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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매일 크리스마스
작가 : 예서
작품등록일 : 2020.8.20

믿었던 전 남자친구에게 통수를 맞은 날 천애고아가 된 소원. 나만 빼고 다 행복한 크리스마스 이브날의 거리에 자살을 결심하는데…… "안 돼!" 누구세요? 어느새 집에 들어온 웬 남자가 자살을 막고 있다. 말하는 사슴까지 데려온 남자는 자기가 나만의 산타라는데. 이게 대체 무슨 소리야? 인간 한 명과 산타 한 명, 사슴 하나(?)의 이상한 동거가 시작된다. 다음 크리스마스까지 이 동거 무사히 끝낼 수 있을까?

 
진짜가 아니라 아쉬워?
작성일 : 20-09-02 14:17     조회 : 212     추천 : 0     분량 : 4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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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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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은 마치 더러운 오물이라도 닿은 듯 소원이 닿았던 옷 부분을 탈탈 털어냈다. 하지만 소원도 만만치 않게 끔찍하다는 표정으로 자기 팔을 비볐다.

 

 후드티를 쓰고 있어서 당연히 오빠인 줄로만 알았지. 무슨 바람이 불어서 안 하던 요리를 하고 있냐고!

 

 한껏 당황해있는 소원의 면전에 대고 바람이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정신 나갔어?! 이승에서 하직할래?!”

 “내가 넌 줄 알고 그랬냐. 누군들 너 안고 싶었겠냐고!”

 “이게 지가 잘못해놓고 따박따박 큰소리는. 감히 인간 주제에!”

 

 생긴 건 멀쩡을 넘어 환상적인 놈이 성격도 멀쩡을 넘어 환장적이다. 허구한 날 사람 비하나 해대면서 루돌프가 왜 꿈일까?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아 소원은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바람의 연한 갈색 눈이 분노로 짙어졌다. 냉랭한 기류가 둘 사이를 감싸고, 서로를 노려보는 눈에서 스파크가 일었다.

 

 “왜 그래, 무슨 일이야?”

 

 큰소리가 연이어 들리자 대한이 방에서 나왔다. 잠이 덜 깼는지 비몽사몽 한 얼굴로 작게 하품을 하면서. 소원을 발견하곤 작게 웃으며 아침인사를 건넸다.

 

 “잘잤어 소원아? 속은 괜찮아?”

 

 미치겠다. 도저히 눈을 못 맞추겠다.

 

 저 웃음이 꼭 새벽의 나에 대한 웃음 같아서, 창피해 쥐구멍에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쥐구멍은 죽었다 깨어나도 못 들어갈 거 같으니, 개구멍이라도……

 

 아무튼 곤란할 땐 도망치는 게 상책이었다.

 

 소원은 대한의 옆 허공에 초점을 두고 어색하게 답했다.

 

 “어? 어. 괜찮아. 아 잠시 화장실 좀.”

 

 자리를 피하려던 소원의 시도는 옷을 잡아끄는 바람의 행동에 무산됐다.

 

 “신성한 내 몸을 더럽혀놓고 어딜 도망가!”

 “뭐래. 이거 놔!”

 

 누가 들으면 오해할 소릴 잘도 한다. 어이가 없어서 바람의 손에 잡힌 옷 덜미를 빼내는데, 진짜 환장할 노릇이 벌어졌다.

 

 “내 몸을 껴안고 막 더듬었잖아!”

 

 눈알이 띠용, 하고 용수철처럼 튀어나갈 뻔했다.

 

 내가 언제 더듬어? 껴안은 건 인정하는데 맹세코 변태 마냥 더듬어 댄 적은 없었다.

 

 경찰이 들었으면 성추행범으로 당장 연행돼도 손색없을 발언에 소원은 헛숨만 들이켰다. 혹여라도 대한이 저 발언에 말도 안 되는 오해를 할까 걱정이 됐다.

 

 재빨리 대한에게 고개를 소원은 보고야 말았다.

 

 '정말?'이라고 묻는 듯한 눈을.

 

 “아니, 아니야! 내가 언제,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릴! 안 더듬었어!”

 “아니긴. 너는 최소한의 예의도 없냐? 방금 범죄를 저질러놓고, 그것도 극악무도한!”

 “자꾸 말 이상하게 하지 마. 오해하잖아! 너 진짜……”

 

 너무 억울해서 말도 제대로 안 나왔다.

 

 손사래까지 치며 부인하는 소원을 지켜보는 바람의 입가에 조소가 걸려있었다. 잘못해놓고 되레 역정을 내는 모습에 괘씸해서 골려주려는 의도였는데 아주 성공적이었다.

 

 바람의 마음을 알 리 없는 소원은 한껏 울상이 돼서 두 번째 도망을 시도했다.

 

 이번에는 목적을 달성한 바람도 순순히 소원을 보내줬다.

 

 문이 쿵, 닫히는 소리가 집 안을 울렸다.

 

 화장실에 들어온 소원은 찬물로 얼굴을 치듯이 세수를 했다. 한 번으로는 열기가 사라지지 않아 두 번을.

 

 “성질 더러운 사슴 놈. 일부러 그런 거야 분명히!”

 

 백 번 다시 생각해도 더듬긴커녕 손을 움직인 적조차 없었다. 오해가 아니라 자신을 엿 먹이기 위한 의도가 명백했다.

 

 씩씩대며 아까의 사건을 회상하던 소원이 문득 이상함을 감지했다.

 

 “그러고 보니까, 나 얼빤데 왜 안 설렜지?”

 

 매번 오빠의 얼굴이 가까워질 때마다, 온기 묻은 신체가 내 몸에 닿을 때마다 달아오르는 안면을 숨기기에 급급했다.

 

 그때마다 잘생긴 얼굴이 엎어지면 닿을 거리에 있어서 그렇다고, 내가 순수해서 그렇다고 생각하고 넘겼는데.

 

 그런데 왜 바람을 껴안고 지척에서 잘생긴 얼굴을 대면했는데 하나도 설레지 않았을까.

 

 심장이 요동치지도 않았고, 얼굴이 붉어지긴 했지만 안고 난 직후 설레서가 아닌 말다툼을 하느라 흥분해서였다.

 

 내가 얼빠고, 순수해서가 그 이유였다면 바람한테도 똑같은 증상이 나타났어야 했다.

 

 “설마……”

 

 나 오빠 좋아하나?

 

 놀라서 숨을 들이켠 소원이 도리질을 했다.

 알면 얼마나 알았다고 좋아한단 말인가. 이제 겨우 안지 일주일 밖에 안 됐는데. 그것도 지구사는 사람도 아닌 산타를.

 

 그저 설레지 않았던 이유는 사이가 나빠서일 거다. 게다가 사람이 아니라 사슴이니까, 설레지 않는 게 당연하지. 암암.

 

 자기 암시를 마친 소원이 비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타이밍 좋게 밥 먹으라는 대한의 목소리가 문을 넘어들었다.

 

 소란스러웠던 식사 전 풍경과는 달리 식사는 고요했다.

 

 바람표 김치찌개는 그럭저럭 먹을 만했다. 대한은 정말 맛있다며 칭찬했지만, 소원은 냉정하게 그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아무도 모르게 바람을 한 번 째려본 소원이 속으로 불평했다.

 

 밥상을 차린 건 좋은데, 그게 왜 하필 많고 많은 날 중에 오늘이었냔 말이다. 하여간 진짜 안 맞다.

 

 소원이 밥을 다 먹고 난 뒤 대한에게 술 취한 당시 실수한 게 있는지 물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훅 대한의 질문이 치고 들어왔다.

 

 “그런데 괜찮무새가 뭐야?”

 “푸흡.”

 

 대한의 기습 질문에 소원은 고개를 숙여 입에 넣던 김치찌개를 도로 그릇에 반납해야 했다.

 

 캑캑, 목에 걸린 매운 국물에 괴로운 기침이 이어졌다.

 

 오늘 이소원 수난 시댄가? 이게 어른의 쓴맛일까?

 

 소원이 가슴을 두드리는 동안 더러워서 못 봐주겠다며 바람이 밥그릇을 가지고 떠났다.

 

 가까스로 기침이 멎은 소원은 슬쩍 눈을 치켜떴다.

 

 어떻게 저 질문을 저런 해맑은 얼굴로 하지? 뜻을 몰라서 그런 다기엔 앞에 했던 말들이 죄다 안 좋은 호칭이었는데……

 

 맨날 괜찮다거나 괜찮냐는 말을 달고 살기에 예전에 속으로 슬쩍해본 말이었는데 술에 취하면 오만가지 속마음이 다 나오는구나 다시금 깨달았다.

 

 차마 괜찮만 반복하는 앵무새라는 사실을 제 입으로 털어놓을 순 없었던 소원은 모르는 척 잡아뗐다.

 

 “괜찮무새? 그게 뭐야?”

 “네가 취해서 나한테 막 뭐라 하는데 그중에 그게 있었거든. 사기꾼, 짠돌이, 또 뭐였지? 아. 반칙왕, 늙은이. 여기까진 알아들었는데 그건 도무지 모르겠어서.”

 “내가? 오빠한테? 에이, 거짓말~”

 “거짓말이었으면 좋겠다. 반칙왕까진 그럭저럭 들어줄 만 했는데, 늙은이는 타격이 세더라.”

 “그, 그래? 기억이 안 나네. 취해서 아무 말이나 막 했나 보다.”

 

 오빠 미안……

 

 비겁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서로를 위해 모른 척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었다. 오빠가 오죽 답답했으면 그런 취중진담이 나왔겠냐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기억 안 난단 게 아예 거짓말도 아니니 나쁠 것도 없지 않나? 거짓말 조금 보태면 오빠도 덜 상처받고, 나도 덜 민망해지는 거였다.

 

 이런 게 누이 좋고, 매부 좋고, 도랑치고 가재 잡고, 꿩먹고 알먹고, 누워서 떡 먹는(?) 거 아니겠는가.

 

 순전히 자길 위해서였지만 소원은 열심히 우리를 위해서라고 불편한 속을 달랬다.

 

 하지만 대한은 아무말이나 막 한거라는 소원의 말을 전혀 믿지 않았다.

 

 술이 주는 진실의 힘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취해서 속에 없는 말을 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렇지만 기억이 나질 않는다는 말을 못 믿는 건 아니어서, 그저 아무 뜻 없이 그 말에 다른 걸 물었다.

 

 “하나도 기억 안 나?”

 

 대한은 전혀 캐물으려는 뜻으로 물은 게 아니었지만, 찔리는 구석이 있는지라 소원은 과장되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 내가 원래 술 마시면 막 기억 못하고 그러나 봐.”

 “앞으로 술 마실 일 있으면 적당히 마셔. 주량 넘게 마시다 필름 끊기지 말고.”

 

 소원은 밥을 다 먹으면 물어보기로 했던 걸 지금 묻기로 했다.

 

 이왕 말이 나온 김에 이 자리에서 다 해결하는 게 낫겠다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혹시 나 뭐 크게 실수한 거 있어?”

 “음, 큰 실수라…… 있긴 한데.”

 

 설마, 설마 했는데 진짜 실수했다고?

 

 밀려오는 두통에 소원이 속으로 ‘아이고, 두야’를 외치는데 대한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큰 실수는 없었지만 초조하게 묻는 소원에 장난기가 발동한 것이었다.

 

 “궁금해?”

 “알려줘. 뭔데?”

 

 진지해진 대한이 숙연하게 속삭였다.

 

 “나한테 뽀뽀했어.”

 “거짓말!”

 

 반사적으로 소원이 소리쳤다.

 

 믿을 수 없었다. 내가 술에 취해서 오빠한테 뽀뽀를 했다고? 이거 완전 짐승 아냐, 이소원! 세상에, 네상에, 다섯상에……

 

 일곱상에까지 세던 소원은 문득 드는 궁금함에 눈동자를 굴렸다.

 

 근데 뽀뽀를 했으면 어디? 어디에다 했단 거야? 볼? 이마? 설마 입술은 아니……겠지?

 

 심각한 상념에 빠져있는 소원에 대한은 주먹을 입가에 가져다 댔다.

 

 거짓말에 잔뜩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는 모습이 마냥 귀여웠다.

 

 결국 대한은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끅끅댔다.

 

 “맞아. 거짓말이야. 그런 거 없었어.”

 

 나를 놀렸구나.

 

 전말을 알아챈 소원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금세 풀렸다.

 

 안도의 한숨을 내쉰 소원은 짐승 신세는 면하게 되어 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런데 약간 아쉬운 것 같기도…… 아니 뭐라는 거야.

 

 소원이 태풍이 몰아친 마음을 완전히 추스르기도 전에 한 번 더 대한의 장난이 날아들었다.

 

 놀리기를 작정하고 두 손을 턱에 받친 다음 입꼬릴 말아올린 상태로.

 

 “뽀뽀했다는 게 진짜가 아니라 아쉬워?”

 

 대체 뭐야 이 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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