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
 1  2  3  4  5  6  >>
 
자유연재 > 판타지/SF
오리진
작가 : 시리홍
작품등록일 : 2019.9.23

세상의 상냥함은 껍데기에 불과했다.
그 안에 숨어있던 세상의 진실을 어떠한 사건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깨달아버린 주인공은, 죽지 못해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그에게 갑작스럽게 기회가 찾아오게 된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120화 천 년의 대회 (2)
작성일 : 20-09-06 14:09     조회 : 298     추천 : 0     분량 : 4750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즐거웠네. 이렇게 내 얘기를 오랫동안 꺼내본 건 참으로, 오랜만이구만."

  진그의 표정은 처음 이야기를 시작할 때와 달리, 무척이나 상쾌해보였다.

 '우와..왕보다 말많네.'

  왕의 이야기를 들을 때보다, 훨씬 더 긴 시간 이야기를 들은 것만 같았다.

  어차피 시은이가 예상했던대로, 이곳도 시간이 흐르지 않는다고 했으니 딱히 상관은 없었지만.

  그럼에도 무언가 목을 축일 수 있을만한 것이 없는 것이 조금 안타까웠다.

  물론 시은이는 진그가 더욱 편하게 이야기 할 수 있도록, 맞장구를 쳐줬던 것밖에 없었지만, 그럼에도 목이 말랐다.

  아마 진그도 말은 안했지만, 무척이나 목이 마를 것이다.

 "아참. 내 정신도 참.. 무언가 먹으면서 얘기했었으면 좋았을 걸. 오랜만에 이렇게 길게 얘기하니까. 그 생각도 못했네."

  녹색 빛의 눈동자가 아님에도, 시은이의 마음을 꿰뚫어보는 방법이 여러 개 더 있는 것 같았다.

  진그가 가볍게 손을 휘젓자, 그들의 눈앞에 약간의 다과와 따끈한 차가 올라왔다.

 "얘기는 끝났다만. 뭐, 차나 다과를 조금 들면서 간단한 질문 정도는 더 받아주지. 어서 들게나 능구렁이."

 "에이. 정말 능구렁이라 부를 거야? 더 귀여운 애칭 같은 거 없어?"

 "허허.. 이거이거 오랫동안 처자와 같은 외모를 가지더니, 마음속까지도 점점 처자화 되가는 건가? 역시 처자라는 별명이 더.."

 "됐네요!"

  시은이는 가볍게 고개를 돌리며, 눈앞에 놓인 따끈한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오! 되게 맛있다 이거!"

  입에 들어가자마자, 전신에 따스함이 퍼져가며 기분을 한 단계 업시켰다.

  그리고 목 뒤로 넘기기도 전에 몸 전체에 흡수된 것처럼, 입안에서 녹아 사라져버렸다.

  하지만 그럼에도 확실히 갈증이 가시며, 건조했던 입안이 언제그랬냐는듯 촉촉해졌다.

 "내가 직접 재배해서 만든 차네. 이름은 아직 정하지 않았지만. 오로지 내게서만 마실 수 있는 특별한 차지."

  진그도 만족한다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차를 부드러운 동작으로 마셨다.

  겉으로 보기에는 예쁘장하게 생긴 소녀와 어린 아이가 어울리지 않는 테이블 위에서 차를 마시는 것처럼 보였으나, 그들은 이미 나이를 먹을대로 먹은 이들.

  물론 소녀쪽은 그렇게 오래 살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소녀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어리진 않았다.

 "근데, 결국 정확한 얘기는 안해주네."

 "뭐 어쩌겠는가. 내 위주로 경험을 풀어내는 것인데, 당연히 나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을 차지하겠지."

  틀린 말은 아니기에, 딱히 반박할 수 없었다.

  시은이가 한껏 아쉽다는 표정을 짓자, 진그가 빙그레 웃어주었다.

 "뭐, 처자라면 알아서 잘 헤쳐나갈 테니. 걱정하지 말게. 고리온 드가 성공한다면 직접 물어보면 되지 않겠는가."

 "어? 고리온 드가 시은씨를 데려오려고 한다는 건 얘기안했는데, 어떻게 알았어?"

 "날 뭘로 보고. 난 이 시대의 독보적인 현인이네. 고작 그 정도도 몰라서야 어디다 쓰겠나?"

  왠지 진그가 살짝 당황해하는 것 같았지만, 넘어가주기로 했다.

  그가 안다는 것이 그렇게 이상할 건 아니었으니까.

  그라면 어떻게든 알아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건 그래. 그럼 슬슬 넘어가볼까?"

 "뭐, 시간도 멈춰있는데 굳이 벌써 넘어가려고 하나. 어차피 언제 돌아가든 똑같을 터인데.."

  진그는 시은이가 조금 더 이곳에 있어 주기를 바라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 것 같은 게 아니라, 그 누가봐도 그렇게 볼 수 있었다.

 '생각보다 무척 솔직한 사람이었네.'

  처음에 그를 신뢰해도 될까 싶었던 마음은 어느새 자연스럽게 불식되어 있었다.

  시은이는 베타에 머물면서 자신의 마음이 상당히 바뀌었다는 것은 알았지만, 이렇게 사람에 대한 인식 또한 많이 바뀌었을 줄은 모르고 있었다.

  매번 의심부터 시작해서, 확인되지 않은 의심으로 끝내며, 주변 모두를 의심했었다.

  참가자가 되면서 그건 더욱더 심해졌고, 뭐만하면 의심부터 하며 깊숙히 자기만의 생각에 빠져들어갔다.

  덕분에 지금까지 수월하게 해나갈 수 있던 것은 맞았지만, 인간적으로 상당히 슬픈 상태이기는 했다.

  누군가를 쉽게 믿을 수 없다는 것이 얼마나 큰 불행인지.

  시은이는 최근에 상당히 자주 느꼈다.

  하지만 그럼에도 주변에 있는 시야카나 단보루, 그리고 젠과 시즌.

  그들 덕분에 시은이의 마음에 조금의 여유가 생겨났다.

  그들을 보면서, 완전히 의심의 늪으로 빠져버리려던 자신을 구원해낼 수 있었다.

  지금의 모습을 보아라.

  필요한 부분에 대한 의심은 아직도 여전히 진행중이고, 그것에 대한 생각은 끊임없이 깊어지고 있었지만.

  사람에 관해서는, 이제 슬슬 껍데기를 벗겨내기 시작했다.

  베타라는 솔직한 세계의 진실을 제대로 들여다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

  오리진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그러한 감정을, 지금 상당히 진하게 느끼며, 사람의 진심이라는 것에 대해서 한 발자국 다가선 것만 같았다.

 "그래! 그럼 이번엔 내가 오리진 얘기를 좀 더 해줄게! 그 때는 조금 음울한 얘기가 섞여있었지만, 이젠 조금 밝은 이야기로!"

  오리진에 있었던 충격적인 사건으로 인해, 자신이 빠져들어갔던 어둠의 수렁을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젠, 그런 수렁에서 벗어나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렇게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간 뒤에야, 시은이는 깨달았다.

  자신이 겪은 수렁이, 그렇게나 깊고 넓은 것은 아니었다고.

  위에서 내려다 본, 자신이 겪어왔던 삶은, 여러 곳곳에 빠져있는 수렁들을 제외하고도 무척이나 넓었다.

  그리고 그 넓은 땅위에 즐거움과 기쁨들 또한 상당히 많이 잔재해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고리온 드, 왕, 진그. 모두들 고마워.'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덕분에 시은이는 이제야 조금 진심으로 웃을 수 있을 것만 같았으니까.

 

 

 "대회를. 대회를 시작해야해. 대회를. 대회를."

  똑같은 말은 반복하며, 매번 걷던 그 길을, 분주히 움직이는 사내.

  그의 두 눈에는 생기가 보이지 않았고, 반쯤 넋이 나간것처럼 입에선 침을 조금씩 흘려대고 있었다.

 "왕님! 이미 대회는 시작되었습니다! 벌써 후반부에 접어들고 있으니, 더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급히 그 사내를 왕이라 부르며 다가오는 하얀색의 치렁치렁한 옷을 휘날리는 신하들이 그의 곁에 다가왔다.

 "치워라. 치워. 난 대회를 시작해야해. 그러니, 치워라."

  여전히 대회를 시작해야 한다는 말만 반복하며, 그의 팔을 붙잡은 신하들을 거칠게 쳐냈다.

  그 힘이 어찌나 막강한지, 신하들은 힘없이 사방으로 쓰러져내렸다.

  왕이라 불린 사내가 지나가는 자리는, 하나같이 하얀색 옷들이 휘날리며 바닥을 장식해나가고 있었다.

 "요즘도 저러시는 군. 확실히 미친 게 분명해."

  왕이 지나가는 길에 주변, 기둥 모퉁이에 서있는 신하 한 명이 안타까운 시선으로 왕을 바라보고 있었다.

  다른 이들은 그저 하얀색의 원색으로 된 옷을 입었지만, 그는 목 언저리에 보랏빛의 자수들이 수놓아져 있는 특별한 옷을 입고 있었다.

 "확실히 적혀있던 내용 그대로입니다. 이변은 일어나지 않았군요."

  그런 그의 그림자 속에서 나타난 검은 옷을 입은 인간이 그를 향해 고개를 바짝 숙여내고 있었다.

 "대회를 시작하기 직전에 충동에 사로잡혀, 대회를 시작한 이후론 대회에만 집착하며 미친다고 한다라.. 솔직히 처음엔 믿기 힘겨웠네만. 1달 동안 지켜보니, 이젠 믿을 수밖에 없구만."

 "다행히도, 변수란 존재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천 년이 차지 않은 시점에서 대회를 열어낼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뭐, 결과적으론 원하는 결과가 되었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 차례대로 진행하겠다고 전해드리게."

 "본부대로."

  아무런 소리도 흔적도 없이, 자연스럽게 그림자에 녹아들며 검은 옷의 인간은 완벽히 자취를 감춰냈다.

 "좋아. 그럼 나도 다음을 준비하러 가볼까."

  왕이 완벽히 지나간 뒤, 기둥 뒤에 있던 신하는 왕이 걸었던 길의 반대 방향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왕을 붙들며 떨어져 나갔던 신하들이 그를 보며 급히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무강하십니까, 지장관님."

  왕을 진정시키기 위해 나왔던 모든 신하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이는 모습은 실로 장관이었다.

 "편히들 있게. 가서 왕님을 도와야 하지 않겠나? 굳이 내게 힘빼지 말고 가서 왕님을 진정시키는데에 힘을 쓰게."

  매우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그들을 치하하며 지나가는 이.

  보랏빛의 자수들을 목 언저리에 수놓은 것을 증표로 삼는 장관 중 하나 지장관이라 불리는 자였다.

  천계의 계급구조는 실로 간단했다.

  제일 위의 왕.

  그의 최측근인 장관.

  장관보다 한 수 아래인 부관.

  그리고 평범한 신하들.

  왕은 황금색 옷을, 장관은 보랏빛 자수를, 부관은 파란 띠를, 신하들은 그저 평범한 하얀색 옷을 입었다.

  계급이 정해져있기는 해도, 신하중에서도 왕을 독대할 수 있는 신임 두터운 신하가 있을 정도니, 크게 그 계급에 영향을 받지는 않았다.

  물론, 그럴 수 있던 이유는, 지금의 왕이 무척이나 민주적인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그 전의 왕들이 베타를 다스렸을 때엔, 철저한 계급사회였기에 그런 일이 절대 발생하지 않았었다.

 "예, 지장관님! 그럼 저흰 왕께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그 말을 남기고, 부리나케 그의 앞에서 사라지는 신하들.

  장관은 그들이 전부 지나갈 때까지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다가, 그들이 전부 사라지고 난 뒤에야 곧바로 표정을 뒤바꿨다.

 "쯧쯧.. 예의도 제대로 차릴 줄 모르는 신하들이 대부분이군. 역시 이렇게는 안돼."

  혀를 차며, 뒷짐을 지고 빠르게 그 길을 지나치는 지장관.

  지금의 왕이 아니었다면 지장관은 절대 신하들 앞에서 그런 미소를 짓지 않았을 것이다.

  바로 예의를 들먹이며, 일주일치 고역을 시켰을 터.

 "아무래도 어서 그 분과 만나야겠어."

  괜시리 걸음이 빨라지는 지장관이 순식간에 그곳에서 자취를 완전히 감춰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공지 공지가 많아지면 안되는데.. 2020 / 5 / 12 884 0 -
공지 잠시 2주일만 정비하고 오겠습니다 ㅠ… 2020 / 3 / 8 921 0 -
공지 일주일간의 준비 기간을 더 가지고 돌… 2020 / 1 / 11 968 0 -
144 후기 2020 / 11 / 1 359 0 2398   
143 143화 오리진 (完) 2020 / 11 / 1 343 0 9228   
142 142화 천 년의 대회 (24) 2020 / 10 / 26 326 0 5550   
141 141화 천 년의 대회 (23) 2020 / 10 / 23 320 0 4954   
140 140화 천 년의 대회 (22) 2020 / 10 / 22 324 0 5761   
139 139화 천 년의 대회 (21) 2020 / 10 / 18 335 0 4036   
138 138화 천 년의 대회 (20) 2020 / 10 / 17 319 0 5543   
137 137화 천 년의 대회 (19) 2020 / 10 / 16 303 0 5356   
136 136화 천 년의 대회 (18) 2020 / 10 / 11 327 0 4705   
135 135화 천 년의 대회 (17) 2020 / 10 / 11 321 0 5576   
134 134화 천 년의 대회 (16) 2020 / 10 / 9 297 0 5275   
133 133화 천 년의 대회 (15) 2020 / 10 / 4 342 0 6236   
132 132화 천 년의 대회 (14) 2020 / 10 / 4 316 0 5205   
131 131화 천 년의 대회 (13) 2020 / 10 / 3 337 0 4925   
130 130화 천 년의 대회 (12) 2020 / 9 / 28 324 0 6501   
129 129화 천 년의 대회 (11) 2020 / 9 / 26 311 0 5255   
128 128화 천 년의 대회 (10) 2020 / 9 / 25 321 0 4731   
127 127화 천 년의 대회 (9) 2020 / 9 / 20 323 0 6194   
126 126화 천 년의 대회 (8) 2020 / 9 / 19 308 0 4745   
125 125화 천 년의 대회 (7) 2020 / 9 / 18 327 0 5394   
124 124화 천 년의 대회 (6) 2020 / 9 / 13 334 0 5184   
123 123화 천 년의 대회 (5) 2020 / 9 / 12 309 0 4430   
122 122화 천 년의 대회 (4) 2020 / 9 / 12 313 0 5148   
121 121화 천 년의 대회 (3) 2020 / 9 / 6 326 0 5003   
120 120화 천 년의 대회 (2) 2020 / 9 / 6 299 0 4750   
119 119화 천 년의 대회 (1) 2020 / 9 / 6 317 0 6386   
118 118화 왕과 함께 (3) 2020 / 8 / 30 320 0 4127   
117 117화 왕과 함께 (2) 2020 / 8 / 30 321 0 4839   
116 116화 왕과 함께 (1) 2020 / 8 / 29 313 0 4686   
115 115화 참가자들 (11) 2020 / 8 / 23 310 0 6751   
 1  2  3  4  5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