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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골든게이트 키퍼
작가 : 폴라로이드
작품등록일 : 2020.8.12

현계와 이계를 잇는 골든게이트를 지키려는 자와 뺏으려는 자들의 치열한 전쟁

 
제 15화 나살족
작성일 : 20-09-02 16:09     조회 : 207     추천 : 0     분량 : 50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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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계종들이 골든게이트를 넘어온 사연은 다양하다. 자기도 모르게 어떨 결에 넘어온 이계종도 있고, 그쪽 세계에서 더 이상 살 수 없게 되어 넘어온 놈들도 있었다. 가끔 현계를 파괴하러 오는 괴물 같은 놈들도 있었다. 하지만 대다수 앞의 두 가지 이유로 넘어오는 경우가 많았다. 십년 전쟁을 치르기 전과 그 후 7년 동안은.

 

 우주의 질서에 의해 현계와 이계로 나눠져 살아가는 생물들이 뒤섞이게 되면 혼돈이 발생한다. 시간과 공간은 비틀어지고 기가 강한 쪽에서 약한 쪽을 흡수하게 된다. 현계종 보다 이계종들의 기가 훨씬 세다. 그들이 현계로 넘어오면 현계는 서서히 파멸하게 된다.

 GGK는 골든게이트를 넘어온 이계종을 찾아내 현계를 지킨다. 그들에게 잡힌 이계종들의 선택은 셋 중 하나다.

 

 첫째 배송이다. 배송은 이계종들을 다시 그쪽 세계로 돌려보내는 것이다. 가끔 자기도 모르게 골든게이트를 넘어 현계로 넘어오는 길 잃은 이계종들이 있다. 이런 이계종들은 배송되기를 바란다. 대다수 GGK에게 매우 고마움을 느낀다.

 둘째 이송이다. 이송은 현계에 계속 남아있길 바라는 이계종들을 위한 선택지이다. 그들은 셀라라고 하는 정착지로 보내진다. 결계가 이중 삼중으로 쳐져 있는 그곳은 밖에서 보면 그냥 평범한 평원처럼 보였다. 이계종들은 이곳을 회색지대라고 불렀다.

 마지막으로 배송과 이송 둘 다 거부하는 이계종은 삭제된다. 십년 전쟁 동안 수많은 이계종들이 삭제되었다. 그 외에도 간간히 신념에 의해 삭제를 선택하는 이계종도 있었다.

 

 

 - 정착지 셀라 -

 

 멀리서부터 먼지를 풀풀 날리며 자동차 한 대가 들어왔다. 우중충한 하늘 아래에 배송 본부장 장국도와 김유경 실장이 내렸다. 장국도는 이곳이 꽤 오랜만이었다. 두 사람이 뿜어내는 낯선 아우라에 이계종들의 눈빛 딱딱해졌다. 서로 간의 이질적인 기는 언제나 불편한 것이다.

 

 “나살족이 살고 있는 곳이 어디지?”

 “저기 언덕 밑 땅굴에 살고 있어요.”

 

 김유경은 거기 작은 철문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장국도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쪽으로 걸었다.

 

 “이름이 뭐라고 했지?”

 “아젠입니다.”

 “최 본부장이 그러던데, 나살족이 대단한 능력을 지녔다고. 십년 전쟁 때 나살족이 오베드에 합류했더라면 판도가 완전히 달라졌을 거라고 말이야.”

 “뭔가를 만들어 내는 솜씨 하나는 현계 이계 통틀어 최곱니다.”

 

 배송 본부장 장국도는 주로 포악한 이계종들을 상대하다 보니 나살족처럼 연한 이계종에 대해선 모르는 것이 많았다.

 

 “으악!!!”

 

 갑자기 한 이계종이 코뿔소 같은 기세로 장국도에게 돌진했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마운틴고릴라는 나가떨어졌다.

 피부가 나무껍질인 말락족 하나가 씩씩거리며 고릴라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화난 건지 반가운 건지 애매한 표정을 짓고서... 이내 그를 알아본 장국도는 옷을 탈탈 털며 천천히 일어섰다.

 

 “야 동생! 오랜만에 왔으면 형님한테 인사를 해야지.”

 

 말락족 쿠르소르는 코끼리같이 육중한 몸을 끙끙대며 무척이나 반가운 티를 내었다.

 

 인간과 나무가 합쳐진 반인 말락족.

 

 말락족은 보은의 계약에 따라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오모라 요정의 하인으로서의 삶을 살아야 한다.

 어느 날 쿠르소르는 자신의 부주의로 어린 주인이 죽게 되자 감당할 수 없는 죄책감에 빠져 현계로 도망쳐 왔다. 덩치와는 다르게 천성이 어리숙하고 순진한 쿠르소르는 GGK의 도움으로 정착지에서 평화롭게 살아가게 되었다. 그때 담당이 장국도였고 쿠르소르는 장국도를 형제 이상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너 인마, 내가 형이라고 몇 번 말해야 알아먹겠냐?”

 

 장국도는 답답한 듯 소리쳤다.

 

 “왜? 내가 형이라면서.”

 “아, 또 시작했네. 너 나이가 몇 살이야?”

 “마흔다섯.”

 “그럼 나는?”

 “... ”

 “오십 하나. 그럼 누가 나이가 많아.”

 “너. 그러니까 내가 형이지.”

 “아이고, 골치야. 오늘은 바쁜 일이 있어 온 거니깐 방해하지 마라”

 

 장국도는 인상을 바짝 썼다.

 

 “나도 같이 가자. 동생이 가는 곳은 항상 재밌어.”

 “저희는 나살족을 만나러 왔어요.”

 

 김유경의 말에 쿠르소르는 발걸음을 뚝 멈췄다.

 

 “저기 땅굴 집이요?”

 “네.”

 “제가 바쁜 일이 있어서 그만.”

 

 쿠르소르는 두 말도 하지 않고 뒤돌아서 냅다 튀었다.

 

 “무서운 녀석이 살고 있나 본데. 최본부장이 정신 바짝 차리라고 하던데 역시 그런 건가?”

 

 심상치 않은 쿠르소르의 반응에 장국도는 살짝 긴장했다.

 

 

 장국도와 김유경은 강철 대문 땅굴 집 앞에 섰다. 두꺼운 문에 간판이 하나 걸려있었다.

 

 「물건 팝니다」

 

 ‘이건 또 뭐야?’

 

 장국도는 마른침을 삼키며 노크를 했다.

 

 “똑, 똑.”

 [누구야? 물건 사러 왔어?]

 

 바위를 얹어 놓은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나살족의 아젠을 만나러 왔습니다.”

 [누구야? 누군데 내 이름을 함부로 부르는 거야.]

 “GGK 배송 본부장 장국도요.”

 [… 왠지 성가신 일일 것 같은데.. 난 볼 일 없어.]

 

 뚝, 목소리가 끊겼다. 장국도는 다시 한번 노크를 했다.

 

 [아!! 귀찮아. 뭐지?]

 “몇 가지만 묻겠습니다.”

 [그쪽에서 뭘 물어보면 내가 다 대답해야 하는 건가?]

 “현계에 사람이… ”

 

 “물건 사러 왔어요.”

 

 갑갑한 장국도를 보며 김유경이 말을 가로챘다.

 

 [그래? 들어와.]

 

 강철 문이 삐죽이 열렸다.

 

 땅굴 집에 들어서자 바로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 나왔다. 좁은 통로에 장국도의 몸이 꽉 끼였다. 계단을 다 내려가니 또 다른 철문이 나왔다. 하지만 그 문은 자동문이었다. 수고로움 없이 바로 통과할 수 있었다.

  그 밑으로 강당 크기의 거실이 펼쳐졌다. 좁은 통로를 겨우겨우 통과한 장국도는 넓은 거실을 보자 숨통이 뚫렸다. 각종 재료들, 물건들, 실험대, 장치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그때 거대한 공룡이 장국도와 김유경 앞에 나타났다. 둘은 자기들도 모르게 슬금슬금 뒷걸음질 쳤다. 장국도의 다리가 후들후들거렸다.

 

 “사고 싶은 물건이 뭐지? 바쁘니깐 빨리 말해.”

 

 공룡이 다짜고짜 다그쳤다.

 

 “초소형 무빙 전자동 감시 카메라.”

 

 김유경이 생각나는 대로 대답했다.

 

 “그런 건 없어. 다른 건?”

 “다른 건 필요 없어요.”

 

 “날 놀려? 갈기갈기 찢어주마.”

 

 공룡은 흥분하여 날뛰었다. 몸집이 점점 더 커지며 장국도와 김유경을 삼켜버릴 듯 달려들었다. 살벌한 모습에 장국도는 움찔거렸다. 하지만 김유경은 동요하지 않았다.

 

 “잠깐 물어볼 게 있어.”

 “크아 아아. 찢어 버릴 거야”

 

 공룡은 더욱 지랄발광을 떨었다.

 

 “다음에 다시 오지.”

 

 공룡을 더 이상 자극하지 말아야겠다는 판단에 장국도가 한 발 물러섰다. 김유경은 아무런 표정 변화없이 상자 하나를 꺼내 들어 공룡을 향해 흔들었다. 상자에는 「에뛰드 꼴랑」 이라고 쓰여 있고 아이돌 제니가 웃고 있었다. 그것은 10대 여자아이들의 최애 신상 화장품 세트였다.

 

 “헐. 대 박!!”

 

 화장품 세트를 확인한 공룡의 태도가 급변했다.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것 같던 공룡의 몸이 급속도로 작아지기 시작했다.

 십대 초반 작은 소녀가 되어버린 아젠은 화장품 세트를 낚아채려 손을 쭉 뻗었다. 소녀의 맹목적인 움직임에 김유경은 살짝 피했다. 장국도는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지 그저 어질어질할 뿐이었다.

 

 “언니. 그거 나 주세요. 제발. 시키는 거 다 할게요.”

 

 아젠은 모기만 한 귀여운 목소리로 애교마저 떨었다.

 

 “우리가 몇 가지 물어볼 거야. 대답만 잘해 주면 그때 줄게.”

 “아이고 쉬워라. 뭐든 물어 보세용”

 

 아젠의 눈빛은 초롱초롱 빛이 났다.

 

 “그전에 물 한잔만 줄래?”

 

 장국도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을 보며 김유경은 한숨 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된 거야?”

 

 아젠이 물을 가지러 나가자마자 장국도는 입술을 꽉 깨물고 질문을 하였다. 김유경은 대답 대신 가방에서 스프레이 하나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자기에게 뿌렸다.

 

 “잉?”

 

 김유경의 몸집이 점점 커지며 거칠고 살벌하게 변해갔다. 장국도의 눈도 점점 더 커졌다. 말문이 막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하지만 장국도가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김유경은 원래의 모습으로 서서히 되돌아가고 있었다.

 

 “나살족 발명품 중에 하나예요. 허풍 스프레이. 이걸 뿌리면 몸집도 커지고 외모도 무섭게 변하고 그래요. 진짜 힘이 생기는 건 아니고 보이는 것만 그렇게 변하는 거 에요. 아침에 정보부에서 보내줬어요.”

 

 “아니 그걸 왜 이제야 말하는 거야?”

 

 장국도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속은 것 같아 너무 분했기 때문이다.

 

 “최 본부장님이 절대 말하지 말라고 신신당부 하셔서요.”

 

 김유경은 환히 웃었다.

 힘과 체력으로는 당해낼 수 없는 마운틴고릴라 장국도를 정보부 최 본부장은 이런 식으로 골려 먹곤 했다. 장국도의 속은 부글부글 끓었다. 마침 작은 아젠이 물을 가져왔다. 장국도는 물을 벌컥벌컥 마시며 차오르는 분노를 창자 밑까지 쭉 밀어 넣었다.

 

 “빨리 물어보세요. 아는 건 다 얘기해 줄게요.”

 

 화장품 세트 앞에 순한 양이 되어버린 작은 아젠이 재촉했다.

 

 “이것 좀 봐줄래? 본 적 있어?”

 

 김유경이 검은 물건 하나를 탁자 위에 올렸다. 아젠은 몸을 기울여 꼼꼼히 살폈다. 복잡한 장치가 이리저리 얽혀 있었다.

 

 “아, 이것 봐라. 이걸 이렇게 쓰네.”

 

 아젠은 혼잣말을 해가며 더 세세하게 들여다봤다. 호기심 어린 눈빛이 번뜩였다.

 

 “아하. 이렇게 증폭시켰네. 하여튼 잔머리 하고는.”

 

 요리조리 열심히 돌려보던 작은 아젠이 소파에 몸을 파묻었다. 결론이 난 모양이었다.

 

 “다 됐어요. 시원하게 대답해 줄게요.”

 

 장국도와 김유경을 번갈아 보며 아젠이 말했다.

 

 “나살족이 만든 물건이 맞아?”

 “네. 맞아요.”

 “무슨 용도야?”

 “주로 도둑들이 사용하는 물건이에요. 도둑들의 은신술에 많이 쓰여요.”

 “은신술 이라 하면?”

 “이건 에너지를 흡수해서 상대의 기를 파악할 수 없게 만드는 물건이에요. 전파도 빨아들여서 레이더 같은 걸 먹통으로 만들 수도 있고요.”

 

 달동네에서 GGK 탐지 장치가 이계종들을 확인하지 못한 이유가 아젠의 입을 통해 나왔다.

 

 “여기 에너지 증폭장치까지 연결해놨네.”

 

 하나라도 놓칠 세라 아젠의 눈은 커졌다.

 

 “그럼 이걸 만든 녀석이 누군지도 알고 있어?”

 “당연하죠. 그것만큼은 제가 확실히 알죠.”

 “그게 누군데?”

 “우리 아빠.”

 

 장국도와 김유경은 아젠의 뜻밖의 말에 서로 눈치만 살폈다.

 

 “아빠를 만날 수 있을까? 여기서 기다리면 되나?”

 “큭큭.. 그런 물건 만드는 사람이 여기 셀라에 있겠어요? 이렇게 따분한 곳에?”

 “그럼 아빤 어디 있어?”

 “나도 모르죠. 그거 이제 내꺼 맞죠?”

 

 아젠은 화장품 세트를 낚아챘다.

 

 화장품 상자 위에 제니가 아까보다 더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리고 아젠의 귓속에 이렇게 속삭였다.

 

 ‘너도 나처럼 예뻐질 수 있어. 에뛰드 꼴랑만 바른다면... 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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