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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이' 곳에 행복 한가득
작가 : 레마
작품등록일 : 2020.8.16

의문도 모른채 이세계로 온 주인공.
원치도 않던 이세계로 온 주제에 옷 한 벌 없이 갑자기 서바이벌이 시작되는데....

안녕하세요. 레마입니다.
이번에 첫작품으로 '이세계'에 관한 이야기를 쓰게 되었습니다.
딱히 투고가 처음은 아니지만, 제대로 플롯과 설정을 짜고서 쓰는 작품으로서는 첫작품이에요^^;
제 소설이 대체적으로 설정과 임팩트보다는 등장인물간의 갈등, 해결을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이번에 배경을 이세계로 잡았을 뿐,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이세계물과는 상당히 다를 거에요. 조금 스포하자면 주인공은 무능하니까요. ㅎㅎ
게다가 이 작품은 제가 동경하는 '동심'과 '평화'를 중점으로 분위기를 표현했습니다.
흔히 말하는 '치유물'이 그 의미 그대로 적용된 작품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낚시아님)
그냥 항상 웃으면서 볼 수있는 치유되는 작품이라 생각하시고, 편안하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02 - 치유의 마녀 -5
작성일 : 20-09-04 16:34     조회 : 251     추천 : 0     분량 : 8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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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날이 되어, 이 세계에서 맞이하는 두 번째 아침이 밝았다.

  뭔가 많이 건너뛰었다고 생각한다면...맞다.

  레아와 진솔한 대화를 한 후, 둘 다 얼굴이 새빨개져 제대로 된 대화 한번 못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나를 위해 자신이 사용하던 침대를 넘겨줄 정도로 레아는 날 위해 무언가를 하려고 했지만, 모두 거절했다.

  하지만 의미는 전했다.

  친구 사이에 도움이 필요하면 말하겠다고 말이다.

  그래서 결국, 나는 혼자서 꽃밭에 모포를 덮고 누웠다.

  라임이와 작은 늑대 이 배신자들은 레아와 같은 이불에서 잔 모양이다.

  아침이 돼도 밖에 나오지 않아, 레아를 부르려 방까지 들어갔는데 아직 자고 있었다.

  근데, 저걸 자고 있다고 해야 되나.

  이미 라임이와 작은 늑대가 깨어 있었는데, 주로 라임이가 끙끙대며 레아를 일으키고 있었다.

  “아침이야! 일어나!”

  “...에~.”

  고개가 이리저리 흔들린다.

  설마, 그렇게나 부지런해 보이던 레아가 아침에 취약했다니.

  오늘 아침, 아직 레아의 눈동자를 보지 못했다.

  침대에 걸터앉은 것까지는 좋은데, 라임이가 잡고 있지 않으면 그대로 뒤로 넘어갈 것만 같았다.

  “오늘 같이 놀기로 했잖아.”

  흔들거리던 레아의 머리가 드디어 멈춘다.

  천천히 고개를 돌려 나를 향해 눈을 뜬다.

  비록 반밖에 열리지 않은 눈꺼풀이었지만, 점점 깨어나고 있다고 봐도 되겠지.

  “...네, 마자요.”

  “그러니까, 빨리 세수하고 와.”

  “.......에.”

  ...정말 깨어나고 있다고 믿어도 되는 거지?

  이곳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은 아직 찾지 못했다.

  일단 레아가 무슨 일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약을 만드는 것이나, 취미로 세공품을 만드는 것도 마찬가지다.

  분명 요리도, 집안일도 레아가 훨씬 잘할 게 분명하니 내가 해도 민폐만 될 수 있다.

  정말로 민폐일 수 있다. 요리를 태우거나, 집안일 한답시고 물건을 부순다거나 꼭 할 것만 같았다.

  해본 적이 없으니까.

  그럼 최소한 청소 정도는 해둘까 한다.

  집을 어둡게 해둬야 한다기에 그건 어쩔 수 없지만, 세공품 때문에 바닥에 발을 디딜 자리가 별로 없는 것은 해결 할 수 있다.

  이것들을 밖에 내놓는 것이다.

  그러면 집안 공간도 확보되고, 햇빛을 받아 반짝이기에 세공품의 아름다움도 커진다.

  만일 레아가 밖에 놓아두면 안 된다고 하면 어쩔 수 없지. 그러면 다시 안에 들여놓기만 하면 된다.

  “라임아. 이것 좀 도와줘.”

  “뀨!”

  레아가 어느 정도 혼자서도 앉아있을 정도가 되었다고 판단해, 라임이를 데리고 작업을 시작하고자 했다.

  레아도 여성이고, 자는 모습을 그리 오래 바라보면 안 좋겠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문까지 닫고 작업을 시작했다.

  설마, 작은 늑대도 있는데 다시 잠들지는 않겠지.

  세공품은 내 예상보다도 더 무거웠다.

  애초에 내 무릎까지 오는 상당한 크기기도 하지만, 속이 모두 꽉 차 있는 유리기 때문에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내가 바닥 쪽을 들고, 라임이는 그 바닥을 촉수로 민다.

  그 과정을 10번 정도 반복하니 땀에 온몸이 젖어 있었다.

  레아는 도대체 이 무거운 것을 어떻게 혼자서 옮긴 걸까.

  레아에게 받은 옷에 땀 냄새를 배기게 하고 싶지 않았기에, 나는 곧바로 강가로 가서 샤워를 하고 나왔다.

  타월은 따로 없었기에, 걸레 예비군인 모포로 물기를 닦았다.

  그 후로 한동안 꽃밭에 누워 일광욕을 즐겼다.

  시간은 꽤 지났다고 생각한다.

  세공품을 하나 옮기고 쉬는 것을 반복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레아가 나오지 않는다.

  문 앞으로 가서, 안에서 소리가 나는지 확인하기 위해 귀를 가져다 댔다.

  “레아, 일어났어?”

  “...아, 네! 일어났어요.”

  뭔가 냄새가 난다.

  왠지 학교에서 꾸벅꾸벅 졸다가 선생님께 불렸을 때의 반응과 비슷하다고 할까.

  문을 닫아놓은 것은 잘못된 선택이었는지도 모른다.

  분명 대답은 했지만 이대로 다른 곳으로 간다면 레아는 또 잠자리에 들고 말겠지.

  그래서 이번에 확실히 깨우기 위해 문을 활짝 열려 했다.

  “일단 내가 업어서라도 밖에 데리고....”

  “꺄!!!”

  레아의 방문은 방 쪽으로 문이 열리는 구조다.

  그래서 난 방문을 열기 위해 문을 밀었다.

  근데, 왜, 문이 거실 쪽을 향해 열려 있으며, 난 또 천장을 바라보고 있을까.

  본 것은 아무것도 없어, 순간 뭐가 잘못되었는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레아가 반으로 쪼개진 문틈 사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 얼굴이 상당히 빨개져 있었다.

  “죄. 죄송해요! 옷 갈아입는 중이었어요. 금방 나갈게요.”

  아, 그랬구나. 그렇다면 노크도 안 하고 들어간 내 잘못이긴 하지.

  레아는 덜렁거리는 방문을 어찌저찌 문틈에 맞추고서 방 안에 숨었다.

  그 문틈 사이로 옷이 서로 비벼지는 소리가 크게 들릴 정도면, 급하게 갈아입고 있는 것 같았다.

  그보다 다행이네, 기껏 레아가 만든 세공품들이 전멸할뻔했던 순간이다.

  우리는 아침을 먹기 위해서 다시 식탁에 모여 앉았다.

  식탁에 앉을 때마다 흐르는 분위기가 바뀌는 게 신기했다.

  “제 작품들을 모두 밖으로 옮겨주신 거예요? 정말 감사해요.”

  레아는 나에게 감사 인사를 함과 동시에, 라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고마움의 표시를 했다.

  “만든 것까지는 좋았지만, 무거워서 밖에 가지고 나갈 수 없었거든요.”

  “뭐? 무거워서?”

  나도 모르게, 나는 손가락으로 레아의 방문을 가리키며 의문을 품었다.

  아, 내 상태를 설명하지 않았구나.

  문과 같이 나가떨어진 나는 조금 삐진 상태다.

  레아는 계속 나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있지만, 사실 진심으로 삐지지는 않았다.

  그냥 당황해하는 레아의 모습이 너무나 귀여워서 놀려주고 있을 뿐이다.

  “아...그게... 한동안 들어오시지 않기에 조용히 갈아입고 있었는데...”

  레아는 내가 문을 노크하지 않은 것과 갈아입고 있었다는 상황에 대해서 책망하지 않았다.

  레아는 그런 아이니까. 정말로 그 일을 탓하지 않겠지.

  그러니까 놀리는 거다.

  사람의 방을 노크도 없이 들어간 사람이 잘못하긴 했지만, 왠지 상황이 내가 더 우위에 있는 것 같으니까 놀리는 거다.

  쓰레기라고 놀려도 소용없다. 지금 레아의 눈앞에 있는 사람은 나 혼자뿐이니까. 으하하.

  “그래서, 문과 같이 날 날려 버린 거네. 나 삐졌어.”

  너무나 연기처럼 보일까.

  난 고개를 획 하고 돌리며 새침하게 삐진 척을 했다.

  설마라고 생각했지만, 역시 레아가 순수해 보여도, 뇌까지 순수한 바보는 아니었는지 조금씩 의심하는 눈초리였다.

  문제는 라임이 이놈은 왜, 갑자기 나에게 와서 얼굴을 비비는 거지?

  “...설마, 시하는 절 놀리시는 건가요? 제 친구들이랑 하는 행동이 비슷해요.”

  그렇겠지. 그런데, 레아 국가에서는 이게 공통언어인가.

  레아를 보면 살짝 놀리고 싶어지는 순수함이 있긴 했다.

  “하하하. 레아가 늦게 일어나니까 벌을 주고 싶어서 말이야.”

  “그건 정말 죄송해요. 어제 잠을 제대로 못자서...”

  “왜?”

  “그야, 어제 그런 일이 있었는데, 가슴이...”

  레아는 자연스럽게 말을 이어 나가다, 부끄러운 모습이 떠올랐는지 또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그런 모습이면 더 골려주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그 건에 대해서만큼은 남 일이 아니기에 나도 고개를 살짝 피했다.

  생각해보면 남사스러운 말을 대량으로 퍼붓지 않았나.

  결국, 우리는 조용히 아침밥 먹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아침으로 과일을 먹었다.

  평소라면 그냥 통째로 껍질 채 먹었겠지만, 레아가 과도를 들고 껍질을 깎아 준다고 하기에 난 조용히 그 손놀림을 감상하고 있었다.

  “그보다 엄청난 반응이긴 했어. 확 열어 제칠려고 했는데, 금세 밀어버리고 말이야.”

  “아, 반사적으로 마법으로 문을 닫는다는 게 그만, 힘 조절을 잘못해서요. 혹시 다치신 곳은 없으시죠?”

  “응. 살짝 부딪힌 정도. 레아가 신경 쓸 정도는 아니야.”

  “다행이네요.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약을 드릴 테니 드세요.”

  “그러지 않아도 돼.”

  조용히 레아의 아름다운 손을 감상한다.

  흠잡을 데 없는 아름다운 손이 과일을 빙글 돌리며 껍질을 벗겨간다.

  그 손놀림이 얼마나 아름다웠으면, 설마하니 과일에다가 조금 질투를 느꼈을 정도겠나.

  게다가, 여자에게 깎은 과일을 받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당연히 첫 번째는 우리 엄마고.

  나를 길러주시고 온갖 사랑을 베풀어주신 어머니, 죄송하지만 과일 깎을 때도 잔소리하는 어머니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네요. 어머니가 왜 밖에 나가서 연애 한번 해보라는 건지 알겠어요.

  레아가 은은한 미소를 품으며 깎는 과일이 맛없을 리가 없었다.

  그렇게 큰 기대감을 품으며 레아가 과일을 모두 깎을 때까지 기다린다.

  그러다가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세공품들은 어떻게 방 안에 들인 거야? 무거워서 못 옮긴다며.”

  그 의문에 내 시선이 겨우 레아의 손에서부터 멀어질 수 있었다.

  “아. 처음부터 집안에서 만들었어요. 하나 만드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집안에서 천천히 작업했어요.”

  아~. 그렇구나.

  라고 납득 할 정도로 상식에 무지한 것은 아니다.

  잘은 모르겠지만, 광석을 녹여서 만들 정도로 유리를 만드는 데 상당히 고온의 불이 필요할 것이다.

  그런데, 그 작업을 나무로 지어진 오두막 안에서 한다고?

  “...어떻게?”

  그제야 모든 것에 의문을 가진 나.

  레아처럼 연약해 보이는 소녀가 어떻게 문을 부쉈으며, 세공품을 만들고, 애초에 이런 집에서 어떻게 생활해 나가는지.

  우리는 친구가 됐지만, 그래도 아직 서로에 대해 모르는 점이 너무 많았다.

  사실상, 이름과 외모뿐 상대를 잘 알지도 못하니까 말이다.

  “그럼, 남은 광석이 조금 있어서 그걸로 보여드릴게요. 잠시만요.”

  레아는 그렇게 말하고, 아직 들어가 본 적 없는 방으로 들어가서 광석을 가지고 왔다.

  가지고 나온 건 광석뿐만 아니다. 금속으로 되어 있는 커다란 대야까지 가지고 나와, 우리가 과일을 먹고 있던 식탁 위에 올려두었다.

  “조금 뜨거울 거예요.”

  아무것도 없는 데 무언가 시작하는 것일까.

  난 아까부터 계속 멍한 시선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현실에서 모니터 너머로 웬만한 상식은 머릿속에 넣어놨다고 생각하는데, 그 상식선에서 이만한 준비로 물건을 만든다는 상식은 존재하지 않았다.

  최소한의 도구조차 없다.

  하지만 레아는 마치, 지금 시작하기라도 하는지 광석을 오른손 위에 올려두고 천천히 쥐어 잡는다.

  마른침을 삼키며, 이번에는 다른 의미로 레아의 손에서 시선을 놓지 못하고 있었다.

  이곳은 현실이라고 생각했다.

  슬라임이라는 유명한 몬스터가 있었음에도, 나에게 닥치는 감정과 감각 모두 현실에서 느끼던 것과 별반 다를 바 없었기 때문에, 이곳은 게임이 아니라고 확신하게 되었다.

  그래서일까. 점점 게임이라면 당연했던 ‘그것’을 잊고 말았다.

  레아는 아무 말 없이 광석을 쥐어 잡았다.

  눈을 감으며 집중한다거나, 무언가 알 수 없는 말을 꺼낸다거나 하는 행동은 보이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잡고 있던 광석이 조금씩 열을 내기 시작했고, 드디어 조금씩 무너져 내리기 시작해, 빛나는 액체로 대야에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뜨거웠다.

  이 열기는 확실히, 중학교 때 수학여행으로 가서 느낀 고체를 녹이는 열 그 자체였다.

  분명 저 액체에 닿는다면 내 손가락 정도는 금세 사라질 것만 같은 뜨거운 열기.

  그 정도가 낮아서 그렇지, 유리를 만드는데 필요할 것 같은 확실한 온도를 품고 있었다.

  어느덧 내 머리 위로 올라와서 대야 안을 들여다보던 라임이는 그 열기에 못 이겨 다시 바닥으로 내려간 상태다.

  레아의 얼굴을 바라본다.

  조용히 광석을 쥐고 있는 레아의 표정은... 없었다.

  언제나 웃거나, 울거나, 나른해 보이거나 하는 지금까지의 레아의 표정은 전부 날아가 버린 상태다.

  어떻게 보면 여기사에게 느낀 무표정보다도 더 감정이 없어 보이기까지 했다.

  순간 레아에게 싸늘한 감각을 느껴, 무섭기까지 했다.

  그 상태로 조금 시간이 지나자, 더 이상 액체가 내려오지 않게 되었다.

  레아는 자신의 손을 무표정인 상태로 천천히 폈다.

  그 안에는 검게 남아있는, 유리가 되지 못한 찌꺼기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 찌꺼기를 레아는 아무렇지 않게 식탁 위에 올려두었다.

  “...이렇게 해서 만드는 거예요.”

  언제나 밝던 레아의 목소리에 그녀를 바라보니, 언제나와 같은, 레아의 미소 그대로가 나를 반겨주고 있었다.

  “사실 지금은 그저 광석에서 유리를 빼기만 한 것이고, 유리가 아닌 것들을 걸러내고서 굳혀야 작품을 만들기 시작하는 거예요. 지금은 남은 광석이 얼마 없어서 못 만들고 있어요.”

  나는 천천히 대야에 손을 가져다 대 보았다.

  이미, 액체상태로 흐르던 유리들은 굳기 시작하여, 내가 알고 있는 유리의 반짝임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그 고온을 한번은 품었던 물건이다.

  그렇다면 이 대야를 통해서 열이 어느 정도 전해지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만졌는데 의외로 대야는 차가운 상태였다.

  “...마법이야?”

  “네.”

  내 상식이 모두 무너져 내릴 만한 커다란 질문이었다.

  하지만, 레아는 그것을 마치 일상 대화처럼 간단하게 대답한다.

  이 세계는 마법이 당연한 것일까.

  남녀노소 누구나가 사용하며 이능의 힘을 발휘하고 다니는 것이 상식인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니 내 입꼬리가 자연스레 상승하기 시작했다.

  “시하는 마법을 처음 보나요?”

  “응! 뭔가 멋있어!”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다.

  누구나 지금 내 기분을 이해하리라 생각한다.

  흔히 중2가 되면, 한 번쯤은 이능의 능력을 가지고 싶어하던 시절을 모두 겪어보지 않았는가.

  이미 진작에 어린 시절의 과욕이라고 생각해서 상식을 쌓아가던 찰나, 내 앞에 실제로 이런, 말 그대로 ‘마법’이 일어난 것이다.

  게임을 사서 들뜨던 때와는 차원이 다르다.

  지금의 나는 팔다리 모두 흥분으로 떨리고 있었기에, 움직일 수 없는 수준까지 이르게 되었다.

  “레아. 나도 마법을 써볼 수 있을까?”

  “시하가 직접 써보고 싶은 건가요?”

  “어!”

  평소의 레아라면 금방 미소를 머금으며 승낙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레아의 표정은 어딘가 안 좋았다. 마치 나를 걱정하는 눈빛으로 보면서 무언가 고민하고 있었다.

  “저도 그러고 싶지만, 마법은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그게 무슨 말이야?”

  “제가 마법을 배우기 시작한 게 8살 때 거든요. 하지만 처음 마법을 사용한 게 11살이에요.”

  머릿속으로 계산해본다. 11에서 8을 빼면, 레아가 마법을 사용하기까지 걸린 시간이 나오니 계산을 하면...

  “게다가 저는 누군가를 가르치는 걸 못해서 얼마나 걸릴지...”

  고개를 숙인다.

  이 세계에서 언제쯤 현실로 돌아갈 수 있는지 모른다.

  당장 내일 갈 수도 있고, 아니면 돌아갈 방법이 없어 이 세계에서 생을 마감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모두는 어떤 판단을 내릴 것인가?

  당장 내일을 희망하며 가만히 있을 것인가, 아니면 미래를 위해 투자를 할 것인가.

  나는 후자다.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세계에 왔는데, 그렇다면 마법 하나 정도는 써보는 게 이 세계에 대한 예의가 아니겠나.

  레아의 얼굴을 쳐다봤다. 그곳에는 내 대답을 기다리는 레아의 모습이 있었다.

  하지만 레아에게 이곳에서 몇 년이고 같이 살면서 마법을 배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생각해보자. 남녀 3년 이상 동거는 그냥 결혼이다. 레아의 성격상 나를 내쫓을 거라고는 생각할 수 없고 말이다.

  그렇다면...

  “혹시, 레아는 여행하고 싶은 생각 없어?”

  내 입장에서는 생각에 생각을 더해, 그 생각을 곱하고 나누고 한 결과가 그것이다.

  그래서 갑자기 마법에서 여행이라는 주제로 뛰어넘은 것이, 레아에게는 너무나도 뜬금없던 것 같았다.

  “...네?”

  두 눈 동그랗게 커진다.

  나는 아직 내 생각에 루트까지 씌우며, 계산을 확장해 나가고 있었기에 그런 레아의 모습은 자세히 보이지 않았다.

  “레아는 마녀라서 도망 다녀야 한다며.”

  “네...맞아요.”

  “그런데, 이곳에서 가만히 계속 숨어 있을 거야?”

  그렇게 복잡한 수식으로 만든 내 생각에 답이 나왔다.

  “혼자 있기 싫고, 누군가와 같이 있고 싶다면, 그 장소를 찾으면 되잖아.”

  결국엔 레아도 우리와 같다.

  처음에는 드디어 사람을 발견해서 레아에게 깊은 충성을 맹세하다시피 했지만, 조금만 생각해보아도, 우리에게서 집만 주어진 상황이 딱 레아의 상황인 것이다.

  즉, 레아도 혼자다.

  밤에 잘 곳만 있지, 레아도 갈 곳 없는 외톨이인 것이다.

  그렇다면 그 장소를 찾아주리라 생각하게 되었다. 라임이처럼 말이다.

  “하...하지만! 저는 현상수배까지 되어 있는 마녀예요. 어디서 이런 저를 받아 줄지...”

  “무조건이라고 생각하면서 포기하지 마. 찾을 때까지 같이 언제까지고 같이 여행해줄 테니까.”

  그래, 레아는 이런 곳에서 쓸쓸히 늙어갈 만한 사람은 아니다.

  성격부터가 모르는 사람에게도 상냥하기 때문에, 사회의 구성원으로 있으면 레아로부터 도움을 받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다.

  게다가 성격뿐 아니라, 마법이라는 능력까지 갖추고 있다.

  레아가 어떤 일로 인해 ‘파괴의 마녀’가 되어 쫓기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레아가 사람에게 해를 입혀 범죄자가 된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물론, 만에 하나지만 정말로 레아가 범죄를 저지른 것이라도, 난 레아의 곁에 친구로 남아있을 것이다.

  그만큼, 레아는 나에게 못다 갚을 은혜를 주었기 때문이다.

  레아는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울지는 않는다.

  레아 나름의 사정도 있어 고민하는 것 같았다.

  “지금 바로 대답을 주지 않아도 돼. 천천히 생각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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