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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키퍼 (Keeper)
작가 : 신쓰
작품등록일 : 2016.10.10

스토리를 지키는 사서 키퍼들의 이야기.

 
4. 을의 반란 (4)
작성일 : 16-10-21 20:57     조회 : 416     추천 : 0     분량 : 5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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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지 아니지. 지금 승준의 대사는 모브캐를 밀어내고 본 이야기를 진행하기 위한 설정값일지도 모른다. 그럴 가능성이 더 높다. 리얼북은 본래의 이야기를 진행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계된 도서이니 말이다.

 

 후우… 스토리를 모르고 들어왔으니 뭘 알 수가 있어야지. 에리카는 혼란이 가득한 머리에 새로운 상황들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진하씨는 함께 가서 진술을 하고 오시죠. 아무래도 저 두 사람의 얘기만으로는 해결이 나지 않을 것 같으니 말입니다.”

 “누가 경찰서를 가?”

 “아니! 저는 머리 뜯긴 거 보상 받아야겠는데요?”

 

 아… 에리카는 스토리가 잘못 돌아가고 있음을 깨달았다. 여주가 조안나와 함께 움직인다. 이미 스토리는 남주가 아닌 조안나를 위주로 조금 틀어져 버린 것이었다. 심지어 조안나가 을의 연애의 상황에 몰입해 버렸다. 보는 입장에서 그녀 위주로 하나의 스토리를 생성하는 입장으로 바뀐 것이다.

 

 조안나에게 라이터 자격증이 없어서 천만다행이다. 만약 있었다면 조안나라는 새로운 개체를 주인공으로 한 새로운 소설이 만들어지고 있었을 것이다. 요새 동인활동하는 사람들이 이런 이유로 그렇게 자격증을 노린다고 하던데.

 

 아무래도 돌아가면 레이널드에게 자격증 조건을 강화하라고 해야겠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키퍼들의 일이 몇 배로 복잡해질 것 같다.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까? 결국 이야기는 여주를 중심으로 진행되니 진하의 행적을 따르는 것이 맞다. 그렇지만 에리카는 여기서 지켜보기만 했을 뿐, 여주인 진하와는 어떤 연고도 없다. 이런 경우라면.

 

 “저기, 진술을 할 이유라면 여기 제 3자의 입장에서 본 사람도 함께 가야 할 것 같은데요.”

 

 스토리를 바로잡기 위한 것이니까, 이 정도 나서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뭐, 전에 책의 등장인물인 척 하면서 상황을 해결했던 헤롤드도 있고.

 

 “혹시 전부 보셨습니까?”

 “네, 제3자의 입장이라면 제가 가장 정확할 거예요. 카페 대리인으로 저 아가씨가 가는 것 같고, 저는 증언하러 가면 되고. 저 두 분은 여러 가지 이유로 가면 되겠네요.”

 “그렇군요. 손님께 누를 끼치게 되었습니다.”

 “아뇨, 오랜만에 싸움 구경을 해서 전 재밌었어요.”

 

 에리카는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일방적으로 선한 사람이 당하는 입장은 보기가 힘든데, 선인과 악인이 비등비등하게 싸우는 장면을 보면 그냥 희열이 느껴진다. 에리카는 자신에게 라이터 자격증이 없음을 감사히 여겼다. 분명 을의 연애를 다 읽고 난 후에, 이 장면을 성미대로 고쳐보고 싶다는 생각을 할 것 같으니 말이다.

 

 “이 카페는 무슨 외국인이 이렇게 많아? 하!”

 “거기, 말조심해요. 나는 귀 잡아당기는 정도로 끝나지 않아요.”

 

 아마 빡돌게 된다면 다리 사이로 기어나가라는 모욕정도는 주게 되겠지. 잘못했다는 말 백 번 반복하게 하고 말이다. 마음 같아서는 이미 그러고 싶었지만 조안나가 한 게 있으니 참기로 했다.

 

 “서에 걸어가는 것보다 차를 타고 가고 싶은데요. 거기 점장님같이 생기신 분. 전화 좀 해 주세요.”

 “그러죠.”

 

 에리카는 조안나의 말과, 전화를 거는 승준의 행동을 보며 얼굴이 하얗게 질려가는 진상녀를 실시간으로 확인했다. 아마 저 진상모브캐는 이런 상황이 진짜로 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겠지.

 

 대한민국의 현실이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저런 방식으로 진상을 부리면 그걸 고객 불만으로 받아들이고 고객이 원하는 대로 해 주는 것 같았다. 그것이 관행화되어있다면 진상을 떨면서도 심한 짓을 한다고 느끼지 못할 테니까. 물론 악용하는 사례도 많겠지. 지금이 또한 그런 상황인 것 같고 말이다.

 

 “이… 이게 뭐라고 경찰서까지 가요? 저기, 그냥 말로 하죠?”

 “아뇨. 저는 먼저 머리카락 뜯긴 게 억울해서라도 좀 가야겠어요.”

 “증언은 제가 확실하게 해 드리죠.”

 

 에리카는 조안나가 이 상황에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알아버렸다. 그것은 바로 진상타파였다. 이미 여주와 남주 사이의 로맨스에는 관심이 없는 것이다. 진상이 타파됨과 동시에 조안나는 다시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 여주가 어떻게 연애를 하게 되는지를 지켜보는 입장이 될 것이다.

 

 진상을 부리는 모브캐가 남주와 여주 사이에서 주요역할을 하는 것 같지도 않았다. 조안나의 마음이 풀리게 만들고 난 후에 이야기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지켜보자. 에리카는 그녀가 움직여야 할 방향을 정했다.

 

 점점 표정이 질려가는 진상녀를 보며 씩 웃은 에리카는 곧 도착한 경찰차에 다른 이들과 함께 몸을 실었다. 왜 그녀가 직접 한 방 먹이는 기분이 드는 것인지, 왜 이렇게 뿌듯한 기분이 드는 것인지. 나올 것 같은 웃음을 겨우 참으며 새로운 상황의 진행을 위해 서로 향했다.

 

 

 

 

 

 * * *

 

 『“무슨 일입니까?”

 

 승준이 돌아왔다. 제발 좀 도와달라고 하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나타난 승준이었다. 진하는 마치 구원자처럼 느껴지는 승준이 반가웠다. 그녀는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을 해결해줄 수 있는 유일한 존재였으니 말이다.

 

 “점장님, 저 손님께서 어제 날짜 영수증을 가져와서 환불해 달라고 하세요.”

 “아, 당신이 높은 사람이야? 당신이 들어야겠네. 이거 너무 맛없어서 한 입도 제대로 못 먹고 다 버렸어요. 어제는 바빠서 환불하러 못 왔고. 못 먹은 거에 내가 돈을 내야 해요?”

 

 수준을 넘어서는 뻔뻔함이었다. 나이도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은데. 사람들은 원래 못된 것부터 빠르게 습득한다더니, 그것이 맞는 말이었던 것 같다. 진하는 나오려는 한숨을 애써 참고 있었다.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한숨 하나가 또 다른 일을 불러올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셨습니까. 알겠습니다. 바로 환불 처리 도와드리겠습니다.”

 “진즉에 이렇게 나왔어야죠.”

 “점… 장님?”

 “뭐 합니까, 바로 환불 진행하지 않고요.”

 “네, 알겠습니다.”

 

 승리자의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미는 여자였다. 진하는 화가 났지만 그 감정을 속으로 삼킬 수밖에 없었다. 상식적이지 못한 순간에도 고객의 편을 들면서 손해를 감수하는 승준이 이해는 갔지만 어째서인지 실망스러웠다. 매일 따뜻한 미소를 건네며 힘을 주던 점장님이 아닌 것 같았다. 지금은 승준이 무척이나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

 

 “환불 도와드렸습니다. 여기 현금 4천 5백원 입니다.”

 “신입인 것 같은데. 앞으로는 일 제대로 해요. 댁 덕분에 제가 시간을 무척 낭비했잖아요?”

 

 그것은 여기도 마찬가지인데요. 진하는 말대꾸를 하고 싶다는 것도 꾹 참고 있다. 무서워서 피하는 것이 아니다. 더러워서 피하는 것이지. 여기서 말을 섞으며 싸우게 되면 결국 똑같이 더러운 사람이 된다. 이런 사람은 상종을 하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죄송합니다.”

 

 싸우는 대신 사과를 했다. 더러운 것을 피한다는 생각으로, 그녀가 더 우월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사과를 하긴 했지만 속이 상했다. 어쩌면 진 것일지도 모른다. 결국 돈을 내 주었고 환불을 해 준 결과였으니 말이다. 똑같은 사람이 되지 않았다는 우월감, 그것은 그저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한, 정신 승리에 필요한 핑계일지도 모른다.

 

 시끄러운 여자가 떠나면서 상황이 종료되었다. 여자가 멀리 사라진 것을 확인한 승준의 입에서 긴 한숨소리가 새어나왔다. 신애는 잠시 마음 좀 다스리고 오겠다면서 밖으로 나갔다. 시끄러운 상황 덕에 카페 안은 텅텅 빈 상태였다. 이것이 개점휴업과 다름없는 상태구나.

 

 업무방해로 고소를 하면 유리했을지도 모를 상황이었던 것 같다. 카페에서 일을 시작한 이래로 이 시간대에 텅텅 빈 광경을 본 적은 없었다.

 

 “방금 무척이나 실망했죠?”

 “… 네?”

 “제가 방금 손님에게 했던 대응 말입니다. 저답지 않았죠?”

 

 솔직히 그랬다. 승준은 상식을 벗어나는 인물이 아니었다. 그랬기에 이번에도 상식적인 선을 지켜서 대응을 할 것이라 생각했었다. 진하가 시간을 끌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환불을 해 달라고 말했을 때 바로 환불을 해 주는 것이 가장 간단하고 편하게 상황을 모면하는 방법이라는 것을 진하도 모르지 않았다. 모르고서 대응도 못하는 바보로 있었던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네, 저는 상식적으로 통하는 해결책을 가지고 계실 거라고 생각했어요. 합리적인 방법으로 모두를 납득시킬 수 있는 방법이요.”

 “그런 건 없으니까요. 우기는 사람 앞에서는 어쩔 수 없는 겁니다. 그것이 갑과 을의 관계라면 더 그렇지요.”

 “그렇군요. 그럼 앞으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면 계속 이렇게 해결해야 하는 건가요?”

 “더럽고 치사하지만 어쩔 수 없죠. 대신 얼굴은 확실히 기억해두고 다음번에 또 오게 되면 제대로 진상단골 대우를 해 주면 됩니다.”

 “진상단골 대우요?”

 “어머 또 오셨네요. 커피가 맛이 없으셨다면서, 생각나셨나 봐요? 이런 식으로 말이죠.”

 “푸흣!”

 

 진하의 입에서 웃음이 터졌다. 어쩐지 그 상황을 생각하니 통쾌한 기분이 들어서였다. 아, 그런 식으로 후에 한 방 돌려주면 되는구나. 물론 염치가 있고 상식이 있는 사람이어야 그 말에 모멸감을 느끼게 될 것 같지만 말이다.

 

 “진하씨는 웃는 모습이 참 매력적입니다. 그러니까 아까처럼 울 것 같은 얼굴은 하지 말아요. 사실 급하게 정리하고 싶었던 건, 더 버티게 되면 진하씨가 무너질 것 같아서였습니다. 아니, 진하씨가 아니라 내가 무너졌을지도 모르겠군요.”

 

 두근. 승준의 말이 심장에 떨어지며 강한 파동을 내고 흩어졌다. 지금 무슨 소리를 들은 거람? 진하는 그녀의 귀를 의심했다.

 

 “저기… 점장님. 방금 뭐라고.”

 “울 것 같은 얼굴은 하지 말라고 한 겁니다. 내 아래에서 울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요.”』

 

 

 “으아아아아아아아아!!!!!!!!!!!!!!!!”

 

 을의 연애를 읽던 헤롤드는 책을 집어던지며 두 손으로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 아, 역시 로맨스는 읽기 힘들다. 온 몸에 닭살이 오소소 돋는 것 같았다. 아래에서 울리고 싶다니! 이게 무슨 말이야!! 이거 15세 연령가란 말이다!!!헤롤드의 항마력이 바닥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계속 버틴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 로맨스를 읽어주고 내용을 요약해 줄 인물이 필요했다.

 

 누가 이 상황에서 도움의 손길을 내밀 것인가. 항상 도서관에 머물고 있고, 책을 가까이 하는 인물이며, 로맨스에도 거부감이 없어야 한다. 이런 이야기를 읽고 버티려면 낯간지러운 이야기에도 눈 하나 끔뻑하지 않는 능력이 필요할 것 같다. 낯간지러운 이야기를 잘 하는 사람은 듣는 것도 잘 하겠지? 그러면 보는 것도 잘 할 것이다. 자 어디 보자. 그럴만한 사람이…….

 

 “아! 한 명 있다.”

 

 헤롤드는 유일한 인물을 떠올렸다. 다소 껄끄러운 마음이 들었지만 지금은 해결이 먼저다. 헤롤드는 그와 어울리지 않는 샤방한 일러스트 표지가 보이지 않도록 책을 품에 끌어안고 목적지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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