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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공포물
당신은 얼마나 많은 치킨을 먹어왔나
작가 : 아이윙
작품등록일 : 2020.8.29

월, 수, 금 연재. 주말 자유 연재
치킨에 관련된 미스테리를 파해치는 주인공이 광기에 빠져가는 모습을 서술한
코스믹 호러 장르의 제 첫 소설 입니다.
익숙한 소재에서 느껴지는 기이함과 괴이함, 점차 미쳐가는 주인공의 내면을 묘사 했습니다.
제 첫 작품 입니다. 모쪼록 즐겨 주십시오.

아 19금 까지는 아니라도 장르 특성상 약간의 무서운 부분은 등장합니다. 최대한 깔끔하게 서술 했으니,
무시무시한 장면도 포함해서 즐겨 주세요!!

 
Ⅴ 잊혀진 광기와의 조우
작성일 : 20-09-04 21:32     조회 : 288     추천 : 0     분량 : 4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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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Ⅴ

  당신은 사는 게 즐거운가? 희망찬 미래를 꿈꾸는 게 가능한 사람인가? 치킨집에서 버리다시피 한 고깃덩어리를 꾸역꾸역 주워 올라와 세상에서 박탈된 자그마한 골방 그림자 속에서 숨죽인 채 이미 차디차게 식어버린 기름진 살점에 그보다 훨씬 더 싸늘하고 메마른 미래를 발라서 차곡차곡 씹는 것이 유일한 삶의 낙인 사람이, 버려지고 썩어가는 짐승의 역겨운 육신이 생의 끝자락을 향해 죽어가는 몸뚱아리 속으로 파고들어 켜켜이 지방이 들어찬 육괴 사이사이로 파고들며 축적되는 최후의 향락마저 언제 빼앗길지 몰라 두려워 매일 밤 불안에 빠져 전전긍긍하는 이 내가, 어떻게 내일에 대한 꿈과 희망을 품을 수 있겠는가! 멀쩡한 당신네와는 다르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짓거리는 보잘것없는 과거를 반추하며 그 무엇도 품지 못한 텅 빈 오늘 하루를 자조와 절망으로 물들이며 조각조각 허비해 버리는 것뿐이다. 죽어있는 것과 다름없는 곰팡내 나는 내 육신이 더 비참한 기분을 만끽하도록 가을 하늘은 나를 향해서만 일부러 더 푸르르다. 하릴없이 높은 하늘을 뒤로 한 채 언제나처럼 굶주린 기름 냄새와 추악한 광기가 가득 찬 치킨집으로 끌려 들어가 멍하니 닭 쪼가리 튀김기에 밀어 넣는 일상에 점차 가라앉았다.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삼삼오오 가게로 몰려 들어온 손님들은 파란 가을 하늘빛을 닮은 일상을 말갛게 이야기하는 것에 여념이 없다. 치킨이 튀겨지고 손님상으로 서빙되자, 사사로이 나누던 정다운 눈빛과 친애의 속삭임은 고혹적인 치킨의 향취에 파묻혀 가라앉고 이윽고 사람들은 아귀 같은 굶주림을 사방으로 표출하기 시작한다. 손가락을 바투 세워 튀김 부스러기 하나 놓치지 않고 우악스럽게 붙잡아서 쫘악 벌린 아가리에 통째로 기름진 살코기를 처박는 손님들을 바라보며, 나는 왜 사람들과 평범하게 만나 시답잖은 약속을 잡고 함께 치킨을 나눠 먹는 현실 속의 삶을 살지 못할까 그 원인을 찾아내려는 생산적인 생각을 떠올리는 데 실패하고 그저 굶주림에 휘둘어 날뛰는 혓바닥을 잠재우려 애쓰며 쓰잘데기 없는 어릴적 추억을 향한 공상에 빠져들었다. 나는 대체 언제부터 치킨을 먹어 온 거지?

 

  보통 어린 시절 기억은 잘 나지 않는다고들 하지만, 내 경우에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10살 이전의 기억은 단 하나도 떠오르지 않는다. 엉망진창으로 널브러져 있는 기억의 파편들 속에서 옛날의 추억을 찾아내려 하면 할수록 머릿속 구석구석이 요동치며 발광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 괴악한 현기증에 시달렸다. 기묘한 것은 평범한 인간이라면 기억해낼 리 없는 태어난 직후 신생아 시절의 기억, 어머니의 구불텅하고 뜨뜻미지근하게 축축한 다리 사이에서 꾸득꾸득 기어 나와 눈이 아프도록 새하얀 포대기에 싸여 젊은 부모님의 품 안에 틀어박혀 방실방실 웃는 어린 아기인 내 모습이 갓 인화한 폴라로이드 사진을 눈꺼풀에 끼워 박은 것처럼 선명하게 내 뇌리 삽입되어 있다가 발작적으로 튀어나오며 생생히 재생된다. 희뿌연 물웅덩이에 가라앉아 있는 듯한 그 외의 모든 어린 시절의 기억은 희미하게 짓찧어져 머리통에서 가루가 되어 흩날릴 뿐 붙잡을 수 없다. 가까스로 주워 모아 억지로 짜 맞추는 데 성공한 기억은 초등학교 받아쓰기 백 점 받은 기념으로 치킨을 먹게 된 날의 추억. 기억 속 뿌옇게 남아있는 젊은 부모님의 얼굴은 돌아가시기 얼마 전의 퀭하고 초점 없는 망가진 눈동자와는 달리, 따스한 애정이 담뿍 묻어난 눈길을 내게 비추고 있었다. 바로 저, 카운터 뒤편 두 번째 자리, 지금 나와 눈을 마주친 열 살 남짓 꼬마가 가족과 함께 앉아있는 바로 그 자리에 어린 나와 우리 가족이 앉아있었다. 무의식중에 튀기고 있던 치킨이 내 손을 떠나 따끈따끈한 육즙을 흘리며 꼬마와 가족에게 서빙된다. 동시에 어린 시절의 나와 부모님 역시 갓 튀겨진 따스한 치킨을 과거의 위상 속에서도 똑같이 받아들인다. 종업원의 손에서 건네지는 치킨, 새하얀 접시와 겹치는 손가락. 점차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시야가 어지러이 뒤섞인다. 지금 살아 숨 쉬며 시간이 뒤엉킨 화면을 재생하는 주체가 현재의 나인지 과거의 잔영인지 구분할 수가 없다. 닭 다리를 집어 들며 행복한 미소를 짓는 꼬마의 얼굴과 그보다 더 활짝 웃음 짓는 과거의 내 얼굴이 이윽고 완전히 오버랩된다. 바삭한 소리가 감미롭게 터져 나오는 튀김옷의 감촉과 보드랍게 찢어지는 새하얀 살점의 풍부함이 어린 소년의 입속에서 춤을 춘다. 입안을 맴도는 고소한 살덩어리의 여운, 축축하게 흘러넘치는 지방의 육질. 지금 이 자리의 꼬마가 집어삼키는, 동시에 어린 시절의 내가 치킨을 씹어대는 생생한 감각이 있을 수 없는 시공간의 격리를 넘어 이 자리에 못 박힌 듯 서서 치킨을 튀기는 내 입속으로 흘러들어온다. 치킨이 목구멍에 쑤셔 박히는 듯한 감촉에 주체할 수 없이 굶주린 혓바닥이 있을 리 없는 치킨을 찾아 공허하게 입속에서 꿈틀거리며 허무하게 입맛을 다신다.

 

  치킨을 한입 베어 물자마자 부모님이 내게 비추던 예의 그 애정 어린 눈빛이 급작스럽게 망자의 흐리멍덩한 눈깔로 변모해간다. 퇴행한 폭력적인 야만성과 먹이를 갈구할 뿐인 짐승의 굶주림이 미처 주름살이 끼지 않은 젊은 양손에 깃들어간다. 제발…. 그 빌어먹을 치킨 쪼가리를 그만 좀 집어 먹으라고 있는 힘껏 고함쳐 보지만 과거의 부모님을 멈춰 세울 방법은 요원하다. 자포자기한 채 멍하니 바라보는 나를 두고 양껏 치킨을 볼따구에 욱여넣은 아버지는 이윽고 만족한 표정을 지은 채 아직도 공허한 식탐을 빛내는 어린 나에게 광기 어린 헛소리를 쏟아낸다. 반쯤 풀어진 입꼬리와 굶주린 광기가 들어찬 눈빛을 형형하게 빛내는 젊은 아버지에게서 소름 끼치는 이질감을 느낀다. ‘아가, 치킨은 참으로 위대한 음식이란다. 생각해 보면 닭으로 만들 수 있는 음식은 참으로 다양하지 않단! 삼계탕 닭볶음탕 백숙 라조기 뭐 손으로 차마 꼽을 수 없을 정도구나. 그런데 말이다 아가, 이 음식들 중에서 치킨만큼 온 국민의 사랑을 독차지한 음식이 있더냐? 그 어떤 산해진미도 치킨의 아성 앞에서 무의미한 음식 찌끄레기에 불과할 뿐이 아니더냐? 식사로 소비되는 요리를 떠나서라도 길거리에서 죽이는 냄새를 피우는 닭꼬치를 간식으로 씹어 보아도 끝모르는 허전함을 달랠 순 없더구나. 심지어 치킨이랑 매우 유사한 닭강정을 배가 미어터지도록 목구멍에 처박아도 속에서 들끓는 허전함을 채울 순 없었다! 그래, 이 단순하게 닭 쪼가리에 밀가루 덩어리 범벅 해서 튀겨낼 뿐인 덩어리가 이리도 온 국민의 열정을 빨아들이는 건 기적이 아니고선 무엇이냐? 저기 저 이국에 형용할 수 없을 만치 화려한 음식으로 유명한 불란서 코쟁이 놈들도, 세계에서 가장 잘 나간다고 떵떵거리는 미국 흰둥이들도, 드넓은 땅덩어리와 유구한 고대 역사를 자랑하는 되놈들도 이 나라에서만큼 맛있고 황홀한 치킨을 개발하고 발전시키지는 못했다는 사실이 놀랍지 않더냐? 이렇게 간단한 음식을 세계 그 누구도 만들고 사랑하지 못하는 이 형국은 일부러 누군가가 조작하지 않는 이상은 불가능해. 그래! 이 대한민국 땅덩어리에만 기적과도 같이 치킨이라는 음식이 하사된 게다. 이는 필시 놀라운 하늘의 축복이거나….’ ‘혹은 형언할 수 없는, 인간의 인지를 뛰어넘은 비밀이 깔려있는 게야!’ 어머니가 긴 목을 잡아 뽑혀버리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쭈욱 빼내며 불쑥 대화에 끼어들었따. ‘어디 빌어먹을 자식들이 치킨에 신종 마약이라도 탄 게 분명해! 그렇지 않고서야 요 내가, 우리나라 인간 놈들 모두가 이다지도 치킨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설명할 순 없어!’ 하고 내뱉고는 시뻘겋게 충혈된 눈깔을 빛내면 키들거리는 것이었다. 한 차례 터질듯한 웃음을 내뱉고는 아버지는 내 머리채를 붙잡고 억지로 비틀이며 주위를 둘러보게 만들었다. ‘보아라 아가! 저 짐승들의 추태를! 추잡하게 치킨 쪼가리를 입에 처넣을 뿐인 자칭 만물의 영장 녀석들의 꼬락서니를 보라지. 분명히 이 치킨 속에는 말이다.’ 말하는 도중 굶주림이 도졌는지 허기가 감도는 손가락으로 추하게 널브러진 닭 쪼가리를 집어 들어 달랑달랑 흔들며 말을 이었다. ‘인간의 나약한 정신 따위로는 범접할 수 없는 무언가가 존재하는 게 틀림없다.’ 잠시 눈을 마주치며 침묵하는 부모님. 천천히 고개를 치킨을 튀기는 주방 쪽으로, 현재의 내가 멍하니 서 있는 곳을 향해 돌린다. ‘명심하려무나 아가.’ 순간 과거의 부모님과 눈을 마주친 듯한 착각, 곧이어 확신이 들었다. ‘이 치킨을 먹은 우리도, 너도, 그래 거기 서 있는 네 녀석도!’ 기름이 번들거리는 손가락 끝으로 지금 이 자리의 나를 가리키며 미친 듯이 악을 썼다. ‘짐승과 다를 바 없음을.’ 그 와중에 굶주림을 견디지 못하고 필사적으로 치킨을 밀어 넣는 과거의 내 모습은 그저 한 마리 어린 짐승이었다. 못 박힌 듯 서서 한참 동안 부모님의 광소를 듣다 치킨이 기름에 타는 냄새에 퍼뜩 정신을 차리고 보니, 과거의 우리 가족의 잔영은 온데간데없고 단란한 꼬마 아이와 가족들만이 한가로이 치킨을 맛보고 있을 뿐이었다. 평화롭게 치킨을 맛보고 안락한 시간을 즐기는 가족들이 점차 야만스러운 광기에 붙잡혀 가는 꼴을 지켜보니 미친 듯이 구역질이 올라온다. 당신들도 곧, 짐승이 되리라.

 
작가의 말
 

 과거회상... 성공적...

 사실 사장의 정체는 치킨에 마약을 타는 마피아 였답니다 쨔-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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