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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던전에서 독박육아
작가 : 포이보스
작품등록일 : 2020.9.3

지구가 멸망하고, 게임 세계가 찾아왔다.
게임 세계의 모든 퀘스트를 통달했으나, 한가지 걸림돌이 있었으니..
내게 딸이 주어졌다고? 이런 상황에서?

 
#26 – 세 번째 퀘스트, 어둠의 영혼(1)
작성일 : 20-09-03 13:26     조회 : 256     추천 : 0     분량 : 8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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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관인 라지에처럼 뿔과 날개가 있으나, 크기가 그보다 작고 별 볼 일 없는 옷차림의 악마가 다리를 떨며 상관에게 보고를 하고 있었다.

 

 “저, 저, 저, 전에 소환하신 거대한 실험체인 엠플라레 아이젠티가 주, 주, 주…….”

 “주, 뭐? 죽었다고?”

 

 힘을 상징하는 듯한 강한 색상과 화려한 무늬의 옷을 입은 라지에는 심기 불편한 표정으로 잔뜩 인상을 썼다.

 

 “그, 그렇습니다.”

 “이미 들은 사실이야. 새로운 것 없어!?”

 

 그가 지른 소리에 놀라 부하직원이 뒤로 자빠졌다. 그는 몸을 일으키며 말을 더듬었다.

 

 “두, 두, 두 번째에서 20렙에 도, 도, 도달한 인간이…….”

 

 <조종당하는 거짓의 혀>라는 이름의 가보를 가진 라지에 앞에선 누구도 거짓을 말할 수 없었다. 이것의 능력은 상대로 하여금 강제로 진실을 말하게 할 수 있다.

 거짓이 들통날 경우, 그 혀를 다시는 못 쓰게 될 수 있기에 부하직원은 그토록 두려움에 사로잡혔던 것이다.

 

 “그만! 네가 말해봐!”

 

 이를 본 라지에는 손짓으로 집무실 입구에 서있던 다른 부하를 불렀다. 그러자 그가 앞으로 나서서 대답했다.

 

 “한국 서버에 세 번째가 시작되기 전, 20렙과 22렙에 도달한 자가 있습니다.”

 

 악마의 사무실이라 생각하기 힘든 깔끔한 인테리어에 밝은 조명을 썼다. 그곳 중앙에 은하계를 딴 큰 모형이 놓여 있었는데, 라지에는 이를 보며 대답했다.

 

 “겨우 20렙 가지고 호들갑은……. 제일 중요한 것은 레벨이 아니라 전투능력이다, 아이젠티처럼. 그게 바로 스타포인트라고 하잖아, 멍청한 것들.”

 “맞습니다. 최고의 스타포인트를 달성하신 분은…….”

 “바로 루시 아르키오님이시지. 그래서 그 놈이 어쨌는데?”

 “그 자가 니후크족 문지기를 죽였다고 합니다.”

 

 라지에는 매우 놀란 표정으로 부하직원을 바라봤다.

 

 “그 니후크를? 잘됐군. 귀찮은 녀석을 처리해주면 우리야 고맙지.”

 “면접을 준비할까요?”

 “그건 됐고, 새로운 아이젠티는 어딨지?”

 “병기고에 잘 모셔놨습니다.”

 “이전 놈처럼 날뛰어서 고문실이고 뭐고 다 부숴 버리면 니네 둘 다 모가지야. 진짜 모가지.”

 “네!? 네, 네. 아, 알겠습니다.”

 

 모가지란 말에 벌벌 떠는 부하직원 둘이 사무실을 나갔다.

 

 “잠깐!”

 “네! 말씀하십시오.”

 

 말을 더듬지 않은 부하가 다시 들어와 그에게 대답했다.

 

 “다음이 어디지?”

 “한국 서버 말씀이십니까? 어둠의 영혼 요새입니다.”

 “거기란 말이지…….”

 

 잠시 생각에 잠긴 라지에가 말을 이었다.

 

 “그 영혼을 문지기로 보내라.”

 “그 영혼이라면.”

 “15년 전 우리와 계약한 녀석 말이다.”

 “아, 알겠습니다. 바로 조치하겠습니다.”

 

 십 년간 탈옥을 수 십번이나 시도했던 그 영혼은 이들에겐 골치덩이였다.

 라지에는 고층 창문을 통해 아래를 바라보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직 쓸만한 놈들이 없어. 쓸만한 놈이.”

 

 * * *

 

 “잘 썼습니다. 건우님.”

 

 정의의 망치를 돌려주며 말했다.

 

 “등급이 S가 돼서 전설이 되었군요!”

 “그, 그렇죠?”

 

 왠지 그가 요란을 떨며 다시 나를 안을까 걱정했다. 천건우는 자신의 망치를 높이 들며 기뻐했다.

 

 “멋있어요! 약속을 지키는 당신은 정말 멋져요!”

 

 와락!

 

 ‘또??? 윽!’

 

 

 칭찬을 스스럼없이 하며 나를 끌어안는 천건우였다. 그 사이에 연화가 끼어 또 엉덩이를 빼야 했다.

 

 “아예, 덕분에 저, 저도 좋았……, 익! 이것 좀 놓고. 연화가 답답해하네요!”

 

 겨우 그의 품에서 벗어나 제대로 말할 수 있게 됐다.

 

 “우으응!”

 “악! 아파!”

 

 연화가 천건우의 배에 손톱 자국을 냈다. 깎아주지 않으면 다칠 정도로 많이 날카로웠다.

 

 ‘잘했어!’

 

 가볍게 망치를 쥐고 있는 천건우를 보며 말했다.

 

 “귀속이라 그런지 무거워 보이지 않네요. 전 꽤 고생했습니다.”

 “하하! 이건 제 정의의 망치입니다!”

 

 환하게 웃으며 망치를 흔드는 모습이 바보같아 보였다.

 

 “전 일행이 있어서, 이만.”

 “네! 다음에 꼭 길드에 들어오십시오. 정의를 위하여!”

 “정의를 위하여!!”

 

 천건우를 만난 후, 마을 입구에 있는 장재훈을 만났다.

 

 “투사의 보루방패가 필요하진 않나?”

 “필요해도 거지꼴에 엉망인 네 더러운 손을 만지고 싶지 않다.”

 “누가 내 손을 만지라고……, 아오오!!”

 

 여전히 싹수가 없는 장재훈이었다. 제법 마력과 힘이 세져 장재훈과 붙어도 질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았다.

 

 “설마 나랑 싸우자는 건 아니겠지?”

 ‘너랑 제대로 맞짱 한 번 뜨고 싶다!’

 

 “광전사로 전직할 거지?”

 “…….”

 

 말을 씹는 그였다.

 

 “아오!”

 

 팔짱을 끼고 먼산을 보며 말하는 장재훈의 뒤통수를 때리려 주먹을 들었다가 내려놓았다.

 

 “전직 장소는…….”

 “알고 있다.”

 “그래, 이쯤에서 우리와 합류하는 게 어때? 앞으로 협력할 일이 많을텐데, 너도 알다시피.”

 

 장재훈은 말없이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바로 대답이 없는 걸 보니 긍정적인 신호같았다.

 

 “혹시……, 우리와 함께 하려고?”

 

 설레발을 쳤던 걸까. 장재훈에게서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너도 악마의 목소리를 들은 적 있지?”

 “악마의 목소리?”

 “요즘 꿈에서…….”

 

 그답지 않게 말끝을 흐리며 고개를 떨궈 바닥을 응시했다.

 

 “표정을 보니 모르는 것 같군.”

 “뭔데? 말해봐. 내가 도와줄게!”

 

 니후크족 문지기가 말한 것이 이런 것이었나 싶었다.

 강한 장재훈 역시 아이젠티처럼 유혹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말이었다. 나 역시 그럴테고.

 

 “필요 없다. 가라, 동료들한테.”

 “끝까지 잘난 척은……. 너도 차재희와 똑같구나. 고집스러운 게.”

 “넌 내가 원하는 게 뭔지 몰라. 도움은 필요없다.”

 

 그래도 차재희는 고집을 꺾었다. 그 때 혼자 남았다면 차재희는 이곳에 올 수 없었을 것이다.

 

 ‘네가 속 시원히 얘기해줬다면 도와줄 것이다. 특히 그 악마들에 관련된 일이라면 더더욱.’

 

 장재훈은 대답 없이 다른 곳을 응시하며 날 무시했다. 그런 그를 뒤로 하고 일행들에게 돌아갔다.

 

 “팀장님 잘 왔어요.”

 “거지꼴로 돌아왔군. 네게 잘 어울리는데?”

 

 날 반기는 일행들을 보며 웃었다.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농담하는 차재희 말투가 장재훈 같았다.

 

 “그간 잘 있었어요?”

 

 일행들에게 무용담을 나누는데 흥이 돋았다. 더불어 연화도 뭐가 그리 신났는지 두 손을 흔들며 좋아했다.

 

 “연화가 그새 많이 컸어요. 한번 안아봐도 되요?”

 “물론이죠, 자.”

 

 연화를 보며 웃느라 눈이 반달이 된 서은영에게 아기띠를 내리고 아이를 안겨줬다.

 

 “우아. 무겁네요. 전과 다르게.”

 “8키로는 나갈걸요.”

 “돌 지나면 10키로 넘을거야, 아저씨.”

 

 서은영은 연화와 대화하듯 말을 주고 받았다.

 

 “그랬어? 아빠가 그랬었구나?”

 “우웅!”

 ‘내가 뭘 그래?’

 

 연화뿐 아니라, 일행들 모두 성장한 듯 보였다. 차재희는 더 날렵해졌고, 박태철은 더욱 든든해보였으며, 경호도 제법 초보 마법사를 벗어난 티가 났다.

 

 “나, 나도 좀! 아기!”

 “저만 별 진도를 못 나간 것 같죠?”

 

 서은영이 연화를 차재희에게 건네주며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앙? 압쁘아!”

 

 연화가 차재희한테 안기길 거부하는지 인상을 쓰며 날 불렀다.

 

 “이리 와.”

 “뭐, 뭐야? 왜? 나도 안을 수 있는데!”

 “아기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해야지. 그렇게 인상쓰면서 안으면 되나, 다시 해 봐.”

 “내, 내가 뭘?”

 

 다시 차재희가 연화를 안았고, 연화는 차재희의 얼굴을 향해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차재희는 이를 피하며 말했다.

 

 “야! 야! 왜 때려!”

 “때리는 게 아니라, 애정표현같은데?”

 “이게 애정표현으로 보여?”

 “연화가 너랑도 잘 맞네.”

 “아니, 진짜.”

 

 연화와 차재희가 잘 노는 동안, 침울해 보이는 서은영을 위로했다. 서은영은 흑마법사의 훈련을 잘 소화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괜찮아요. 능력이야 천천히 배우면 되니까.”

 “일주일이나 훈련을 받았는데, 저만 제대로 습득을 못 해서 속상해요.”

 

 이렇게 말하며 서은영은 울상을 지었다. 서은영에게 흑마법사란 직업이 안 맞는 것 같았다. 그런 그녀를 보며 히든 던전에서 얻은 초희귀 아이템을 떠올렸다.

 

 “조금만 기다려보세요. 제게 생각이 있습니다.”

 “무슨 생각요? 저도 잘 할 수 있겠죠?”

 “그럼요, 지금껏 저희와 연화를 잘 보살펴주셨잖아요. 그게 은영 씨의 잘하는 일인걸요.”

 

 [중립지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여러분들은 7일 간 이곳에서 생활하며, 직업상급자로부터 능력을 배우고, 기술들을 습득 …… ]

 

 두 번째 퀘스트가 종료되고, 사람들은 이곳에 자신의 거처를 마련했다. 그런 이곳을 [중립지역]이라 불렸다.

 일행들은 도착하고 NPC의 안내에 따라 집을 지었다.

 

 “누군 개인집을 지어 혼자 머무는 공간을 마련했는데, 저흰 몽땅 모아서 크게 지었습니다. 이한 씨에게 배정받은 땅까지 넓게요.”

 

 하우징 시스템으로 유저가 직접 재료를 구해 조합하면서 집을 지을 수 있다.

 박태철은 허락없이 진행한 것에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잘 하셨어요! 집이 크면 활동 공간이 넓어져서 좋죠.”

 

 연화와 씻고 먹을 수 있는 공간이면 충분했다.

 어느 건축가가 관리, 감독이라도 한 건지 유저들이 지은 마을은 제법 볼만 했다.

 NPC들이 운영하는 식품점, 수리점 등과 조화로워 시작 마을이었던 프로방스의 느낌이 났다. 그렇게 예쁘진 않았지만.

 

 “서로를 적으로 싸운 사람들 치고는 제법 평화롭게 모여 있네요. 그런데 사람이 왜 이리 많죠?”

 “아닙니다. 말도 마십시오. 첨엔 서로 얼마나 으르렁대던지…….”

 

 서로를 못 잡아서 안달이 났었다고 했다. 특히 PK 길드쪽과 다른 길드들은 여전히 험악하게 굴었다고 했다.

 

 “그런데 여기가 중립지역이라 누군가에게 해를 가하는 순간 즉시 추방이 됩니다. 어디로 가는지는 모르구요.”

 

 [이곳은 중립지역이며, 다른 유저에게 해를 가할 시 즉시 추방됨을 유의하십시오.]

 

 중재자가 나타나 그들을 산으로 끌고 갔다고 했다.

 서로 친해질 수 없는 서울 9서버 사람들이었는데, 다음 날 서버가 통합되면서 오히려 타서버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지금의 마을 형성됐다고 했다.

 

 [서버 통합 안내. 한국 서울 1-10서버가 통합되었습니다.]

 

 서버가 통합된 것은 모두 두 번째 퀘스트를 끝내고 포탈을 타고 한 장소에 모이면서 이뤄졌다.

 

 “서버 통합요? 어쩐지 사람이 많이 늘었네요. 아마 몇 개의 퀘스트를 하면 또 통합이 될 겁니다. 퀘스트 통과자끼리 모으는 거죠.”

 “끊임없는 경쟁이군요. 토너먼트 같은 건가요?”

 “비슷해요. 마지막에 도달하면 열 손가락에 꼽을 정도만 남겠죠.”

 

 이틀간은 계속 이와 같은 안내 메시지를 받았다고 했다. 그때 서은영이 말했다.

 

 “연화 욕조가 필요할 것 같은데 못 만들었어요, 팀장님.”

 

 서은영은 못내 아쉬워하는 표정이었다.

 

 “연화를 물에 잠겨서 씻기는 게 아무래도 낫…….”

 

 말이 끝나기 무섭게 네티가 끼어들며 요술봉을 허공에 돌렸다.

 

 삐리링!

 

 “그럼, 그럼! 욕조가 낫지! 아저씨 돈 많이 벌어왔지? 또 준비했어! 신상들로 말이야!”

 “또 시작한다.”

 

 특수효과가 한층 강화되어 반짝이들의 색상과 연출이 다양해졌다. 그런 반짝이들 사이로 네티의 상점이 등장했다. 레벨업을 한 채!

 상점이 레벨업을 하면 등장 아이템도 좋아진다.

 

 “내 상점이 제법 좋아졌어. 이게 다 재훈님 덕분이지 뭐야?”

 “내 덕이 아니고?”

 

 영업을 시작하는 밉상 네티를 보며 인상을 쓴 나와 달리, 연화는 반짝이들을 보며 박수를 쳤다.

 

 “우아아아!”

 “연화가 제법 커서 필요한 게 더 많아졌어. 물론, 내가 다 준비해놨지. 기대하라구~! 뿅!”

 

 연화는 네티에게서 받은 작은 요술봉을 흔들며 반짝이들을 만들어냈다. 이를 보며 함박웃음을 짓고 있었다.

 

 “더 예뻐졌어요, 연화가.”

 “동그란 얼굴이 약간 갸름해지면서 머리도 꽤 자라서 더 예뻐졌어요.”

 

 연화의 얼굴을 쳐다보느라 네티가 창고문을 여는 것도 못 보고 있었다.

 

 “오늘은 특별히 실물로 보여주려고 내가 들고 왔어. 여기 창고로 쓸 수 있으니 아주 좋아! 덕분에 다른 사람들한테도 팔았잖아?”

 

 그제서야 네티가 창고에서 수많은 물건들을 꺼내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욕조와 유모차, 장난감 그리고 책 그리고 이유식 등 전부 나열하기 힘들만큼 많이 펼쳐놨다.

 

 “이렇게 많이!? 그리고 창고에 욕조가 있었는데 안 썼단 말야?”

 “무슨 소리!? 공짜 좋아하면 클나!”

 

 네티는 스무 가지나 되는 물품들을 내게 설명하고 있었다.

 

 “저기, 은영 씨.”

 “네. 팀장님.”

 “원래 애 키울 때 이렇게 많이 필요해요? 살 게?”

 “저도 키워본 게 아니라서 잘 모르지만, 보육원에 봉사를 나가 본 경험으로 말씀드리자면…….”

 

 네티가 설명해준 물건들을 보며 고민하는데 서은영이 몇 가지를 추려줬다.

 

 “뭘 그리 속닥거려. 아저씨, 얼른 결정해. 곧 가야 돼. 시간 없어.”

 

 서은영이 얘기해준 것들은, 네티가 추천해준 것에 비해 저렴하고 실용적인 욕조였다. 책도 전집이 아닌 몇 가지 책을 낱권으로 골라줬다.

 

 “은영 씨, 장난감은 세트로 사는 게 할인도 되고 좋지 않아요?”

 “맞아. 할인가도 적용돼 있고 필요한 거 다 있으니 얼마나 좋아. 이거 사면 2년은 쓸 수 있다니까?”

 “아네요, 팀장님. 실제로는 몇 개월 못 써요. 종류별로 하나씩만 사도 충분해요.”

 

 이렇게 말하며 가지수를 스무 개에서 열 개로 줄이고, 물품수도 대폭 줄여줬다.

 

 “이 정도면 딱 인 것 같아요. 필요하다 싶으면 그 때 또 사구요.”

 “저기요, 언니?”

 

 네티가 화난 표정으로 서은영을 노려봤지만, 오히려 해맑게 웃으며 응대했다.

 

 ‘순수한 표정이 연화와 꼭 닮았네.’

 

 “쳇! 너무 표정이 맑아서 할 말을 잃었어. 교환은 말한 대로 반값 내야 돼. 알겠지?”

 “응.”

 

 [골드 : 12,083G → 11,633G.]

 

 [아기 욕조(일반), 서적 10권, 이유식 A타입, 기저귀 3단계, 물티슈, 베이비로션, …(중략)… 을 획득했습니다.]

 

 450골드를 사용하여 물품을 대량 구매했다. 서은영의 추천 물품들을 사니, 항상 바닥을 보였던 통장 잔고(?)가 많이 남아 있었다.

 

 “줄여도 많네요. 그래도 뭐, 다 필요한 것 같아요. 이유식은 먹여 보고, 안 맞으면 바꾸던지 해야할 것 같구요.”

 “은영 씨, 고마워요. 선택해줘서.”

 “뭘요, 천사하우스 아이들 생각하면서 골라봤어요. 거긴 이보다 더 없었는데.”

 

 이렇게 말하는 서은영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참 따뜻한 사람이야. 단순히 예쁜 줄로만 알았는데.’

 

 “아저씨.”

 “응?”

 “저 언니 없을 때 나랑 따로 얘기 좀 해.”

 

 귓속말을 하는 네티의 목소리에 소름이 돋았다.

 

 “무섭잖아!”

 “학습지는 왜 안 산거야? 똑똑해지는 건데.”

 

 만 일 년이 지나서 결정해도 좋을 것 같다는 서은영의 조언을 따랐을 뿐이었다.

 

 “그거 2천골 가까이 한다며.”

 “할부 가능해. 가끔 행운 발동인지 그걸로 10% 할인도 뜨잖아……. 흥!”

 

 해가 지면서 노을마저 사라지고 있었다. 희미한 불빛 속에서 무기를 연마하던 박태철이 몸을 일으키며 입을 열었다.

 

 “다음 장소는 어딥니까?”

 “아마 성채로 갈 것 같습니다. 어둠의 영혼 성채로요. 저 앞에 보이는 산이요,”

 

 가리킨 곳에 큰 바위산으로 둘러싸인 거대한 성채가 있었다. 사람들이 끌려갔다던 그곳이다.

 

 “그럼 끌려간 사람들과 싸우게 되는 겁니까?”

 “아닐 겁니다. 성채 문지기들은 따로 있어요. 그 사람들은 어딨는지 저도 잘…….”

 

 어둠이 찾아오자마자 퀘스트가 발동했다.

 

 [세 번째 퀘스트(전체)가 시작됩니다.

 분류 : 메인(선택)

 명칭 : 어둠의 영혼

 기간 : 5일

 보상 : 2,000G.

 내용 : 성채의 입구를 선택하여 성채 꼭대기에 도달하십시오. 순위에 따라 추가 보상이 달라집니다.

 “게이머들의 경쟁은 여느 분야보다 치열하다. 그것이 목숨을 거는 게임일수록.”]

 

 메시지가 뜨자 검은 암석들로 이뤄진 성채 아래에 흐르는 용암이 불꽃을 내면서 분수를 만들어냈다.

 

 “어, 엄마. 무서워.”

 

 열 살이 채 안된 여자아이가 이를 보고 떨었다.

 

 “애 아빠가 잡혀갔어요! 구해주세요!”

 

 그 아이의 엄마가 사람들에게 호소했지만, 사람들이 무시할 뿐이었다.

 

 “지가 우리한테 칼을 휘둘러서 간 걸 왜 구해달래?! 웃긴 여편네구먼.”

 

 그러는 사이 장재훈은 불꽃 사이로 빠르게 달려가고 있었다.

 

 “쟤는 미리 준비하고 있었어. 하여간 1등 안하면 입병이라도 걸리나봐.”

 

 어떤 사람들은 퀘스트를 보며 꽁무니를 빼듯 이야기했다.

 

 “선택이라면 안 가도 되는 거지? 귀찮은데 난 여기 남아서 잠이나 잘래.”

 “나도. 굳이 목숨 걸면서 싸우고 싶지 않아. 난 소중하니까.”

 “저게 무슨 말이에요? 선택이라니?!”

 

 서은영의 질문처럼 이번은 선택적으로 퀘스트를 진행할 수 있다.

 

 “강요는 아니에요. 전과 다르게.”

 “그럼 여기서 5일 간 재밌게 지내면 되겠어요!”

 

 경호의 말처럼 재밌게 보내면 좋겠지만, 이번 퀘스트를 미루면 후에 있을 상황에 뒤쳐질 것이 분명했다.

 

 “그러면 좋겠지요. 근데 이상한 걸 발견했습니다. 저를 훈련시켰던 상급자가 사라졌습니다.”

 

 박태철의 의심스런 눈빛으로 말했다.

 

 “NPC들이 사라졌어요. 물론, 낮이 되면 돌아옵니다만, 여기 남아 있으면 도태될 뿐입니다.”

 “그래, 어차피 싸울 거 우리도 빨리 가지? 그 괴물 장재훈도 벌써 갔던데.”

 

 차재희도 박태철처럼 전투 준비를 하며 투덜거렸다.

 

 “입구가 여러 곳이면 선택에 따라서 쉬운 길이 있겠군요.”

 

 박태철의 지적은 정확했다. 그러기에 장재훈이 빠르게 뛰어간 것이다.

 

 “역시 박상사님은 예리하시군요. 그래서 먼저 출발하면 이득이죠.”

 “그럼 저희도 출발해요! 형!”

 

 마치 내 결정을 기다리듯 일제히 나를 쳐다보는 일행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끝까지 남겠습니다. 모든 팀이 출발할 때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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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9 - 지구 최후의 날(끝) 2020 / 9 / 3 266 0 6826   
9 #8 - 지구 최후의 날(7) 2020 / 9 / 3 254 0 7275   
8 #7 - 지구 최후의 날(6) 2020 / 9 / 3 248 0 8353   
7 #6 - 지구 최후의 날(5) 2020 / 9 / 3 249 0 7511   
6 #5 - 지구 최후의 날(4) 2020 / 9 / 3 251 0 8269   
5 #4 - 지구 최후의 날(3) 2020 / 9 / 3 245 0 7346   
4 #3 - 지구 최후의 날(2) 2020 / 9 / 3 256 0 6181   
3 #2 - 첫 번째 퀘스트, 지구 최후의 날(1) 2020 / 9 / 3 229 0 6737   
2 #1 - 첫 만남 2020 / 9 / 3 254 0 6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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