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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던전에서 독박육아
작가 : 포이보스
작품등록일 : 2020.9.3

지구가 멸망하고, 게임 세계가 찾아왔다.
게임 세계의 모든 퀘스트를 통달했으나, 한가지 걸림돌이 있었으니..
내게 딸이 주어졌다고? 이런 상황에서?

 
#27 – 어둠의 영혼(2)
작성일 : 20-09-03 13:27     조회 : 262     추천 : 0     분량 : 7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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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이유식과 걸음마를 시작한 연화가 물건을 찾고, 직접 음식을 먹는 등 어른처럼 모든 걸 하려했다.

 막 두 번째 퀘스트를 끝낸 사람들도 이와 다를 바 없었다. 모두가 이 세계에서의 전문가였다.

 

 * * *

 

 [퀘스트 시작까지 1시간 전. 곧 세 번째 퀘스트가 시작됩니다. 준비하십시오.]

 

 [마을의 상점이 닫힙니다. 퀘스트가 종료되면 다시 돌아올 것입니다.]

 

 연화가 엉덩이를 떼고 걸음마를 시작했다. 그러다가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기를 반복했는데 그 모습이 재밌어 계속 쳐다봤다.

 

 “연화가 귀엽네요! 뭘 집으려는 걸까요?”

 “쥬스 같아요. 자기 먹을 걸 알아보는 것 같죠?”

 “네, 팀장님.”

 

 서은영이 흐뭇한 미소로 연화를 보며 얘기했다.

 

 “연화가 이제 빨대도 써요. 이빨이 나서 그런가.”

 “네티가 결국엔 강매, 아니, 추천해줘서 유기농 음료수랑 쌀과자를 샀는데 잘 먹네요.”

 

 강매란 말에 노려보는 네티의 눈치를 보며 얘기했더니 박수를 치며 호응했다.

 

 “다 알고서 추천해준거야. 이 언닌 그런 거 아직 모른단 말야. 내가 뭐 돈에 환장한 요정인 줄 아나봐? 기분 나빠!”

 

 돈에 환장한 거 아니었나?

 

 “압쁘아?”

 

 연화는 날 부르며 다 먹은 음료수를 내밀었다.

 

 “더 달라고?”

 “우오오?”

 “근데 쥬스 말고 이유식 먹여야 되지 않을까요?”

 

 네티가 열어둔 상점의 이유식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유식은 이거 다 사야 돼?”

 “연화가 뭘 잘 먹는지 모르지?”

 “응.”

 “그럼 다 사. 그래야 알아.”

 

 사기꾼.

 

 “팀장님, 제일 잘 나가는 걸로 하나만 사 봐요. 먹여보고 결정해도 되지 않을까요?”

 “이 언니가 진짜!”

 

 네티의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눈이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다.

 

 “1개 20골에 살래. 다른 거 세트로 10개에 100골에 살래? 그건 아저씨가 정해. 같은 거 10개 100골에 샀다가 안 먹으면 9개 버려야 될 걸?”

 “가격차가 심하네. 두 배라니.”

 

 고민했지만, 결국 네티의 꼬임에 그대로 넘어가 전부 샀다. 하지만 연화가 첫 번째 이유식을 다 먹어서 나머지는 확인할 필요가 없어졌다. 아까웠다.

 

 “이런 망할.”

 “잘 먹으면 좋지, 뭐.”

 

 미안한 듯 표정을 지었지만, 입꼬리가 올라간 채 얼굴이 돌아가는 네티를 보았다.

 연화는 떠먹여주는 스푼보다 자신의 손으로 먹고 싶어했다.

 

 “에이, 지지해.”

 

 손에 이유식이 묻자, 옷과 손수건 등에 동시에 묻었고, 이를 보고 한숨을 쉬었다.

 

 “하아…!”

 “뭘 이런 걸로 한숨이야? 빨면 되지. 빠는 동안 새옷 입히면 되고. 옷 골라줄까? 예쁜 옷들 많은데.”

 

 네티가 또 장사를 한다.

 

 “틈만 나면.”

 “근데 이전 옷들 작아서 결국 사야 될텐데?”

 

 앞으로의 퀘스트 때문에 신경쓸 것이 많은데 연화를 보느라 집중할 수가 없었다.

 되는대로 옷을 갈아입혔지만 옷이 대부분 작았다.

 

 “옷 살 테니 분유나 환불해줘.”

 “개봉하면 안 돼.”

 “개봉 안 했어.”

 “그럼 반 값.”

 “환불 안 해. 내가 먹이고 말지.”

 

 환불 안 하길 잘했다. 연화의 식성이 좋은 건지 이유식과 분유를 가리지 않고 먹었다. 물론 대변양은 어마어마했다.

 

 “꼭 밥 짓는 냄새같네요.”

 “그러게요. 원래 그런 건가요?”

 “아니야! 분유, 모유만 밥 짓는 냄새 나고, 어른 밥 먹으면 어른똥 냄새나!”

 “이제 어른 밥도 되나?”

 “아직! 돌은 지나야 돼. 그리고 알러지랑 독성도 피해야 돼. 꿀 같은 거.”

 

 육아는 공부할 게 많은 것 같았다. 게임을 만드는 것 만큼이나.

 

 “슬슬 걷는 연습도 할텐데, 보행기 하나 장만하는 게 어때?”

 “됐어!”

 “혼자 다니면 넘어질텐데.”

 “손 잡아줄 거야!”

 “흥!”

 

 네티와 물건 구매로 티격태격하는 사이, 마을에 있는 사람들도 매매행위로 시끄러웠다.

 

 “1시간도 안 남았어요! 지금 사세요! 구급대와 체력회복제 다 있어요!”

 “이건 얼마에요?”

 “50골드.”

 “에엑! 비싸라!”

 “아줌마, 이 정도면 싼 거야! 조금 지나면 돈 주고도 못 사?”

 “진짜 장사 그렇게 하면 안 되지!”

 

 물건을 사려는 한 여자 옆에 남편으로 보이는 남자가 장사꾼을 향해 윽박질렀고, 장사꾼 옆에 있던 덩치 큰 남자가 그를 가로막았다.

 

 “안 살 거면 꺼져!”

 “쳇! 이거 완전 매점매석아냐!”

 

 물건을 사고파는 행위야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거지만, 얼핏 들어도 바가지를 씌운 것 같았다.

 

 “저 사람들 왜 저래?”

 “보급품에서 주워온 거 파는 거예요, 형.”

 

 마을이 형성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물건을 사고팔면서 다툼이 컸다고 한다.

 

 “그때 많이 끌려갔어요. 성채로.”

 

 초반에 물건들을 모조리 매입한 거상(巨商)이란 길드가 있었는데, 마을 상점이 닫힌 시점에 되파는 행위를 시작한 것이다.

 

 “진짜 저래도 되는 거예요? 팀장님?”

 “저런 행위야 현실 세계에서도 얼마든지 있었으니.”

 

 매매행위는 생각보다 규모가 컸다. 퀘스트에 필수라는 얘길 듣고 물건을 사기 위해 모여든 군중이 있었다.

 

 “지난 번에 말씀드린대로 이번 퀘스트는 아이템 싸움입니다! 제가 라지엔지 뭔지한테 얻은 정보입니다! 그게 누군지 다들 아시죠? 길드 가입하면 함께 퀘스트를 깨고, 아이템 할인까지!”

 게임 진행을 안다고 바람잡는 사람이 있었고,

 

 ‘라지에? 악마와 계약이라도 했어? 설사 계약을 했다고 해도, 당신이 그걸 알 리가 없지!’

 

 “저, 저도 함께 가겠습니다!”

 “그럼 가입비 30골드 내.”

 그 무리에 끼어들고 싶어하는 자가 있었으며,

 

 “저거 다 사기에요! 저렇게나 필요하지 않습니다!”

 장사를 방해하려는 자 옆에는,

 

 “제, 제가 사겠습니다! 돌아가면 천만원, 아니, 1억을 드릴테니 전부 주세요!”

 골드가 부족해 현금으로 사겠다는 사람과,

 

 “세상이 망했는데 1억 그거 종이 쪼가리, 골드 없으면 저리 꺼져!”

 그를 걷어차며 내쫓는 자가 있었다.

 

 한 아이가 나타나 전자기기를 찾았다.

 

 “아저씨 스마트폰은 없나요?”

 “스마트폰? 있지! 좀 비싼데…….”

 “얼만데요?”

 “100골드.”

 

 그가 내민 스마트폰은 당연히 모조품이었다. NPC 상점에서 구매한 장난감같았다.

 

 “이런 거 말구요! 진짜루요! 게임기 같은 건 없어요?”

 “이거! 이거 게임기라니까!?”

 

 그때 짜증 내는 아이와 물건을 파는 장사꾼 사이에 놓인 한 물건이 눈에 띄었다.

 

 “음? 저건!?”

 

 장사꾼에게 다가가 비닐로 씌워진 시커먼 덩이를 바라보며 물었다.

 

 “이건 얼만가요?”

 

 과일인지 진흙덩이인지 알 수 없는 시커먼 물체를 가리키며 묻자, 그가 시큰둥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왜요? 사시게요? 그냥 가지슈.”

 “진짜요?”

 

 공짜란 말에 얼른 물건을 집어 가져가려하자, 그가 내 손을 잡으며 가로막았다.

 

 “잠깐! 댁이 필요한 것 같은데 공짜로 줄 순 없지. 10골드 주슈.”

 “10골드요? 싫어요. 안 사요.”

 “그럼 5골드.”

 “비싸요.”

 “진짜 이 사람이! 그럼 1골드만이라도 줘. 그건 되겠지?”

 

 그에게 1골드를 건네고 물건을 받았다. 그리고 찾는 물건이 맞는지 봉투를 열었다.

 

 “그거 열면……, 으악!”

 

 그가 코를 막으며 잔뜩 인상을 찌푸렸고, 물건에서 나는 냄새로 찾던 것임을 확인했다.

 연화의 응가냄새보다 심했지만, 참을 만했다.

 

 “찾는 게 맞네요.”

 “아우, 냄새! 얼른 가져가슈. 아무거나 주워오는 놈이 가져와 골치덩이였는데 잘 됐네.”

 

 그는 한 손으로 얼른 가라는 표시를 했다. 그 물건을 봉투에 담아 일행들에게 가져갔다.

 

 “크으! 똥냄새? 그거 뭐예요?”

 “프루타라고 과일의 한 종류야. 쓸 데가 있어서.”

 

 경호도 장사꾼처럼 코를 막고 인상을 썼다.

 

 “그래도 냄새가 너무 역한데요, 팀장님?”

 “우웩. 내 근처에 오면 죽여버릴 거야.”

 

 서은영과 차재희도 나를 피하며 뒤로 물러섰다.

 

 “두리안 같은 거라 생각하면 되요. 냄새는 이래도 맛은 좋은 거니까.”

 “먹는다고??? 미쳤어요!!??”

 

 먹을 수 있다는 말에 셋이 동시에 소리쳤다. 역한냄새에 혀를 내두르는 일행들과 달리, 덤덤하게 반응하는 박태철이었다.

 

 “야생에선 뭐든 도움이 됩니다. 그게 똥이든. 그런데 똥이 아니고, 먹을 수 있다면 그것만큼 좋은 건 없죠.”

 

 웅성. 웅성.

 

 이번에는 거상길드가 아닌 다른 길드의 등장으로 장내가 시끄러웠다.

 

 “무슨 지네만 정보를 얻은 줄 아나봐? 우리도 받았다 이기야.”

 “그래, 우리 길드도 퀘스트 공략을 아는 사람이 있지!”

 

 이들도 거짓말을 하고 있다. 부쩍 그들을 숭배하거나 방패막이로 삼는 자들이 늘었다.

 

 “거짓말! 악마들이 그런 걸 알려줄……, 웁!”

 “쉿!”

 

 괜한 싸움에 휘말리지 않게 경호의 입을 단속시켰다.

 

 “저, 저는 안 될까요?”

 “저도요! 뭐든 할 수 있습니다!”

 “끄지라. 우린 약한 놈들 필요없다.”

 

 거상 길드에 30골드를 내지 못해 문전박대를 당한 사람이 이번엔 다른 길드에서도 같은 상황을 겪었다.

 

 “불쌍해라. 저희랑 같이 하면 어떨까요?”

 “그럴까요? 은영 씨?”

 

 불쌍해보이는 그 남자를 불러 함께 하자고 말했더니 돌아온 건 전혀 다른 반응이었다.

 

 “저희와 함께 하시겠어요? 길드는 아니지만.”

 “됐거든요? 저도 보는 눈이 있는데, 어디서 길드 이름표도 없는 허접데기가 말을 걸어요!?”

 

 이렇게 말하고는 사라지는 남자였다.

 

 “뭐, 뭐라고 한 거야? 저 사람!? 허접데기? 아오!”

 

 경호가 화난 듯 주먹을 들어올렸다.

 

 “네가 참아. 원래 이리 붙었다 저리 붙었다 박쥐들 있잖아.”

 

 물건을 파는 사람들, 길드 가입을 권유하는 사람들 속에 최고라 자칭하는 사람들 등 정신이 없는 풍경이었다.

 

 “이 분이 서울 1서버 1등이시다! 살고 싶으면 우릴 따르라!”

 “지랄하고 있네. 오합지졸끼리.”

 “뭐? 오합지졸? 뒤지고 싶냐?”

 “쳐 봐! 애새끼만 한 주먹으로 제대로 때릴 수나 있겠어?”

 

 고성을 내며 으르렁거렸지만, 주먹이 오가진 않았다. 성채로 끌려가는 걸 알기에.

 

 “아주 난리네요, 난리. 우린 뭐 필요한 거 없을까요?”

 “길드 그런 게 무슨 소용입니까. 충분한 훈련과 마음가짐이면 뭐든 해낼 수 있습니다.”

 

 방황하는 사람들과는 달리, 어깨에 힘을 주며 자신감을 내비치는 박태철이었다. 하지만 그 모습은 이내 불안함으로 바뀌었다.

 

 “애 아빠가 잡혀갔어요! 구해주세요!”

 “지가 우리한테 칼을 휘둘러서 간 걸 왜 구해달래?! 웃긴 여편네구먼.”

 

 한 여인이 사람들에게 호소했고, 옆에는 여자아이도 함께 있었다.

 

 “우린 습격 때 가족이 죽었어! 당신 남편은 살아서 잡혀가기라도 했지!”

 

 다른 여인이 호소하는 그 여자를 나무랐다.

 

 “그때 죽은 사람들도 함께 있데요! 제가 들었어요! 제발 도와주세요!”

 

 죽은 사람이 함께 있다고? 그럴 리가 없었다. 믿기 힘든 거짓말에 박태철의 안색이 어둡게 변했다.

 

 “뭐?? 저깄단 말입니까? 제 아내와 아들도??”

 

 그의 눈빛은 심하게 흔들렸고, 손과 발이 흥분에 떨고 있었다.

 

 “더 확인해봐야 합니다. 박상사님. 사망자 파악도 아직 안 됐고, 뭣보다 죽은 사람이 이 세계에 공존한다는 건 듣질 못했어요.”

 

 <통달(퀘스트)>에선 그런 정보가 전혀 나와 있지 않았다. 혹시 외계의 생명체가 개입한 것일까?

 그때 퀘스트 시작 알림이 떴다.

 

 [세 번째 퀘스트(전체)가 시작됩니다. …… ]

 

 “저흰 끝까지 남을 거예요. 모든 팀이 출발할 때까지요.”

 

 이 말에 오히려 차재희가 찬성을 했다.

 

 “강한 녀석들을 쳐부수며 내 실력을 테스트해보고 싶었어. 난 좋아.”

 

 하지만 경호와 서은영은 표정이 좋지 않았다.

 

 “형! 늦게 가면 안 좋잖아요. 사람들이 실패하고 남은 어려운 보스만 상대해야잖아요!”

 “그래요, 팀장님. 조금이라도 빨리 가서 쉬운 길을 선택해야하지 않을까요? 뭣보다 박상사님 가족을 찾게 도와드려야 하구요.”

 

 그들에게 내 의도를 전했지만 납득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우린 어려운 보스를 상대하려는 게 아니에요. 빠른 길을 선택하기 위해 기다리는 겁니다.”

 “그, 그게 무슨 이상한 논리…….”

 

 경호의 말을 끊고,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박태철이 말을 이었다.

 

 “당장 갑시다! 지금 제 아내와 아들이 저깄을지 모릅니다!”

 “박상사님, 저도 다방면으로 확인하고 있습니다만, 아까의 얘긴 근거 없는 소문일 뿐입니다. 더 확실해지면…….”

 

 박태철의 귀는 닫혔고, 그의 마음은 이미 성채를 향해 있었다.

 

 ‘박상사님은 우리에겐 흔들리지 않는 기둥과 같은 사람이야. 그를 어떻게든 설득시키지 못하면…….’

 

 이렇게 말하려는데 가방을 메고 자리를 떠나는 박태철이었다.

 

 “전 조금도 기다릴 수 없어요. 저 혼자라도 가겠습니다.”

 “박상사님!”

 “아저씨!”

 

 박태철은 이 말과 함께 성채를 향해 떠났다. 이를 보며 차재희가 비아냥거렸다.

 

 “꼴 좋군. 이 팀에서 가장 믿음직스러운 사람이 저 군인아저씨였는데. 이 여자와 꼬맹이는 약해빠져서 쓸모 없고. 이럴 거면 나도 혼자 가겠…….”

 “누나, 지금 말 다했어요!?”

 

 차재희 역시 발을 떼려했는데, 그런 그녀 앞에 경호가 으르렁대며 다가섰다. 하지만 차재희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경호와 눈을 마주치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럼 네가 세다는 걸 증명해봐. 다치기만 해서 짐만 되지 말고.”

 “뭐라고요? 저랑 한판 붙으실래요?”

 “나야, 좋지. 몸도 풀겸.”

 

 서은영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서로를 노려보는 둘을 붙잡으며 말렸다.

 

 “왜들 그러세요! 이러지 마세요. 가뜩이나 박상사님이 저렇게 떠나셔서 심란한데……!”

 “저도 훈련 열심히 했어요! 이런 저보고 약하다고요!? 보여드리죠! 제가 얼마나 센지.”

 

 이렇게 말하며 경호 역시 자신의 도구를 챙겨 성채로 떠나버렸다.

 

 “경호야!”

 “겨, 경호 씨! 어디 가요!?”

 

 나와 서은영이 경호를 불렀지만, 경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갔다.

 

 ‘아버지 같았던 박상사님과 동생 같은 경호 마저 떠나버리면.’

 

 “경호 씨, 경호 씨마저 가버리면 우린 어떻게 해요!”

 

 서은영은 슬픈 표정으로 크게 소리쳤지만, 차재희는 신경도 쓰지 않다는 듯 이를 거들었고, 서은영의 마음을 힘들게 했다.

 

 “잘 됐군! 나도 혼자 가볼까?”

 “재희 씬 왜 그래요!? 당신마저 가버리면!”

 

 ‘재희 씨는 안 돼. 그녀는 떠나면 다시 돌아오지 않을 사람이야.’

 

 농담인지 진담인지, 짐을 싸는 차재희의 어깨를 붙잡으며 말했다.

 

 덥석.

 

 “동료가 되기로 약속했잖아요. 재희 씨가 좋아하는 강한 상대를 잡으러 갈 거니 함께 가요.”

 “쳇. 이렇게 흩어진 걸 보면서 동료란 말은 잘도 갖다 붙이는군.”

 

 비꼬는 말투로 코웃음을 치는 차재희였다.

 

 “그리고 재희 씨, 재희 씨 하지마. 으으……. 느끼해. 그냥 이름 불러. 완전 아저씨면서.”

 

 완전 아저씨?

 네티가 아저씨라 부르는 것보다 더 기분이 안 좋았지만 참았다.

 

 “그, 그, 그래. 재희야.”

 “크크크, 아저씨. 손 떠는 것 봐.”

 

 어색한 표정으로 재희에게 대답하는 사이, 서은영은 절실한 눈빛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차재희가 쏘아붙였다.

 

 “언닌 용케 남았네. 아니 힘이 없어서 들러붙어있는 건가?”

 “들러붙다뇨? 어떻게 말을 그렇게 심하게!”

 

 서은영이 첨엔 울먹이더니 이렇게 울부짖었다.

 

 “그래요! 저도 제가 약한 거 잘 알아요! 박상사님 가족 찾는 것도 돕고 싶고, 여러분께 짐이 되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서은영은 울먹거리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재희 씨의 말처럼 제가 약해빠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세요. 뭐든 할게요! 그러니 제발 좀!”

 

 그녀의 표정은 진실했다. 그런 서은영을 보며 아까 떠올린 초희귀 아이템을 만지작거렸다.

 

 “은영 씨, 뭐든 할 수 있나요?”

 “네! 제가 여러분께 도움이 된다면 뭐든 할 거예요.”

 

 눈물 맺힌 눈으로 날 바라보는 서은영의 눈빛은 전과는 다른 강한 눈빛이었다.

 서은영은 흑마법사로서가 아니었어도, 그녀만의 역할을 충분히 해내고 있었다.

 

 ‘그 이상이었지. 그녀가 없었다면 연화가 이만큼 보살핌을 받기도 힘들었어.’

 

 그런 그녀에게 도움이 되는 걸 주고 싶었다. 비록 위험이 크더라도.

 

 “알겠어요, 은영 씨. 그렇다면 하나만 물어볼게요.”

 “네에, 말씀하세요.”

 “이걸 수행하면 죽을 지도 모릅니다. 괜찮습니까?”

 “죽.을.지.도 모른다고요?”

 “네.”

 

 내 대답에 서은영은 고개를 숙여 몸을 떨었다. 하지만 점차 떨림이 사라지면서 비장함이 서린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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