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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더 슬레이어
작가 : 임우상
작품등록일 : 2016.9.30

이 땅위에서 가진 것이라곤

검 한 자루와 목걸이 뿐이었다.

아무것도 모른 채 태어나, 진실을 마주하다.

방랑 검사 루카, 그의 이야기.

 
14. 거짓 목자 (5)
작성일 : 16-10-21 21:30     조회 : 385     추천 : 0     분량 : 50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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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약에 관해 얘기합시다. ”

 “ 무슨 소리인가? ”

 

 화려한 금박의 까마귀가 장식된 검은 정장을 입은 남성이 눈앞의 노인에게 손을 내밀었다.

 

 “ 계약을 하나 하자고 하였소. ”

 “ 클클. 나는 그저 늙고 병들었을 따름인데. ”

 “ 하하. 예의가 지나치시군. ‘황금시대의 관조자’여. 이 계약만 해결한다면 원하는 걸 주도록 하겠소. ”

 “ 흐하하하하! 관조자는 얼어 죽을. 그저 나는 죄인이네. 원죄를 짊어진. ”

 말을 마치고 노인은 지긋이 남성을 바라보았다. 남성의 눈매엔 힘이 있었고 그의 신장은 매우 거대했다.

 

 “ 이런 내가 무슨 원하는 게 있겠나. ”

 “ 글쎄, 그건 두고 볼 일 아니오? ”

 

 남성은 내민 손을 거두지 않고 노인에게 말을 걸었다. 굳세어 보이는 얼굴엔 자신감이 가득했다. 노인은 잠깐 생각을 하는가 싶더니 남성의 손을 잡았다. 그의 얼굴은 알 수 없는 미소로 가득했다.

 

 “ 좋네. 대신 조건이 하나 있지. ”

 “ 흐음. 예를 들면? ”

 “ 일단 계약자가 위험에 처할 것이네. 어쩔 수 없는, ”

 

 노인의 말에 남성은 인상을 조금 찌푸리더니 머리를 긁었다. ‘위험’이라는 단어가 그의 심기를 거스른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에게 별다른 선택지는 없어 보였다. 그는 잠깐 생각하더니 노인에게 시선을 돌려 입을 뗐다.

 

 “ 길게 말할 필요는 없겠고. 어떤 종류의 위험이요? ”

 “ 클클. 자네의 힘으론 해결 불가능한 위험이지. ”

 “ 하아. 이건 중요한 문제요. 피할 수는 없소? ”

 “ 내가 내건 조건이 그 위험을 피하는 방법이지. ”

 “ 그게 무엇이오? ”

 “ 계약자를 내 대리인에게 맡기게. ”

 이번엔 남성의 얼굴이 자못 심각해졌다. 전혀 내키지 않는 조건인 듯했다. 그는 전후사정에 관해 더 들을 필요성을 느꼈다.

 

 “ 얘기를 더 해봐야겠군. 일단 그 대리인은 누구요? ”

 “ 길게 뿔이 난 놈이지. 아니면 이걸 등에 맨 놈이거나. ”

 

 노인은 말을 하며 왼쪽 집게손가락과 오른쪽 집게손가락을 가로질러 겹쳤다. 남성은 노인을 보더니 어이가 없는 듯 혀를 한 번 찼다.

 

 “ 하. 그 위대한 관조자의 대리인이 고작 그런.. 노예 출신이란 말이오? 그 미천한 놈이.. ”

 “ 흐하하하핫! 그럼 자네 출신이라고 다를 것이 있단 말인가. ”

 

 노인은 남성의 눈을 바라보며 웃었다. 남성은 화들짝 놀랐다. 과연 소문대로였다. 그는 더 이상 노인의 눈을 바라볼 수 없었다. 노인의 눈동자가 자신의 마음을 꿰뚫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기에.

 

 “ 좋소. 조건을 받아들이겠소. ”

 

 

 

 

 

 

 

 “ 아아악! ”

 

 번쩍- 루카는 눈을 떴다. 사방은 불빛 한 점 없는 완전한 어둠이었다.

 

 “ 하아아.. 이게 대체.. 무슨. ”

 

 루카는 기억을 더듬어보았다. 하수도. 갑작스레 나타난 괴물들. 갑작스런 전투. 그리고.. 그리고.. 물.

 

 “ 그 물들은 대체 어디서.. ”

 

 그랬다. 루카 일행이 괴물들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던 도중 하수도에 엄청난 양의 물이 들이닥쳤다. 괴물들과 여러 병사들, 예나 달팽 램버트 너나 할 것 없이 전부 물줄기에 휩쓸려 나갔고 아마 서로 다른 곳으로 전부 뿔뿔이 흩어진 듯했다.

 

 “ 으으으.. 나머지는 괜찮으려나. ”

 

 루카는 몸을 일으켰다.

 

 “ 나는 그 와중에 꿈을 꾸었단 말인가. 참 답 없는 놈이군. ”

 

 문제는 방향이었다. 어디가 동쪽이고 서쪽인지도 분간할 수 없었고 길도 어두웠다. 심지어 몇몇 아바크들은 아직도 살아있을 것이 분명했다. 루카는 안전한 상태가 아니었다.

 

 “ 제기랄. 이제 어떻게 해야 해? ”

 “ 루카아! ”

 

 그때였다 루카가 갈팡질팡 하던 사이 어디선가 그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심지어 이는 루카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목소리였다.

 

 “ 이 목소리는.. 엘레나..? ”

 

 그녀의 목소리를 인지한 루카는 잽싸게 다리를 굴렸다.

 

 “ 엘레나아아! ”

 

 하지만 그녀는 쉽사리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루카는 무작정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달렸지만 그녀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캄캄한 어둠만이 루카의 눈에 비추었다.

 

 “ 엘레나아아아! 어디있어! ”

 

 점점 루카는 애간장이 타들어갔다. 그녀의 목소리를 확실히 들은 이상 그는 그녀를 찾아야만 했다.

 

 “ 루카아아!”

 

 이번엔 확실했다. 루카의 왼편에서 엘레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번보다 크고 선명하게. 루카는 뛰었다. 호흡은 가뿐하게. 온 몸엔 힘을 풀고. 양팔은 재빠르게 흔들었다. 이 주법 역시 달팽이 알려준 것들 중 하나였다.

 

 “ 엘레나! ”

 

 루카는 바람같이 엘레나의 목소리가 들린 하수도 길을 스쳐지나갔다. 휙휙- 그사이에 루카는 가능한 모든 것을 눈에 담아두려고 노력했다. 칠흑 같은 어둠도 어느새 적응이 된 것이지 얼핏 얼핏 루카는 모든 것을 볼 수 있었다.

 

 “ 잠깐. ”

 

 그런 루카에 눈에 띤 건 한쪽 벽면에 그려져 있는 흰색 까마귀 문양이었다. 루카는 잠시 그 벽면에 멈춰서 벽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 이건 분명.. ”

 “ 루카아! ”

 

 루카는 화들짝 놀랐다. 엘레나의 목소리는 까마귀 문양이 그려진 벽 너머에서 나고 있었던 것이다.

 

 “ 엘레나?! ”

 “ 루카?! 루카에요? ”

 “ 엘레나! 나야! 들려? ”

 “ 네, 들려요! 근데 이게 대체.. ”

 “ 좀만 기다려! ”

 

 루카는 시급해졌다. 그녀의 위치를 파악한 건 다행이었지만 그와 그녀 사이엔 단단해 보이는 회색 벽이 있었다.

 

 “ 꺄아아아악! 루카! ”

 “ 엘레나?! 엘레나! ”

 

 루카는 빨리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급작스레 엘레나가 소리를 지른 것이 분명 무슨 문제가 발생한 듯했다. 까마귀 문양. 까마귀 문양. 분명 이 표시는 네멘의 감옥 비밀 장치에서도 본 적이 있는 문양이었다. 루카는 문양이 그려진 부분의 벽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 빨리. 빨리. ”

 

 루카는 자신의 머리를 한 번 쓸어 넘기곤 문양을 이리저리 만져보았다.

 

 “ 어! ”

 

 다행히도 루카는 금세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아깐 어두워서 자세히 보이지 않았지만 문양의 중심엔 분명 조그마한 틈이 있었다.

 

 “ 루카! 빨리요! ”

 “ 알았어! 알았다고! ”

 

 분명 그 틈은 자신에게 무언가를 밀어 넣어달라고 말하고 있었다. 루카는 이리저리 주변을 둘러보았으나 쓸 만해보이는 건 없었다.

 

 “ 젠장할.. ”

 

 다시금 루카는 문양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약간의 비좁은 홈. 무언가 딱 맞아 들어갈 것만 같았다.

 

 “ 잠깐만 이거.. ”

 

 생각이 퍼뜩 든 루카는 자신의 검을 뽑았다. 검 끄트머리를 살짝 보니 홈에 정확이 맞아 들어갈 것 같은 예상이 들었다. 루카는 단번에 검을 홈 안에 밀어 넣었다.

 

 “ 되냐? 되냐! 되라! ”

 

 - 철커덕.

 

 루카의 바램대로 확실히 변화는 있었다. 무언가 맞아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까마귀 문양이 있던 벽이 양편의 벽과 서서히 분리되어가고 있었다.

 

 - 철컥. 철컥.

 

 “ 그렇지! 아.. 잠깐만. 잠깐만! 으아아아악! ”

 

 - 콰르르르릉.

 

 분리된 벽은 순식간에 루카의 눈앞으로 무너져 내렸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루카는 조금 당황했으나 그는 안전하게 옆으로 몸을 굴러 피했다. 어마어마한 먼지가 사방으로 퍼졌고 루카는 눈앞을 제대로 뜰 수 없었다.

 

 “ 콜록. 콜록. 맙소사. ”

 

 루카는 입과 코를 막고 눈을 가늘게 떴다. 어렴풋이 한 여성의 실루엣이 보였다. 루카는 재빨리 몸을 일으켜 흙먼지를 떨쳐냈다. 그리고 눈에 들어오는 적색 머리칼의 뒷모습. 루카는 그녀의 양 어깨를 탁- 하고 잡아 자신 쪽으로 그녀의 몸을 돌렸다.

 

 “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악! ”

 “ 나.. 나야! 엘레나! ”

 “ 루..루카! ”

 

 엘레나는 루카가 손을 대자 깜짝 놀란 듯 한바탕 소리를 질렀다. 엘레나는 고개를 들어 올려 루카의 얼굴을 확인하곤 다행이라는 듯 눈을 떴다. 루카는 엘레나를 꽉 안았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것만 같았다.

 

 “ 윽.. 루카. ”

 “ 엘레나아.. ”

 “ 루카, 이럴 때가 아니에요.. 제발 저것 좀 보세요.. ”

 

 엘레나는 자신의 뒤편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루카가 살짝 고개를 드니 확실히 무언가 거대한 것이 벽이 무너져 내려 발생한 먼지를 뚫곤 이쪽으로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들려오는 익숙한 음성.

 

 “ 아셀. 셰라마스. 델 키마. ”

 “ 뭐?! ”

 

 루카는 엘레나를 놓고 재빨리 검을 빼들었다. 샤앙- 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검이 사르르 냉기를 뿜었다. 이윽고 흙먼지 사이에서 루카가 보았던. 한 번 상대 해보았던 흑색 갑주의 괴물이 그 흉악한 얼굴을 드러냈다. 예전과 마찬가지로 놈은 얼굴에서 검은 연기를 내뿜으며 적색 눈동자를 빛내고 있었다.

 

 “ 빌어먹을. 엘레나 뒤로 가! ”

 “ 예.. 옛?! ”

 “ 아셀. 셰라마스. 델 키마. ”

 

 놈은 마찬가지로 한 손에 무식한 망치를 그대로 들고 있었다. 분명 예전과 같은 놈은 아니었다. 지금 루카의 눈앞에 있는 괴물은 아주 깨끗한 상태의 갑주를 차고 있었다. 루카는 각을 보았다. 어차피 놈의 약점은 잘 알고 있었다. 이번엔 희생자를 내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루카는 검을 꽉 부여잡았다.

 

 “ 아셀. 셰라마스. 델 키마. ”

 

 하지만 괴물은 루카의 앞에 딱 서서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놈은 망치를 어깨를 올려놓는 특유의 자세를 취하더니 왼손을 들어 루카를 가리켰다.

 

 “ 셰라마스. ”

 “ 뭔 개소리야! ”

 

 괴물은 왼쪽 집게손가락을 까딱까딱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놈은 몸을 다시 돌려 걸어가기 시작했다.

 

 “ 뭐.. 뭐야.. ”

 

 당황스러운 건 루카 쪽이었다. 마치 괴물이 자신을 따라오라는 듯 행동하는 것 같았다.

 

 “ 따라.. 오라는 것 같아요. 루카. ”

 

 엘레나는 루카의 등 뒤에 꼭 붙어 그의 어깨너머로 상황을 보고 있었다. 루카는 확신이 서지 않았다.

 

 “ 세라마스. ”

 

 흥미로운 건 괴물의 반응이었다. 놈은 루카가 따라오지 않자 잠깐 발걸음을 멈춰 뒤를 돌아보더니 이번에도 손가락을 들어 까딱까딱 거렸다. 그리고 그대로 멈춰 서 루카의 얼굴을 응시했다.

 

 “ 젠장. 엘레나, 나가는 길 알고 있어? ”

 “ 아뇨.. 저도 여기 떨어진지 얼마 안됐어요. ”

 “ 아스파는? ”

 “ 그는.. 잘 모르겠어요. ”

 “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

 

 루카는 앞에 꼿꼿히 선 괴물을 바라보았다. 잠시 뒤를 돌아서 엘레나와 탈출할 생각도 해보았지만 그는 네멘의 하수도 지리에 관해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었다.

 

 “ 젠장, 엘레나. 따라가도 괜찮을까? ”

 

 루카는 어깨너머로 고개를 빼꼼 내밀고 있는 엘레나를 바라보았다. 항상 중요한 일이 있을때면 그는 엘레나에게 의견을 묻곤 했다. 그리고 그녀의 선택은 대개 루카를 옳은 길로 이끌었다.

 

 “ 네, 괜찮을 것 같아요. 루카. 어차피 길도 딱히 없고. ”

 “ 후우. ”

 

 대답을 들은 루카는 다시 전방으로 눈길을 돌렸다. 괴물은 아직도 부동자세로 루카의 얼굴만 응시할 따름이었다.

 

 “ 좋아. 어쩔 수 없으니. 한 번 걸어보자고. ”

 

 루카는 발걸음을 내딛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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