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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아이돌스토리
너의 빛은 나의 어둠
작가 : Sissi
작품등록일 : 2020.9.1

무명 신인 작곡가와 무능력 얼굴천재 탑 아이돌의 상호 파괴적 성장 서사

 
#1. 무명 작곡가
작성일 : 20-09-01 03:36     조회 : 418     추천 : 0     분량 : 4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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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무명 작곡가

 

 

  탁, 딱... 탁.

 

  샤프의 꽁무니가 책상을 때리는 간헐적인 소음이 방 안에 울려 퍼졌다. 재희는 샤프를 잡지 않은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책상 위로 엎어졌다.

 

  “돌겠네, 진짜.”

 

 -

 

  김재희. 그녀는 프리랜서 작곡가였다. 사실 말이 좋아 프리랜서지, 일이 거의 없는 그녀는 반 백수나 다름없었다. 재희는 제대로 된 직장에 취업을 하라는 부모님의 잔소리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오면서도, 다른 일을 하게 되면 음악을 다시 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생각에 아는 선배의 스튜디오에서 일을 도우는 것으로 근근이 살아가고 있었다.

  재희는 나도 작곡가로 어디 앨범에 이름 한번 쾅 찍혀봤으면, 하고 늘 생각했지만, 그녀의 데모 파일은 음반 기획사에 보내는 족족 거절당했다. 대부분의 회사들은 아무런 응답도 해 주지 않았지만, 한 친절한 회사는 그녀의 멜로디와 가사가 너무 음울하다는 거절 이유를 설명해주기도 하였다.

  가사? 그래, 가사. 재희는 작곡과 함께 작사까지 하는, 좋게 말하면 대단하고, 나쁘게 말하면 욕심이 많은 작곡가였다. 어떤 회사는 가사가 아닌 멜로디만으로 계약을 하면 안 되겠냐고 했지만, 자존심 센 그녀는 자신의 처지에 얼씨구나 하고 받아들여도 시원치 않을 제안을 단칼에 거절했다. 그 이후로 수 개월, 재희의 곡-멜로디조차도-을 마음에 들어 하는 기획사는 나타나지 않았고, 그녀의 자존감과 생활비는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띠디디디디- 띠디디디디-

 

  딱딱하고 단조로운 재희의 핸드폰이 울린 것은 그녀의 심신이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진 그 때였다.

 

  “여보세요? ... 아, 예... 예, 맞는데요… 예, 그거 제가 쓴 곡 맞아요. ...예?”

 

  그녀의 찌든 얼굴에 한 줄기 희망의 빛이 비친 것도 그 때.

 

 -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들 많이들 말하지만, 재희는 여태 그 말을 믿은 적이 없었다. 학창 시절, 이 시기만 버티고 나면 찬란한 미래가 펼쳐질 것이라는, 그 당시에도 믿기 힘들었지만 믿는 것 외엔 달리 도리가 없어 억지로 믿었던 어른들의 말은 역시나 거짓말이었다. 심지어 재희는 수능 날 제 실력 발휘를 하지 못해 기대보다 훨씬 못한 대학에도 겨우 들어가게 되었고, 그것은 그녀가 한 고생에 비하면 절대 ‘낙’ 이라고 할 만한 보상은 아니었다. 대학 간판을 떠나서라도 점수 맞춰 관심 가져보기는커녕 들어본 적도 없었던 과에 들어간 그녀는 당연히 공부에도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좋은 대학에 들어간 친구들 역시 적성에 맞지 않는다, 취업이 되지 않는다며 우울해하는 모습을 보며 그녀는 역시 남의 말로 자신의 삶을 개척할 수 없다고 판단한 후, 자퇴 후 묵혀 둔 음악의 꿈을 펼치겠다며 집을 박차고 나와 살고 있는 것이었다. 물론 세상은 만만하지 않았고, 그녀는 모진 풍파를 온몸으로 견뎌내고 있는 중이었지만.

  그러나 이번 상황은 낙이라고 해도 좋을만했다. 아니, 그건 분명히 낙이었다! 대형 연예기획사 중 하나인 프레티 엔터테인먼트에서 소속 아이돌그룹의 컴백 앨범에 재희의 곡을 수록하고 싶다며 그녀에게 러브콜을 보낸 것이었다.

  거대 기획사 소속 인기 아이돌, 그것은 곧 한국을 넘어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시장을 넘나드는 인지도를 말했고, 그들의 앨범에 곡이 수록되는 것은 분명히 작곡가로서 큰 기회이며, 또한 적지 않은 수익을 말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자신의 곡을 마음에 들어 하는 회사가 있다는 것에 한 번 놀라고, 그 다음에는 그 회사가 내로라하는 연예기획사라는 것에 두 번 놀란 재희는 어안이 벙벙해져서는 회사와 미팅을 잡았다. 제 정신이 아닌 채로 전화 통화를 한 후에, 마음을 가다듬고 통화 내용을 상기시킨 그녀는 뭔가 꺼림칙한 부분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잠깐, 아이돌이라고?’

  그녀 안의 목소리가 물었다.

 

  ‘그래, 요즘 제일 인기 있는 보이그룹 중 하나인 룩스.’

  또다른 목소리가 답했다.

 

  ‘너 아이돌 싫어하잖아!’

 

  ‘지금 그게 문제야? 저번 주에 엄마가 하는 말 못 들었어? 공무원 시험 준비하래! 거기에 아무 대답도 못했지? 찬 밥 더운 밥 가릴 때가 아니야. 이건 하늘이 준 기회라고.’

 

  재희는 눈을 굴리며 생각하다 결심한 듯 입을 꾹 다물었다.

 

  그래, 하늘이 준 기회. 나도 꿈이 먹여 주는 밥 한번 먹어보자. 기왕이면 맛난 걸로.

 

 -

 

  “가사를.. 몽땅 바꾸라구요?”

  “예. 원래 가사는 상당히… 뭐랄까, 마이너하다고나 할까요. 대중 가수인 우리 그룹의 곡에는 어울리지가 않아서요.”

 

  으리으리한 프레티 사 건물의 회의실에 들어올 때 기가 눌린 것처럼 보이지 않기 위한 마음 반, 잘 보이려는 마음 반으로 애써 올린 입꼬리는 내려간 지 오래였다. 재희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내가 그 가사 쓰느라 얼마나 많은 밤을 지새웠는데! 마이너? 그래, 그렇긴 하지. 도대체가 현실에는 없을 법한 현실적이고 노골적고 환상적인 사랑노래가 아니고서야 먹히지가 않는 세상에서는 그렇겠지! 심지어 그런 가사 트렌드를 앞장서서 주도하고 있는 회사에서는 더더욱. 맛난 밥은 무슨. 난 역시 이런 메이저리그 타입은 아닌가 봐. 그냥 평생 마이너한 곡이나 쓰면서 굶주린 채로 사는 게 신념에는,

  재희가 세상에 대한 분노와 자괴감으로 본인을 말없이 괴롭히는 동안, 프레티의 프로듀서는 자기 할 말을 마저 했다.

 

  “그렇게 어렵지는 않을 겁니다. 그냥 멜로디의 분위기처럼 몽환적이고 판타지적인 사랑 노래를 써 주시면 돼요.”

  “저..”

 

  재희가 아무래도 그건 힘들 것 같습니다,는 말을 하려던 찰나, 그녀의 핸드폰이 징- 징- 하고 두 번 연달아 울렸다. 양해를 구한 그녀가 핸드폰을 확인했을 때, 그녀는 두 통의 메시지를 볼 수 있었다.

 

  [이번엔 월세 제때 내주세요.]

 

  [너 시험 준비 안 할 거면 집에 내려와서 조카나 좀 봐라.]

 

  각각 집주인과 엄마에게서 온 문자였다. 재희는 겨우 내는 월세, 집안의 골칫덩이 신세와 같은 자신의 현실로 빠르게 돌아왔다. 이걸 거절하면 다른 기회가 올까? 이것도 몇 달 만에 온 기회인데 다음 주 월세 내는 날까지 이런 기회가 또 오지는 않겠지. 그럼 나는 꼼짝없이 다음 주에 방을 빼고 엄마 집으로 가야겠네? 그렇다면...

 

  “아니면 저희 회사 소속 작사가를 쓸 수도..”

  “아뇨, 제가 할게요. 제가 잘 할게요.”

 

  프로듀서는 갑자기 적극적으로 변한 재희에 약간 당황했다가 하하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녹음 일정이 있으니 2주 내로 부탁드립니다. 그때 저희가 최종적으로 컨펌을 하고, 승인 여부와 수정 사항을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작곡과 작사를 한 분이 하신 경우에는 가수들에게 사전 디렉팅을 하기도 하는데 바쁘실테니 그러지 않으셔도...”

  “아닙니다. 하는 게 당연하죠.”

 

  프로듀서는 워낙 바쁜 멤버들의 스케쥴을 생각해 재희에게 완곡하게 디렉팅을 모두 회사에 맡기라고 말 한 것이었지만, 재희의 단호한 반응에 그는 '아, 그럼요.' 하고 맞장구를 쳐 주고 말았다.

  누구 곡인데, 누구 마음대로 가사를 바꾸고 노래를 한다는 거야? 두고 봐, 내가 다 잘 해내고 말 거니까. 재희는 결연한 표정으로 회사를 빠져나왔다.

 

 -

 

  그것이 일주일 전의 일이었다.

 

  “아아악! 미치겠네!!”

 

  일주일. 벌써 주어진 시간의 반이 지났다. 그런데도 재희는 가사를 한 글자도 쓰지 못하고 있었다.

  몽환적이고 판타지같은 ‘사랑’ 노래 가사라.. 아니, 애초에 사랑이 그렇게 환상적인가? 좋을 때도 있지만, 싸우면 원수보다도 더 밉고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이해심도 없고 이기적일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게 연애인데.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산타가 존재한다고 말해줘야 하는 것처럼, 온 세상 작곡가들은 사랑이 너무나 소중하고 신성하고 그저 아름답기만 한 것이라고 말할 의무라도 있는 걸까.

  재희는 끊임없이 투덜거렸다. 물론 그녀도 알고는 있었다. 아이돌 세상이라는 것은 실로 아이들을 다루는 것처럼 운영된다는 것을. 이성에 눈을 뜨기 시작하는 어린 아이들에게 그들은 첫사랑이자 완벽한 이상형이 되고, 그들을 열렬하게 사랑하게 된 사춘기의 청소년들은 그들에게 심장이라도 바칠 것이며, 어릴 때부터 대중매체에 의해 외적인 화려함을 좋아하도록 만들어진, 혹은 누군가를 좋아하는 게 익숙한 낙이 된 어떤 성인들은 그들에게 돈을 쓰는 것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그들에게 아이돌이 보여주어야 하는 것은 환상. 아주 매력적인 이성으로서 비현실적인 사랑 노래를 불러 주고 그들의 니즈를 충족시켜주는 것이 아이돌의 의무이다. 노래뿐만이 아니라, 그들의 외모, 행동, 존재 자체가 또 하나의 꿈과 환상의 나라인 것이다. 물론 그 기저에는 생산자와 소비자라는 관계가 깔려 있음은 말할 것도 없고. 평소에 이런 생각을 갖고 사는 사람한테 그런 가사를 쓰라고 하다니. 하긴, 그 회사라고 내가 이런 사람인 걸 알았겠냐마는.

  결국 해야 하는 일이긴 하니까. 재희는 마음을 다잡고 반쯤 누운 몸을 바로 세워 앉았다. 예쁜 가사를 써야 해. 정신없이 반짝거리는 싸구려 보석 같은.

 

 

  아,

  그 녀석이라면 이런 거 잘 할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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