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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던전에서 독박육아
작가 : 포이보스
작품등록일 : 2020.9.3

지구가 멸망하고, 게임 세계가 찾아왔다.
게임 세계의 모든 퀘스트를 통달했으나, 한가지 걸림돌이 있었으니..
내게 딸이 주어졌다고? 이런 상황에서?

 
#5 - 지구 최후의 날(4)
작성일 : 20-09-03 13:00     조회 : 251     추천 : 0     분량 : 8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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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재능력??!!”

 “드디어 열렸나 보네.”

 “잠재능력, 그게 뭐예요?”

 

 질문하는 걸 보니 서은영은 가보로 인한 특수효과를 받지 못한 것 같았다. 이런 내 생각에 답변이라도 하듯 요정이 말했다.

 

 “참, 언니 가보는 그런 효과가 없구나. 가보에도 등급이 있으니까.”

 “제 것은 희귀예요. 그게 뭐냐면…….”

 

 서은영이 자신의 가보에 대해 말하려는데 또 요정이 끼어든다.

 

 “아저씬 가보 받을 때 메시지 안 떴나? 전설이라고 떴을 걸?”

 “전설이라고 떴지! 너무 정신이 없어서 신경을 못 썼지만.”

 

 <통달>에는 가보의 정보를 볼 수 없었다. 가보에 관한 설명에는 이렇게 나와 있었다.

 

 [가보를 추가로 획득하거나, 타인의 가보를 훔쳐볼 시, 통달의 정보가 갱신됩니다.]

 

 ‘훔쳐본다고? 이게 무슨 말이야? 훔쳐보면 가보의 정보가 갱신된다!?’

 

 “전설! 역시, 베르제…, 아니, 흠흠. 근데 고유는 뭐야?”

 

 베르제를 함부로 언급하면 안 될 것 같았다. 아직은 뭐랄까, 나만의 비밀 임무 같은 느낌?

 

 “일반은 두 개 이상이 존재하는데, 고유는 단 하나만 있지. 즉, 통달을 한 것은 아저씨 혼자뿐이라는 거야.”

 “통달요? 팀장님이 뭘 통달한 거죠?”

 

 ‘나 혼자 통달! 베르제는 단 하나니까!!’

 

 통달했다고 좋아할 때가 아니었다.

 그 공포스러운 목소리로 이 예쁜 아이를 죽이라고 명령한 베르제가 아닌가?

 그때 잠재능력이 개방됐다.

 

 [잠재능력 개방. 통달(인물탐색), 통달(직업스킬).]

 

 잠재능력이 <통달>에 추가됐다. 이번엔 두 가지나.

 

 [통달(인물탐색) : 타인을 훔쳐볼 수 있습니다. 히든스킬이 주어집니다.]

 

 [통달(직업스킬) : 타 직업의 스킬을 빌려쓸 수 있습니다. 히든스킬이 주어집니다.]

 

 ‘훔쳐본다는 말이 이거였구나!’

 

 인물탐색과 직업스킬을 가리키는, 훔쳐보기 스킬 그리고 빌려쓰기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혀를 내두를 정도로 엄청난 능력의 스킬이었다.

 

 ‘이것이 진짜 잠재능력!’

 

 [히든스킬(고유, 전설) 획득.

 1. 스킬 - 훔쳐보기(최고레벨) - 타인의 상태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2. 스킬 - 빌려쓰기(Lv.1) - 타 직업의 스킬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1) 제한시간 : 30분

  2) 재사용대기시간 : 24시간

  3) 범위 : 스킬 레벨보다 높은(최대 +10) 스킬 사용 가능.

  4) 최대치 : 스킬 레벨 40. 이후는 캐릭터 레벨과 동일.

  5) 조건 : 무직(無職)만 사용 가능.]

 

 입을 다물지 못한 채, 히든스킬 설명을 읽다가 지난 번처럼 현기증에 기절할 뻔했다.

 그리고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는 것처럼 이상한 기운이 몸을 감싸며 도는 것 같았다.

 그런데 이런 내 상태를 보고 갑자기 요정이 나보다 더 놀란 표정을 지으며 소리쳤다.

 

 “자, 자, 잠깐만!! 아저씨 왜 그래!?”

 “뭐, 뭐가??”

 

 놀란 건 요정뿐 아니라, 서은영도 마찬가지였다.

 

 “티, 팀장님! 얼굴에…….”

 “얼굴이 왜요!?”

 

 요정이 작은 약병 하나를 급히 내밀었다.

 

 “얼른 이걸 발라!”

 

 요정이 건넨 반투명 점액을 손에 묻히며 물었다.

 

 “이게 뭐.어.어.언.데에에??”

 

 목소리가 왜 이래? 말이 늘어지면서 제 말이 안 나왔다.

 

 “얼른 바르라고!!!”

 “아.라.아.았.써어어.”

 

 차가운 그 점액을 두 손으로 비벼 얼굴 전체에 발랐다. 그러자 목소리도 조금씩 돌아왔다.

 

 “내.에.어.얼.굴이 어때서?”

 “팀장님! 원래대로 돌아왔어요!”

 

 돌아왔다고? 그 전엔 어땠길래!

 

 “뭐가요? 뭐가 원래대로 돌아와요?”

 “문신처럼 어떤 검은색 형상이 얼굴에 나타나고 있었거든요!”

 “형상이라고요?!!”

 

 그때 요정이 인상을 찌푸리며 나를 어디론가 데려갔다.

 요정의 표정은 그 작은 얼굴에서 찌푸려진 미간이 보일 정도로 심각해보였다.

 

 “뭐, 뭔데 그래? 내 얼굴이 심각해?”

 

 요정이 서은영으로부터 벗어났을 때 귓가에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통달이 혹시 베르제의 첫 번째 조각의 능력은 아니지?”

 “맞는데?”

 “역시나…….”

 

 여전히 요정의 표정은 심각했다. 대체 이게 뭔데? 나 죽는 병이라도 걸린 거야?

 

 “왜, 왜 그러는데?”

 “통달로 인해…….”

 “그로 인해?”

 “베르제가 아저씨를 유혹할 거야. 끊임없이.”

 “나, 나를 유혹한다고?”

 

 요정의 대답이 내 심장을 요동치게 만들었다. 심박수가 급속도로 치솟고 있었다.

 

 “마, 맞아. 나보고 아이를 죽이라고 했어.”

 “목소리를 들었군!”

 “응. 어떻게 해야 돼? 스킬을 쓰면 안 되는 거야!?”

 “스킬은 아무 상관이 없어. 어차피 가보의 수호자는 아저씨니까, 스스로 이겨낼 수밖에.”

 

 너무 놀라 히든스킬의 내용은 까맣게 잊어버렸다. 베르제가 날 지배하기라도 하는 걸까? 봉인된 건 아이 몸속이라며!

 

 “팀장님, 얘기 좀 해주세요! 두분이서만 속삭이기예요?”

 “아…….”

 

 너무 놀라 서은영의 말이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이때 요정이 대신하여 대답했다.

 

 “아저씨가 무직이라 히든스킬을 보고 놀라서 그래.”

 “무직요?”

 “언닌 흑마법사지만 아저씬 직업이 없거든. 그런데 빌려쓰기란 스킬을 얻어서 좋아한 거야.”

 “아! 팀장님은 직업이 없으셨군요. 좋은 걸 얻으셔서 다행입니다!”

 

 서은영은 내 일을 진심으로 기뻐해주고 있었다. 그러나 난 히든스킬을 얻은 것을 기뻐해야 할지 싶었다.

 

 “내가 어떻게 해야 돼? 베르제의 유혹을 이겨내려면!? 내가 베르제한테 먹히는 건 아니지?”

 

 다급한 목소리로 요정에게 속삭였다.

 

 “먹히는 정도는 아냐. 봉인은 이 아이한테 돼 있으니까.”

 “그, 그래! 그럼 다행이네!”

 “안심은 일러!”

 “뭘 해야 하는데! 아는 대로 말 좀 해줘!”

 

 갑자기 목소리가 이상해지고, 얼굴이 변했다는 걸 들으니 한시라도 빨리, 베르제에게서 벗어나고 싶었다. 나도, 이 아이도.

 

 “가장 빠른 길은 아저씨가 퀘스트를 종식시키는 수밖에. 그게 그나마 최선이야.”

 “잠재능력을 얻은 것처럼 퀘스트를 진행하면 베르제의 힘을 얻는 거 아냐? 그, 그렇게 되면……!”

 “베르제의 유혹을 받겠지, 다시.”

 

 퀘스트를 진행할수록 베르제의 힘을 얻고, 그 힘에 유혹을 받는다?

 그런데 이를 해결하려면 퀘스트를 깨야 한다니!? 이보다 더 아이러니한 상황이 또 있을까?

 무슨 원정대의 판타지 소설에서 본 것 같았다. 반지를 끼면 마왕이 유혹하는 소리를 듣는다는 그런 것을.

 

 “젠장!”

 “답은 간단해. 아저씨가 베르제를 이길 힘을 키워. 그러면 돼.”

 “내가 그걸 키울 수 있을까?”

 

 이때 경고 메시지가 떴다.

 

 [습격까지 남은 시간 : 60분]

 

 “시간 없는데 준비해야지 않겠어?”

 

 ……아차!

 

 본격적으로 몸을 움직이려 했다.

 

 “근데 아이는 어떻게 하지? 계속 안고 다니면 불편한데…….”

 

 말이 끝나기 무섭게 요정이 또 영업을 시작했다. 베르제에 대해서 말할 때와는 정반대의 해맑은 표정이었다.

 

 “그럴 줄 알고 고객님께 딱 맞는 상품을 준비했습니다! 이름하여 포대기!! 얼만지 아세요? 정가 9골드 상품을 단돈……”

 “포대기가 9골드나?? 걍 안고 다닐래.”

 

 요정이 눈썹을 찡그리며 내 말을 막았다.

 

 “끝까지 들어봐, 아저씨. 연화 계속 한 팔로 안고 다닐 거야? 피로도가 엄청날 거란 말이야.”

 

 [현재 피로도 : 30.

 100이 되면 일정 시간 동안 기절합니다.]

 

 “나 돈 없어. 알지?”

 “누가 9골드래? 내가 인심 후하게 쓸게. 4골드 어때? 4골드에 사시겠습니까. 고객님?”

 

 이럴 때만 고객님이지.

 

 “사고 싶지. 근데 나 1골드밖에 없는……?”

 

 띠링!

 [골드 소지량 : 1G → 0G.

 부채 : 0G → 3G. 채권 소유자 : 수호의 요정 네티아.]

 

 날. 강. 도.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입이 떡 벌어졌다.

 

 “산다고 한 거 맞지? 내가 옷감 아주 좋은 놈으로 주는 거니까 잘 써.”

 

 시작한 지 얼마나 됐다고 빚이 생기다니.

 내 이 빚은 기필코 갚아주리라…….

 응? 뭔가 이상하군.

 

 “뭐 어떻게 하는 거야? 이렇게 하는 건가?”

 

 포대기를 이리 돌려보고 저리 돌려보면서 허리에 둘러댔다.

 처음 착용하는 거라 아이를 제대로 업지 못한 채 헤매고 있는데 서은영이 나섰다.

 

 “제가 도와드릴게요. 이건 되죠?”

 

 요정을 보며 서은영이 물었지만, 못 들은 척 대답도 없다.

 뭐야? 질투라도 하는 거야?

 

 “아, 그래 주시겠어요? 고맙습니다.”

 

 서은영의 도움으로 아이를 업고 포대기를 둘러맸다. 그걸 본 요정이 감탄사를 내뱉었다.

 

 “얼마나 예뻐! 사길 잘했지?”

 

 대답도 없다가 윙크하며 웃는 걸 보니 역시 요정이 아니라 사기꾼이었다.

 

 “근데… 어, 어, 어!”

 

 등 뒤에 있는 아이가 포대기 밖으로 나올 것 같은 느낌이다.

 이러다 떨어지면 어떡하지?

 

 “왜, 왜 그래요? 어디 이상해요?!”

 “얘 떨어질 것 같아요!”

 

 짝!

 

 그때 요정이 내 어깨를 쳤다.

 

 “오바는…. 연화가 힘을 아직 못 줘서 균형이 안 잡혀서 그렇지 떨어지진 않아.”

 “지금 무릎이 등에 닿았잖아! 옆으로 벌어져야 안정적인 것 아냐?”

 

 아이가 옆으로 떨어질까 조마조마했다.

 

 “꽉 묶였는데, 진짜…. 풀어봐.”

 “으, 응.”

 

 등을 구부리고 조심스레 끈을 풀었다.

 

 “어, 어!”

 

 아이가 한쪽으로 기울어졌다.

 

 “또 오바는! 연화 안 떨어져. 내가 잡고 있어!”

 

 크기는 주먹만 한데 힘은 좋은 모양이다. 자신보다 세 배는 큰 아이를 한 팔로 잡고, 다른 팔로 손과 다리를 벌려 자세를 잡아주었다. 그리고 포대기를 둘러 묶어줬다.

 

 “이제 됐지?”

 “응. 훨씬 낫군.”

 

 [현재 친밀도 : 55.]

 

 등이 안정이 됐고, 두 팔도 자유로워졌다.

 

 [습격까지 남은 시간 : 40분]

 [광포한 호랑이(Lv.3) 혹은 흉악한 좀비(Lv.3)의 무리들.]

 [추가 습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안내창이 뜨자 숲속 어딘가에서 한탄이 들려왔다.

 

 “호, 호랑이라고?? 우리 보고 다 죽으라는 거지?”

 “썅! 이제 좀비, 늑대에 호랑이까지!?”

 

 희미한 달빛 사이로 주변을 살폈다. 불평하는 사람들 사이로 몇몇은 돌을 쌓고 담을 만들어 방어 진지를 구축하는 듯 보였다.

 

 ▷ 길드를 만들어야 쉽지. 다들 멍청하군.

 ▷ 맞아. 우리 기지에 들어오는 사람들까지 모조리 죽여 버릴까?

 ▷ 낄낄낄.

 ▷ 기, 길드 가입! 저요!

 ▷ …….

 

 지역 채팅창이 시끄럽다. 습격에 버티려면 길드가 당연해 보였다.

 

 “저희도 길드 만들까요? 길드가 조합 같은 거죠?”

 “네, 맞아요. 그런데 아직은 괜찮아요.”

 

 확답을 듣지 못한 서은영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아저씨가 길드에 왜 안 들어가는지 알겠네.”

 “뭔데요?”

 

 서은영은 뭐가 그리 궁금한지 다시 물었다.

 

 ‘베르제도 계속 숨기느라 힘들었는데, 한번쯤 속시원히 대답해줘도 되겠지.’

 라고 생각하며 대답하려던 순간, 요정이 선수 쳤다.

 

 “비싼 척하기는….”

 “네?”

 “아저씨한테 한 말이야.”

 

 요정에게 속내를 들켜 조금 화가 났다.

 

 “습격 시 괴물의 수는 방어자의 수와 비례해요. 오히려 갑절이 된다고나 할까.”

 “갑절요?”

 

 두 명이 있으면 두 배 이상의 수가 공격을 한다. 게임에서 플레이어끼리 모이면 버프를 줄 수 있기에 두 명의 힘을 넘는다.

 

 “네. 사람이 모이면 그만큼 방어가 쉬울 듯 보여도 훨씬 많은 괴물을 상대해야 해요.”

 “그, 그렇군요! 잘 아시네요!”

 

 서은영이 감탄한다. 그 칭찬에 응하고 싶지만, 매 상황마다 <통달>을 일일이 설명해줄 시간이 없다.

 

 “일단 체력을 최대한 회복시켜야겠어요. 그사이에 무기도 준비해야 하고, 참 옷을 얻었지.”

 

 트럭에서 얻은 가죽 상의를 입었다.

 

 “분유도 샀으니 우유를 쓸 일은 당분간 없겠지. 은영 씨도 드실래요?”

 “괜찮아요. 전 물 마셔서.”

 

 서은영이 손사래를 쳤다.

 

 꿀꺽. 꿀꺽.

 

 [방어도 : 13(+3),

 체력 : 67/105(+4).]

 

 “맞다!”

 

 우유를 마시니 떠올랐다. 근처 젖소 농가 뒤로 은폐시설이 숨어 있다는 것을.

 아이를 보느라 아까 <통달>에서 본 은폐시설에 대한 것을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거긴 위험할텐데…?”

 “말도 안 했는데 어떻게 알아?”

 “우유 마시고 손뼉이라도 치는 게 딱 거기 생각하는 것 같은데 뭘.”

 

 눈치 백 단 요정이다. 하긴 눈치가 있어야 장사를 잘할 수 있겠지.

 

 “거기가 어디에요?”

 

 오늘 서은영은 유난히 질문이 많았다. 회사에서도 그랬나?

 

 “조금 가면 젖소 농가가 있는데, 그 주변에 숨겨진 은폐시설로 갈 거예요. 마침 제가 키가 있어서.”

 “그럼 저도 같이 가요!”

 

 은폐시설이란 말에 모험심이 발동했는지 서은영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얘기했다.

 

 “쉽지 않을 겁니다. 전 다음 습격을 대비하러 가는 것이 아니에요.”

 “그래도 제가 함께하면 뭔가 도움이 되지 않겠어요?”

 

 그곳은 해골 무리가 도움이 안 된다. 그래도 그녀를 거절할 수 없었다.

 

 “저야 혼자 하는 것보다, 은영 씨와 함께하는 게 좋죠. 같이 가보죠.”

 “네! 고마워요!”

 

 밝은 목소리의 그녀는 죽음의 공포를 아직 모르는 것 같았다.

 

 “모험 속에서 싹트는 사랑! 언제 들어도 설레는 이야기지.”

 “그, 그런 거 아냐! 우린…….”

 

 변명하기도 전에 요정이 가로막았다.

 

 “근데 아저씨, 은폐시설 침투계획은 있는 거야?”

 “이, 있어! 머릿속에.”

 

 자신 있게 대답했지만, 거짓말이었다. 목표 달성 전에 내 체력이 바닥이 날지도 모르기에 불안했다.

 

 [통달(퀘스트) 제1서 2장 : 첫 번째 습격이 끝나면, 군사 및 연구시설에 접근할 수 있다. 이중 ‘최초의 경험치 획득’ 업적을 달성해야 얻을 수 있는 출입키로 입장가능한 은폐시설은 …… ]

 

 ‘최종 보스에 대항할 것이 보관되어 있지만, 7레벨까지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그 시간 동안 체력을 감당하지 못해 죽을 수도 있다.’

 

 <통달>을 보니 무모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도전해볼만 했다. 계산상으로는 말이지.

 

 “그래. 아저씨의 선택까지 내가 막을 권리는 없으니까. 파이팅!”

 

 파이팅? 왜 날 응원하지?

 아! 여기서 뭔가를 완료하면 골드 보상이 들어오지. 그거였군!

 

 샤샥. 샤샤샥.

 

 나무를 헤치며 약 50미터를 이동했다.

 숲속에서 이것저것을 수집하며 나아갔다.

 

 [나뭇가지(*9)를 수집했습니다.]

 [노끈(*9)을 수집했습니다.]

 [산딸기(*3)를 수집했습니다.]

 

 오물. 오물.

 

 [나무창(Lv.1)(*3)을 제작했습니다.]

 [체력 : 70/105(+3).]

 

 금세 농장에 도착했다. 300평이 넘는 큰 농장과 그 주변은 역병으로 폐허가 됐고, 짚더미가 탄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

 

 “냄새가 고약하네요. 태운 지 얼마 안 됐나 봐요.”

 “들어갈 건물 안은 더 고약할 거예요. 각오 단단히 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네! 알겠습니다!”

 

 서은영은 여전히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거수경례를 하며 대답했다.

 

 “살생 경험이 없으니 두려울 것이 없어서 그래.”

 

 마치 내 맘속을 꿰뚫고 있는 듯 요정이 속삭였다.

 

 “나도 알아.”

 

 부디 그 마음을 끝까지 간직하기를. 좋지 않은 기억이기에.

 

 “은영 씨 해골 무리는 소환 해제해야 할 듯싶어요. 기척 때문에.”

 “그럴게요.”

 

 잘그르르륵.

 

 서은영의 해골 부대는 뼈가 해제되면서 모두 바닥에 흩어졌다.

 우린 기척을 최대한 줄여 큰 농장을 가로질러 건물로 이동했다.

 

 “헉! 저, 저, 저기요…!”

 

 놀란 서은영이 가리킨 곳엔 호랑이 한 마리가 어슬렁거렸다.

 

 “습격 전에 호랑이를 만났네. 어쩔 거야?”

 

 요정이 물었다.

 

 “인기척을 없애고 가면 돼. 호랑이는 늑대보다 반응이 느려. 전투력은 훨씬 세지만.”

 

 아이만 울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하며 우린 허리를 숙이고 조심히 나아갔다.

 

 샥. 샤샥.

 

 최소한의 발소리를 내며 나아갔고, 호랑이의 동태를 주시했다.

 

 크르르흐. 크르르으.

 

 호랑이의 묵직한 숨소리는 늑대의 그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서은영이 내게 바싹 붙으며 속삭였다.

 

 “무, 무서워요! 팀장님.”

 “괜찮습니다. 호랑이가 오면 제가 지켜드리겠습니다.”

 “고마워요…….”

 “얼씨구. 여기서도 사랑 웁!”

 “조용히 해!”

 

 요정의 입을 손가락으로 틀어막았다. 호랑이가 들으면 안 됐기에.

 

 커우어엉! 커후허헝! 쿠루루루릉!

 

 귀가 찢어질 듯 호랑이가 포효했다. 요정의 목소리라도 들은 것일까? 아니면 냄새를 맡은 것일까?

 

 응애! 응애!

 

 그때였다. 가죽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말소리가 들렸다.

 

 “조용히 잠들어라. 역병에 물든 불쌍한 영혼이여.”

 

 갑자기 나타난 한 남자가 창을 들어 호랑이의 이마를 꿰뚫었다.

 

 콰지직!!

 쑤욱! 쿵!

 

 호랑이의 머리가 바닥에 떨어지며 업적창이 떠올랐다.

 

 [누군가 ‘최초의 호랑이 살생자’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우린 그 ‘누군가’가 누군지 두 눈으로 보고 있었다.

 그 남자는 우리에게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거긴 내가 찜했으니 저리 꺼져.”

 “찜했다고? 출입키도 없으면서 어떻게 들어가려고.”

 

 혼잣말을 알아 들었는지 그 남자는 호랑이가 있던 자리에 불을 지르며 대답했다.

 

 화르륵!

 

 “문을 부숴버릴거다.”

 

 불꽃이 일자 그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너, 너는??!!”

 

 얼굴에서 호랑이의 피가 흐르는 악귀(餓鬼) 같은 그를 보며 인상을 구겼다.

 서은영은 우는 아이를 달래며 내게 말했다.

 

 “연화야, 괜찮아. 팀장님, 아는 사람이에요?”

 “조금요.”

 

 거칠게 말하는 저 남자의 정체를 나는 알고 있다.

 라이벌이자 나의 원수.

 

 “아기에 여자라…….”

 

 인상파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올라간 눈썹.

 종일 컴퓨터에 앉아 게임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하기 힘든 근육질 몸매.

 

 “시간 없다. 당장 꺼져. 나한테 죽기 싫으면.”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을 실천하는 싹수없는 말투.

 한때 프로게이머를 지망했던 나를 프로게임 세계에서 밀어낸 장본인.

 그 사람은 바로 장…….

 

 부웅. 부웅.

 부우우웅!!

 

 “장! 재! 훈!!”

 

 요정은 엄청난 가속의 날개 짓과 함께 고함을 치며 달려, 아니, 날아간다.

 

 “응?? 내가 아니고 왜 네가 열을 내??”

 

 그런 요정을 보며 장재훈은 창을 높게 쳐들었다. 당장이라도 찌를 것처럼.

 

 “응??”

 

 그런데 이상했다. 장재훈이 들고 있던 창을 바닥에 내려놓고 알 수 없는 행동을 시작했다.

 쟤가 왜 저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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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8 – 정비 시간 2020 / 9 / 3 255 0 6067   
18 #17 – 전장(끝) 2020 / 9 / 3 245 0 5790   
17 #16 – 전장(7) 2020 / 9 / 3 237 0 7335   
16 #15 – 전장(6) 2020 / 9 / 3 250 0 8235   
15 #14 – 전장(5) 2020 / 9 / 3 248 0 6893   
14 #13 – 전장(4) 2020 / 9 / 3 256 0 7604   
13 #12 – 전장(3) 2020 / 9 / 3 246 0 8165   
12 #11 – 전장(2) 2020 / 9 / 3 252 0 5138   
11 #10 – 두 번째 퀘스트, 전장(1) 2020 / 9 / 3 259 0 5960   
10 #9 - 지구 최후의 날(끝) 2020 / 9 / 3 267 0 6826   
9 #8 - 지구 최후의 날(7) 2020 / 9 / 3 254 0 7275   
8 #7 - 지구 최후의 날(6) 2020 / 9 / 3 248 0 8353   
7 #6 - 지구 최후의 날(5) 2020 / 9 / 3 249 0 7511   
6 #5 - 지구 최후의 날(4) 2020 / 9 / 3 252 0 8269   
5 #4 - 지구 최후의 날(3) 2020 / 9 / 3 245 0 7346   
4 #3 - 지구 최후의 날(2) 2020 / 9 / 3 256 0 6181   
3 #2 - 첫 번째 퀘스트, 지구 최후의 날(1) 2020 / 9 / 3 229 0 6737   
2 #1 - 첫 만남 2020 / 9 / 3 254 0 6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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