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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공포물
당신은 얼마나 많은 치킨을 먹어왔나
작가 : 아이윙
작품등록일 : 2020.8.29

월, 수, 금 연재. 주말 자유 연재
치킨에 관련된 미스테리를 파해치는 주인공이 광기에 빠져가는 모습을 서술한
코스믹 호러 장르의 제 첫 소설 입니다.
익숙한 소재에서 느껴지는 기이함과 괴이함, 점차 미쳐가는 주인공의 내면을 묘사 했습니다.
제 첫 작품 입니다. 모쪼록 즐겨 주십시오.

아 19금 까지는 아니라도 장르 특성상 약간의 무서운 부분은 등장합니다. 최대한 깔끔하게 서술 했으니,
무시무시한 장면도 포함해서 즐겨 주세요!!

 
Ⅳ 꿈꾸는 광기
작성일 : 20-09-02 18:32     조회 : 287     추천 : 1     분량 : 40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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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Ⅳ

  평범한 사람이 남는 시간에 어떤 짓거리를 즐기는지 따위는 관심이 없지만, 나의 유일한 취미는 효율적으로 주어진 시간을 소모하는 수단으로 게임 속 화면을 탐닉하는걸 제외한다면, 혼자 집에서 멍하니 치킨을 씹는 것이 유익한 삶의 낙이자 여가생활이다. 치킨을 처먹는 와중에 눈꺼풀로 아무것도 들이지 않으면 끔찍한 악몽과 불쾌한 기억이 되살아날지도 모른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기에, 자연스럽게 TV 화면이나 멍하니 쳐다보자는 결론으로 치닫기 마련이지만, 의식적으로 뉴스 채널이 내 눈깔에 날아와 파묻히는 걸 피하고자 최선을 다해 노력한다. 처음 보는 작자들이 자그마한 TV 화면 속에서 행복의 전도사인 마냥 기쁨에 겨운 아양을 떨어대며 어떻게든 가식으로 점철된 희망찬 소식을 전하려는 꼬락서니를 지켜보는 것이 역겨웠고, 일면식도 없는 놈들이 우연한 사고로 수도 없이 죽어 나간다는 소식 따위에 길가의 개미 한 마리 밟아 죽이는 정도로 아무런 연민을 느끼지 못했다. 결론적으로 내가 뉴스를 혐오하는 이유는 다른 인간 놈들에 대한 아무런 동질감과 공감을 느끼지 못하는 스스로가 보통 사람들과 이격된 정신병 환자라는 걸 뉴스 화면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받는 것 같아 심히 불쾌했기 때문이다.

 

  걸을 때마다 다리 가죽에 바짓가랑이가 찐득한 거미가 기어 올라오는 것처럼 엉겨 붙는 덥고 습한 여름날, 언제나처럼 식어 빠진 치킨 쪼가리가 입안에서 결결이 갈려 구물텅 대는 소화기관을 지나 내 피부 속, 뼛속 하나 내장 구석구석에 빼곡히 쌓여 내 몸으로 변하고 지방으로 축적되는 생명체의 놀라운 마술이자 내가 누릴 수 있는 유일무이한 극상의 쾌락을 맛보고 있었다. 그 날따라 TV에서 춤추는 소위 연예인이라 불리는 녀석들의 광대놀음이 유독 하찮게 느껴졌기에, 생각 없이 채널을 뒤적거리던 중 눈에 들어온 평소라면 바로 꺼버렸을 한 뉴스 채널에 시선이 붙잡혔다. 척 보기에도 연로한 세월의 고난과 지독한 노동이 점철된 흔적이 엿보이는 깊게 팬 주름살에, 시커멓게 부어오른 검버섯이 지저분하게도 피어난 삐쩍 마른 양계장 주인의 인터뷰 영상이 송출되고 있었다. 올해 들어 양계 업계는 유례없는 대 호황을 맞이했고, 시중에 유통되는 닭의 양이 전년도 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났기에 닭고기 평균 가격이 폭락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치킨집에서 치킨 가격을 올리고 있으며, 이는 시민들의 닭 소비 심리를 위축시켜 최종적으로 양계 업계에 큰 타격으로 돌아오는 만행으로, 이에 대해 양계 업계를 대표하는 처지로 치킨 업계에 크나큰 유감을 표한다는 시시콜콜한 잡소리였다. 이에 반해서 치킨 업계 측에서는 지속적인 인건비 상승 등의 구질구질한 핑계를 뱉어대며 뉴스는 마무리되었다. 얼핏 스쳐 지나가는 잡설에 불과하지만, 불현듯 기묘한 망상이 내 정신을 송두리째 사로잡았다. 아무리 다른 요인이 있다 한들 닭 가격이 폭락하는 것에 반해서 치킨의 가격이 오르는 것은 옳지 못한 상관관계이다. 점차 이성적인 사고를 압도하는 불경한 망상. 닭과 치킨의 관계성에 대한 근본적인 부정. 지금 내 손에 쥐어진 튀김옷 범벅의 죽은 채 누워있는 살덩이는 닭의 사체가 맞는가. 이 땅의 모든 치킨집에서 심연같이 어두운 기름 속에 파묻혀 싯누렇게 익어갈 뿐인 고깃덩어리의 정체에 대한 불신. 아무런 의심도 없이 팔려나간 짐승의 육체는 이윽고 굶주린 인간들의 손길에 갈가리 찢어져 괴상망측하게 뒤틀린 뼛조각과 허여멀겋게 출렁거리는 살점으로 분리된다. 아무런 의심도 없이 정체불명의 튀김 덩어리를 수년 동안 발라먹은 사람들의 피를 따라 흐르는 이질적인 짐승의 기름과 체액. 인간의 힘줄, 내장 구석구석에 자리 잡고 몸집을 불려가는 짐승의 지방과 살점. 짐승의 찌꺼기로 짜낸 인간의 육신과 두뇌가 무의식적으로 자아낼 뿐인 야만적인 광기와 폭력, 같은 인간을 쳐 죽이고 짓밟는 인간의 잔혹함이 인간의 몸속에 굶주린 짐승이 숨 쉬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이다. 나는, 우리는 퇴행한 한낱 짐승과 얼마나 다르다고 자부할 수 있을까.

 

  지독한 상념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는 나를 TV에서 흘러넘치는 요란한 광고 소리가 다행히 현실로 잡아 이끈다. 온몸에 식은땀이 가득하고 입에서 침인지 짐승의 육즙인지 모를 액체가 한땀 한땀 방울져 흘러내린다. 더는 치킨 조각 따위를 입에 쑤셔 넣을 기분이 아니기에 아직도 남아있는 치킨 부스러기들을 홀린 듯이 긁어모아 쓰레기통에 처박는다. 망상에서 벗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양손이 차갑게 식고 주체할 수 없이 온몸이 덜덜 떨린다. 이대로는 숨이 막혀 죽는다. 변기 구멍에서 시커멓게 변색된 촉수가 꾸물꾸물 기어올라 버려진 치킨 더미를 퍼먹고는, 몸집을 불리며 다음 먹잇감을 찾아서 내 목을 조르는 환상에 빠져 흠칫 놀라 방바닥을 나뒹군다. 급작스럽게 날뛰는 몸뚱이의 서슬에 곤히 자고 있던 파리 때와 바퀴벌레 무리가 푸르르르 날아올라 정신을 차리기 힘들다. 살짝 문이 흔들리는 것으로 보아 문밖에 미치광이 살인마가 청아하게 빛나는 식칼을 들고 문을 따고 들어오려 기를 쓴다. 나뒹굴다 벽에 부딪혀 허리 언저리를 저미는 욱신거리는 통증, 귀와 입을 스치며 날뛰는 파리와 바퀴벌레, 굶주림에 몸부림치며 꿈틀거리는 촉수에서 뚝뚝 떨어지는 끈적한 점액의 쓰레기 같은 악취, 살인마에 의해 문이 살짝 흔들리며 내뿜는 소름 끼치는 소리, 모든 불쾌한 망상과 역겨운 현실이 뒤섞여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몸을 잔뜩 웅크린다. 마지막 이성을 쥐어 짜내어 이건 모두 불쾌한 편집증이 거짓으로 만들어낸 공포일 뿐이라 스스로 설득하기 시작하며 동시에 미친 듯이 정신병 약통을 찾아 떨리는 손으로 책상 위를 황급히 뒤진다. 정신이 영원히 꺼지기 직전에 가까스로 약통을 움켜 집는다. 뚜껑이 열리고 새하얀 알약이 매끈한 소리를 내며 투욱 하고 손바닥 위로 떨어지는 찰나의 순간이 영겁의 세월처럼 길게 느껴진다. 더는 제정신을 유지할 수 없을 것 같다. 간신이 알약을 목구멍에 털어 넣는 데 성공하고는 모든 기운이 빠져나간 채 쓰러진다. 기절한 것과 다름없는 속도로 잠에 빠지고, 꿈속에서 만이라도 안식을 취하고 싶은 내 소망을 비웃듯 끝난 것만 같았던 그 날의 악몽이 기지개를 켜고 나를 유린할 준비를 마친다.

 

  그날 밤 처음 겪는 생생하고 불길한 악몽이 나를 휩쓸었다. 길거리를 쏘다니는 모든 사람의 눈두덩이 속에서 눈알 대신에 시커멓게 점액질이 뚝뚝 떨어지는 곤충의 더듬이가 기괴하게 자라나 연신 꿈틀대고 있었다. 사람들의 입술이 달려있어야 할 자리에는 톱날처럼 날카로운 곤충의 주둥이가 튀어나와 연신 쯔억쯔억 여닫히며 굶주림을 가득 담아 오물대고 있었다. 사람 얼굴 곳곳에는 징그러운 털이 속속 박힌 푸르죽죽한 송충이가 살가죽을 뚫고 피어나 발작적으로 꿈틀대며 제 숙주의 살덩이를 갉아 먹고는 점차 그 크기를 키워나가고 있었다.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인간의 피와 넘쳐 흐르는 곤충의 역겨운 체액이 섞여 흐르는 고약한 악취가 피어올라 숨을 제대로 쉬기도 어려웠다. 어느새 사람들의 얼굴 표면 절반 이상이 끔찍한 곤충의 외골격에 잠식되어 버렸지만, 아무도 일말의 저항조차 하지 못하고 그저 김빠진 신음만을 내뱉으며 휘청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개중 팔다리마저 키틴질에 뒤덮여 완연히 벌레 꼬락서니로 전락한 인간 몇몇이 나를 바라보고는 키야앍 하는 거친 울음소리를 내며 나를 향해 벌레 다리 같은 각도로 뒤틀린 네발로 기어오기 시작했다. 광기에 찬 비명을 토해내며 꿈속의 나는 아무런 목적지도 정하지 못하고 무작정 도망쳤다. 폐가 찢어질 만큼 부풀어 올라 온몸에 산소를 보내길 거부하기 시작할 무렵, 이대로 영원히 도망쳐서 어쩔 생각이냐, 차라리 곤충과 하나 되어 편안한 안식을 찾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순간 끈적하고 매끈한 무언가가 사방으로 휘두르던 내 손가락에 잡혔다. 무심코 거울을 보니, 내 얼굴에도 이미 역겨운 곤충의 몸뚱이가 돋아나 미친 듯이 꿈틀대고 있었다. 얼굴에 붙은 벌레의 껍질을 보고 느낀 것은 두려움과 공포가 아니라 오히려 잃어버린 제 모습을 되찾은 듯한 안락함. 내 귓구멍을 빠져나온 지네가 커다랗게 입을 벌려 내 눈깔을 파먹기 시작하고 점차 시야가 어두워진다. 아무것도 보지도 듣지도 못하게 됨과 동시에 시커멓게 변한 악몽을 빠져나올 수 있었고, 새된 비명을 지르며 잠에서 깨어났다. 더는 잠을 이루지 못하고 어둠이 걷히고 해가 뜰 때까지, 내 얼굴 여기저기를 피가 날 정도로 한없이, 한없이 긁어대었다.

 
작가의 말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파트 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목덜미에 벌레 날아와 붙는걸 극혐 하는데, 여러분은 어떠실지요?

 그 감각을 떠올리며 감상 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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