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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던전에서 독박육아
작가 : 포이보스
작품등록일 : 2020.9.3

지구가 멸망하고, 게임 세계가 찾아왔다.
게임 세계의 모든 퀘스트를 통달했으나, 한가지 걸림돌이 있었으니..
내게 딸이 주어졌다고? 이런 상황에서?

 
#4 - 지구 최후의 날(3)
작성일 : 20-09-03 13:00     조회 : 245     추천 : 0     분량 : 7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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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 이걸 먹여!”

 

 요정이 분유가 담긴 젖병을 건넸다. 젖병을 직접 만져본 건 처음이었다.

 

 “이걸 먹이라고?”

 “그래! 얼른!”

 

 만져본 것도 처음. 그렇기에 아기한테 분유를 먹여본 적이 없었는데!

 

 [베르제 각성 : 85 → 90%. 베르제의 조각 결합. 조각 4/5.]

 

 “아, 알았어!”

 

 건네받은 젖병을 잡고 아이를 들어 입에 넣으려다가, 그만 젖병을 떨어트리고 말았다.

 

 툭.

 

 [베르제 각성 : 90 → 95%.]

 

 게이지가 끄트머리에 다다르자, 메시지는 전체 서버로 경고를 띄웠다.

 

 [곧 베르제가 깨어납니다! 각성 시 베르제가 세상을 평정합니다!]

 

 메시지와 함께 아이의 몸이 검게 변하고 있었다.

 이건 뭐야? 대체!!

 

 “우아악! 이런!”

 “얼른!!”

 

 재빨리 젖병을 들었다. 그리고 티비에서 본 것처럼 머리를 왼팔에 대고 오른팔로 젖병의 꼭지를 아이의 입에 물렸다.

 

 꿀꺽. 꿀꺽.

 

 잘 들어간 걸까? 아이의 목이 출렁거리며 분유가 넘어가는 것이 보였다.

 아이가 분유를 먹기 시작하자, 가득 차오른 게이지가 다시 떨어지기 시작했다.

 

 [베르제 각성 : 95 → 90, 80, 70, 60, 50%.]

 

 꿀꺽. 꿀꺽.

 

 [베르제가 다시 잠들었습니다.]

 

 “휘휴우우……. 십년 감수했네!”

 “내가 없었으면 어쩔 뻔 했어.”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이렇게 긴장하면서 몸을 떨어본 것이 처음일 것이다. 손까지 떨릴 정도였으니.

 요정이 준 분유를 다 먹고 꼭지를 빼내었다.

 

 응애! 응애!

 

 맘을 놓으려던 때에, 떨어지던 게이지가 50에서 멈췄고, 아이는 여전히 울고 있었다.

 

 “왜, 왜지? 왜 멈춘 거야?”

 “내가 급히 준비하느라 분유양이 적었어. 겨우 40미리인 걸.”

 “백 일이면 얼마나 먹는데?”

 “최소 100은 먹어야 돼.”

 “60을 더? 애 키우는 게 보통이 아니구나!”

 “그럼! 아저씨를 키운 부모님도 똑같았을 걸?”

 

 ‘부모님? 난 할머니가 키우셨는걸!?’

 

 분유를 어떻게 만들어야하나 고민하는데, 주머니에서 뭔가 빠져나가는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띠링!

 [골드 소지량 : 100G → 95G.]

 

 골드가 소비된 것이다.

 

 “뭐, 뭐야? 왜 골드가 나가?”

 “그 분유 공짜 아냐.”

 “아니, 이게 무슨!?”

 

 요정을 보며 어이없는 표정을 짓는데 전체 메시지가 나타났다.

 

 [안전지대가 사라집니다. 습격까지 남은 시간 : 2시간.]

 

 늑대가 덤벼드는 첫 습격은 나 혼자 겪었다. 모두 안전지대에 들어가 있는 동안.

 다음 습격부터는 안전지대도 없이 맞서 싸워야 한다. 이제 퀘스트의 시작이다.

 그때 주변에서 사람들 목소리가 들리며 숲속이 시끄러워졌다.

 

 “습격?? 누가 습격 한다는거지?”

 “아까보니 늑대랑 좀비가 나오다잖소!”

 “김과장! 아까 날 그렇게 무시하고도…….”

 “퍼뜩 돌이나 주우소, 허씨. 늑대 온다 안카나.”

 “아, 네.”

 

 안전지대를 벗어난 자들이 숲에 들어왔는데 꼰대 허진호부장과 김철수과장도 함께였다.

 작은 체구의 허진호부장에 비해 큰 덩치를 자랑하는 김철수과장이었다.

 

 “이제 회사도 아니니 덩치 큰 김과장에게 꼬릴 내린 건가? 아까 똑같은 능력치라고 했으니 저럴 필요가 있나 싶긴 한데.”

 

 회사 사람을 보니 왠지 반가워 혼자 중얼거리는데 요정이 옆에서 잔소리를 했다.

 

 “아저씨, 얼른 만들어. 각성하기 전에. 아님 젖이라도 물리던가.”

 

 저, 젖?? 아이 먹는 것도 해결하지 못했는데 위협적인 무언가가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멀리서 해골 무리가 다가오는 것이었다.

 

 “뭐, 뭐야!! 벌써 습격이 시작된 건가!!??”

 

 해골 무리를 보며 무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배운 스킬창을 열어 급히 나무창 제작에 들어갔다.

 

 [나무창 제작(공통) Lv.1. 재료 : 나뭇가지(*3), 통나무줄기(*1), 노끈(*3)]

 

 스킬창을 열고 필요한 재료들을 주웠다. 그새 해골 무리는 벌써 10미터 이내로 접근했다.

 

 “얼른, 얼른!!”

 

 나도 모르게 다급하게 소리쳤다. 재료를 묶어 나무창을 제작하려다 재료를 바닥에 떨어트렸다.

 

 툭.

 

 [나무창(Lv.1) 제작에 실패했습니다.]

 

 “……이런!? 또 떨어트렸어!”

 

 절그럭. 절그럭.

 

 공포영화에서만 듣던 뼈다귀 걷는 소리를 실제로 들으니 꽤 소름끼쳤다.

 근처에 다다른 해골 무리를 향해 주먹을 쥐고 늑대랑 싸울 때처럼 전투태세를 갖췄다.

 

 “더, 덤벼봐!! 이 해골들아!!”

 “아저씨 싸움할 때 이렇게 요란하게 해?”

 

 퀘스트가 시작한 이래 내내 두 가지 이상의 일을 동시에 해야 했다. 앞에서는 해골이 오고 있고, 뒤에서는 아이가 울고 있다.

 

 ‘멀티플레이를 너무도 요하는군!’

 

 그런데 다가온 해골 뒤로 한 여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왠지 익숙한 형체였는데, 여인이 낸 목소리는 경호만큼이나 반가운 것이었다.

 

 “팀장님!!”

 “으, 은영 씨??”

 

 해골 무리를 이끌고 온 건 다름 아닌 서은영이었다. 비록 다른 사무실이지만, 같은 회사의 그녈 보니 너무도 반가웠다.

 

 “은영 씨, 이게 다……, 뭐예요?”

 

 서은영은 흑마법사였다. 흑마법사 로브를 입었는데, 첨엔 그녀를 못 알아볼 뻔했다. 안 어울리는 보라색상에, 늘씬한 서은영에게 펑퍼짐한 롱치마라니…….

 

 “아! 해골요? 제 직업 스킬이에요, 다친 곳은 없으세요??”

 “전 괜찮아요. 첫 습격 때, 안전지대로 들어가신 거예요?”

 

 굳이 묻지 않아도 될 질문이었다. 첫 습격을 받은 사람은 나 혼자니까.

 

 “운 좋게 들어갔어요. 참 다행이죠?”

 “그러게요. 다행이네요!”

 “팀장님도 무탈해서 안심이에요. 아까 메시지 보고 많이 걱정했거든요. 혼자 습격을 받으셔서…….”

 

 우리는 어색하게 서로를 안으려다 시선을 피하며 얼버무렸다. 이런 야생에서 그녈 만난 것이 가족을 만난 것처럼 무척이나 반가웠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놀고 있네.”

 

 요정이 혀를 끌끌 차며 말했다.

 

 “누, 누구죠!!??”

 

 서은영은 놀란 눈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하지만 아무 것도 볼 수 없었다.

 

 “사람은 아니고. 요정이래요.”

 “요정이라고요!!??”

 

 그제야 서은영은 날아다니는 작은 생명체를 발견했다.

 

 “……요정이라니. 신기해요! 말도 하고요!”

 “은영 씨가 알고 있는 그런 친절한 요정이 아니에요.”

 “내가 친절하지 않다고? 쳇! 나만큼 친절한 요정 어디있나 찾아봐라.”

 

 요정의 말을 무시한 채 서은영에게 질문했다.

 

 “그건 그렇고 해골 소환은 어떻게 얻으셨어요? 2레벨 스킬인데?”

 

 <통달>을 보지 않아도 게임을 즐겨했던 난, 이 세계의 직업들에 대해서 꽤 알고 있었다. 이때 요정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나보고 불친절하다고 한 게, 여자한테 잘 보이려고 막말 웁!”

 

 그런 요정의 입을 손가락으로 틀어막았다.

 

 “이것저것 주워서 경험치를 올렸어요. 근데 팀장님, 웬 아기에요?”

 

 응에에앵! 응에에앵!

 

 [베르제 각성 : 55 → 60%.]

 

 서은영은 신기한 눈빛으로 아이를 바라봤고, 그런 아이는 여전히 울고 있었다.

 

 “얘, 얘는…….”

 “분유 안 만들 거야? 아님 젖을 물리라니까?”

 

 그 말에 서은영은 자신도 모르게 팔로 제 몸을 감쌌다.

 

 “저, 저는 아직…….”

 

 요정의 말에 서은영은 얼굴을 붉혔고, 내가 괜히 무안해졌다. 그래서 요정에게 신경질을 냈다.

 

 “지금 나무창이며 뭐며 할 것도 많은데 차라리 누가 분유라도 팔았으면 좋겠네! 확 사 버리게!”

 

 그러자 요정이 날개를 펄럭이며 눈 주위를 맴돌았다. 대단한 걸 보여줄 것처럼.

 

 “진작에 얘기하지 그랬어어어~! 내가 아까 힌트도 줬구만.”

 

 어울리지 않은 애교 섞인 목소리로 내게 말하는 요정은 품속에서 마법봉을 꺼내 몇 번 휘저었다.

 

 “뭐, 뭐해??”

 “뿅!”

 

 금가루 같은 반짝이들이 마법봉을 타고 내려오더니 그것들이 모여 투명보드로 변신했다.

 

 “짜잔! 고객님의 요청에 의해 상점이 활성화되었습니다!”

 “이, 이건 뭐야?”

 “뭐, 뭐죠??”

 

 아이템 상점이었다. 내게 건넨 분유도 여기서 나온 것 같았다.

 

 “짜잔! 오늘만 특가! 저희 요정들은 고객님의 니즈(Needs)에 맞게 항상 선별된 특가상품을 준비해놓는답니다!”

 

 잔소리 요정은 온데간데없고 웬 영업사원이 내 앞에서 날고 있었다.

 아니, 홈쇼핑 쇼호스트인가?

 

 “고객에게 찾아가는 감동 서비스! 분유와 젖병 그리고 젖병소독기까지 한 세트를 드립니다! 800g 대용량의 분유 세 통에 1000ml 온수를 함께 드리니 놀라지 마십시오!”

 

 대단하다. 장사 하루 이틀 한 솜씨 같지 않았다. 요정의 말을 들을수록 지름신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소형캡슐 전환장치와 이를 보관할 무한의 배낭! 이 두 개를 한꺼번에 드립니다. 이 모든 것이 단돈 99골드에! 기회는 지금뿐! 특별히 아까의 5골드는 빼줄게!”

 

 99골드? 그러면 남는 게 없잖아! 쇼호스트가 아니다. 사기꾼. 사기꾼 그 자체다.

 

 “뭐어어?? 99골드???”

 “팀장님 골드가 있어요?!”

 

 아직 보상을 획득하지 못한 서은영과 달리, 목숨을 걸고 얻은 100골드다.

 

 “첫 구매 혜택이란 걸 잊지 마세요! 앞으로 10분! 당신의 선택을 기다립니다!”

 

 처음부터 계획된 것이 틀림없다. 날 도와준다는 목적하에 물건을 팔기 위해 온 잡상인.

 

 “고객님! 이제 5분밖에 안 남았네요! 어떻게 하시겠어요? 곧 습격이 시작될텐데??”

 

 아직 나를 위해서 한푼도 못 썼는데……. 부모가 되면 다 그런 걸까? 자신의 것을 내어서 자녀에게 주는? 얘는 내 진짜 딸도 아니긴 한데.

 이런 내 맘도 모르고, 아이는 여전히 서은영의 품에서 배고프다고 보채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고객님! 그럼 다음엔 더 좋은 특가 상품으로 고객님을 찾아뵙겠습니다! 그럼 다음에 만날 때까지 안녀엉~! 뿅!”

 

 울며겨자먹기로 94골드에 구매했다. 반짝이를 휘날리며 요정이 날개짓을 하니 물건들이 상점에서 튀어나왔다.

 

 띠링!

 [골드 소지량 : 95G → 1G.]

 

 딸랑 1골드가 남았다.

 

 “어떻게 모은 돈인데…….”

 

 이와 동시에 튀어나온 물건들이 내 앞에 떨어지며 상점이 닫혔다.

 

 투두두둑!

 

 94골드라는 거금이 나가긴 했지만, 새 물품들을 많이 받고 나니 기분이 좋아졌다.

 

 응에에앵!! 응에에앵!!

 

 “잠깐! 이 많은 게 94골드인데 겨우 50ml분유를 5골드나 받았다고?! 이 사기…….”

 “그래서, 안먹일거야? 아깐 응급상황이었잖아?”

 

 따지지 못하게 말을 막는 요정이었다. 돈을 가져가니 바로 잔소리 시작이다.

 

 “몇 미리에 몇 스푼인지 알지? 조절 못하면 토하거나, 변비가 생겨.”

 “양 조절?”

 

 차악! 뻥!

 

 분유통에 나온 설명대로 가루를 넣고 물을 부었다. 20ml 스푼이라 세 번을 반복했다.

 

 “어렵다, 어려워. 60미리 세 스푼.”

 “그래. 얼른 줘. 각성, 아니, 습격오기 전에.”

 

 [베르제 각성 : 65 → 70%.]

 

 젖병에 물과 분유를 넣고 흔들자 서은영이 손을 내밀었다.

 

 “분유, 제가 줘도 될까요? 주고 싶어요!”

 “그러실래요?”

 

 사실 내가 주고 싶었다. 아기에게 분유를 먹이는 게 어떤 느낌인지 궁금하기도 했고. 그때 요정이 서은영의 말에 맞받아쳤다.

 

 “안 돼! 아저씨가 줘야 잠재울 수 있어.”

 “아, 알았어.”

 

 각성을 잠재운다는 말 같았다. 잘됐다 싶었다. 서은영에게서 건네받은 아이에게 내 손으로 분유를 입에 넣어줬다.

 

 응애! 응애! 으음…….

 

 젖병을 물렸더니 울음소리가 멈췄다. 아이가 잘 먹는 걸 보니 골드가 아깝다는 생각이 ‘쏙’ 들어갔다.

 

 “어머! 귀여워라. 근데 이름이 뭐예요?”

 “그게……. 아직 없어요.”

 “참. 이름 지어줘. 아저씨 아이니까.”

 

 아까 작명 어쩌고 한 게 떠올랐다. 딸을 낳으면 이름을 뭐라고 지을까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 이름을 말했다.

 

 “그럼 연화로 할래.”

 “연화요? 예쁜 이름이네요.”

 “전부터 생각한 거예요. 저랑 자음도 같고.”

 “전부터요? 팀장님 딸을 되게 원하셨나봐요.”

 “아예, 뭐……. 사실 딸 아들 둘 다 좋아요. 아들은 같이 볼도 찰 수 있고.”

 

 [이름을 입력하시겠습니까? Y/N.]

 

 “강연화.”

 

 [이름 : 강연화, 아빠 : 강이한.]

 

 [명명(命名)으로 아이와의 교감능력이 크게 향상됩니다.

 교감능력은 대상과 떨어져 있어도 직감적으로 상태를 인지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현재 친밀도 : 42.

 연화와의 친밀도가 크게 상승했습니다(+30).

 잠재능력 개방까지(-8).]

 

 이름을 입력하자 메시지가 하나 가득이었다.

 

 꿀꺽. 꿀꺽. 꿀꺽.

 

 [베르제 각성 : 70 → 50%.]

 

 아이를 짐으로만 여겼는데 분유 먹는 모습을 보니 꽤 귀여웠다. 사실 나도 배가 고팠지만, 아이가 먹는 모습으로 허기가 달래지는 기분이었다.

 할머니도 그러셨던가? 할머니는 내게 정말 많은 음식을 주셨다. 없는 살림에도 넘칠만큼.

 그런데 갑자기 아이가 인상을 쓰며 물을 뱉고는 괴로워했다.

 

 켁! 켁! 쿠아악!

 

 “왜? 맛이 이상해?”

 

 아이의 입과 코 사이로 물이 줄줄 흘러나왔다. 왜 그러지? 급히 먹어서 그런가?

 

 응애에에앵!! 응애에에앵!!

 

 “알았어. 알았어. 천천히 먹여줄게.”

 

 분유가 기도로 넘어간 모양이다. 아이는 얼굴이 새빨개지며 눈을 찡그리고 괴로워했다.

 안쓰러운 마음과 미안함이 동시에 들었다.

 

 탁. 탁. 탁.

 

 등을 살짝 두들긴 다음 다시 분유를 먹이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아주 조금씩. 젖병을 살짝 기울였다.

 

 “애를 키우는 건 정말 어렵구나.”

 “당근이지!”

 “그런 말도 알아?”

 “나 한국어 공부 많이 했어. 현지인 수준으로.”

 “내가 보기엔 한국어가 모국어인 요정 같애.”

 

 요정의 언어 실력이 보통이 아니다. 작은 몸집과 날개가 아니었다면 동네 주민으로 착각했을 정도다.

 

 꾸.울.꺽. 쪽.쪽.쪽.

 

 이번에는 좀 더 편안하게 들이키는 것 같았다. 이를 보니 미안함이 조금 사라졌다.

 

 [베르제 각성 : 50 → 20%.]

 

 “근데 이 분은 왜 오신 거예요?”

 “아…….”

 

 베르제에 대한 언급을 해야 할까? 요정이 베르제 각성을 완화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서은영에 질문에 답변을 어찌해야 하나 머릴 굴리는데 요정이 먼저 대답했다.

 

 “연화가 아저씨의 가보에요. 전 연화의 담당 요정이구요. 아저씨가 연화를 잘 키우도록 가르치는 게 제 임무죠.”

 

 ‘……가르치긴, 잔소리하러 온 게 아니고?’

 

 “가보요? 아! 그래서…….”

 “혹시 결혼했거나, 미혼부라 생각하신 건 아니죠?”

 “아, 아네요! 그런 거.”

 

 버벅대는 걸 보니 맞는 것 같았다. 혹시 나한테 관심있나? 에이, 아니겠지.

 아이가 분유를 다 먹었다.

 

 [베르제 각성 : 20 → 0%.]

 

 “바로 눕히면 안 돼. 트림을 시켜야지.”

 “트림?”

 “그래. 안 그러면 토해. 아기들은 식도랑 위가 직선이란 말이야.”

 

 토닥. 토닥.

 

 “먹은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소화를 시…….”

 

 꺼. 억.

 연화가 눈을 감은 채 엄지손톱만 한 입을 벌려 트림했다.

 

 “귀여워!!”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내뱉었다. 괜스레 얼굴이 붉어졌다. 이 아이가 귀엽고 예쁘다는 건 생각하고 있었지만, 직접 느낀 건 처음이었다.

 딸? 내 딸이라고 생각해서일까? 잘은 모르지만, 다른 아이들과 다른 특별함이 있었다.

 

 “귀, 귀여운 걸 귀엽다고 한 거야!”

 “누가 뭐래.”

 

 사랑한다, 좋아한다, 귀엽다. 가족을 향해 이렇게 표현한 적이 한번도 없었다. 심지어 할머니한테도.

 그런 무안함에 뱉은 변명을 시큰둥하게 받아들이는 요정때문에 더 민망해졌다.

 

 “맞아요! 연화가 엄청 귀엽네요! 저도 이런 아이가 있었으면…….”

 “참! 은영 씨의 가보는 뭐예요?”

 “저, 저요? 전…….”

 

 서은영이 머뭇거리며 대답을 피했다. 어떤 가보길래 저러나 싶었는데, 요정이 끼어들었다.

 

 “내가 보기엔 언니의 가보는 실물이 없는 것 같은데?”

 “어, 언니? 백 살 먹으신……, 우웁! 웁!!”

 

 이번엔 요정이 몸으로 내 입을 막았다.

 

 ‘치워! 손에서 냄새 나!’

 

 이와 동시에 아이가 분유를 모두 먹고 잠이 들자, 메시지가 떴다.

 

 [체력(연화)이 회복되었습니다.]

 [현재 친밀도 : 52.

 연화의 회복(+10).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곧 잠재능력이 개방됩니다.]

 

 잠재능력?? 이건 또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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