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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로맨스
당신은 왜 품절남이 아닌가요
작가 : 최극
작품등록일 : 2020.8.13

우연이 세번이라면 필연이란다.
내 눈앞에서 사고를 당했던 그 남자.
그날은 그 남자의 결혼식 날!
반년 뒤 다시 재회한 그 남자는 왜 아직도 품절남이 아닌거지?

 
8화. 난 또 죽었다.
작성일 : 20-09-03 21:53     조회 : 357     추천 : 0     분량 : 46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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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남이 어둠 속 복도를 응시했다.

 분명히 쿵, 소리를 듣고 나왔는데 아무도 없다.

 

 댕- 댕- 댕-

 괘종시계가 요란하게 울리자 수남이 헉 놀랐다.

  ‘최태근 청장 취임 기념’ 괘종시계.

 이 시계소리에 당직자들마다 놀라 깨는 일이 허다했다.

 

 수남이 시계를 노려봤다.

 청장님이 미워서가 아니다.

 바로 어제 저 시계 옆에 수남의 알몸 몽타주를 보란 듯이 붙여 있었다.

 

 끼익- 끼익-

 

  '뭐야 또?'

 

 이번에 들려온 소리는 아주 선명했다.

 수남이 고개를 휙 돌렸다.

 괴이한 소리는 몽타주실에서 나오고 있었다.

 수남은 턱에 한손을 괜 채 몽타주실을 노려보았다.

 

 끼이익.

 사임은 몽타주실 안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의자를 이동시키고 있었다.

 

 닭발집을 박차고 나온 뒤 집에 돌아간 사임은 망연자실 했다.

 사임의 짐이 대문밖에 버려져 있었던 것이다.

 원룸 도어락 번호도 집주인이 바꿔버린 상태였다.

 

 사임은 어쩔 수 없이 청사로 숨어들었다.

 하지만 차디찬 시멘트 바닥에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의자를 끌어다 이어붙이는 중이었는데

 덜컹 덜컹.

 

  '뭐야!'

 

 사임이 반사적으로 굳었다.

 누군가 잠긴 문고리를 열려하고 있다!

 

 '누구야 오밤중에?'

 

 사임이 문쪽으로 다가가 귀를 갖다댔다.

 바깥은 조용했다.

 

  '수상한데?'

 

 바깥쪽 수남도 긴장한 채 문고리를 노려봤다.

 자신이 문고리를 돌리자마자 끼익 소리가 멈춘 것이다.

 눈을 가늘게 뜬 수남이 한손으로 주먹을 쥐었다.

 그리고 다른 손을 뻗어 도어락 비밀번호를 누르기 시작했다.

 

 띡. 띡. 띡.

 

 철컥 문이 열린 순간, 요란한 천둥소리가 들렸다.

 수남은 그대로 굳었다.

 어둠 속 번개빛에 번쩍이는 저저저저 저것은!

 치렁치렁한 흰 원피스에 산발을 한 귀... 신?

 

 "으악~~~~~~~~~~~!"

 

 

 * * *

 

 아침부터 달환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행정관 사무실에서 사임을 야단치는 소리였다.

 

 “달환이 쟤, 왜 저래?”

 

 대명이 은정에게 물었다.

 

 “사무보조원한테 들었는데요, 사임씨가 어제 몽타주실에서 유숙을 했대요.”

 “신입이 낮밤 없이 열일 하는구만, 야단을 왜 쳐.”

 

 옆자리의 수남이 툭 내뱉었다.

 

 “일은 무슨. 저 여자 때문에 어젯밤 저 심장 꺼지는 줄 알았어요.”

 “왜? 뭔 일 있었어?”

 “몽타주실이 무슨 자기 집인가. 허연 원피스를 입고 머리는 산발을 해가지구. 거기서 먹고 자고 아주 살림을 차렸더라구요.”

 “그래서?”

 “뭘 그래서예요? 청사가 개인 하숙집도 아니구. 달환 형님한테 바로 보고 했죠.”

 “보고?”

 

 대명은 기가 막혔다.

 

 “수남아. 그건 보고가 아니라 밀고다.”

 “밀고라뇨. 공사 구분도 못하고 규율을 깬 천사임 저 여자..."

 

 수남이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

 느닷없이 사임이 들어선 것이다.

 

 대명과 은정에게 결연하게 인사한 사임이 수남을 훅 째려봤다.

 수남이 팔짱을 낀 채 물었다.

 

 “뭡니까 또?"

 “내가 그렇게 부탁을 했는데 그새 고자질을 해요?”

 “고자질? 헛. 이봐요 천사임 씨. 상사에게 그렇게 야단을 맞고도 정신을 못 차리셨나? 내가 말했죠, 공사 구분 제대로 하라고. 여긴 일하는 직장이고 잠은 집에 가서 자야 하는 거고. 아주 상식적인 규범 아닌가?”

 

 사임이 뾰족하게 입술을 내밀고 수남을 노려봤다.

 그러더니 작게 뭐라고 중얼거렸다.

 수남이 인상을 팍 썼다.

 

 “똑바로 말해요. 대체 뭐라고 하는 겁니까?”

 “이 고자.”

 

 수남의 얼굴이 확 굳었다.

 

 “뭐야 당신? 방금 뭐라고 그랬어? 다시 말해봐.”

 

 하지만 사임은 수남의 몸을 쭉 훑어보더니 픽 웃는게 아닌가.

 

 “대따 쪼잔 해.”

 

 수남의 얼굴에 경련이 일었다.

 입술도 바들바들 떨렸다.

 대체 자기를 뭘로 보고 쪼잔하다고!

 

 "이봐 천사임 씨!!!!"

 

 

  * * *

 

 

 ‘뭐? 쪼잔? 고자?’

 

 수남은 싸늘한 얼굴로 사임을 흘겨봤다.

 좀전의 일은 생각할수록 화가 치밀었다.

 

 나 정수남이 누군가.

 냉정하고 평정심을 잃지 않는 절제된 놤좌!

 경찰청 에이스이자 청사의 보물!

 그런데 저 여자와 만난 뒤부터 '흥분 잘하는 찌질남'이 된 기분이었다.

 

 “그 다음이요.”

 

 사임이 몽타주를 그리며 심드렁하게 말했다.

 

 “범인이 나한테 훅을 날렸는데 주먹은 단단했습니다. 키는 185정도. 주먹 세기로 보면 몸무게는 70이상. 비닐 느낌의 야상 점퍼를 입었...”

 “다음이요.”

 

 수남의 한쪽 눈썹이 올라갔다.

 무성의하게 몽타주를 그리는 천사임을 보자니 속에서 또 부아가 치밀었다.

 하지만 꾹 참았다.

 절대로 저 폭탄에게 흥분하지 말자.

 

 “야구모자 사이로 제법 긴 머리카락이 보였...”

 “다음이요.”

 “머리카락 길이는 10센티 정도 내외. 남자치고는 약간 길지만 꽤 매끄러웠고. 추측컨대 헤어패션 감각도 있어 보였..."

 

 쓱 싹.

 

 수남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싹둑싹둑 잘라먹는 천사임을 도저히 봐줄 수가 없었다.

 

 "이봐요 천사임 씨. 지금 뭐하는 짓입니까!"

 "네?"

 

 수남이 사임의 몽타주 스케치를 낚아챘다.

 그러자 사임이 소리쳤다.

 

 “뭐하는 거예요!”

 "뭘하긴! 이 따위로 엉터리로 작업한 몽타주, 당장 찢어... 어?"

 

 수남은 몹시 당황했다.

 대충인 줄 알았더니 제법 잘 그려져 있다.

 아니 거의 완벽했다.

 수남의 설명대로 얼굴윤곽이나 머리카락 모양이 아주 정확했다.

 

 사임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양손으로 주먹을 꽉 쥔채 말했다.

 

 “정 경위님. 대체 매번 나한테 왜 이래요?”

 “내가 뭘 말입니까.”

 “모든 사람한테 못되게 구는 거 아니죠? 팀장님이나 실장님한테는 안 그러잖아요. 왜 나한테만 이렇게 함부로 굴어요?”

 

 수남이 엄지로 제 미간을 쓸었다.

 빌어먹을, 흥분하지 말 걸 그랬다.

 

 "정 경위님, 나 잘 알아요? 나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잖아요. 근데 왜...”

 “천사임 씨."

 

 수남이 정색하고 불렀다.

 뭐가 어찌됐든 여기서 존심 굽히면서 사과하고 싶지는 않았다.

 

 "당신이야말로 왜 이럽니까?”

 “네?”

 “천사임 씨. 내가 뭘 어쨌다는 겁니까? 나는 원리원칙에서 한번도 어긋난 적이 없습니다. 내가 한 말이 틀린 적 있나요?"

 "... ..."

 "그리고 천사임 씨가 그린 몽타주를 목격자인 내가 확인하는 게 잘못입니까?"

 "하지만 이렇게 막무가내로 뺏듯이..."

 "천사임 씨야말로 무성의한 대응방식이죠. 목격자인 내 이야기를 건성으로 들었지 않습니까? 그래서 나도 그렇게 대한 겁니다."

 

 말을 내뱉은 수남이 다시 미간을 찌푸렸다.

 빌어먹을. 정수남! 왜 이렇게 유치해진 거냐.

 하지만 사임이 원망스레 자신을 보자 오기가 더 발동했다.

 

 "그렇게 보지 말아요. 천사임 씨는 사람을 일방적으로 오해하고 적으로 돌리는 태도를 가지고 있어요."

 "뭐라구요? 대체 내가 언제!"

 "피해망상입니까?”

 “피해망상? 어떻게 그런 심한 말을 하죠?”

 

 수남이 미간을 확 찌푸렸다.

 결국 자신은 흥분했고, 유치하게 터뜨렸고 그리고 잔인하게 복수하고 싶다.

 

 “대낮에 주차장에서 무릎 꿇고 빌더니 결국 채권자들한테 보증금이라도 내줬나?”

 

 사임이 경악했다.

 

 “그, 그걸 어떻게! 대체 그걸...”

 “이봐 천사임. 당신 그런 일 한두 번 아니지?"

 

 충격받은 사임이 뒷걸음질 쳤다.

 하지만 수남은 멈추지 않았다.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내주는 희생자 역할. 그러고는 스스로를 자위하겠지. 난 희생만 하는 착한 딸이야, 라고.”

 

 사임의 눈가가 파들파들 떨렸다.

 그리고 수남을 향해 손을 치켜들었다.

 하지만 수남이 먼저 사임의 팔목을 잡았다.

 

 “이봐 천사임. 내 말 더 들어. 아직 안 끝났어."

 "이거 놔요!"

 

 사임이 가느다란 팔을 빼내려 했다.

 하지만 수남은 더욱 꽉 그러쥐었다.

 그리고 허리를 깊게 숙이고 말했다.

 

 "늘 빌고 사정만 하면서 살아왔나? 그런 반복적인 행동패턴의 결과가 뭔지 알아? 당신 외에 모든 사람이 당신을 공격한다고 착각하는 거!”

 “제발... 놔줘요!"

 “아니 더 들어! 공사구분 똑바로 하라는 내 말에 영점 영 일 퍼센트의 모순이라도 있었나? 당신은 그냥 내가 당신을 공격한다고만 생각했지 그 맥락은 알고 싶어 하지도 않았어. 왜? 당신은 언제나 선량한 피해자여야 하니까!”

 

 마침내 수남이 사임을 놓아줬다.

 사임이 아픈 팔목을 문지르며 수남을 보았다.

 수남은 더 차갑게 쏘아붇였다.

 

 “당신 스토리가 뭐든 이젠 더 이상 상관 안할 테니까 제발 그만 좀 징징거려!”

 

 수남이 문을 쾅 닫고 나가버렸다.

 

 

 * * *

 

 수남은 한 시간째 신경질적으로 서류를 넘기고 있었다.

 대명이 은정에게 작게 물었다.

 

 “수남이 쟤는 왜 또 저래? 몽타주실에서 무슨 일 있었나?”

 “잘 모르겠어요.”

 “짜식. 살벌해서 어디 살겠나.”

 “아참 팀장님, 천사임씨요. 좀 전에 보니까 관사숙사에 티오 있는지 알아보던데요?”

 “대기자가 좀 많아야지. 지금 신청해도 한두 달 안에 자리 안 나오는데.”

 “그죠. 갈 데도 없는 것 같던데... 어디 잠시 가있을 곳 없을까요?”

 

 은정이 수남의 눈치를 봤다.

 수남이 쌀쌀맞게 말했다.

 

 “꿈도 꾸지 마세요. 전 살아있는 생물이랑 공존 안합니다.”

 “사정이 영 딱하던데. 성 실장님이 더 이상 숙직도 못하게 했대.”

 “그래서요?”

 “정말 갈 데가 없는 것 같아. 수남씨네 빈방에 이 삼주라도 세 주면.”

 “내 알바 아닙니다, 누님.”

 

 은정은 입을 다물었다.

 수남의 표정이 너무 살벌했다.

 

 

 * * *

 

 

 “예쓰 예쓰 예쓰! 오 예!!”

 

 사임이 천장을 향해 연필을 훅훅 던졌다.

 그리고 연필심이 정확히 꽂힐 때마다 환호하고 있었다.

 

 “저기 천 행정관. 안에 있지?”

 

 노크도 없이 훅 들어선 이는 대명.

 사임은 입을 탁 벌린 채 굳어버렸다.

 

 대명은 엉거주춤 연필을 쥐고 선 사임을 보았다.

 그리고 천장을 올려다 본 순간.

 

 “푸하하하하. 하 나 참. 하하하하. 아이고 배야. 하하하하!"

 

 대명이 얼굴이 시뻘게지도록 박장대소를 했다.

 천장에는 수남의 알몸 몽타주가 붙어 있었다.

 그리고 엉덩이 부분에 연필 대여섯 개가 정확히 꽂혀 있다!

 

 사임도 수줍게 미소를 지었다.

 다행히 김대명 팀장이 한소리 할 것 같지는 않다.

 

 그런데 갑자기 대명이 웃음을 뚝 멈추는 게 아닌가.

 그리고 정색을 하며 말했다.

 

 "이건 아니지, 천사임 씨.”

 

 -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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