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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이' 곳에 행복 한가득
작가 : 레마
작품등록일 : 2020.8.16

의문도 모른채 이세계로 온 주인공.
원치도 않던 이세계로 온 주제에 옷 한 벌 없이 갑자기 서바이벌이 시작되는데....

안녕하세요. 레마입니다.
이번에 첫작품으로 '이세계'에 관한 이야기를 쓰게 되었습니다.
딱히 투고가 처음은 아니지만, 제대로 플롯과 설정을 짜고서 쓰는 작품으로서는 첫작품이에요^^;
제 소설이 대체적으로 설정과 임팩트보다는 등장인물간의 갈등, 해결을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이번에 배경을 이세계로 잡았을 뿐,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이세계물과는 상당히 다를 거에요. 조금 스포하자면 주인공은 무능하니까요. ㅎㅎ
게다가 이 작품은 제가 동경하는 '동심'과 '평화'를 중점으로 분위기를 표현했습니다.
흔히 말하는 '치유물'이 그 의미 그대로 적용된 작품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낚시아님)
그냥 항상 웃으면서 볼 수있는 치유되는 작품이라 생각하시고, 편안하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02 - 치유의 마녀 -4
작성일 : 20-09-01 18:16     조회 : 260     추천 : 0     분량 : 8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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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현재, 하룻밤만에 걸레가 되어버린 내 모포를 가지고 강에서 분노의 빨래질을 하고 있다.

  난 나름대로 결심을 한 상태다.

  라임이와 작은 늑대는 벌써 레아의 미소에 끔뻑 넘어가, 애교를 부리며 놀아달라고 하는 상태다.

  나는 이 녀석들과 만난 지 하루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 녀석들은 그 전부터 계속 숲을 헤맸을 게 분명했고, 다른 이의 온기를 바라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다르다.

  나는 오히려 레아가 베푸는 자비가 너무나도 무거워, 더 이상의 자비는 받고 싶지 않았다.

  물론 나중에 내가 어느 정도 성공한다면, 꼭 이곳에 다시 돌아와 내 최고의 은혜를 베푸리라.

  그렇기에 레아의 개인 식량과 용품은 필요로 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알아서 모두 조달할 것이며, 레아의 손은 단 하나도 빌리지 않겠다 마음먹었다.

  물먹어 무거워진 모포를 들어 올려보았다.

  기껏해야 진흙과 나뭇가지 등 붙어있을 뿐인 모포였기에, 생각외로 물만으로도 어느 정도 빨래가 되었다.

  만일 이곳에 비누가 있었다면 냄새까지 향긋해졌겠지? 언젠가는 이 모포도 여기사에게 돌려줘야 하니,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고 싶었다.

  레아가 비누를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방금 말했다시피 레아에게 손을 빌리고 싶지는 않다.

  흘끔 레아가 있는 쪽을 쳐다보았다.

  우연이었을까. 마침 레아도 내 쪽을 쳐다보고 있다가, 곧바로 시선을 라임이에게로 옮겼다.

  저렇게 상냥한 모습이어도, 내심 불안하지 않을까.

  알몸의 변태가 옷을 입었다고 정상인이 된 것은 아니다.

  그 불안해 보이는 모습 때문에, 난 한시라도 빨리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모포를 빤 것까지는 좋았지만, 널 곳이 마땅히 보이지 않았다.

  레아의 집 옆에 제대로 된 빨래걸이가 존재했지만, 그곳을 빌리려는 마음은 추호도 없다.

  아쉬운 대로, 강 옆에 자라있는 나무에 가까스로 올라가 걸게 되었다.

  처음 타본 나무라서 상당히 힘들었지만, 그래도 내심 뿌듯한 느낌이 든다.

  근데 그걸 왜 너희들도 다 같이 와서 쳐다보고 있니? 레아는 어쩌고?

  “식사 다 됐어요. 드시러 오세요~.”

  마침 레아가 집에서 몸을 내밀며 우리를 부른다.

  나는 뭐라고 거절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사이, 이미 라임이와 작은 늑대는 집으로 향하고 있어, 뭐라 할 수 없었다.

  애초에 레아는 상냥하다. 내가 그 어떤 이유로 거절해도 나를 위해서 뭐라도 해주지 않을까.

  모두 아무렇지 않은 듯 행동하는데, 나 혼자만 밖에서 머리를 싸매며 고민한다.

  집안에 들어오니 아까보다는 밝아졌다.

  식탁 위에 촛대가 빛을 주변에 뿌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감자와 고기를 넣어 스프를 만들어봤어요. 입에 맞을지 모르겠네요.”

  레아는 활짝 핀 미소를 지으며, 식탁에 앉은 내 앞에 그릇을 가져다주었다.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연기 속에, 이 스프의 맛이 그대로 올라와 내 콧속으로 섭취되었다.

  모두들 레아의 호의를 받을 게 아니면. 차라리 확실히 거절하라고 답답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근데, 생각을 해보자.

  내 마지막 식사는 작은 늑대가 가져온 풀떼기가 마지막이다.

  그 전에도 과일을 제외하면, 주로 생버섯만 먹으면서 이 세계를 지내왔다.

  그런 내 앞에, 이렇게도 훌륭한 식사가 놓인다면 내 마음이 흔들려, 안 흔들려.

  “아, 감사합니다. 잘 먹을게요.”

  나름 최대한 레아를 무시하며 미움받으려 했지만, 도저히 그게 가능하지 않았다.

  가족 이외의 여성이 나에게 이렇게나 친절하게 대해 준 적이 없어, 나를 향한 이 미소가 너무나 고마웠다.

  그 정도가 얼마나 크냐면, 스프를 한입 먹자마자 눈에서 눈물이 흐를 것 같아, 꾸역꾸역 고개를 숙이면서까지 참아내야 할 정도였다.

  식탁 아래를 보니 라임이와 작은 늑대에게는 다른 식사가 제공되었다.

  작은 늑대는 과일을 먹고 있었고, 라임이는 여기에서까지 항상 먹던 버섯을 먹고 있었다.

  우리 모두에게 식사를 나눠준 레아는 그제야 내 맞은편에 앉아 수저를 들었다.

  “그럼, 저도 잘 먹겠습니다.”

  레아는 수저를 가슴 위에 살짝 얹고서, 잠시동안이지만 눈을 감고 기도를 했다.

  순간 성모 마리아가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참고로 난 딱히 종교가 있진 않다.

  “어떠세요? 다른 사람에게 제 음식을 먹여본 적이 없어서, 어떨지 모르겠네요.”

  다행히 레아와 내 입맛이 맞는가보다. 입맛이 맞으면 궁합도 잘 맞는다고 하던...

  아니야! 이런 걸로 넘어가면 안 된다.

  옛부터, 여자가 남자를 유혹하는 방법 중에는 외모뿐만 아니라, 요리 같은 능력적인 부분도 크다고 한다.

  근데 그 두 개를 모두 충족시키는 여성이 있다고? 최고잖아!

  “최고입니다!”

  생각이 그대로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덤으로 입안의 내용물도 조금 밖으로 튀어나왔다. 다행히 그리 멀리 날아가지는 않아, 레아의 그릇에 들어가진 않았다.

  “다행이네요. 천천히 드세요.”

  라고 하며, 레아는 내 그릇에 손을 가져다 댄다.

  왜지? 너무나도 더럽게 먹어, 나에게 준 식량을 도로 뺏는 것인가.

  뺏지 말아 달라며, 내가 생각해도 불쌍해 보일 것 같은 표정으로 내 그릇을 잡는다.

  그제야 알았다.

  레아가 한 숟갈 뜨는 순간, 난 이미 다 먹은 것이라고.

  그것도, 얼마나 게걸스럽게 먹었으면, 옷이고 뭐고 주변에 스프가 안 튄 곳이 없을 정도로 사방팔방 튀어 있었다.

  ...헤~.

  이런 소리를 내면 딱 어울릴만한 모습이라고 생각한다....이 바보 멍청이가...

  “후훗. 많이 배고프셨나 봐요. 금방 더 담아 드릴게요.”

  역시, 레아는 이런 내 모습에도 역겨워하는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

  나야 뭐, 이미 첫 만남부터 남자다움은 진작에 갖다 버렸기 때문에, 별 신경쓰지는 않는다.

  오히려 지금 내 상황은 오늘, 내일 길바닥에서 객사할지도 모르는 상황인데 연애 같은 걸 신경 쓸 여유가 있을까.

  그래도 마지막에는 등으로 말하는 남자가 되고 싶었는데, 진작에 물 건너 간 후였다.

  식사하는 동안 나와 레아의 사이에서 대화는 없었다.

  나야, 원래 여성과 잘 대화하는 사람도 아니지만, 레아가 왠지 나의 눈치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역시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하지만, 알몸의 첫인상이 너무나도 강렬했던 것은 아닐까.

  트라우마가 되지 않기를 기도한다.

  “근데, 집을 이렇게 깜깜하게 해 놓은 이유라도 있나요?”

  식사를 다 하고, 배가 불렀기에....내 간땡이도 불렀다.

  네놈이 뭐라고 레아님에게 가볍게 대화를 건네냐? 엉?

  마치, 학교에서 별 대화 없던 옆자리에 앉은 여자에게 나름 자연스럽게 대화를 걸었지만, 막상 그 여자가 어정쩡하게 ‘응?’이라는 대답을 하는 미래가 보여, 내 머릿속에서는 긴급상황이 발령되었다.

  “아, 네. 약을 만들고 있거든요.”

  다행히 극도로 긴장된 나에게, 레아는 자연스럽게 대화를 받아주었다.

  “햇빛을 받으면 안 되는 재료들이 많아서 집안을 깜깜하게 만들고 있어요. 혹시, 많이 불편하신가요?”

  “아니요! 그냥 궁금했어요.”

  불편함이란 게 있을 리가.

  생각해보면 대체로 내 방도 이런 식이다. 그래야 모니터가 잘 보이거든.

  “...언젠가는 마음을 치유하는 게, 제 목표예요.”

  레아의 시선이 살짝 아래를 향한다.

  그 얼굴에는 지금까지 항상 유지해왔다시피 한 미소가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그 누구든 아픈 것을 잊고, 앞을 향해 나아갔으면 좋겠어요.”

  그러고 보니, 아까 레아는 자신에게도 어떠한 사정이 있다고 말했다.

  갑작스레 분위기가 다운되는 것에 나는 물론, 작은 늑대와 장난치고 있던 라임이도 긴장한 상태로 레아를 쳐다봤다.

  언제나 미소를 유지할 것 같은 레아가 그런 표정을 짓는다는 게 놀랍기만 했지만, 반대로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이유는 자세히 모르겠지만, 그 사정이란 것 덕분에 레아는 이곳에서 혼자 생활해왔고, 그 푸념을 들어줄 만한 사람도 제대로 없었겠지.

  레아와 자연스럽게 멀어지는 것에 목표를 두고 있던 나지만, 그래도 그 푸념을 들어주는 게 레아에게 도움이 된다면, 나는 그녀에게 잠시만이지만 다가가기로 했다.

  “...그렇다면 레아는 충분히 그 꿈을 이룬 것 같아요.”

  “네?”

  레아는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 같던 얼굴을 들어 올려 나를 바라봤다.

  내가 한 말이 비록 여자를 꼬시는 싸구려 멘트 같이 느껴질 수도 있지만, 나는 순수하게 생각한 것을 입 밖으로 꺼낸 것뿐이다.

  “사실 저, 숲속에서 길을 헤매고 있었거든요. 주변에 먹을 것도 없고, 혼자서 숲을 빠져나가자니 뭘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고.”

  “...어머.”

  레아는 내 말을 들어주다가 입을 손으로 가리면서까지 공감해주었다.

  지금의 내 표정은 레아와 비슷할까.

  “원래 살던 곳과 환경도 완전히 다르고, 숲에 들어간 것도 거의 처음이라 어떡하면 좋을지 몰라서 혼란이 왔어요. 모두 다 포기하고 싶은데, 그렇다고 죽기는 싫으니까.”

  나도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그건 눈물을 감추기 위해서가 아니다.

  내 발 맡에 다가와 준 라임이를 바라보기 위해서였다.

  라임이는 이런 감성적인 부분이 사람과 비슷한지, 레아와 비슷하게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날 바라봐 주었다.

  “그때 만난 게 라임이에요. 저로서는 처음 보는 생물이고 했지만, 라임이도 숲에서 길을 잃은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도움을 줬더니, 그 후로 나를 따라오기 시작했어요.”

  나는 라임이에게 살며시 미소를 전달하며, 감사의 인사를 했다.

  사실 라임이도 레아 못지않을 정도로 은혜를 갚아야 할 대상이기도 했다.

  “그것 때문에 저는 힘을 얻을 수 있었어요. 몸이 힘들고 배가 고픈 것은 사실 그렇게 문제가 안 되는 데, 쓸쓸했거든요. 그것 하나 때문에 모두 다 포기하고 싶었는데, 라임이가 그걸 해결해준 거예요.”

  말하다 보니 갑자기 눈물이 흐르려 한다.

  이틀 동안 나는 생에 느껴보지 못한 감정을 다 느끼고, 흘려본 적 없던 눈물까지 흘리게 되었다.

  사실, 내 힘들었던 과거를 펼치는 데는 눈물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눈 앞에서 날 위해 눈물을 쏟아내는 존재가 둘이나 있는데, 어찌 나도 눈물을 안 흘릴 수 있을까.

  레아는 이젠 양손으로 아예 얼굴을 틀어막으면서까지 울어주고 있었고, 라임이는 어느새 내 무릎 위에 올라와 허벅지에 얼굴을 박았다.

  “나와 대화해주는 존재가 이렇게 소중한지 지금 와서 처음 깨달았어요. 그래서 라임이도, 친절을 베풀어준 레아에게도 저는 커다란 치유를 받았고, 행복을 느낄 수 있었어요. 고마워.”

  나는 라임이와 만나고, 레아와 만나면서 마음속에 쌓여가던 불행이 모두 해소되었다.

  솔직히 행복이 너무 쌓여, 여유가 남을 정도다.

  앞으로는 몸은 힘들어지겠지, 하지만 라임이와 레아와 만나면서 나는 앞으로 뭘 해야 할지 깨달은 기분이다.

  지금껏 살면서 처음 느꼈다.

  다른 사람이 ‘날 위한다’는 게, 이렇게나 든든하고 행복해지는 것일지.

  그래서 레아를 ‘위해’, 나는 다가가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지금까지의 나 이상으로 쓸쓸했을 레아를 위해서.

  “...저도 마찬가지예요.”

  레아는 우는 모습이 꼴사납다고 생각하는지, 옷소매로 눈을 벅벅 닦은 다음 말을 꺼냈다.

  “저도!... 쓸쓸했어요!”

  하지만 그 행동도 무색하게, 레아의 눈에서는 아까보다도 더 제어가 되지 않는 눈물샘이 폭발했다.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고 싶었어요! 같이 일을 하며 땀 흘리고 싶었어요! 근데, 아무도 제가 있는 곳에 와주지 않아요!”

  내 예상대로 레아의 한은 그 작은 몸에 담기엔 너무나도 커다랬다.

  레아는 거의 소리지르다시피 자신이 하고 싶은 것들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그것을 나와 라임이는 조용히 레아를 바라보며 들어주었다.

  “다른 마을로 가서 제가 만든 약을 직접 팔고 싶어요! 사람들과 직접 얼굴을 마주하며 덤도 몇 개 얹어 드릴 수 있어요! 근데, 왜! 저는 ‘파괴의 마녀’라고 불리면서 도망치지 않으면 안 되나요?”

  레아의 눈물에 젖은 얼굴이 나를 향했다.

  분명 나에게 동의를 구하는 얼굴이었지만 나는 아무것도 대답해주지 못했다.

  그래도 다행이라고 할지, 레아의 얼굴은 금세 바닥을 향했다.

  애초에 이 세계에 도착 후에 곧바로 숲속에서 헤맸기 때문에, 이 세계의 사정은 아는 게 하나도 없다.

  “...저도...모두와 사이좋게 지내고 싶어요...”

  그 말을 끝으로, 레아는 얼굴을 양손으로 가리며 울기만 했다.

  생각보다 훨씬 심각한 레아의 고민에, 나는 혼란으로 어쩔 수가 없었다.

  떨리는 그 어깨를 끌어 안아주고 싶었지만, 나는 그럴 자격이 없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무책임하게, 레아에게 공감해주는 것만큼은 무례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지금은 울게 놔두자.

  레아가 정말로 나에게 도움을 원한다면, 그때에는 모든 사정을 털어놔 줄 것이다.

  지금의 토로는, 상대가 누구더라도 털어놓는 수준이라 생각한다.

  그러니, ‘상대가 누구든’이 아닌, ‘나’에게 털어놓을 때까지는 난 그녀의 손을 잡을 수 없었다.

  당장 나만 해도 이곳을 빨리 떠나, 여행을 가야 하는 몸이다.

  금방 헤어질 것을 알면서 애매하게 도움만 주고, 큰 기대를 물거품으로 만들어주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 말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럼, 저랑 친구가 될래요?”

  강렬한 의지를 담은 시선으로 레아를 쳐다보았다.

  나는 아무나가 아닌, 레아와 진심으로 마주하고 싶었다.

  그녀는 최악의 첫인상인 나에게도 아무렇지 않게 친절하게 대해 주고, 게다가 조금이지만 속내까지 털어놔 주었다.

  내가 눈치채지 못하게, 소심하게 조금씩 다가와 주고 있었다는 걸 나는 그제야 눈치챘다.

  “...네?”

  하지만, 레아의 반응은 정말 의외라는 태도였다.

  내가 그렇게 있을 수 없을 만한 제안을 한 것인가.

  지금껏 제대로 된 친구 하나 둔 적이 없어서, 친구를 어떻게 사귀는지 모르는 것은 인정한다.

  혹시 지금까지의 내 생각이 모두 착각이었고, 레아가 딱히 나와 친구가 되고 싶지 않다는 판단이 되면.

  난 곧장 이 집 문을 박차고 나가 여행을 시작하도록 하겠다.

  “저랑...친구?”

  “...왜요? 싫어요?”

  조금씩 보이는 거절의 향기에 내 태도가 불량해진다.

  그래도 확연히 언짢음을 드러내지는 않고, 살짝 다리를 돌려 뛰쳐나갈 준비를 하는 정도긴 하다.

  하지만 레아의 반응은 내가 생각한 것과 완전 정반대였다.

  “저...저! 제 정체를 알고 계신 거 아니었어요?”

  레아는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 내 앞으로 얼굴을 가까이 한다.

  그 덕에 깜짝 놀라 의자 채로 뒤로 넘어갈 뻔했던 것을 라임이가 붙잡아줘서 가까스로 넘어가지 않았다.

  그녀의 표정을 보니 딱히 장난칠만한 분위기도 아니었기에, 난 놀란 것도 감추고 조심스럽게 다시 자세를 고쳐 앉았다.

  “제가 ‘파괴의 마녀’란 것을 알고 피하시지 않으셨나요?”

  아...

  그 말이 반사적으로 입밖에 흘러나왔다.

  “그래서, 저는 시하와도 친해지고 싶었는데, 계속 저를 피하는 것 같아서...그래서...”

  반사적으로 손이 올라가 레아의 손을 붙잡았다.

  머릿속이 새하얀 상태라서, 평소 같았으면 이 이후에 어떻게 하는지 물어봤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내 앞에 놓인 상황이다. 내가 알아서 하겠다.

  “울지마!”

  나도 같이 일어서 레아에게 소리치니, 레아는 금방이라도 다시 흘릴 것 같았던 눈물을 쏙하고 삼켰다.

  이렇게 대화하는 동안 어느 정도 레아의 성격을 알게 되었다.

  레아는 아이다.

  몸은 어엿한 한 사람의 여성이 된 것 같지만, 아직 누구에게나 애교를 부리고 싶고, 사랑받고 싶어 하는 어린아이인 것이다.

  그렇다면 나이 차가 많이 나는 동생을 둔 나에게도 생각이 있었다.

  거칠게 잡았던 레아의 오른손을 양손으로 상냥하게 고쳐 잡았다.

  “나도 계속 레아와 사이좋게 지내고 싶었어. 근데, 처음부터 계속 민폐를 끼치고, 받은 것도 많아서 그 고생을 덜어주려고 거리를 둔 거야.”

  나에게도 자존심이란 것을 있었기에, 무조건 받기만 하는 건 고문에 가까웠다.

  “하지만 레아가 그런 고민이 있었다는 것은 몰랐어. 사람은 말을 하지 않으면 마음이 전해지지 않아. 그러니 눈치 보지 말고 확실히 말해. 소심하게 눈치 보지 말고, 확실하게 말해!”

  내 동생도 레아와 비슷한 태도를 보였기에 금세 눈치챌 수 있었다.

  사고 싶은 장난감이 있는데 그것을 부모님이 사주지 않았을 때, 동생은 레아처럼 내 근처에서 어슬렁거리며 눈치 봤던 때가 있었다.

  그때와 똑같았다. 내 동생과 레아의 눈빛이 말이다.

  어느새 레아의 다른 손도 내 손위에 겹쳐 올라갔다.

  그 손을 잡는 힘이 의외로 강해서 놀랐다.

  “저도...시하와 친구가 되고 싶어요. 그래서 같이 놀고 싶어요.”

  그래도 사람은 쉽게 바뀌지는 않는지, 여전히 레아는 조심스럽게 날 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러면 어떤가.

  그 성격을 포함해 모두가 레아라는 한 사람인데.

  그리고, 나는 그런 레아에게 호감을 가져 친구가 되고 싶은데.

  “좋아. 그럼 같이 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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