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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붉은 대문
작가 : 웨인킹
작품등록일 : 2020.8.31

뒤늦게 꿈틀거리는 살인충동을 발견한 남자와 남모를 비밀을 간직한 여자가 만난다.
그들에게 불어닥치는 고통의 소용돌이. 그 끝을 알수없는 불행의 고리를 어떻게 끊을 것인가?
상황을 바꾸어보려는 정민의 노력앞에 끔찍한 일이 기다리고 있는데....

 
2화. 악몽
작성일 : 20-09-04 19:46     조회 : 326     추천 : 1     분량 : 50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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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7월의 햇살이 뜨겁게 내리쬐고 있었다.

 정민은 가족들과 함께 해룡산 중턱의 계곡을 찾았다.

 

  오래간만에 아빠와 새엄마도 사이가 좋아 보인다. 새엄마는 차려온 과일과 음식을 꺼내고 캔맥주도 몇 개 꺼내 놓으며 말했다.

 “오늘은 정민이도 맥주 한잔해야지” 하며 슬쩍 아빠 얼굴을 살핀다.

 “그럼, 그럼, 오늘 같은 날 같이 한잔해야지”, 웬일로 아빠의 기분 좋은 대답이었다.

 

  새엄마는 동생 정혜의 잔에는 사이다를 따랐다. 기분이 좋아 보이는 아빠는 갑작스레 건배 제의를 했다. “자 우리 가족 간만에 건배 한번 합시다, 행복한 우리 가족을 위하여!, 위하여”.

 

  소리가 컸던지 건너편에 자리 잡은 가족으로 보이는 일행들도 웃으면서 정민이네 가족을 쳐다봤다.

 

  시원한 맥주를 단숨에 들이켠 정민은 아빠와 엄마, 정혜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이 얼마나 오랜만인가. 새엄마와 처음 만나, 가족이 되었던 그때 이후로 처음인 것 같았다. 정민은 기분이 좋아졌다.

 

  상류와 하류에도 삼삼오오, 짝을 지은 가족들이 물장구를 치거나, 음식을 먹으면서 휴식을 즐기고 있었다.

 

  정민은 계곡물에 발을 담갔다. 얼음장처럼 시원한 물이 가슴속까지 상쾌하게 해주는 것 같았다. 오리 튜브를 쥔 동생 정혜도 처음에는 물이 차서 주저하더니, 이내 튜브에 몸을 넣고 가슴팍까지 오는 곳에 몸을 띄웠다.

 

  “오빠도 들어와 봐. 이제 별로 안 차갑다.”

 정혜가 정민을 바라보며 말했다. 정민이 배치기를 하며 떨어지자, 정혜의 얼굴에 물보라가 튀긴다. 그늘 밑에서 바라보던 아빠와 새엄마가 손을 흔들어 보이며 웃는다.

 

  뿔이 난 정혜가 정민에게 물장구를 튀기자, 정민은 정혜를 놀려줄 생각으로 자맥질을 하며 물 바닥까지 잠수해 들어갔다. 동생의 다리를 잡고 놀라게 할 심산이었다.

 

  물속에 뿌옇게 정혜의 다리가 보였다.

 정혜의 다리를 잡으려는 순간이었다.

 갑자기 온몸에 기운이 빠지면서 앞으로 헤엄쳐 나갈 수가 없었다. 뒤를 돌아보니, 무엇인가 검은 형체의 것이 정민의 발목을 잡고 끌어당기고 있다.

 

  정민의 가슴이 쿵쾅쿵쾅 뛰기 시작했다.

 

  검은 형체는, 정민의 다리부터 허리춤까지 끌어 잡더니, 계속해서 바닥으로 끌어당겼다.

 더는 숨을 쉬기 힘들었다. 정민은 계속 손발을 휘저으며, 도움을 요청했지만, 아무도 정민을 보지 못한다. 죽을힘을 다해, 물 위로 얼굴을 내밀어 도와달라고 하려 했지만, 아무 말도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정민이 다시 물속으로 끌려 들어가자, 수면 위로 가족들의 모습이 어른거렸다. 아빠, 새엄마 그리고 정혜의 얼굴이 물속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정민의 눈에 들어왔다.

 그들은 수면 아래, 필사적으로 도움을 청하는 정민을 빤히 바라만 보고 있었다.

 

  모두가 웃는 얼굴로…….

 그들은 묘한 표정으로 웃으면서 정민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그가 어서 죽기를 기다리기라도 하는 것처럼.

 

 “으악”

 

  정민은 깜짝 놀라며, 침대 상판에 머리를 부딪히며 잠에서 깼다. 온몸에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기분 나쁜 꿈이었다. 시계를 보니 새벽 다섯 시 반이다. 다시 누운 정민은 한동안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친구들과의 약속 시각을 기다리며 방에서 뒹굴뒹굴하고 있던 정민은 휴대폰 시계를 보았다. 오후 3시 50분이다. 이제는 슬슬 나가볼 시간이다. 오늘은 정민의 오랜 친구인 성규의 생일이라 친구들을 오랜만에 보기로 한 날이다. 2월, 설에 보고 처음 보는 셈이다.

 

  방문을 열고 나와 보니 정혜가 TV를 보고 있었다. 아빠도 집에 없는 듯했다. 이제 11살인 정혜는 새엄마의 딸이다. 가족이 된 처음 한두 달은 서먹서먹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정혜는 정민에게 어리광도 피우며 편하게 다가왔다. 늘 혼자였던 정민도 어린 동생이 생긴 것이 싫지 않았다.

 

  “엄마는 어디 가셨고?”. 정민이 물었다.

 “응, 장 보고 온다고 나가셨어. 이제 거의 올 때 됬을걸?.” 정혜가 고개를 돌려 오빠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나 오랜만에 친구 생일이라 읍내 나갔다 온다고 말해줘. 알았지?” 정민이 말하자 순간 정혜의 얼굴에 오빠의 외출이 맘에 안 드는 듯한 표정이 비쳤으나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토요일 저녁의 읍내거리는 왁자지껄했다.

 여름 휴가철에 날씨도 쾌청하니 시장으로 이어지는 상가 거리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정민은 약속 시각보다 삼십 분이나 먼저 나왔다. 너무 빨리 나왔다고 생각한 정민은 편의점에 들렀다. 에어컨의 시원한 바람이 등줄기의 땀을 식혀주는 듯했다. 얼음 컵에 커피를 담은 정민은 마침 편의점 구석에 비어있던 의자에 앉았다. 시원한 냉커피를 들이켜니 정신이 또렷해지는 것 같았다.

 

  권정민. 그는 올해 21살이지만 아직 고등학교 3학년이다. 정민이 중학생이었던 6년 전, 엄마와 아빠의 이혼 과정에서 정민이 휴학을 하게 되면서 2년이나 꿇었기 때문이다.

 

  엄마 아빠의 이혼 후 정민은 처음에는 엄마와 함께 살 게 되었다. 엄마는 중학생이었던 정민을 데리고 본가가 있던 제주도로 갔다.

 

  어려서부터 복스러운 얼굴에 인상이 좋았던 딸의 모습을 기억하는 외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잦은 남편의 폭력으로 푸른 멍 자국이 가시지 않아 시커멓게 변해버린 딸의 얼굴을 부둥켜 안고 한참을 울었다.

 

  얼마 안되는 위자료와 외할아버지의 도움으로 엄마는 작은 식당을 하나 낼 수 있었다.

 음식솜씨가 좋았던 엄마는 큰 돈벌이는 아니어도 그럭저럭 두 식구 먹고 살 만큼 식당을 운영할 수 있었다. 그때가 정민에게는 가장 행복한 시절이었다.

 

  무엇보다도 그 인간의 고함소리와 무자비한 폭력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었으니까.

 

 딱 1년, 하지만 그 행복은 딱 1년뿐이었다.

 

  그 날따라 식당일을 늦게 마친 엄마가 손수레에 짐을 싣고 귀가하다 뺑소니에 치였다. 엄마는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심지어는 뺑소니 운전자를 찾지도 못했다.

 

  엄마의 장례식장.

 정민은 하얗게 분칠 되어 있는 엄마의 얼굴을 한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인제 그만 보내드리자는 할아버지의 말에 정민은 겨우 엄마를 보낼 수 있었다.

 

  사고가 나기 며칠 전 정민은 엄마 식당에 가서 저녁을 먹었다.

 “나는 엄마가 해준 밥이 제일 맛있어요”

 “엄마도 밥 잘 먹는 우리 정민이가 제일 좋아요!”

 엄마의 화답에 정민은 신이 난 듯 덧붙였다.

 “엄마 내가 커서 꼭 효도할 거에요. 꼭 돈 많이 벌어서 엄마가 힘든 일 안 하게 할 거예요. 약속해요. 엄마!”

 중학생 더벅머리 아들의 의젓한 약속에 엄마의 눈시울이 촉촉해졌다.

 

  너무 망연자실했던 정민은 눈물도 나지 않았다. 그 시절 정민에겐 오직 엄마뿐이었다.

 정민은 몇 날 며칠을 아무것도 먹을 수가 없었다.

 

  딸을 잃은 설움에 시름시름 앓던 외할머니도 병들어 입원하시게 되자, 거동도 편치 않으신 외할아버지가 홀로 손주를 돌볼 수가 없었다.

 

  다시 아빠가 있던 강원도로 돌아가던 그 날의 참담했던 기분을 정민은 잊을 수가 없다.

 마치 도축장으로 끌려가는 소의 눈에 흐르는 눈물처럼 그의 눈에도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편의점 유리창을 두들기는 소리에 고개를 들어보니 반가운 얼굴들이 창밖에서 장난을 치고 있었다. 정민은 컵에 남은 큰 얼음덩어리를 한입에 털어 넣고는 편의점을 나갔다.

 

 

  여자는 장바구니를 내려놓고 현관 도어락 키패드를 눌렀다. 문이 열리자 정혜가 이미 현관께로 나와 있었다. 정혜는 엄마의 눈치를 살피며 물었다. “다녀오셨어요”. 여자는 아이의 얼굴을 쳐다도 안 보고 물었다. “아빠는?” “아빠는 아직 안 들어오셨고 오빠는 친구들 만난다고 읍내 나갔어요.”

 

  여자는 대답도 없이 장바구니를 들고 주방으로 갔다. 오전과는 달리 갑자기 싸늘해진 엄마의 모습에 정혜는 겁먹은 얼굴을 한 채로 방으로 들어가려 했다. 그때 여자가 소리쳤다. “넌 엄마가 장을 봐 왔으면 도와줄 생각을 안 하냐?” “네 엄마 뭐 도와 드릴까요?”. 정혜는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모녀는 카레라이스로 단출한 저녁 식사를 마쳤다. 식사 시간 내내 허공을 응시하는 듯한 표정으로 한마디도 안 하고 밥을 먹는 엄마의 모습은 어린 정혜에게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기이한 광경이었다.

 

  그 열병 이후로, 엄마는 이전의 정혜를 끔찍하게 사랑해 주던 엄마가 아니었다.

 괜찮다가도 가끔 저렇게 이상해지는 엄마를 정혜는 이해할 수 없었다.

 

  엄마는 집안에 다른 사람이 없을 때 이상해지곤 했다. 그래서 정혜는 오빠가 집에 없으면 불안해졌다.

 

 갑자기 정혜를 바라보며 엄마가 말했다.

 “다 먹었으면 빨리 설거지해야지?”

 “네 엄마 제가 할게요.” 정혜는 대답과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나 식기들을 챙겼다.

 정혜가 설거지를 하는 동안 식탁에 앉아 허공을 응시하는 듯한 그 표정으로 앉아있는 모습이 마치 정혜 자신을 쏘아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뒤통수가 타들어 가듯이 뜨거운 기분이 들었다.

 

  설거지가 거의 끝나갈 때 여자는 갑자기 부리나케 정혜의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잠시 후 방에서 나온 여자는 정혜를 바라보며 소리를 질렀다.

 

  “너 엄마가 언제부터 네 방에 서랍 정리해 놓으라고 했는데 아직도 그대로네, 그리고 방 꼴이 이게 뭐야 도대체.”

 

 “지금 할게요.” 설거지를 막 마친 정혜가 겁에 질린 채 말했다.

 

 “엄마가 약속 안 지키면 어떻게 한다고 했지?.”

 

  다그치는 엄마에게 아무런 대꾸도 못 한 채, 정혜는 얼어붙은 듯이 서 있었다. 분노로 얼굴이 일그러진 여자는 안방으로 달려가더니 대뜸 회초리를 들고나왔다.

 

 “빨리 이리 안 와?” 여자의 외침에 놀란 정혜가 몸을 움직였다.

 

 “팔 걷어!” 여자는 단호하게 말했다.

 

 정혜는 마치 기계처럼 양팔 소매를 걷어 올렸다. 이전에도 여러 번 해 본 듯이.

 

 “찰싹”, 허공을 가르는 회초리가 정혜의 팔등을 때렸다. 열 한 살 된 여자아이는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이를 악물었다.

 

  새벽 3시.

 여자의 방문이 스르르 열렸다.

 짧은 반바지에 나시티를 입은 여자는 소리를 내지 않으면서 거실로 나왔다.

 

  불 꺼진 거실 중앙에 서 있는 여자의 모습은 어딘지 부자연스럽게 보였다. 여자는 정혜의 방 쪽으로 가더니 살며시 정혜의 방문을 열었다.

 

  아이는 세상모르고 자고 있었다.

 여자는 아이의 팔을 잡고 소매를 걷어 올렸다.

 회초리 자국과 피멍으로 얼룩진 정혜의 팔등이 드러났다. 여자의 눈에 눈물이 흘렀다. 여자는 손에 쥐고 있던 연고를 꺼내 정혜의 팔등에 바르기 시작했다.

 

  자신을 만지는 손길에 잠이 깬 정혜는 눈을 떴다. 엄마가 와 있는 것을 직감한 정혜는 다시 두 눈을 감고 자는 척을 했다. 엄마의 이상한 행동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정혜는 엄마의 이런 기이한 행동에 공포가 밀려오는 것을 느꼈다.

 

  정혜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렇게 하면 두근거리는 자신의 심장 박동이 잠잠해지리라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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