등록일 : 2020.8.20

믿었던 전 남자친구에게 통수를 맞은 날 천애고아가 된 소원. 나만 빼고 다 행복한 크리스마스 이브날의 거리에 자살을 결심하는데…… "안 돼!" 누구세요? 어느새 집에 들어온 웬 남자가 자살을 막고 있다. 말하는 사슴까지 데려온 남자는 자기가 나만의 산타라는데. 이게 대체 무슨 소리야? 인간 한 명과 산타 한 명, 사슴 하나(?)의 이상한 동거가 시작된다. 다음 크리스마스까지 이 동거 무사히 끝낼 수 있을까?

 
재밌네
작성일 : 20-09-07 01:10     조회 : 212     추천 : 0     분량 : 4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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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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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쳤어, 이소원. 뒷말은 왜 한거야?

 

 그냥 질투한단 한 마디만 하려 헀는데, 순한 눈꼬리가 올라가서 얼어붙은 대한의 모습에 뚫린 입이 주체가 안 됐다. 안면홍조가 말썽을 일으키는 게 느껴졌다.

 

 그러나 비상이 걸린 건 소원 뿐 만이 아니었다.

 

 당연히 화를 낼 줄 알았던 소원이 눈을 똑바로 맞추고 좋아한다고 하니 대한은 마음 속에서 무언가가 내려앉는 느낌이 들었다.

 

 좋아한다는 저 말이 꼭 고백 같았다. 그리고 어이없게도 그 고백에 자신의 심장이 반응하고 있었다.

 

 당당하게 뜬 소원의 눈에서, 도드라진 콧등에서, 분홍색 입술에서 꼭 빛이 나는 듯한 착각이 일었다. 동생이나 다름 없는 소원에게 이런 반응을 하는 자신을 이해할 수 없었다.

 

 본능적으로 대한은 이 어색한 공기를 깨야한다고 생각했지만, 당황에 젖어 쉬이 말을 꺼내지 못했다.

 

 괜히 아무 말이나 막 뱉었다가 무거운 공기가 더 무거워질까 우려됐다.

 

 침묵을 깬 건 이 상황의 원인제공자인 소원이었다.

 

 “오빤 나한테 가족이나 다름 없으니까. 그러니까 좋아하는 게 당연하지.”

 

 열심히 쥐어짜내 덧붙인 소원의 말을 곧바로 대한이 이어나갔다.

 

 “그럼. 내가 친오빠나 다름 없지. 그런 말도 할 줄 알고. 많이 컸네 이소원. 하도 하는 행동이 초등학생 같길래 하나도 안 큰 줄 알았는데.”

 “치, 무슨 초등학생이야.”

 

 대한이 어색한 티가 나지 않게 소원에게 작게 웃었다.

 

 무던히도 노력해 가장한 평온이었지만 소원의 눈에는 가족으로서 좋아한다는 말에 안심한 것으로 보였다.

 

 왜 이렇게 기분이 별로지……

 

 어딘가 우울해진 소원은 울적한 마음을 애써 눌렀다.

 

 

 *

 

 

 공기는 차가웠지만 바람이 불진 않아서 옥상의 공기는 정신이 맑게하는 데에 도움이 됐다. 텅 비어있는 옥상이 왠지 모르게 제 집처럼 편했다.

 

 소원은 모래와 먼지가 가득한 바닥에 망설임 없이 엉덩이를 대고 앉았다. 그러고선 주먹으로 머리를 콩콩 때렸다.

 제정신이냐? 제정신이냐고.

 

 좋아한단 말을 듣고 놀란 대한의 얼굴이 자꾸만 떠올랐다. 웃지 않아도 웃는 것 같은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지게 만든 자신이 민망했다.

 

 어찌저찌 수습하긴 했는데 안 믿는 건 아니겠지? ‘질투해’에서 끝냈으면 될 걸 거기서 왜 그런 말을 더 해가지고.

 

 애꿎은 머리를 쳐댈 게 아니었다. 이 방정맞은 입이 문제지.

 

 손으로 입술을 신명나게 치던 소원은 얼얼한 턱에 입술을 용서하기로 하고 그 다음으로 죄가 큰 신체 부위를 생각했다.

 

 아무래도 그냥 ‘나’ 자체가 죄라는 결론을 내린 소원이 제 뺨을 때렸다. 세게 때리기는 무서웠던 관계로 소리만 날 정도로 손목에 힘을 빼고서.

 

 근처에서 어처구니없다는 듯한 헛웃음 소리가 났다.

 

 “지금 자해하는거예요?”

 

 헉. 누구지?

 

 연이어 굵은 남자 목소리에 소리의 근원지를 매의 눈으로 돌아본 소원이 실색했다.

 

 팔짱을 끼고 소원을 응시하는 남자가 있었다. 건물에 사는 동안 한번도 본 적 없는 낯선 얼굴에 소원이 경계하는 눈빛으로 남자를 훑었다.

 

 날카로운 눈매가 제일 먼저 시야에 들어왔다. 그리고 곱슬거리는 머리에 춥지도 않은지 겉옷은 온데간데 없이 깔끔한 흰 티, 다리가 길쭉한지 긴 슬렉스 바지까지.

 

 좀전에 남자를 매처럼 나름 매서운 눈으로 돌아본 소원이었지만 독수리 같은 남자의 눈에 비하면 참새 눈이나 다름 없었다. 그 정도로 남자의 눈빛은 아주 강렬했다. 거기다 비스듬히 올라간 입꼬리가 성격이 더러워보이는 데 한 몫으론 부족하고 열 몫은 했다.

 

 인상이 나쁜데도 잘생길 수가 있구나.

 

 남자의 외모를 2초만에 탐구 완료한 소원은 강한 눈빛에 본능적으로 위축이 돼서 몸을 움츠렸다.

 

 “처음 뵙는데 뭐하시는 분이세요?”

 

 소원은 잔뜩 쫄아서 남자가 또래로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극존칭을 썼다.

 

 그 존대가 두 번 어처구니 없었던 남자가 피식, 웃음소릴 냈다.

 

 “오늘 이사와서 짐정리 다하고 옥상 구경 온 사람인데요.”

 “아…… 안녕, 하세요?”

 “그쪽은 안녕, 못해보이는데요.”

 

 무슨 말투가 이렇게 띠꺼워? 틱틱대는 말투에도 꼬박꼬박 ‘요’자를 붙이는 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이었다.

 

 예의 없는 어투에 기분이 상한 소원이 슬쩍 눈을 찡그렸다.

 

 확 나도 똑같이 말해버려?

 

 고민하던 소원은 검은 아우라가 퍼지는 눈빛에 감당할 수 없을 짓은 하지 말자고 결심했다. 일찌감치 기싸움을 포기한 소원은 치부가 어디서부터 드러났는지를 살며시 물었다.

 

 “혹시 다 보셨나요? 아니면 이것만?”

 

 스킨로션을 바르듯 뺨을 톡톡 두드리며 소원이 어색하게 하하, 웃었다.

 

 남자가 턱짓으로 소원을 가리키며 답했다.

 

 “머리 치다가, 입술 치고, 그러던데요. 저 오기 전에 친 곳이 더 있는진 모르겠고요.”

 “……그러셨군요.”

 

 다 봤네, 다 봤어.

 

 망연자실한 소원이 어깨를 축 늘어트렸다. 아직도 소원을 뚫어져라 응시하는 남자에게 소원이 손을 휘휘 저었다.

 

 “구경하세요.”

 

 아니 나 말고.

 

 구경하라는 말에도 자신에 고정된 남자의 시선에 소원이 다시 손을 저었다.

 

 “옥상 구경하세요.”

 “……”

 “……?”

 “옥상 구경하는 동안에 그 쪽이 떨어져 죽으면 제가 방관죄가 되잖아요.”

 “네?”

 

 이게 뭔 개가 한 바퀴 공중제비 돌고 트름하는 소리야?

 

 “제가 왜 떨어져 죽어요?”

 “그건 저보다 그 쪽이 알겠죠.”

 “모르겠는데! 요……?”

 “그래요?”

 

 여전히 팔짱을 끼고 쳐다보는 부담스러운 남자의 눈초리에 소원은 잇새로 튀어나오려는 욕을 속으로 삼켰다.

 

 안 그래도 대한이 데리러 올라와주길 기대하고 있었는데 다른 사람이 나타나 잔뜩 실망했는데, 심지어 그냥 사람이 아니라 싸가지 대단하게 밥 말아먹은 놈이다.

 

 그 성격 더러운 우리집 사슴놈도 이 정도는 아닌데. 인성에 문제가 다분했다.

 

 머리랑 입술 좀 때리고 뺨 한 번 쳤다고 죽으면 우리나라 인구수 절반 이상은 이미 죽었을거다.

 

 고로 내가 내 몸 좀 때린 건 아무것도 아닌데 왜 저러고 가만히 서있냐고요 대체……

 

 일분의 반쯤이 지났을까. 말없이 서있던 남자가 입을 열었다.

 

 “농담이에요.”

 

 피식 웃으며 한 쪽 입꼬릴 비트는 남자에 속에서 저절로 욕지거리가 치밀었다.

 

 이런 개^#$((#%. 재수없는 소릴 잘도 해놓고 농담이라고?

 

 누가 농담을 저렇게 살벌하게 하냐고. 두번 했다간 사람도 죽겠다.

 

 짜증이 솟구쳐오른 소원이 이번에는 참지못하고 남자를 곧게 쏘아봤다. 물론 소원에게 대놓고 큰소리치며 따질 용기 따윈 없었지만.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

 

 남자에게서 시선을 뗀 소원이 계단을 향해 걸었다. 한발자국 더 움직인 순간 옥상에 닿는 발이 보였다.

 

 “여기서 뭐해 소원아.”

 “오빠!”

 

 구세주인 대한의 등장에 소원이 빛의 속도로 대한에게 달려갔다. 그냥 나타나도 반가울 판에 난처할 때 나타나니 반가움이 두 배였다.

 

 소원이 달려오는 동안 대한의 눈이 소원을 지켜보던 남자를 향했다. 대한을 흘끗 본 남자는 소원이 대한에게 달려가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뒤돌아서서 옥상벽으로 향했다.

 

 주민들의 왕래가 없다시피한 옥상에 다른 사람이 있던 적은 처음이라, 대한은 남자의 생김새를 똑똑히 봐두었다. 너무 빤히 소원을 바라보던 눈길에 경계심이 들었던 이유에서였다.

 

 대한과 같이 계단을 내려오며 소원이 목소릴 낮춰 남자에 대한 분노를 쏟아냈다.

 

 “아까 옥상에 있던 사람 봤어?”

 “응. 아는 사람이야?”

 “아니 글쎄 오늘 이사온 사람이라는데……”

 

 차마 머리랑 입술 좀 때리고 뺨 한 번 치고있다 들켜서 자해하는 거냔 말을 들었다고 말할 순 없어서, 소원은 그 부분을 생략하고 대한에게 옥상에서의 일을 말했다.

 

 

 *

 

 

 한편 소원이 양파 까듯 험담을 하고 있을 시각, 험담의 주인공인 온해는 태평하게 옥상에서의 전경을 만끽하고 있었다.

 

 거리를 껴안은 가로등 조명과 건물의 빛들이 썩 만족스러웠다. 엄하고 따분한 집안에서 정략결혼을 피해 도망온 마당에 이것저것 따질 처지는 아니었지만 비좁고 열악한 집 환경에 앞서 크게 실망했던 터라 확 트인 옥상이 그렇게 맘에 들 수가 없었다.

 

 예리하게 먼곳까지 세심하게 훑은 온해는 잠깐 앉기 위해 주변을 둘러보았다. 의자도 없고, 방석도 없는 황량한 옥상 바닥이 단번에 눈에 들어왔다. 덤으로 더러운 바닥 상태에 온해는 의문이 들었다.

 

 이런 바닥에 그 여자는 앉아있던거야?

 

 소원을 떠올린 온해가 피식 웃었다. 온갖 처량함은 다 가진 얼굴로 자학쇼를 벌이던 여자. 좁아터진 구린 집에 짐을 옮긴 후 얹짢아있던 터였는데 그 모습을 보니 어처구니 없어서 웃음이 났다. 하여간 특이한 여자다.

 

 눈만으로도 사람 죽이겠다는 소릴 들을 만큼 자신의 눈매가 매섭다는 걸 아는 온해는 잡아먹는 것도 아닌데 지레 겁을 먹고 경계하던 눈초리를 기억해 냈다. 그 뒤에 신경질적인 눈초리까지도 곱씹은 온해는 그 모습이 마치 으르렁대는 말티즈 같단 생각을 했다. 정작 본인에겐 위협이었겠지만, 자신에겐 전혀 그렇지 못했다.

 

 좌절했다가, 쫄다가, 짜증냈다가, 마지막에는 세상 더 없이 환하게 웃으며 나가던 특이한 여자. 사람 얼굴이 저렇게 삽시간에 바뀔 수가 있구나 싶어 경외감이 들 정도였다. 데리러 온 대한이 남자친구였을까 생각하던 온해는 소원과 대한의 분위기가 닮은 것도 같아 친오빠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이름이 소원이랬나.

 

 “재밌네.”

 

 온해가 짧게 바람 빠지는 소릴 내 웃었다.

 

 여기서 사는 게 생각보다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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