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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던전에서 독박육아
작가 : 포이보스
작품등록일 : 2020.9.3

지구가 멸망하고, 게임 세계가 찾아왔다.
게임 세계의 모든 퀘스트를 통달했으나, 한가지 걸림돌이 있었으니..
내게 딸이 주어졌다고? 이런 상황에서?

 
#12 – 전장(3)
작성일 : 20-09-03 13:10     조회 : 245     추천 : 0     분량 : 8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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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딜!!”

 

 칼에 찔렸다고 쉽게 쓰러질 박태철이 아니었다. 오랜 경험과 단련으로 인해 고통을 잊고 최사형의 다리에 칼을 휘둘렀다.

 

 으악!

 

 최사형은 고통과 함께 몸을 뒹굴었다. 그러다 박태철의 다리를 향해 단도를 던졌다.

 그의 왼손에서 날아간 단도가 허벅지에 꽂히면서 박태철은 다시 한번 비명에 괴로워했다.

 

 “이, 이 녀석!!”

 “칼 한 방으로 안 되면 더 넣어야지.”

 

 이렇게 말하며 최사형이 단도를 던지려 했으나, 손동작은 박태철이 빨랐다.

 그는 허리춤에 있는 칼을 최사형에게 던졌고, 최사형을 이를 피하다 왼팔을 스쳤다.

 그리고 칼이 땅에 떨어짐과 동시에 최사형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어딜 간 거냐!!”

 

 주위를 둘러봤지만, 최사형은 보이질 않았다.

 

 “어떻게 된 거예요? 사라졌어요!”

 “로그 직업의 스킬입니다. 모습을 감출 수 있죠. 잠깐뿐이지만요.”

 

 서은영은 보급품에서 구급상자를 꺼내 경호와 박태철을 보며 허둥대고 있었다.

 그때 최사형의 목소리가 바로 곁에서 들려왔다.

 

 “낄낄. 여자와 아이. 거추장스러운 것들.”

 “꺄악!!”

 

 모습을 드러낸 그는 서은영과 연화를 향해 칼을 휘둘렀고, 이를 보고 그들에게 달려갔다.

 

 “안 돼!!!”

 

 몸을 날려 그의 칼을 등으로 막았고, 늑대의 발톱에 긁혔을 때처럼 강한 통증을 느꼈다.

 

 끄아아악!

 

 비록 고통에 비명을 질렀지만, 연화가 당했을 일을 생각하면 통증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

 

 “팀장님!”

 

 극도의 분노가 차올랐다. 도망가려는 최사형을 붙잡았다. 녀석을 용서할 수 없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연화에게 칼을 휘두르다니!

 

 “네가, 네가 연화를 건드려!?”

 “너, 너, 너 왜 이렇게 빨라!”

 

 멱살을 잡혀 당황하는 최사형의 면상을 향해 있는 힘을 모아 주먹을 날렸다.

 고유무기 없는 무직인 내겐 주먹이 무기였다.

 

 퍼억!

 

 그리고 다시 한번 날렸다. 주먹을 날릴 때마다 분이 풀리지 않았다. 오히려 더 쌓이는 기분만 든다.

 

 퍼억!

 

 “너는, 너는 내가 살려두…”

 

 얼굴에 주먹을 맞으면서도 최사형은 칼을 휘둘렀다.

 

 촤악!

 

 칼끝이 배를 스쳐갔다. 피가 흐름에도 그를 놓지 않고, 다시 주먹을 내리꽂았다.

 

 “감히 네가……. 연화를……!”

 

 퍽! 퍽! 퍽!

 

 “저러다 죽겠어요!”

 “형이 저렇게 화내는 건 처음 봐요.”

 “죽진 않을 겁니다. 실명 정도 되는 것 밖에.”

 

 치료를 받은 경호와 박태철이 붕대를 감싸며 서은영의 말에 대답했다.

 얼굴형이 변할 정도로 맞은 최사형은 입에서 피를 잔뜩 흘리면서도 비명 한번 지르지 않았다.

 

 “맞는 데 이골이 난 몸이야. 더 해보시지. 네가 날 죽이지 못하면 저 애는 내 손에 죽을 거야. 낄낄낄.”

 “이게 뚫린 입이라고!!”

 

 하늘 높이 주먹을 들었다가 지금껏 때린 것보다 더 강한 힘을 주고 내리칠 때, 바닥에 최루탄이 터졌다.

 

 퍼엉!

 

 코를 찌르는 지독한 연기가 올라오자, 당장 서은영에게 달려가 연화를 감쌌고, 최사형은 그 틈을 타 사라졌다.

 

 으에에에앵!!

 

 연화는 목이 갈라질 듯 세차게 울어댔다. 또 베르제 각성 게이지가 올라가고 있었다.

 

 [연화의 호흡이 약해집니다. 체력이 감소합니다.]

 [경고! 연화의 후두와 폐가 상처를 입었습니다! 손상률 : 33%.]

 

 최대한 연기가 연화의 코에 들어가지 않도록 온몸으로 감쌌고, 이런 상황에 익숙한 박태철이 젖은 수건으로 최루탄을 덮었다.

 

 콜록! 콜록!

 

 “팀장님! 경호 씨!”

 

 당장이라도 네티에게서 은신 감지 물약을 사서 최사형을 쫓고 싶었지만 연화를 두고 갈 수 없었다.

 

 [손상률 : 47%.]

 

 연기의 피해를 최대한 피할 수 있는 곳으로 이동해 수건에 물을 적셔 연화의 얼굴을 닦아 주었다.

 

 “울음은 그쳤어요.”

 “하지만 문제는…….”

 “전 경호 씨와 박상사님의 상처를 치료할게요.”

 

 [더이상 연화의 후두와 폐가 상처를 받지 않습니다.

 손상률 : 51.72%.]

 

 “너무 상처가 크다. 잠깐 마셨는데 50%가 넘었어!”

 

 [현재 친밀도 : 150.

 연화를 위한 자기희생으로 친밀도(+30)가 크게 상승했습니다.

 전설의 보상이 주어집니다. 보상을 선택하십시오.

 1. 소모성 - 포르테아 레큐페 : 즉시 신체의 모든 부분을 회복합니다.(부활 불가)

 2. 영구적 - 아우멘토 딜라비리타 : 종합능력치(+1,000).]

 

 둘 다 고유의 이름을 가진 전설보상목록이다.

 포르테아 레큐페는 해당 아이템이 생성된 지역인 고산지대에서 느껴지듯 극한의 추위에서도 이겨낼 수 있는 초강력 회복제이다.

 

 “이것이 어디서 왔는지 생각만 해도 몸이 으슬으슬하네! 다음 목록은!?”

 

 아우멘토 딜라비리타. 아마 내가 이걸 획득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딱 한 번. 바로 지금일 것이다.

 

 “영구적으로 능력치를 1,000이나 올려주니 누구든 이걸 선택하겠지.”

 

 이거면 바로 열 단계의 퀘스트를 프리패스 할 정도로 강력했다.

 하지만 난 주저하지 않고 첫 번째 보상을 선택했다.

 

 ▶ /보상선택 1

 

 [포르테아 레큐페(부활 불가)를 획득했습니다.]

 

 병에 적힌 주문서를 읽었다. 전설템인 만큼 섭취방법도 절차가 있었다.

 

 “레스타우라메, 살바미 … ”

 

 찰칵!

 

 주문이 끝나자 병이 열렸다. 바로 젖병에 집어넣고 분유에 섞어 연화에게 주었다. 연화는 거부감 없이 회복제를 모두 들이켰다.

 

 [대(大) 회복! 연화의 신체가 모두 회복되었습니다! 능력이 크게 향상되었습니다!

 섭취량 증가, 폐활량 증가, …… ]

 

 모두 회복되었다는 메시지를 보자 안심이 됐다.

 90까지 치솟던 각성 게이지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상한 건 순간적으로 마이너스(-)가 됐다는 것이다.

 

 [베르제 각성 : 90 → -10%, 0%.]

 

 ‘마이너스? 잘 못 봤나? 0퍼센트네.’

 

 고개를 갸우뚱거릴 때 네티가 먼저 말을 건넸다.

 

 “잘했어, 아저씨.”

 

 네티가 차분한 목소리로 칭찬했다.

 

 “네가 웬일로 칭찬이야?”

 “원래 칭찬도 해. 어색하면 선물이라도 줄까?”

 “됐어.”

 

 [현재 친밀도 : 180. 연화의 회복(+30). 다음 보상까지 남은 친밀도(+20).]

 

 “휴! 다행이야. 연화야. 정말 다행이야.”

 “경호 씨! 이제 좀 괜찮아요?”

 “…네, 대리님. 아저씨는요?”

 “저도 치료했습니다. 뭣보다 죄송합니다. 제가 그 녀석을 놓쳐서.”

 

 연화를 안고 있던 내가 그들 사이로 들어갔다.

 

 “괜찮아요. 그게 왜 박상사님 잘못이에요. 제가 놓치지만 않았어도….”

 “근데 저, 저기 사람들이.”

 

 경호가 가리킨 보급품 상자 안을 다른 사람들이 뒤지고 있었다.

 

 “그냥 둬. 저들도 살아야지.”

 “형, 우린 저들과 경쟁하고 있는 거잖아요.”

 “경쟁? 글쎄. 순위에 오른다고 무슨 의미가 있을까?”

 

 경호는 내 말에 반박하며 열을 올렸다.

 

 “무슨 의미라뇨!? 떨어지면 죽게 되잖아요. 죽을 수도 있는 경쟁에서 양보하고 싶진 않아요.”

 “그래. 네 말이 맞아. 나라고 삶까지 양보하고 싶진 않아. 그렇지만 다른 사람들을 죽이며 살고 싶지도 않아. 순리대로 가고 싶어.”

 

 이런 내 설득에도 경호는 여전히 납득하지 못한 표정을 지었다.

 

 ‘보급품을 나눠주고 싶지 않은 네 맘을 이해해. 여긴 피 튀기는 전장이니까.’

 

 [남은 인원 : 233명.]

 [자기장 생성까지 60분. 생성 구역 : C.]

 

 이때 메시지가 떴고, 이를 보고 서은영이 말했다.

 

 “팀장님, 여기서 찾을 것이 더 있나요?”

 “아뇨. 딱히. 이젠 나가야 될 것 같아요.”

 

 이렇게 말했지만, 머릿속은 이곳에 계속 남으라고 지시하는 것 같았다.

 

 ‘베르제가 속삭인 것도 아닌데!’

 

 최사형과의 전투로 구급품과 전투장비 일부만 챙기게 되었지만, 그걸로 만족했다. 우린 채비를 하고 지프에 올라탔다.

 

 “안내해주시오. 물건을 구하러 가봅시다.”

 

 부릉! 부릉! 푸슈우욱.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연료가 떨어졌습니다.”

 “별수 없네요. 걸어가죠.”

 

 회복제와 분유를 먹고 잠든 연화를 업은 채 나무 사이를 걸어갔다.

 

 [피로도 : 81. 체력 : 36/170. 피로도가 높습니다. 체력이 부족합니다. 회복이 필요합니다.]

 

 실험체 X 그리고 구속의 화염의 정령과 싸우는 동안, 상당한 피로가 쌓이고 체력이 떨어졌다.

 그러나 이런 것이 나 혼자는 아닐 것이다.

 

 “다들 피로와 체력이 어떠세요?”

 “힘들어요. 당장 쓰러질 것처럼.”

 “말도 마요, 형. 죽겠어요. 우리 뭐라도 먹어야 할 것 같아요.”

 

 박태철은 아무 말이 없었다. 군인의 정신력으로 이겨내고 있는 것이겠지.

 

 [자기장 생성까지 40분. 생성 구역 : C.]

 

 전방에 벽돌로 된 2층 주택들이 보였다.

 

 “저곳 중 먹을 곳이 있을 수 있어요.”

 

 이렇게 말하자, 당장이라도 경호는 그곳으로 달려갈 듯 자세를 취했다.

 

 “제가 가서 구해올게요!”

 “기다려 봐.”

 

 급히 가려는 경호를 붙잡았다.

 

 “왜요?”

 

 어지간히도 배가 고픈 모양이다.

 

 꼬르륵.

 

 나 역시 허기에 뱃속에서 소리가 났다.

 

 “형도 배고프잖아요. 얼른 가서 구해올게요.”

 

 의심스러울 정도로 고요했다. 그때 박태철이 입을 열었다.

 

 “이제껏 나무 사이로 다녔지만, 트인 길은 위험합니다. 낮은 자세로 길 끝에 붙어가야 합니다.”

 “아무도 없는데요??”

 

 그렇기에 더욱 위험한 것이었다. 두 번째 퀘스트는 사람과 대결하는 서바이벌 배틀게임. 누가 옥상에서 우릴 저격할지 모르는 일이다.

 

 “저격당할 수 있어서 그래. 먹을 것 이전에 우리 몸을 보호해야지.”

 

 내 말에 박태철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린 자세를 낮춰 이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가장 가까운 주택에 다다라서 담벼락을 등지고 몸을 숨겼다.

 

 “이렇게까지 해야…?”

 

 피융! 퍽!

 

 총알이 담벼락을 때렸다.

 

 “흐익!”

 “거봐. 지프탈 때를 잊었나 보지?”

 “하지만 이것도 좋은 건 아닙니다. 적이 맞은 편에 있어서 다행이지, 이 집에 있었다면 모두 죽은 목숨입니다.”

 

 역시 전투경험자였다. 담벼락에서 집안으로 빠르게 이동했고, 그의 말대로 아무도 없었다. 음식도.

 

 “에이! 다 비었네. 여기서 좀 쉬면 안 될까요?”

 “그건 안 돼.”

 

 이렇게 말하며 연화를 보니 땀을 흘리며 자고 있는데, 목이 꺾여 불편해보였다. 포대기를 고쳐매어 조금 느슨하게 했다.

 체력적으로 모두 힘든 것은 사실이나, 자기장이 생길 이 지역에서 쉴 순 없었다.

 

 “곧 자기장이….”

 “맞다! 깜박했네요. 너무 힘들어서.”

 

 표정을 보니 모두 같은 생각이었다. 쉬고 싶지만, 쉬자고 말할 수 없는. 차라리…….

 

 “차라리 음식을 찾고 빨리 이곳을 벗어나는 것이 답일 것입니다.”

 “박상사님 말씀대로 입니다. 마당에 뭔가 떨어져 있다면 그 집에 음식이 있을 가능성이 높아요.”

 

 반대로 말하면 누군가 집어갔기 때문에 집과 마당이 깨끗한 것이었다.

 최대한 나무 등을 등지고, 달빛에 의존하는 밤 시야를 이용해 눈에 띄지 않게 다음 장소로 갔다.

 

 “저, 저기! 뭔가 떨어져 있어요!”

 

 희미하게 보이는 어둠 속에서 경호가 발견하고 소리쳤다.

 그의 말대로 집 앞에는 보급품들이 일부 떨어져 있었다.

 

 “저게 왜 저기에 있죠?”

 “보급품이 공중에서 부서져서 땅에 뿌려져서 그럴 거예요.”

 “공중에서 부서지다뇨?”

 

 욕심 많은 자들이 먼저 차지하려 보급품 상자에 총을 쏘면, 상자가 부서진다. 그런 후 물품이 공중에서 뿌려지고, 쏜 자는 얻지도 못한 일이 일어났을 것이다.

 

 “사람들의 욕심이란…….”

 

 박태철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경호는 담벼락 뒤에 붙어 등을 대고 첩보놀이를 하듯 고개를 좌우로 돌렸다.

 

 “그렇게까지는.”

 “혹시 모르잖아요. 사람이 있으면 어떻게 해요.”

 

 인기척을 못 느꼈는지 그는 자세를 풀고, 바닥에 떨어진 몇 개의 물품을 주우며 문을 향해 걸어갔다.

 

 “형, 이거 봐요. 누가 도미노를 세운 것처럼 보급품이 늘어져 있네요. 문 안쪽으로요.”

 

 대부분 총알이나 무기 같은 것들로, 우리에게 필요 없는 것들이었다.

 그렇게 하나씩 주워가며 앞으로 가던 경호는 문 바로 앞에 놓인 초콜릿에 손을 가져가려 했다.

 

 “자, 잠깐!!”

 

 외침에 놀라 모두 몸을 움츠렸고, 재빨리 경호의 뒤를 잡고 집의 외벽에 몸을 기댔다. 그리고 서은영과 박태철 역시 나와 같이 몸을 숨겼다.

 

 “이번엔 또 왜요? 저격수라도 본 거예요?”

 ‘쉿!’

 

 그의 입을 막고 숨을 죽였다. 맞은 편에 저격수가 있었다면 나보다 박태철이 먼저 알려줬을 것이다.

 박태철은 창문 근처로 걸어가 귀를 대고 집중했다. 그리고는 검지로 입을 막고 고개를 끄덕였다.

 

 ‘안에 사람이 있어.’

 ‘어떻게 알아요?’

 ‘이 물건들은 우릴 낚으려고 뿌린 거야. 아마 문 안쪽에는 함정도 있을 거야.’

 ‘아무 소리도 안 나는데!?’

 

 서은영이 이를 듣고, 해골 하나를 소환했다. 해골이 초콜릿 위로 걸어가자 그물이 땅에서 올라오면서 해골을 감싸고 지붕으로 솟았다.

 

 ‘……역시.’

 

 서은영은 다른 해골을 문 안으로 들여보냈다. 그리고 둔탁한 소리와 함께 해골이 부서지는 소리가 함께 들렸다.

 

 ‘트랩이군. 전장에선 흔한 일이지. 제가 들어가겠습니다.’

 

 이렇게 속삭이며 박태철은 보급품 상자에서 얻은 연막탄의 핀을 이빨로 뽑고 문에 몸을 기댔다.

 

 ‘여기서 기다리십시오.’

 

 데구르르. 푸슈우우.

 

 문 사이로 연막탄을 던진 후, 그는 칼을 쥔 채 안으로 파고들었다.

 위험을 무릅쓰고 돌진하는 그의 모습에서 깊은 신뢰를 느꼈다.

 

 ‘내게도 아버지가 있었다면 저런 모습이었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침투한지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맥없는 표정을 지으며 밖으로 나왔다.

 

 “들어가시죠.”

 “아, 아무도 없나요?!”

 

 경호가 묻자 그는 덤덤하게 대답했다.

 

 “보면 압니다.”

 

 집 안을 들어가서 나무 계단을 밟고 2층에 올라갔다.

 고개를 돌리자 가장 안쪽 구석에 기대어 앉아 숨을 고르는 한 여자가 있었다. 그녀는 우릴 향해 칼을 겨누고 있었다.

 

 “헉. 헉. 날 죽이던지, 아니면 여기서 죽던지.”

 

 지난 실험체 X와의 전투에서 정신이상을 보인 남자들 사이에 있던 그 여자였다.

 

 ▶ /훔쳐보기 대상

 

 [캐릭터 상세 정보

 이름 : 차재희

 레벨 : 8

 직업 : 로그 …… ]

 

 [차재희의 가보(고유, 희귀)

 실물 : 게야무라와 투신한 논개의 가락지

 명칭 : 죽음을 이긴 용맹함

 특전 : 순간을 제압하는 자

 패널티 : …… ]

 

 <통달(가보)>에 따르면, 이 유품을 가진 자의 순간적인 움직임을 눈으로 볼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다고 했다.

 

 ‘순간을 제압하는 논개의 유품!? 그래서 이상한 종교집단의 남녀 둘을 벨 때, 눈에 보이지 않았군!’

 

 차재희의 손가락에는 두 개의 가락지가 끼어 있었고, 그런 그녀가 벽에 기대어 앉은 채, 팔과 다리에 피를 흘리고 있었다.

 

 “죽이려고 온 게 아닙니다. 저희는 먹을 걸 구하러 왔어요.”

 “먹을 거라면 냉장고에 있으니 얼른 가지고 가, 다시 함정을 설치해야 해서….”

 

 차재희는 살기를 내뿜으며 우릴 노려봤다. 그런 그녀에게 서은영이 다가가 치료를 시작했다.

 

 “뭐, 뭐하는 거야!?”

 “그런 몸으로 함정을 어떻게 설치해요. 조금만 참아요.”

 

 경호와 박태철을 치료할 때처럼, 다시 서은영이 나섰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을 도울 때, 유난히 빛이 나는 것 같았다. 진짜 빛이.

 

 ‘서은영의 가보가 뭐길래…….’

 

 ▶ /훔쳐보기 서은영

 

 [서은영의 가보(유전자, 희귀)

 실물 : 없음

 명칭 : 의녀 서장금의 심성

 특전 : 생명으로 인도하는 자

 설명 : 타인을 도울 때, 그 위력이 배가 됩니다.]

 

 ‘의녀 대장금!’

 

 입이 ‘떠억’하고 벌어졌다. 대장금의 유전자가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그런 심성이라 연화도 잘 돌보고, 저 거침없는 차재희도 치료할 때면 손쉽게 제압하는구나!’

 

 “으악! 아파!”

 “가만히 좀!”

 

 서은영의 가보를 보니 흑마법사와는 거리가 있어 보였다.

 

 ‘뭐, 가보와 어울리진 않지만, 본인이 선택한 직업이니까…….’

 

 비명을 지르는 차재희를 뒤로하고, 우린 냉장고를 뒤져 음식을 꺼냈다.

 

 우물우물.

 

 “보니 여기 온 게 우리가 처음이 아닌 것 같던데?”

 

 박태철이 의외의 질문을 했다. 잘 보이지도 않은 이곳에서 다른 사람의 흔적을 찾은 모양이다. 그리고 차재희는 의외의 대답을 했다.

 

 “맞아. 아주 소름끼치는 녀석이었어. 함정은 가볍게 무시했지.”

 

 자신보다 열대여섯 살은 많아 보이는 박태철에게도 존댓말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박태철은 전혀 신경쓰지 않는 눈치였다.

 

 “악! 아파!”

 “참으세요. 그래야 빨리 낫는 답니다. 누가 임시처방을 했는데 피가 샜네요.”

 

 경호와 박태철을 거쳐 세 명째의 치료라 그런지 서은영의 손놀림이 능숙했다.

 

 “박상사님이 예리하시군요. 짧은 순간이 그걸 파악하시고.”

 “실제론 이것보다 더합니다.”

 “함정을 피했다고?”

 

 장재훈이 아닐까 싶어, 고통을 참느라 표정이 일그러진 차재희에게 이렇게 물었다.

 

 “혹시 은빛의 긴 대검을 등에 차고 다니는 못생긴 남자 아닌가요?”

 “못생기진 않았어. 오히려 잘생겼지. 은빛 대검은 맞고.”

 

 은빛 대검은 장재훈이 소유한 장보고의 칼이 맞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은 아니겠지, 잘생겼다니까.

 

 “못생기지 않다니, 장재훈은 아니군.”

 “은빛 대검이면 맞는 거 아니에요?”

 

 서은영이 내 말에 되묻는 사이, 박태철이 차재희에게 다시 말을 걸었다.

 

 “함정을 무시한 후 어디로 갔습니까?”

 “몰라. 이상한 건 미친 사람처럼 딸꾹 거리며 춤을 추더니….”

 “춤을 추더니?”

 “구속된 화염의 정령을 쳐부수기 위해 뭔갈 찾으러 간다고 했어. 그 말을 하는 와중에도 여전히 딸꾹 거리더군. 바보처럼.”

 “장재훈이 맞는 것 같은데요, 팀장님?”

 “뭐라고요!!??”

 

 차재희의 말에 몹시 놀라 소리쳤는데, 서은영이 대신 대답했다.

 

 “장재훈이 맞는 것 같아요.”

 “은영 씨, 그거 말고요!”

 

 다급히 물었지만, 차재희는 모르는 듯했다.

 

 “뭐? 아얏!”

 “다 됐어요. 일어나 보세요.”

 

 장재훈이 여기 왔었다고?

 그리고 아이젠티를 부술 방법을 알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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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2 – 전장(3) 2020 / 9 / 3 246 0 8165   
12 #11 – 전장(2) 2020 / 9 / 3 252 0 5138   
11 #10 – 두 번째 퀘스트, 전장(1) 2020 / 9 / 3 258 0 5960   
10 #9 - 지구 최후의 날(끝) 2020 / 9 / 3 266 0 6826   
9 #8 - 지구 최후의 날(7) 2020 / 9 / 3 253 0 7275   
8 #7 - 지구 최후의 날(6) 2020 / 9 / 3 248 0 8353   
7 #6 - 지구 최후의 날(5) 2020 / 9 / 3 248 0 7511   
6 #5 - 지구 최후의 날(4) 2020 / 9 / 3 251 0 8269   
5 #4 - 지구 최후의 날(3) 2020 / 9 / 3 245 0 7346   
4 #3 - 지구 최후의 날(2) 2020 / 9 / 3 256 0 6181   
3 #2 - 첫 번째 퀘스트, 지구 최후의 날(1) 2020 / 9 / 3 229 0 6737   
2 #1 - 첫 만남 2020 / 9 / 3 253 0 6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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