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
 1  2  3  4  5  6  >>
 
자유연재 > 로맨스
우연일까? 시작일까?
작가 : 해르
작품등록일 : 2020.7.31

어린 시절부터 줄곧 함께한 우연과 제노
곁에 있으면 투닥거리 바쁘고 곁에 없으면 허전한 이 두 사람의 관계가 서서히 형태가 변해가는데
과연 두 사람은 지금의 이 친구관계를 청산할 수 있을까?

 
19화- 진흙 속의 진주
작성일 : 20-09-01 20:30     조회 : 241     추천 : 0     분량 : 5216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책상 위로 가방 속에 담긴 유과를 와르르 쏟아놓는 제노를 보며 재원이 물었다.

 

 “와... 이게 다 뭐냐?”

 “뭐긴 뭐야 우리가 앞으로 먹을 일용할 간식들이지.”

 

 밝게 웃으며 말하는 제노의 대답에 재원은 아니... 내가 그걸 몰라서 묻는 줄 알아 ?하고 대꾸했다.

 

 “아니 이게 다 어디서 난 거냐고.”

 “할머니 친구 분이 보내셨어.”

 “이렇게 많이...?”

 “응. 근데 더 놀라운 건... 이거 어제 우리 집에 다섯 박스나 왔다.”

 “뭐?”

 

 그렇다. 어제 도착한 유과상자 세 박스를 끝으로 더 이상의 유과는 없을 줄 알았지만 제노가 저녁식사를 하던 와중에 두 개의 유과박스가 또 그의 집에 배달된 것이었다.

 

 “야... 이 정도면 그냥 어디 실컷 먹고 질려봐라 수준 아니냐...? 아니면 제노 너희 집으로 유과 처리하려고 보냈거나?”

 “그러게. 네 말도 일리가 있네.”

 

 제노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 이제노 너 그거 다 뭐냐?”

 “왜 뭔데?”

 “뭔데 그래?”

 

 그 소리를 신호탄으로 제노의 주위에 반 친구들이 서서히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들 중 한명이 호기심에 가득찬 표정으로 유과 하나를 손으로 가리키며 물었다.

 

 “야 나 이거 먹어도 되는 거냐?”

 “그럼. 얼마든지. 자 너희들도 이거 다 마음껏 먹어도 돼.”

 

 아니 제발 좀 그래주지 않을래?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는 간절한 바람을 속으로 삼키면서 제노가 책상 옆으로 한 발짝 물러섰다. 그러자 친구들은 모두 ‘와아아아’ 하는 환호소리와 함께 그의 책상으로 달려들었다.

 

 “너... 설마 이걸 노리고 저 유과를 학교에 가져왔던 거였냐?”

 

 순식간에 시끌벅적해진 제노의 자리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던 재원은 그제서야 제노가 학교에 유과를 가져온 이유를 깨달았다. 이 자식 이거... 우리 반 애들한테 과자 처리 하려고 가져 온 거 였구만.

 

 “왜 나도 좋고 우리 반 애들도 좋아하고 서로 상부상조 하고 좋잖아.”

 “......”

 

 제노의 대답을 들은 재원은 생각했다. 상부상조는 무슨 그냥 네가 좋은 거겠지.

 

 “그러게 내가 그랬지? 이 방법 반드시 통할 거라고.”

 

 어디선가 불쑥 끼어든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저 멀리서 우연이 태연하게 그들의 곁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좋은 방법 알려줘서 고맙습니다. 연이님.”

 “오냐.”

 

 제노가 장난스럽게 자신의 옆으로 다가온 우연에게 꾸벅 고개를 숙여보이자 그녀가 피식 웃으며 그의 머리를 헝클였다.

 

 “뭐야? 이거 선우연. 네가 알려준 거였어?”

 “응. 어제 전화 통화하면서 자기네 집 내일부터 유과파티 하게 생겼다고 계속 징징대서.”

 “아하. 그래서 저런 방법을 생각해 낸 거였군.”

 

 역시 선우연. 머리 잘 썼는데. 아니. 그런데 잠깐만.

 

 “야 근데. 솔직히 다른 과자도 아니고. 유과는 애들이 많이 좋아하지 않으니까 좀 불안한 방법 아니냐?”

 

 그러자 재원의 질문을 들은 두 친구의 표정이 순식간에 ‘얘가 지금 뭔 소리를 하고 있는 거지?’ 라는 표정으로 바뀌었다.

 

 “재원아... 너는 지금 저걸 보고서도 그런 말이 나와?”

 “아...!”

 

 제노가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자신의 자리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하는 말에 재원의 입에서 짧은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그러게... 내가 방금 뭔 소리를 한 거지? 저 모습을 보면 바로 알 수 있는데...

 순식간에 시장터를 방불케 할 정도로 소란스러워진 제노의 자리를 바라보며 그가 쩝하고 입맛을 다셨다.

 

 “크흠. 그래. 방금 한 말은 철회.”

 “이제라도 알아서 다행이다.”

 “푸하하하.”

 

 담담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는 우연을 보며 제노는 웃음을 터뜨렸다.

 

 “아니 근데 보통은 유과는 평소에 잘 안 먹는 과자가 맞기는 하잖아!”

 “그렇긴 하지. 그치만 여기에는 아주 중요한 전제 하나가 깔려져 있거든.”

 “중요한 전제? 그게 뭔데?”

 “바로...”

 

 바로? 재원이 호기심이 가득 찬 표정으로 우연의 말을 따라했다.

 

 “저 과자가 공짜란 사실.”

 “에이 뭐야... 시시하게.”

 “아니야 전혀 시시하지 않아. 이 세상에서 공짜를 싫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봐. 지금도 증거가 이렇게 바로 네 눈앞에 있잖아.”

 

 그녀가 손으로 가리킨 그곳은 제노의 자리를 넘어서 우연의 자리까지 모여든 친구들로 가득했다. 재원은 어쩐지 그 풍경이 매우 익숙해 보였다. 얼마 전 엄마를 따라 간 마트 타임세일에서 봤던 모습인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하니 어쩐지 그는 우연의 말이 납득이 되는 것 같았다.

 

 “그래. 네 말이 맞는 것 같다.”

 “그치?”

 “응.”

 

 아이들이 바글바글한 제노의 자리를 바라보며 멍하니 대답하던 그가 이내 뭔가가 떠오른 듯 멈칫했다. 아니 근데 지금 이게 중요한 게 아닌데! 갑작스레 벌어진 유과잔치에 본래 제노와 우연을 기다리고 있던 자신의 목적을 잊어버리고 만 그가 다시 자신의 목적을 떠올렸다.

 

 “야, 그래서 이따 5교시는 어떻게 할 생각이야? 우리 지금 저거 보고 있을 때가 아니라 그거에 대해서 이야기해야 되는 거 아니었어? 성예진 얘는 또 어디 갔어? 자기가 먼저 애들 오면 그때 말하자고 이야기해 놓고서는 그새 어디로 사라졌냐?”

 “예진이 찾는 거라면 저어기 있는데?”

 “저기? 어디?”

 

 예진의 모습을 찾아 열심히 두리번대던 재원의 고개가 제노가 손으로 가리키는 곳으로 천천히 돌아갔다.

 

 “...쟤 지금 저기서 뭐하냐?”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예진이 있는 곳은 다름 아닌 제노의 자리. 즉 유과 파티가 벌어지고 있는 장소였다.

 

 “아이고 힘들어. 아침부터 이게 뭔 고생인지.”

 “너... 지금 유과 가지러 거기 갔다 온 거냐?”

 

 품 안 가득 유과를 안고 나오는 예진에게 재원이 물었다.

 

 “응. 보고도 몰라?”

 “아니... 그걸 왜?”

 “왜냐니? 당연히 공짜니까 그렇지.”

 “아니, 저게 먹고 싶은 거면 굳이 저기서 안 가져와도 이따가 방과 후에 이제노한테 받으면 되잖아...?”

 “으음 놉. 난 지금 당장 유과가 먹고 싶거든. 이따가 방과 후에는 별로 먹고 싶지 않을 것 같아.”

 “하...”

 

 뭐 그런 말도 안 되는 이유가 다 있어. 재원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탄식하자 우연이가 그의 옆으로 다가와 작게 속삭였다.

 

 “거봐. 내 말이 맞지?”

 “그래... 진짜 네 말이 맞다.

 

 그렇게 재원은 다시 한번 우연의 말을 절실하게 실감하게 되었다.

 

 * * *

 

 현재 3반의 수업시간은 5교시. 그런데 어째서인지 3반 여자이이들의 시선이 가 있는 곳은 칠판도 아니고 교탁도 아닌 교실 뒤편이었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교실 뒤에서 아이들의 그림을 살펴보고 있는 재한 때문이었다.

 이 시간을 아침부터 손꼽아 기다린 것에 걸맞게 오늘도 역시 재한의 외모는 활발하게 열일 중이었다. 그저 팔짱을 끼고서 사물함에 등을 기대어 있을 뿐인데도 순식간에 교실의 풍경이 파리의 거리로 바뀐 것만 같았다. 오로지 그의 존재 하나만으로.

 

 “와... 오늘도 역시 눈 호강 장난 아니고요.”

 “내 말이. 저런 걸 보고 숨만 쉬어도 화보라고 하는 건가?”

 

 그들 중에는 그림을 그릴 생각 같은 건 전혀 없다는 듯 아예 들고 있던 붓을 내려놓은 채로 대놓고 재한의 모습을 감상하고 있는 친구들도 여럿 있었다. 재한 역시 이런 반 아이들의 시선을 모르고 있지는 않았기에 이내 그쪽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얘들아. 그렇게 흘끔흘끔 쳐다보는 걸로 성에 차겠어? 그냥 그림 다 그려놓고 천천히 느긋하게 감상해.”

 “아 뭐에요 선생님.”

 

 농담하지 말라며 꺄르르 웃던 그녀들은 이내 너나나나 할 것 없이 책상에 내려놓은 붓을 들어 올리고는 전투적으로 그림을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본 예진의 입에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이야~ 저렇게 자신의 가진 외모를 잘 활용하다니.”

 

 내가 아는 누구들이랑은 완전 딴판이네 예진의 고개가 슬그머니 대각선 자리에 앉은 두 사람에게로 돌아갔다. 여기 있는 또 다른 빛나는 외모의 소유자들은 저 잘난 외모들을 갖고서도 언제나 삽질하기 바쁜데 말이야. 그녀가 안타까운 시선으로 제노와 우연을 번갈아 바라보자 귀신같이 그 불순한 시선을 감지한 우연이 불쑥 고개를 들어올렸다.

 

 “뭐 뭘 봐?”

 

 우연이 불만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

 

 “아니야. 아무것도.”

 

 아무것도가 아닌 것 같은데... 태연하게 고개를 내저으며 말하는 예진을 우연이 가늘어진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이것이 분명 나를 보며 뭔 생각을 한 게 맞을 텐데. 그런 생각에 그녀의 눈초리가 점점 저 가늘어지다 이내 서서히 본래의 눈빛을 찾았다.

 됐다... 지금 내가 얘한테 신경 쓸 시간이 어디 있다고. 그렇게 생각한 우연ㅇ느 예진을 향한 의심을 잠시 뒤로 미뤄두고 다시 작품을 마무리하는데 온 신경을 집중하였다.

 

 “흠... 이쯤대면 거의 다 끝나가고 있는 것 같은데.”

 

 교실을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반 아이들의 그림을 살펴보던 재한이 작게 중얼거렸다.

 

 “뭐... 확실히 명화 패러디는 다른 주제랑은 다르게 빨리 끝나긴 하지. 다들 어려운 명화보다는 쉬운 명화들은 많이 선택해서 패러디하니까.”

 

 그렇다. 애초에 패러디 할 명화의 주제를 정해놓지 않고 아이들에게 주제를 마음껏 고르게 한다면 아이들은 백이면 백으로 그리기 쉽고 패러디하기 쉬운 명화를 고를 것이 분명했다. 그 증거로 이렇게 아직 종료시간까지 많은 시간이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림을 다 완성한 친구들이 이렇게 많지 않은가.

 재한은 상당히 소란스러워진 교실을 바라보며 역시 그림을 마무리 할 시간으로 1시간만 주기로 했던 자신의 선택을 다행으로 여겼다. 분명히 내가 여기서 시간을 더 줬으면 교실은 아주 난리도 아니었겠지. 그가 자신의 그림을 책상 위로 팽개쳐놓은 채 열심히 수다를 떠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살짝 해탈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사실 지금의 이 시장 통이 되기 일보 직전인 교실의 풍경보다도 재한의 마음을 더 해탈하게 만드는 요소는 따로 있었다.

 

 “얘들아... 아무리 그래도 너무 간단하게 패러디 한 거 아니니?”

 

 그 이유는 바로 다름 아닌 아이들의 그림 때문이었는데 앞서 말했듯 명화의 주제를 정해놓지 않았기 때문인지 아이들이 선택한 그림의 주제가 대부분 겹치는 것도 많고 비슷한 것도 많았다. 대표적으로는 김홍도의 씨름을 다른 운동으로 바꾸거나 피리 부는 사나이의 작품 속 피리를 다른 음식이나 물건 등으로 바꾸는 등의 간단한 패러디가 대부분이었다.

 아니... 분명히 이전 선생님께서 명화를 너무 쉬운 걸로 선택하면 점수 많이 못 받을 거라고 경고했다고 했을 텐데... 왜 이런 일이...? 생각은 짧고 결론은 금방이었다. 그래. 미술 성적은 너희들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은 거구나. 하하하.

 본격적으로 수업에 들어가기 전 이전 선생님께 들은 말이 있기에 이 부분에 대해선 어느 정도 각오하고 있던 부분이지만 내심 직접 눈으로 보게 되니 미술인으로써 살짝 씁쓸해지는 기분은 없지 않아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냥 씁쓸해 하고 있을 시간은 없다. 왜냐하면 진흙 속에서도 진주는 반드시 존재하기 때문에.

 

 “야 얘들아 와서 이것 좀 봐봐.”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공지 ^^ 2020 / 10 / 1 447 0 -
20 20화-대답을 안하는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 2020 / 9 / 2 281 0 7410   
19 19화- 진흙 속의 진주 2020 / 9 / 1 242 0 5216   
18 18화-알면 알수록 모르겠다 2020 / 8 / 31 231 0 6158   
17 17화-찾았다 2020 / 8 / 31 229 0 10235   
16 16화-찾아라 드래곤 아니 선생님에 대한 정보! 2020 / 8 / 27 243 0 7754   
15 15화- 게임속의 숨은 의도 2020 / 8 / 27 244 0 7708   
14 14화-이 게임의 메인이벤트 2020 / 8 / 26 239 0 6744   
13 13화--수업시간에는 원래 수업보다는 놀고 싶… 2020 / 8 / 26 238 0 7743   
12 12화- 왜 불길한 예감은 틀린적이 없나 2020 / 8 / 25 241 0 7301   
11 11화- 그렇게 매번 모르는 척 2020 / 8 / 25 248 0 7161   
10 10화-판도라의 상자(2) 2020 / 8 / 25 232 0 8637   
9 9화-판도라의 상자 2020 / 8 / 25 247 0 8537   
8 8화-정체불명의 손님 2020 / 8 / 18 237 0 6130   
7 7화- 상담의 결과 2020 / 8 / 18 245 0 6668   
6 6화-단지 시간이 필요한 일 2020 / 8 / 11 264 0 6552   
5 5화 -네 손에 들어있는것이 정녕 그것이냐 2020 / 8 / 11 235 0 9773   
4 4화- 우리 모두 언제나 뒷통수를 조심하자 2020 / 8 / 10 240 0 7480   
3 3화-그거 안해도 아무일도 안일어납니다 2020 / 8 / 10 249 0 7064   
2 2화-하고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안하는거지 2020 / 8 / 4 271 0 10075   
1 1화- 넝쿨째 굴러들어온 그녀석! 2020 / 7 / 31 414 0 7246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회귀한 마법사가
해르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