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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아이돌스토리
너의 빛은 나의 어둠
작가 : Sissi
작품등록일 : 2020.9.1

무명 신인 작곡가와 무능력 얼굴천재 탑 아이돌의 상호 파괴적 성장 서사

 
#4.
작성일 : 20-09-03 03:32     조회 : 232     추천 : 0     분량 : 4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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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형, 그 노래 별로지 않아요? 막... 밍밍하다고 해야 하나. 약간 니맛도 내맛도 아닌 것 같던데.”

 

  촬영 중인 오웬을 제외하고는 모든 멤버가 귀가한 늦은 밤, 숙소 거실에서 시한은 재희의 곡 악보를 보며 흥얼거리던 이안에게 물었다. 태윤이야 진작에 재희의 곡이 좋다고 했으니 물을 필요도 없었지만, 귀여운 대중적 이미지와는 달리, 특히 음악에 대해 냉정한 면이 있는 이안이라도 곡이 별로라고 해 주면 왠지 위로가 될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러나 그 역시 시한이 기대한 반응을 보여주지 않았다.

 

  “왜? 난 이런 느낌 괜찮은데. 만날천날 똑같은 댄스곡에 고래고래 소리만 지르다가 이런 잔잔하고 독특한 곡 받으니까 좋은데. 물론 타이틀은 아니지만.

  “형은 높은 거 잘 부르는데 그런 부분도 없고.”

  “고음 많다고 좋은 곡도 아니고, 잘 지른다고 꼭 노래 잘하는 것도 아니야. 그것도 그냥 일종의 퍼포먼스, 특히 우리 같은 아이돌의 경우엔 과시지. 나 이렇게 노래 잘 불러요, 룩스가 이렇게 실력파예요 하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닌.”

  “...그래도 이런 곡은 보여줄 게 너무 없잖아요.”

 

  고집부리는 듯한 시한의 말에 이안은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니가 이 곡을 왜 그렇게 싫어하는지는 모르겠는데, 그래도 명색이 가수면서 이 곡을 보여줄 게 없는 곡이라고 하면 안 되지. 멜로디랑 가사 자체도 제법 좋은 편이고, 보컬에 기술적인 부분은 많이 필요하지 않아도 가수의 음색이나 감정을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는 곡이야. 이런 곡을 우리가 부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나...아니, 우리에겐 흔치 않은 기회란 말이야. 항상 똑같고 정신 사나운 멜로디에 말도 안 되고 의미도 없는 가사에도 불평 안 하던 애가 왜 이래?”

  “그 누가 언제 날 가수라고 생각하긴 했어요? 나는 형처럼 좋은 가수가 아니라서 여태까지 우리 곡들이 거지같았는지도, 여태까지 제대로 낸 곡 하나 없는 무명 작곡가가 쓴 이 곡이 좋은지도 전혀 모르겠네요.”

 

  시한은 사나운 말투로 빠르게 쏘아붙이고는 겉옷과 핸드폰을 챙겨 숙소를 나갔다.

 

  “...왜 저래?”

 

  현관문이 열렸다 닫히는 소리에 방을 나온 다른 멤버들이 무슨 일이냐고 이안에게 물었지만, 그는 한숨만 한번 푹 쉬었다.

 

  “쟤 어디로 간다고 말 했어?”

  “아뇨, 따라가시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이안의 대답에 다급해진 매니저가 시한을 따라 숙소를 나섰고, 남겨진 멤버들은 알 수 없는 시한의 행동에 어리둥절했다.

 

  “이 곡이 싫나 봐. 가수란 놈이 여태까지 이상한 곡들엔 아무 말도 않다가 왜 간만에 받은 멀쩡한 곡에 불평이냐고 했더니 자길 언제는 가수라고 생각하기는 했냐고 하고 나갔어.”

 

  이안이 자초지종을 말하자, 몇몇 멤버들은 약간은 어이없다는 반응이었다.

 

 “참 나, 그럼 지가 가수야? 랩 가사 한두 마디도 제대로 못 하는 게.”

 “그래도 그렇게 말 하지 마. 왜 그러는지는 몰라도 자기 나름대로 자격지심 폭발한 것 같은데, 잘 달래 줘야지.”

 

  서진의 빈정거림에, 리더이자 맏형인 태윤이 그를 점잖게 나무랐다. 그렇지만 유진 역시 시한이 썩 맘에 들지는 않는 듯 거들었다.

 

  “틀린 말은 아니잖아요. 자격지심이라 하기 전에, 걔가 언제 한 번이라도 죽어라 연습하는 거 봤어요? 데뷔 전에는 좀 열심히 하려는 것도 같았는데, 데뷔하고 혼자 인기 얻고, 그러다가 우리 그룹 뜨고 한 이후에는 시한이가 정규 레슨이나 단체 연습 외에 따로 뭐 하는 거 거의 못 봤어요, 전. 타고난 사람만큼은 못해도, 노래도 분명 하면 느는 거 다들 알잖아요. 이런 말해서 형준-오웬의 본명-이한텐 미안하지만, 걔도 데뷔 초에 노래 못한다고 엄청 욕먹고는 얼마 안 되는 휴식시간에는 쉬지도 않고, 또 잠 줄여 가며 죽어라 연습해서 이제 누가 들어도 잘 한다, 적어도 못하지는 않는다고 말 할 정도로 늘었어요. 이런 애 옆에서도 아무 것도 안 하고 있던 놈이 자격지심 폭발했다고 해 봤자, 괘씸하기만 한데요.”

 

  멤버들의 반응이 생각보다 격하게 흘러가자, 태윤은 당황했다.

 

  “뭐야, 왜 이래. 데뷔 초도 아니고 나이도 먹을 만큼 먹고 경험도 쌓일 만큼 쌓일 놈들이.”

 

  잘 생긴 놈은 얼굴만으로 지 몫 다 한단 거, 모르는 거 아니잖아, 하는 뒷말은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알았다. 이안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

 

  “시간이 지난 만큼 쌓인 감정도 있죠. 전에 우리가 콘서트에서 발라드 곡으로 완전체 무대 선 적 있었죠? 평소에 발라드 부를 땐 랩퍼랍시고 시한이 안 시키는데, 팬 송이라 어쩔 수 없이 다 같이 불러야 했잖아요. 근데 걔 그때 딱 한 마디 불렀거든요. 한 소절도 아니고 한 마디. 근데, 그 때가 함성소리 제일 컸던 거 기억나죠? 생전 발라드 한 번도 안 불러본 애가 부르니까 그래, 팬들 입장에선 놀랍고 좋을 수 있죠. 근데 그 곡 음원 풀리고 나서도 걔가 부를 때마다 제일 함성이 컸어요. 심지어 뭐 트위터나 유튜브 댓글 보니까 뭐 잘한대. 음색이 좋아서 계속 듣고 싶대. 난 이거 보고 진짜 내 노래 들어주는 사람들이 귀가 있기는 한가 싶었어요. 내가 이런 사람들한테 노래 들려주려고 그렇게 연습하고 어떻게 하면 노래를 더 잘할 수 있나 계속 연구하나 싶어서. 나는 그냥... 그래도 우리 그룹은 실력파예요 라고 말해지기 위해 노래를 하고, 의미 없는 고음을 지르는 것 같아요. 하긴 내용도 없는 노래 받아서 녹음하고, 그 노래 듣고 좋아하는 팬들 보면서 난 ‘노래’하는 가수는 아니구나 하는 생각은 진작에 했지만.”

 

  화를 내지 않으려 노력하는 듯 눌린 목소리로 말을 하는 이안에, 태윤도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노래도, 연기도, 심지어 예능에서도 아무 것도 못하는 애를 보고도, 팬들은 인성은 좋네, 마음만은 여리네 하면서 무조건 감싸요. 누가 실력 가지고 까기라도 하면, ‘우리 애가 공부는 못해도 마음씨는 착해요 ’하는 부모들처럼 그런다고요. 사실 우린 이걸 직업으로 하는 프로니까, 못하면 욕을 먹는 게 맞는데도요. 너무 무조건적이고 맹목적인 애정인거죠. 이미 우리한테 기대하는 게 없는 거야. 그냥 무슨 사이비 종교 집단 같아요, 그 광기 어린 애정을 보면. 걔 전에 말실수도 한번 했었잖아요. 약간 동남아 팬들 무시하는 말 했던 거요. 그건 분명히 잘못한 거고 질타를 받아 마땅했어요. 물론 초반에는 가루가 되도록 까였죠. 팬들도 탈덕이니 뭐니 말 많았고. 근데 시간이 지나면서 어떻게 된 줄 알아요? 마녀사냥이래요. 지나친 악플들이 있긴 했고, 물론 그건 나쁜 거지만 비판받을 행동을 비판한 사람들까지도 마녀사냥꾼으로 몰고는, 결국 어이구 내 새끼 힘들었지? 저 사람들이 미친 거야 하고 상황이 마무리됐어요. 지금도 그 얘기 나오면 다들 득달같이 달려가서 ‘그 때 시한이 자살하라는 말 듣고 그랬는데, 말실수 한 번 한 거 가지고 너무한 거 아닌가요? 사과까지 했는데, 뭘 더 해야 하나요? 정말 애가 죽어야겠어요?’ 라고 말하면 거기다 대고 뭐라고 하는 사람들은 자살하라고 하는 사람이랑 똑같게 되니까 뭐라고 더 못하고, 오히려 얘를 불쌍한 피해자로 만들어서 잘못은 감쪽같이 감추더라고요. 물론 이건 질투도 뭣도 아니에요. 이젠 우리들은 모두 한 팬덤의 지지를 받는 입장이니까 우리 중 누가 그랬어도 팬들은 똑같이 했을 거니까요. 단지 난... 심지어 그런 상황 속에서도 자기 자신을 성찰하지 않고 안락하게 지내고 있는 그 녀석 때문에 가끔은 나조차도 뭐가 맞는지 혼란스러워질 때도 있다는 거예요.”

 “...”

 “그러니까 걔는 이런 상황에서 사춘기 중학생처럼 반항할 게 아니라, 자기 자신을 똑바로 봐야 한다고요. 뭐가 맞고 틀린지.”

 

 -

 

  “연습실로 간다고요!”

  “그러니까 나랑 같이...”

 

  시한은 매니저의 전화를 끊어 버렸다. 평소엔 상상도 못 할 행동이었지만 그는 나중을 생각하기엔 현재의 감정조차 통제하지 못하고 있었다. 시한은 자신의 차를 타고 아파트 단지를 빠져나오며 늦은 시간임에도 숙소 앞을 지키는 사생 무리를 보았다. 저들은 왜 저렇게까지 격하게 애정을 표현하면서 우리를 괴롭히는 걸까. 그런다고 우리가 집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도, 춤을 추는 것도 아닌데. 하기야 저들처럼 스토킹을 하는 건 아니더라도 공항이며 회사 앞이며 다니기 힘들 정도로 ‘팬’들은 어디에나 너무 많잖아. 우리가 무대와 카메라 밖에서 하는 거라곤 얼굴을 가리고 빠르게 이동하는 것뿐인데.

  시한은 한 번도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던 문제들에 대해 의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그의 잔잔한 세상에 파동이 일고 있었다.

 

  역시나 그냥 존재하고 얼굴이나 비춰 주면 되는 걸까.

  그래, 그러면 되는 것이기 때문에 나는 이 자리에 힘 안들이고 올라왔지. 남들은 죽을 만큼 노력해도 겨우 먹고 살까 말까 하다는 이 세상에서.

  시한은 자신이 앉아 있는 차의 핸들을 보았다. 그 중심에는 명품 외제차의 마크가 반짝거리고 있었다. 회사원이었던 부모님은 수십 년을 매일같이 일했어도 차마 살 수 없을 만큼 비싸고, 그만큼 세상 사람들에겐 부유함의 증표가 되는 브랜드의 차. 나는 이 차를 포함해서, 내가 가진 것들에 대한 자격이 있을까? 수년간 연습생 생활을 했고, 데뷔 후에는 살인적인 스케줄을 감당해야 했다. 물론 너무나 피곤하고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때가 있긴 했지만, 엄마아빠라고 그러지 않았을까? 단지 부모님이 일년간 일하는 것보다 내가 3분동안 무대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게 더 수요가 많고, 더 큰 경제적인 가치가 있다고 해서 내가 이 모든 것을 받을 자격이 있는 걸까? 깊은 생각이나 어떤 의심 없이 회사가 시키는 대로 마냥 바쁘게 살아온 지난 시간이 허무하게 느껴졌다.

 

  ‘애초에 작곡가가 노래도 못하는 가수 편의를 봐 줘야 하냐구요.’

 

  시한은 평화롭던 그의 세상에 돌을 던진 이의 목소리를 곱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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