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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원나잇 바디샷
작가 : 아스테리아
작품등록일 : 2020.9.1

그의 입술이 내려왔다. 쇄골을 깊게 핥은 그가 하랑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테킬라 잔을 들어 삼킨다. 목울대가 아래위로 움직인다. '하, 이런 섹시한 대나무숲을 봤나.' 에덴의 동산에는 대나무숲이 있다. 그가 자꾸 꼬리를 흔든다. 이리와 여기 이 탐스러운 선악과를 한번 먹어보라고... "당신이 먹는 열매가 당신을 천국으로 보내줄지도 몰라요. 그러니까 과감하게 한번 먹어봐요." 섹시한 대나무숲의 유혹이 시작된다.

 
02. 원나잇
작성일 : 20-09-02 13:24     조회 : 251     추천 : 1     분량 : 5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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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나무숲이 한쪽 팔에 자신과 하랑의 코트를 척 걸쳤다. 반대쪽은 하랑의 손을 깍지 껴 꼭 잡은 채.

 

 “가요.”

 

 하랑도 한쪽 팔에 작은 토트백을 걸치고 손에는 반도 남지 않은 테킬라 보틀의 목을 움켜쥐었다. 유리병 안에서 액체가 찰랑거리며 반짝인다.

 

 호텔 체크인. 호텔리어가 안내를 해주는 사이 그가 하랑을 내려다보며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서로 사랑하는 연인 사이라고 생각할 만큼.

 

 객실로 들어서 키를 꽂았다. 신발장 앞에서 문을 옆에 두고 양쪽 벽에 등을 기대고 마주 선 두 사람. 한참 서로를 뜨겁게 바라보다 대나무숲이 하랑을 향해 한걸음 다가왔다.

 

 ― 딩동.

 

 “손님 요청하신 룸서비스입니다.”

 

 조금 전 프런트에 요청한 물건이 도착했다. 하랑이 대나무숲을 살짝 밀어 뒤로 물러나게 하고 문을 열어 그것을 받아들었다.

 

 하랑이 조각낸 라임과 소금을 담은 트레이를 들고 안으로 들어가자 대나무숲도 그 뒤를 따랐다. 커다란 침대와 소파. 탁 트인 넓은 통유리 밖으로 서울의 야경이 반짝이며 부서진다. 하지만 두 사람의 눈에 그런 게 들어올 리 없다.

 

 코트와 가방은 소파에 던져졌고, 하랑은 가깝게 다가온 대나무숲의 가슴팍을 밀어 털썩, 침대에 앉혔다.

 

 “벗어봐요.”

 

 한 손에는 라임 조각과 소금 한 꼬집을. 다른 한 손에는 테킬라 보틀을 든 하랑이 그의 앞에 서서 말했다. 대나무숲은 재밌다는 듯 눈을 휘어 웃으며 버건디 색 터틀넥을 벗고, 흐트러진 머리를 털었다.

 

 떡 벌어진 어깨부터 팔까지 탄탄한 근육이 보기 좋게 자리 잡았고, 핏줄이 올라온 팔과 손등 그리고 남자답고 긴 손가락. 너무 과하지 않은 가슴근육과 가로세로로 갈라진 복근을 눈으로 찬찬히 훑었다. 꾸준히 운동하는 모양이다.

 

 “감상 시간인가요?”

 “네. 보기 좋네요.”

 

 하룻밤 일탈의 상대가 이런 남자라는 것에 만족스러웠다. 대나무숲이 두 손을 뒤로 받쳐 몸을 기울였다.

 

 “혼자 감상하다니, 치사한데요.”

 “감상 끝. 이제 바디샷을 맛볼 시간이에요.”

 

 하랑이 다가가 한쪽 무릎을 그의 다리 사이 침대 위에 올렸다. 그가 하랑이 들고 있던 테킬라 보틀을 가져간다.

 

 상체를 기울여 라임 조각을 그의 쇄골에 문질렀다. 차가운 라임이 닿자 그가 잠시 움찔하긴 했지만, 아랑곳 하지 않고 그 위에 소금을 한 꼬집 뿌렸다. 그에게서 나는 우드향이 라임과 겹쳐졌다.

 

 그리고 라운지 바에서 그가 했듯이 고개를 내려 그의 쇄골을 혀로 핥았다. 상큼한 라임 향과 짭조름한 소금이 입안을 맴돈다. 이제 테킬라를 한 모금 하려는데 보틀을 든 그가 자신의 입으로 술을 흘려 넣었다.

 

 “응? 내가…….”

 

 입안에 테킬라를 머금은 그가 하랑의 뒤통수로 손을 넣어 당겨와 입을 맞췄다. 꿀꺽하고 그의 입속에 있던 연갈색 액체가 하랑에게 흘러들어왔다. 그리고서도 한동안 뜨거운 키스가 오갔다. 고개가 이리저리 돌아가고, 깊게 입술을 빨다가도 가볍게 깨문다. 입속을 휘저으며 혀를 옭아매던 입술이 떨어지면 뜨거운 숨과 함께 독한 테킬라 향이 퍼졌다.

 

 “잠시.”

 

 대나무숲은 손에 들고 있던 보틀을 한쪽 옆 바닥에 내려두고 하랑을 자신의 위에 앉혔다. 한쪽 팔로 허리를 끌어안고 반대 손으로는 턱을 감싸 엄지손가락으로 아랫입술을 쓸었다. 다시 겹쳐지는 입술. 그의 손이 하랑의 니트 속으로 들어와 가느다란 허리를 쓸다 브래지어 후크를 툭, 풀었다.

 

 입술이 잠시 떨어졌을 때 그가 하랑의 니트를 벗기고, 자세를 바꿔 침대 위로 그녀를 눕혔다. 그의 입술이 목을 타고, 쇄골을 타고, 가슴을 타고, 또 배를 타고 내려온다. 허리를 간지럽히다가 봉긋 솟아오른 하랑을 한입에 머금고, 혀끝으로 간질여 애태우기도 한다. 발끝까지 전기가 통하는 듯한 느낌에 하랑의 입에서 간드러진 신음이 흘러나왔다.

 

 그의 손이 하랑의 스커트 속으로 들어와 허벅지를 쓴다. 두 손과 입술이 지칠 줄 모르고 움직였다. 몸이 달아오를 대로 달아올랐을 때 스커트가 벗겨지고, 스타킹과 속옷이 함께 내려갔다. 그리고 자신의 것도 벗어버리고 위로 올라와 달뜬 표정의 하랑과 눈을 맞췄다.

 

 “예뻐요.”

 

 서로를 바라보며 예쁘게 웃는 두 사람. 하룻밤의 일탈이라고 하기에는 서로를 보는 눈이 한없이 부드럽다.

 

 “이렇게 하면 더 예쁠까요?”

 

 그의 손이 하랑의 예민한 곳을 건드렸다. 부드럽게 매만지다 이내 깊게 들어오는 그의 손길에 허리가 크게 들썩였다.

 

 그렇게 하랑의 온몸을 자신의 타액으로 장식하며 깊은 애무를 계속하는 대나무숲의 어깨를 잡았다.

 

 ‘못 참겠어요.’ 표정에서 하려는 말을 읽을 수 있었다. 그 표정에 하랑의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쓸어 넘겨주며 이마에, 눈꺼풀에, 코끝에, 입술에 차례로 입을 맞춘다. 그리고는 빠르게 준비를 시작했다.

 

 흐트러져 내려온 머리카락, 끈질기게 자신을 내려다보는 깊은 눈동자, 입에 가볍게 물린 찢어진 콘돔 껍질. 하랑은 흥분과 술기운으로 온몸에 열이 오른 상태로 생각했다.

 

 얜 뭔데 콘돔 껍질을 입에 물고 있는 것도 섹시하냐.

 

 준비가 끝난 대나무숲이 자신의 몸을 하랑에게 맞춰왔다. 오랜만에 자신을 파고드는 남자의 몸에 하랑의 한쪽 눈이 찌푸려졌다. 그러고 보니 잠자리를 갖지 않은 지 1년 가까이다. 게다가 이 남자, 지금까지의 어느 누구보다 자신을 깊고 가득 채워준다.

 

 “어떻게 하는 게 좋아요.”

 

 천천히 자신의 몸을 밀어 넣은 그가 찌푸려진 하랑의 눈가에 입을 맞추며 묻는다. 몸을 움직이지 않지만 움찔거리는 흥분감이 그대로 느껴져 단발성 신음이 터져 나왔다.

 

 “읏, 하……. 부드럽게요. 그리고 뜨겁게. 강렬하게.”

 “다행히 취향이 같네요.”

 

 그는 깊게 입을 맞추며 몸을 움직였다. 하랑의 말대로 부드럽게 그리고 모든 걸 다 녹일 정도로 뜨겁게. 때로는 부술 듯 강렬하게.

 

 그에게서 풍기는 우드향. 시원한 바람이 부는 대나무숲에 와있는 기분이었다.

 

 

 

 어떻게 잠들었는지 모르겠다. 술에 취해, 서로에 취해 깊은 잠에 빠져들었던 지난밤. 하랑이 먼저 눈을 떴다.

 

 자신의 눈앞에 보이는 탄탄한 남자의 가슴팍을 보면서 어젯밤 일이 꿈이 아니었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이제 잔향으로 남은 옅은 머스크향이 그의 체취와 어우러져 따뜻하고 포근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하랑의 손목을 대나무숲이 잡아당겼다. 풀썩, 침대로 넘어진 하랑을 그가 등 뒤에서 끌어안았다.

 

 “잘 잤어요?”

 “네…….”

 “지난밤 그분은 어디 갔어요? 몇 시간 사이에 수줍은 숙녀가 되셨네요.”

 “음… 술이 깨서 그런가? 좀 민망하네요.”

 

 하랑의 어깨에 이마를 댄 그의 낮게 잠긴 목소리가 등 뒤로 울린다. 그가 하랑을 조금 더 강하게 끌어안으며 ‘흐음.’ 한다.

 

 “나 먼저 일어날게요.”

 “싫어요.”

 “그치만…….”

 “이런 적 자주 있어요?”

 “어떤 거요?”

 “처음 보는 남자와 하룻밤.”

 “아뇨!”

 

 펄쩍 뛰며 몸을 일으키려는 하랑을 대나무숲이 꽉 끌어안고 등 뒤에서 쿡쿡거리며 웃는다.

 

 “나도 처음이에요.”

 “거짓말.”

 “바에서 모르는 여자한테 말 걸어본 것도 처음이고, 처음 본 여자와 이러고 있는 것도 처음이에요.”

 “…….”

 “못 믿으면 어쩔 수 없지만, 사실이에요.”

 “그래요. 사실인 걸로.”

 

 그가 하랑의 등에 얼굴을 묻고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그녀의 체취를 가득 느껴보려는 듯.

 

 “어제 과음했는데. 괜찮아요?”

 “아직 좀 어지럽긴 해요.”

 “나도.”

 

 대나무숲이 하랑의 등에 키스하고, 혀로 핥는다. 하랑이 흠칫 놀라고 또 부르르 떠는 모습을 보며 조금 더 집요하게 혀를 놀렸다. 날개뼈와 옆구리, 일렬로 늘어선 척추뼈, 허리, 엉덩이까지. 자지러질듯한 기분에 하랑의 입에서는 참을 수 없는 신음이 흘러나왔다.

 

 “등… 민감해요?”

 “흐읏…… 네.”

 

 손으로는 봉긋한 가슴과 하랑의 예민한 곳을 터치하며 입술로는 하랑의 등에 입 맞추는 대나무숲. 다시 한 번 나락으로 떨어질 것 같은 흥분에 달아오르다 번뜩 정신을 차렸다.

 

 “잠깐. 그만해요.”

 

 그가 하랑을 돌려 눕혀 턱을 감쌌다. 다른 한손은 여전히 하랑을 괴롭히면서.

 

 “왜요?”

 “우리의 관계는 어두울 때까지만이에요.”

 “지금도 어두운데요.”

 

 하랑이 잠든 사이 커튼을 쳤었는지 서울의 야경을 비추던 커다란 통유리는 암막 커튼으로 막혀있다.

 

 “아니, 그러니까…… 밤에도 두 번이나 했잖아요.”

 “이쪽은 생각이 다른 거 같아요.”

 “앗…….”

 

 그가 손으로 괴롭히던 하랑은 진작부터 준비를 마쳤다.

 

 “한 번 더 해요. 한국인은 삼세번이랬어요.”

 

 빙글거리며 웃는 그의 얼굴에 하랑이 분하다는 듯 눈을 흘기며 미간을 찌푸렸다.

 

 “인상 쓰지 말고.”

 

 긴 손가락으로 하랑의 미간을 가볍게 누르고 입술을 포갠다. 다시 한 번 강한 쾌락의 바닷속으로 빠져든다. 침대가 파도치고, 얽힌 손가락이 서로를 강하게 움켜잡는다.

 

 

 

 샤워를 끝내고 나온 하랑이 서둘러 옷을 챙겨입었다. 대나무숲은 젖은 머리카락을 손으로 한번 털며 하얀 가운을 걸치고 침대 위에 걸터앉아있다. 하랑이 따로 나가자고 했기 때문이다.

 

 “이름이 뭐예요?”

 “우린 그런 거 묻는 사이 아니에요”

 “우리 무슨 사인데요?”

 

 립스틱을 바르려 뚜껑을 열다 고개를 돌렸다. 넓은 가슴을 훤히 드러내고 있는 대나무숲. 머리카락에서 떨어져 내린 물방울이 목을 타고 가슴 위로 또르르 흘러내린다.

 

 “이 방을 나가면 안 볼 사이.”

 “윽. 제대로 상처 주시네.”

 

 그가 한손을 심장에 얹으며 미간을 찡그린다. 여전히 입가에는 부드러운 미소를 띤 채. 하랑이 피식 웃으며 다시 화장대 거울을 보며 코랄 빛 립스틱을 발랐다.

 

 어느새 뒤로 다가온 그에게서 하랑과 같은 진저릴리 향이 난다. 화장대 위에 올려진 호텔 메모지를 한 장 들어 팔랑이는 대나무숲. 무슨 의미인지 몰라 거울을 통해 그를 보며 눈썹을 올렸다.

 그는 하랑을 돌려 새우더니 들고 있던 메모지에 코랄 빛 입술 자국을 꾹 찍었다.

 

 “무슨!”

 

 놀란 눈으로 무슨 짓이냐고 하려다 장난스럽게 웃는 표정에 입을 닫았다. 다시 거울을 보며 립스틱이 번지지는 않았는지 확인하는데 그가 뒤에서 하랑의 니트 한쪽을 끌어내린다. 오른 어깨 맨살이 드러났다.

 

 귓바퀴를 가볍게 문 입술이 목을 타고 내려와 어깨 위의 여린 살결을 빨아들였다. 목을 간지럽히는 그의 젖은 머리카락과 뜨거운 입김에 하랑은 두 손으로 화장대를 움켜 잡을 수밖에 없었다.

 

 뜨거운 입술이 떨어지고 등 쪽 어깨선을 따라 차갑고 딱딱한 무언가가 움직인다.

 

 펜?

 

 “이름 안 알려주는거 보면 번호도 안 알려주겠죠?”

 

 끌어내린 니트를 다시 제대로 올려주며 손가락으로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여기 있는 건 내 번호. 이건 당신 입술.”

 

 그의 손에서 팔랑이는 메모지. 하랑의 입술 자국이 선명하게 찍혀 있다.

 

 “서로 기념으로 하나씩 가져요.”

 “하, 선순가?”

 “선수 아니고. 작업도, 첫 만남에 잔 것도, 이렇게 번호 준 것도 다 그쪽이 처음이야.”

 

 하랑이 화장대에 기대 삐딱하게 그를 올려다보았다. 자꾸 어이없어 터져 나오는 웃음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높은 스틸레토 힐을 신었다. 그대로 문을 열고 밖으로 한 발 내딛으려다 뒤를 돌았다.

 

 벽에 몸을 기대고 팔짱을 낀 남자. 붉은 입술이 유선을 그린다. 하룻밤의 기분 좋은 꿈과 같은 남자였다.

 

 “내 얘기 들어줘서 고마웠어요. 다신 보지 마요. 대나무숲 씨.”

 

 ― 철컥.

 

 문이 닫히고 코트의 소매에 팔을 끼워 넣었다. 두꺼운 카펫이 하랑의 구두 굽 소리를 삼킨다. 그 카펫 속으로 지난밤의 기억도 모두 삼켜질 것이다.

 

 

 

 클럽에 발렛 맡겨둔 차를 타고 잠시 갓길에 멈췄다.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내 충전기에 꽂았다. 시간은 오전 11시 40분.

 

 [부재중 전화 다람쥐새끼(38)]

 [부재중 전화 임다은(4)]

 [새로온 메시지(27)]

 

 25개의 메시지는 죄다 다람쥐새끼한테 온 것이었고, 다은에게서 온 마지막 메시지를 열었다.

 

 [너 어디야? 카페 마감하러 간다더니 집에 안 들어간 거야?? 램쥐한테 연락 왔는데 혹시 몰라서 우리 집에서 잤다고 해놨어. 무슨 일 있는 건 아니지? 걱정되니까 일단 이거 보면 바로 연락해! 12시까지 연락 없으면 경찰에 신고한다!]

 

 “후…….”

 

 블루투스를 연결해 다은에게 전화를 걸며 차를 몰았다. 일요일 정오. 하랑은 오버헤드 콘솔에서 선글라스를 꺼냈다. 파란 겨울 하늘의 햇살이 눈부시게 내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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