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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나무 아래에서 명상을 하는 로봇
작가 : 유라
작품등록일 : 2020.8.2

술 취한 박사는 로봇에게 '잘못된 명령코드'를 주입한다. 이로 인해 로봇에는 치명적인 오류가 발생하고, 전쟁 중 탈영을 하고만다.

탈영한 로봇은 여러 행성을 떠돌다 '습지행성'에 불시착한다. 그곳에서 만난 수도승 '발룬다'는 로봇에게 인간의 고통과 감정을 가르치고, 명상을 통해 대상을 미루어 이해하는 법을 익히게 한다.

마침내 깨달음을 얻은 로봇은 자신의 사명을 이루기 위해 궁극적 여정을 시작한다.

한편, 지구 정보국은 탈영한 로봇을 체포하기 위해 요원 '마혜인'을 파견하여 추적하는데…

 
[2부 태양의 권세] 10장 탈출
작성일 : 20-09-04 22:19     조회 : 250     추천 : 0     분량 : 4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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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부분의 에스퍼 능력이 ‘손을 대지 않고 컵을 옮기는 정도’에 머문다는 것은 매우 다행인 일이다.

 

  - 로버트 폴슨(시카고대학교 정신에너지학 교수) -

 

 

 마혜인과 존이 여왕의 손등에 키스를 한 지도 하루가 지났다. 파라오는 그들에게 약속대로 훌륭한 침실을 제공했다. 넓은 침대는 물론, 그 위에는 비단으로 만들고 금실로 수놓은 이불보와 베게 안에는 부드러운 거위털로 채워져 있어 누워 있으면 마치 구름 위에 있는 것 같았다. 시녀들이 방 안의 온도와 습도까지도 정성스럽게 조정했기 때문에 그들은 조금의 불편함도 느낄 새가 없었다. 그러나, 마혜인은 어젯밤 한잠도 이루지 못했다. 낯선 잠자리가 불편했기 때문은 아니었다. 파라오가 말했듯, 죽음까지 99일 남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밤이 새도록 붉게 빛나는 파라오의 눈을 떠올렸다. 눈을 감아도 그 눈이 보였다. 그 눈은 정말이지 끔찍했다. 끝을 알 수 없는 심연과 같은 공포가 그 붉은 눈 속에서 불타오르고 있었다. 그것은 죽음이자 고통이었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소름이 끼치는 그 감각이 하루가 지나도 여전히 생생하게 느껴졌다. 지금도 그 두 눈이 자신을 꿰뚫어 보는 것 같았다.

 

 그녀는 지구에 자신의 위치가 전송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젯밤 그녀는 방에 들어오기 무섭게 팔뚝을 칼로 그어 피부 조직 아래에 숨겨 두었던 우주통신 장치를 꺼냈다. 그러나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통신이 항성계 바깥에는 전혀 닿지 않았다.

 

 우주선도 매한가지일 것이다. 그녀의 우주선에 장착된 위치전송장치는 소형우주통신 장치와 완전히 같은 원리로 작동하는 물건이었다. 즉, 그녀가 이 끔찍하고 괴기스러운 행성에 버려졌다는 것을 아무도 알 수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뿐만 아니었다. 그녀는 통신기에서 여왕의 목소리를 듣기도 했다. 그녀는 그것을 듣고 소스라치게 놀라 통신장치를 집어 던졌다. 그 소리가 진짜 여왕의 목소리였는지, 그저 착각이었는지···. 모든 것이 혼란스러웠다.

 

 ‘에스퍼라는 것들은 전부 하찮은 것들이었는데. 그녀는 대체 무엇이지? 분명 불이 났었어.’

 

 그녀는 두려움에 자신도 모르게 몸이 부르르하고 떨렸다. 이 사막에 끌려온 이후로 도무지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구름처럼 푹신한 침대에 앉아 있었지만, 몸은 돌덩이처럼 무겁고 녹슨 고철처럼 불편하게 느껴졌다. 그녀는 자신의 몸을 더듬어 보았다. 그녀는 스스로가 살아 있는지조차 헷갈렸다. 그녀는 지난 일들을 하나씩 짚어 보았다. 어디에서부터 잘못된 일인가. 아주 사소한 것들부터 커다란 사건들까지, 모든 단추가 잘못 꿰어져 있음을 틀림없었다. 파라오의 기운이 그녀의 방에 가득했다. 그녀는 문득 이곳을 빠져나갈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자 공포감이 빠르게 그녀를 잠식하기 시작했다.

 

 ‘이 로봇을 찾아 이 사지(死地)에 오지 않았어야 했었다. 거칠고 위험한 우주공간을 사전탐방도 없이 헤집고 다니다니, 아무래도 내가 미친 것이지. 아니, 아니. 그 전에, 고작 오류가 난 로봇 따위나 잡겠다고 그 긴 시간 동안이나 습지행성을 뒤진 것도 미쳤지. 도대체 나는 생각이나 있던 것일까? 아니, 아니. 그보다 더 전에, 그 여우 같은 국장의 말만 믿고 로봇사건에 집중한 것도 잘못되었다. 그 등신 같은 국장은 국장직을 오래 해 먹지도 못했지. 그렇게 욕심이 많았으니, 오래 해 먹을 수가 없었지. 그 개자식. 개자식. 개자식! 아니, 애당초 이 미친 직업을 선택한 것도 큰 문제가 있었어. 대체 왜 이딴 일을···. 아니, 이 모든 것은 빌어먹을 하느님께서 나를 싫어하시기 때문이지. 빌어먹을, 빌어먹을.’

 

 그녀는 생각하고 생각했다. 생각을 하는 동안 쥐어뜯은 머리카락들이 방바닥으로 후두둑 떨어졌다.

 

 ‘나는 이 미친 일을 하느냐고 엄마의 장례식도 가지 못했지. 우리 엄마, 고생만 하셨군. 오, 아니. 죽은 엄마가 중요한 것이 아니군. 나의 딸, 유라. 사랑하는 나의 딸, 유라. 유라는 더욱 나의 장례식에 올 수 없겠군. 내 딸, 유라. 유라, 유라.’

 

 마침내 그녀는 저 멀리 지구에 있는 그녀의 딸을 떠올렸다. 그 아이를 생각하자 코끝이 찡하니 매워졌다. 딸 아이를 생각하니, 다른 생각들은 모두 지워지고 그 아이만이 그녀의 사고(思考)의 가운데에 남았다. 아이를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마음이 미어졌다. 회환. 자기연민과 아이에 대한 미안함···. 그녀는 서러워졌다. 아이와의 어색함이 떠올랐다. 그녀가 작전을 마치고 그 아이를 만날 때면, 둘 사이에는 언제나 미묘한 어색함이 흘렀다. 긴 외행성 복무로 아이를 자주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어색함이 모든 부모와 자식 사이에 있는 것은 아니야.’

 

 물론, 그녀는 그 사실을 오랫동안 알지 못했었다. 언젠가 그 아이가 어렸을 적에 그녀에게 말한 적이 있었다. 왜 그리 위험한 일을 하느냐고. 그 아이의 입장에서는, 제 어미가 왜 이토록 위험한 일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녀는 당시에 ‘네가 다 크게 되면 알게 될 거야’라고 말해 주었지만, 사실 그녀 그 스스로도 이유를 알지 못했다. 물론 그녀가 젊었을 때, 이 일을 시작할 때, 그래도 그녀는 분명 무언가 대의(大義)를 갖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였을까, 그녀는 그 아득한 대의가 조금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몇 번이나 그것을 떠올리려고 했지만, 그것은 도통 조금도 떠오르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게 그녀가 과거를 되짚으며 홀로 고통에 마비되던 중, 그녀는 문득 하나의 생각에 이르렀다. 그 생각은 매우 우연찮게 전깃불이 지나가듯 떠오른 생각에 불과했다.

 

 “로봇은 왜 여기에 왔지?”

 

 그녀는 공간차원을 추적하여 로봇의 행선지를 찾아내어 이곳까지 올 수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로봇이 왜 이 정신 나간 항성계로 와야만 했는지 알지 못했다. 그 당시 그녀는 로봇을 잡아야 한다는 사실 자체에 집중했을 뿐, 로봇이 왜 이곳에 왔는지에 대해서 고려할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누군가에게 뒤통수를 맞은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섬뜩함에 그녀의 팔에 있는 솜털들이 일제히 곤두섰다. 그녀는 무언가 속에서부터 끓어오르는 듯한 분노를 느꼈다. 그녀는 그 즉시 로봇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로봇의 방문을 박차고 들어가 명상 중인 로봇에게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

 

 “이 미친 것, 왜 이 미친 행성에 왔지? 왜 이곳에 나를 끌어들였지? 너는 어떻게 여기에 여왕과 같은 에스퍼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지? 이 빌어먹을 로봇. 로봇, 네가 여기 온 이유는 무엇이냐. 왜 이 사지에 나를 끌어들였냐!”

 

 존은 씩씩대며 고함을 지르는 그녀를 안쓰럽게 바라보며 그녀에게 대답했다.

 

 “나의 친구, 혜인. 그것은 오해일 뿐입니다. 저는 단언컨대 당신을 만나게 될 것을 조금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부디 용서하십시오.”

 

 용서를 구하는 그의 음성과 눈동자는 소름이 끼칠 정도로 인간과도 같았는데, 그 인간다움이 그녀를 더 분노했다. 그녀는 존에게 다가가 멱살을 잡아챘다.

 

 “나는 네 친구가 아니다. 넌 로봇일 뿐이야. 친구니 뭐니, 사람행세 좀 그만해, 이 짜증나는 고철덩어리···.”

 

 그녀는 로봇의 렌즈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번민과 증오, 두려움으로 가득한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 존은 대조적이었다. 그는 조금도 흔들림이 없는 나무처럼 곧게 서서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살짝 내리깐 그의 눈은 마치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 자신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녀는 혼란스러웠다.

 

 ‘도대체 이 로봇은 무엇이야, 도대체. 이런 미친 로봇을 어떻게 만든 것이야. 왜 이 로봇은 이렇게 사람처럼 보인단 말인가. 왜 이 로봇이 자꾸 거대하게 느껴지냐는 말이야.’

 

 그녀는 로봇의 멱살을 삼고 한참을 씩씩대다가 고성을 질렀다. 그녀의 속에 있던 두려움과 혼란, 분노와 회환과 같은 복합적인 감정들이 존을 향해 봇물이 터지듯 치민 것이었다.

 

 “으아악! 이 미친 로봇! 빌어먹을 것!”

 

 그녀는 괴성을 지르며 손바닥으로 존의 얼굴을 후려갈기기 시작했다.

 

 “빡-! 빡-!”

 

 존은 아무런 미동 없이 그녀의 주먹 세례를 얼굴로 받다가, 덥석 그를 때리려는 손을 잡아 막아 냈다. 그녀는 순간적인 존의 반응에 놀라 그의 손을 뿌리치고 뒷걸음질쳤다. 전사로서의 감각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녀의 손에 글씨가 쓰인 천조작이 붙어 있음을 발견했다. 존은 여전히 모든 것을 안다는 듯이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마혜인은 성이 채 풀리지 않아 씩씩거리며 자신의 손에 놓은 천조각과 존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리고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손에 놓은 천조각에 쓰인 글씨를 읽었다.

 

 '여왕이 모든 것을 듣고 있습니다. 제가 모든 것을 설명드릴 테니, 뒷장에 표시된 곳으로 오늘 정오에 오십시오.'

 

 천의 뒷장에는 궁전의 약도와 함께 X자로 장소가 표시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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